소설리스트

16화 (16/118)

< --  파밀국 미녀들의 알몸  -- >이때 객점을 떠나려던 청년 네 명은 색목여인 일행이 지나갈 수 있도록 좌우로 비켜난 상태였다. 그들은 여인들을 훔쳐보다가 노파의 고성이 터지자 찔끔했었다. 하나 그들은 곧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노파가 소리를 친 후 입을 닫고 이맛살을 심히 찌푸리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노파가 겁을 주기 위해 크게 무리하며 내공을 일으켰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철혈대본영이 철혈황금충이니 어쩌니 했던 백의청년이 기회라는 듯 즉각 앞으로 나섰다. “이보시오! 점잖은 분들이 이게 무슨 추태요? 머나먼 이국의 여인들이 중원 유람을 온 듯한데 무슨 구경거리라도 난 듯 쳐다봐서야 되겠소?”백의청년은 도홍 인근의 동구(洞口)에 자리한 풍룡방(風龍幇)의 대공자인 하위상(河威相)이었다.  풍룡방은 일개 지역의 작은 방파에 불과하여 영호검문에 비교해도 모자란 곳이었다. 하나 이 지역에서는 제법 목에 힘을 주고 있었다. 하위상의 친구 세 명도 인근 사백 리 안에 있는 방파의 영수 아들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방파는 강호무림 전체에서 보면 명문은 고사하고 미미한 집단에 불과하였다.  회1/6 쪽등록일 : 09.03.02 22:49조회 : 6741/6785추천 : 42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2396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이 대단한 가문의 자식이라도 되는 양 착각하고 있었다. 그 주제에 소인이 아니라 군자랍시고 도홍사군자(桃洪四君子)라 자칭하며 도홍성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친교를 나누고 있었다. 하위상이 한 마디 하자 말상 얼굴에 매부리코를 한 청년이 덩달아 입을 열었다.“우리 중화인은 모두 개화된 문명인이오. 어찌 이런 실수를 하고 그냥 넘어갈 수 있단 말이오.”매부리코는 비룡도문(飛龍刀門)이란 방파의 오덕휘(吳德輝)였다. 오덕휘가 말을 이으려는 순간 다른 청년 두 명이 차례로 폭갈을 터뜨렸다.“언제는 미녀들의 몸매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더니 이젠 모른척하고 젓가락질만 하고 있다니··· 너희들이 양심이 있는 것들이냐?”“어서 일어나 이분들을 향해 사과의 인사를 하고나서 식사를 계속해라!”두 청년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얼굴이었다. 키가 더 큰 자는 이름이 팽두(彭斗)였고 키가 작은 자는 이소평(李蘇平)이었다. 2/6 쪽영호성은 내심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허허, 외국 미녀들을 보고 눈이 뒤집혀 버렸군. 쯧쯧!’이때 노파와 색목여인들은 빈 탁자를 찾아가 앉지 않고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하위상 등을 보고 있었다. 그들 네 명이야말로 가장 뜨거운 시선을 퍼부은 자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자들이 거꾸로 다른 손님들이 색한인 듯이 야단을 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특히 노파는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그녀는 본래 탁자에 있는 사람들을 야단친 후 고개를 돌려 그들에게 더욱 호된 꾸중을 할 참이었다. 그런데 하위상이 선수를 쳐버린 것이었다. 촤르릉! 차앙! 네 청년이 병장기 빼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하위상은 기다란 장수검(長穗劍)을, 오덕휘는 거치도(鋸齒刀)를 빼들었다. 팽두는 유성추(流星錘)를, 이소평은 낭아곤(狼牙棍)을 꼬나들었다.그들은 한껏 냉막한 표정을 지으며 손님들을 향해 차례로 부르짖었다.3/6 쪽“모두 일어나서 정중히 사과하지 못할까?”“셋을 셀 동안 일어나지 않으면 도홍사군자께서 따끔한 맛을 보여줄 테다.”“어서 문화인다운 행동을 보이란 말이다.”영호성 일행을 제외한 손님들 모두가 두려움을 금치 못해 엉거주춤 일어났다. 그들은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고개를 꾸벅 숙이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영호성 일행은 신경도 쓰지 않고 젓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이소평이 표정을 굳히며 소리쳤다.“야! 우리들 말이 들리지 않는단 말이냐?”그들은 철혈대본영을 비난하는 말을 영호성 일행이 엿듣고 신고할까봐 불안해했으나 이제는 미녀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앞뒤 가리지 않았다. 그래도 아무 반응이 없자 오덕휘가 외쳤다.“고래 간을 삶아 먹은 놈이로군. 감히 도홍에서 우리들의 말을 따르지 않다니······!”4/6 쪽성씨형제 중 성두일이 영호성에게 물었다. “소문주님! 제가 나설까요?”영호성은 성씨형제나 장량의 무공이 영호검문의 중간급임을 알기에 함부로 남과 싸우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방의 행동이 경망스러운 것으로 보아 그리 대단한 고수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수하들의 실전능력을 함양하기에 좋은 상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었다.  “저들의 자존심을 자극하여 일대일로 해보게.”상전의 허락을 받은 성두일은 장검을 빼들며 벌떡 일어났다. “네놈들의 눈깔이 제일 희번덕거리는 것을 똑똑히 봤는데 어따 대고 큰소리냐!”성두일은 장검을 꼬나들고 탁자 사이의 통로로 걸어갔다. 싸움이 벌어지려는 분위기가 되자 질겁한 손님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구석으로 가서 벽에 붙었다. 거리가 가장 가까운 하위상이 장수검을 고쳐 잡으며 중얼거렸다.“어라!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릴 모양이군.”5/6 쪽이때였다.“그만 두세요. 쓸데없는 소란은 원치 않습니다.”면사녀가 새벽 호반에 첫 이슬이 떨어지는 듯한 영롱한 옥음을 발했다. 그녀는 중원인을 뺨칠 정도로 능숙하게 한어(漢語)를 구사하고 있었다.6/6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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