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화 (14/118)

< --  철혈대본영을 향하여  -- >드디어 철혈대본영을 향하여 출발해야 할 날이 되었다. 영호성은 조반을 먹은 후 먼저 하녀들과 포옹을 하면서 이별식을 치렀다. 이어 부친이 전 문도들을 광장에 모아서 출정식을 치러주었다. 전 위사들이 운집한 가운데 부친 영호강과 조부 영호관은 차례로 일장연설을 하였다. 영호성은 하기 싫었지만 꾹 참고 연단에 올라가서 철혈대본영 출발에 앞서 자신의 마음가짐을 밝혔다. 이윽고 영호성은 부친이 붙여준 수하 네 명과 함께 영호검문의 정문을 나섰다. 영호씨 가족은 정문 밖으로 따라 나왔다. 부친 영호강에 조부 영호관, 그리고 이복여동생 영호혜도 모습을 비추었다. 영호혜는 영호성과 비슷한 얼굴형을 가진 십육 세의 아리따운 미녀인데 무공수련을 오빠보다 더 열심히 했다. 내공 수위는 오빠보다 한참 떨어지지만 도검술이나 권장술의 숙련도는 더 위라고 보아야 했다. 영호성이 문예를 닦거나 악기를 연주하고 경신술과 전음술 공부에 치중할 때 그녀는 오로지 검술과 권법 수련에 매달렸던 것이다. 회1/10 쪽등록일 : 09.02.27 21:44조회 : 7109/7153추천 : 54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2396

지금도 그녀는 왼 어깨에 수실이 달린 장검을 매고 있어서 무림의 여검객임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성아! 최선을 다하거라.”“예, 아버님, 할아버님, 몸 건강히 계십시오.”“오빠! 잘 다녀와.”“그래, 혜는 더욱 열심히 수련하거라.” 이윽고 영호성과 네 청년은 말에 올라탔다. 그들이 탄 말 다섯 필은 영호검문에서 가장 잘 달리는 한혈마들이었다. 다섯 마리의 한혈마는 뿌연 황진을 일으키며 달려 나갔다. 영호성을 수행하는 위사들은 병기와 행낭만 말에 매달려 있는데, 영호성이 탄 말에는 비파도 매달려 있었다. 그의 타고난 풍류기질을 여실히 느끼게 하는 모습이었다.잠시 후 말 다섯 필이 숲을 휘돌아 관도로 들어서느라 모습이 보이지 않자 영호관이 한숨을 내쉬었다.“후유, 저 녀석이 사고라도 칠까봐서 걱정이네.”2/10 쪽영호강이 말을 받았다.“간절히 기도를 해야지요.”영호혜가 말을 이었다.“아버님, 할아버님! 걱정안하셔도 되어요.”영호강, 영호관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뭘 믿고 걱정안하냐?”영호강이 물었다. 영호관이 장단을 맞추었다.“그러게 말이다.”영호혜는 자신감 있는 어조로 붉은 입술을 나풀거렸다.“오빠가 틀림없이 우승할 것이니까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그 말에 영호강, 영호관의 눈이 커졌다.3/10 쪽

“성이가 무슨 수로 우승하냐? 그런 속단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영호강이 꾸짖듯이 말하자 영호혜는 지지 않고 대꾸했다.“신룡검회는 문무예를 다 시험한다고 했잖아요. 그럼 오빠보다 뛰어난 자는 있기 힘들 거예요. 게다가 북궁수연이 오빠한테 반할 거잖아요. 북궁수연이 졸라대면 북궁후가 오빠를 우승자로 만들 것이 뻔하다고요.”그 말에 영호강, 영호관 부자는 눈이 휘둥그레 질 수밖에 없었다.“북궁수연이 성이한테 반한다고?”영호혜는 고개를 끄덕였다.“오빠는 천하제일의 미남이잖아요. 그러니 북궁수연이 반하지 않고 배길 재간이 있겠어요?”영호혜는 강호경험이 없었다. 태어난 이래 영호검문에서 자라며 가장 멀리 가본 곳이 고작 귀주성의 성도인 귀양이었다. 그것도 세 번에 불과했다. 4/10 쪽그러니 잘 생긴 젊은이들의 얼굴을 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영호검문의 문도 아니면 농부들, 안순성이나 귀양성의 성민들뿐이었다. 그녀가 보기에는 영호성보다 잘 생긴 사내가 없었기에 천하제일의 미남이 자신의 오빠라고 믿고 있었다.먼 지역에서 활약하는 뛰어난 미남고수에 관한 소문을 그녀도 못들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소문은 과장되기 마련이라고 믿었다. 영호혜의 생각에는 천하제일미남은 배다른 오빠 영호성이 틀림없었다.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잊은 영호강, 영호관의 귓전으로 영호혜의 다음 말이 계속 들려왔다.“하늘도 무심하지 뭐예요. 오빠처럼 잘 생긴 남자를 왜 저와 혈연관계로 만들었는지 정말이지 어떨 때는 하늘이 너무 야속하다고요.”“뭐, 뭣이!”“쳇, 저는 들어가서 검술 수련이나 할래요.”영호혜는 부친과 조부가 놀라건 말건 몸을 돌려 영호검문 대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한 마디 중얼거림을 더 남겼다.5/10 쪽“아이 참, 친오빠만 아니면 벌써 어떻게 했을 텐데. 제기랄!”그 말이 들려오자 영호관이 현기증을 느끼고 비틀거렸다. 영호강이 놀라서 재빨리 부축하였다.   “아버님, 괜찮으십니까?”“야, 지금 내 건강이 문제가 아니다. 잘못하면 여자색협 한 명 나오겠다. 혜아한테 단단한 감시망을 붙여라.”“알겠습니다.”바람이 불어 영호씨 부자의 옷깃을 쓰다듬었다. 저 멀리 하늘 위로 푸른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영호검문을 나와 안순성을 지나서 북상하는 관도 옆 언덕 위였다. 수십 명의 여인들이 아침부터 나와서 손수건을 들고 수심에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들은 다름 아닌 과부촌의 과부들이었다. 그녀들은 영호성이 지나가는 길목에 미리 나와서 멀리서 그의 뒷모습이라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삼으려는 것이었다. 6/10 쪽반년 이상 색협의 따스한 구원을 받지 못할 수도 있으니 그녀들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마침내 언덕 아래 관도 저 편에서 다섯 기의 인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들의 안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가운데에서 말을 달리는 인물이 영호성 임을 쉬 알아볼 수 있었다. “크흐흑! 영호공자님!”그녀들은 손수건을 흔들며 영호성을 불렀다. 영호성은 그 소리를 듣고 언덕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러나 말의 속도를 멈추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부지런히 가야할 곳이 있는 것이다. 이윽고 관도 저 편으로 인마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자 과부들은 털썩 주저앉으면서 일제히 흐느끼기 시작했다. “공자니임! 크흐흑!”하늘도 과부들의 슬픔을 아는 것일까? 맑던 아침 하늘에 먹구름이 조금씩 깔려들고 있었다. 호남성(湖南省) 남부에 위치한 도홍(桃洪)은 인근의 산수가 수려하기로 이름 높은 곳7/10 쪽이었다. 영호성 일행은 정오 무렵에 도홍의 성문을 통과하여 성안으로 들어왔다. 영호검문을 떠난 지 나흘 만이었다. 그 동안 노상의 허름한 객점에서 숙박을 하며 말을 달린 끝에 제법 화려한 성시로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도홍에서 일박할 생각은 없었다. 잠시 휴식만 취한 후 말을 달려 보다 북쪽의 성시에서 여장을 풀 생각이었다. 영호성을 수행하여 온 네 위사는 십대 후반에서 이십 대 초반의 청년들이었다. 성두일, 성두이 형제와 장량, 오대복이었다. 성씨 형제는 모두 이십 대 초반이고 오대복만 열일곱 살이었다.사실 문주의 아들을 수행하는 일은 중대사이기 때문에 무공이 첫째의 선발기준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영호검문에서 중간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열일곱 살 오대복은 문도 중에 무공이 가장 약한 축에 끼었다. 이는 영호성이 고집을 부려서 부친의 뜻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었다.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나 애인이 있는 위사는 장기간 출타시킬 수 없다! 부부나 연인을 오랫동안 떼어놓는 것은 여인들의 행복을 앗아가는 만행이다! 무조건 임자 없는 남성중에서 수행원을 골라야 한다! 8/10 쪽

또한,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가 있는 위사도 데려갈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부모 중 한 분이라도 건강에 이상이 생긴 위사는 데려갈 수 없다!이러한 조건을 제외한 나머지 중에서 고르다보니까 거의 꼴찌 수준의 실력을 갖고 있는 오대복이 수행원이 되어 장거리여행을 떠나는 행운을 누리게 된 것이다. 오대복은 무공만 꼴찌가 아니라 기마술도 딸렸다. 땅이 울퉁불퉁할 때는 말에서 떨어질 위험성이 있었다. 그래서 영호성은 지면이 심히 좋지 않은 곳을 지날 때면 말의 속도를 대폭 늦춰주었다. 지금은 성안으로 들어와 천천히 말을 몰고 있어서 오대복의 안면에는 긴장감 대신 해방감의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소문주님! 저 쪽 길 꺾어진 곳에서 기막히게 구수한 냄새가 흘러옵니다. 그곳에 있는 반점들이 음식을 잘하는 모양입니다.”무공은 꼴찌 급이라도 오대복은 남보다 잘 하는 것이 있었다. 냄새 맡기였다. 선천적으로 후각이 특별하게 발달했는지 그는 영호성이 내공을 동원하여 후각을 끌어올린 수준보다도 냄새를 더 잘 맡았다. 거의 개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별명이 개코였다.“개코가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9/10 쪽

오대복의 말을 장량과 팽씨 형제까지 거들고 나섰다. “그럼 그렇게 해야지.”영호성은 북문대로 쪽으로 말머리를 틀었다. 오대복은 북문대로에 늘어진 반점 앞을 지나며 코를 킁킁 거렸다. 그러다 영화반점(榮華飯店)이란 현판 앞에서 말을 멈추었다. “이 집 냄새가 최곱니다.”오대복이 고른 음식점에 들어가면 항상 흡족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영호성 일행은 이번에도 기대감을 금치 못하면서 점소이에게 말을 맡기고 반점 안으로 들어갔다.널따란 반점 내부는 인산인해였다 사인용 탁자가 스무 개는 넘어 보이는데 빈 곳이 하나도 없었다. 점소이의 안내를 받아 이층으로 올라가자 탁자 두 개가 가까스로 비어 있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자리가 없을 뻔했다. 영호성 일행은 구운 오리고기 요리와 소면을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며 이층 내부10/10 쪽

영호성 일행은 구운 오리고기 요리와 소면을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며 이층 내부를 둘러보던 중 영호성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쳐갔다. 그와 등을 진 탁자에서 연신 음담패설이 들려오기 때문이었다. 10/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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