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저, 저런! 유모 마저! -- >영호성은 다시 물었다. “왜 대답이 없으시오?”유모는 다시 얼버무렸다.“나, 난 아무 생각이 없어요.”“그럼 아니 되오. 유모께선 나와 백 부인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을 거요. 그럼 나의 철학에 관해서도 알고 계시리라 믿소.”“네, 알고 있어요.”“어떻게 생각하시오?”“후,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외로운 여인들 입장에서는 너무 고마운 분이지 뭐예요.”“인정해주니 고맙소이다.”회1/11 쪽등록일 : 09.02.20 19:23조회 : 8476/8529추천 : 38평점 :선호작품 : 2396(비허용)
이 말을 하며 영호성은 성큼성큼 걸어가 침상 앞에 섰다. 유모는 손님이 들어왔는데 계속 누워있기가 어색했는지 상체를 일으켰다. 그 바람에 이불이 완전히 내려가면서 젖가슴 부위만 내보이고 있던 몸뚱이가 배꼽과 고의 일부를 살짝 드러냈다. 유모는 얼른 이불을 당겨서 배꼽 아래는 가렸다. 이어 두 손을 팔짱껴서 가슴 부위도 가렸지만 워낙 풍염한 유방이라서 보이는 부분이 훨씬 많았다. 그 모습은 그냥 가리지 않고 보이는 것보다 짜릿한 관능미를 풍겼다. “소생과 마님 시누이와의 관계는 색협으로서 피치 못할 일이었소. 그 점도 이해하리라 믿소.”“무, 물론이죠.”“소생의 이름을 알고계시지요?”유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영호 공자님이시잖아요.”영호성은 입가로 싱긋 웃음을 흘렸다.2/11 쪽“이름은 모르고 성만 아는 모양이구려.”유모도 마주 웃었다.“마님이 영호 공자님이라고 부르는 소리만 들었으니까요.”“내 이름은 영호성이요. 유모의 방명은 어찌 되시오?”“송유운(宋流雲)이라고 해요.”“유운, 흐르는 구름이라! 좋은 이름이요.”영호성은 침대 가장자리에 자연스럽게 걸터앉았다. 송유운과 그는 손만 내밀면 닿을 거리에서 마주 보면서 말하게 되었다. “방금 송 부인의 부군께서 불행한 일을 당했다는 말을 밖에서 들었소. 좀 더 자세한 내막을 알아도 되겠소이까?”송유운은 여전히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린 채 뭔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 표정은 찰나지간에 떠올랐다가 사라진 것이라서 아무리 안목이 뛰어난 영호성이라도 포착하기 어려웠다. 3/11 쪽“작년에 그이가 대감마님 심부름으로 노새를 사러 갔다가 술을 마시고 마구간에 들어간 거예요. 진짜 노새 발굽에 맞았으면 조금 괜찮았을지 모르는데 옆에 있던 수말 발굽에 그곳을 정통으로 맞은 거예요. 의원에 실려 갔지만 양기가 크게 훼손되고 신경을 너무 다쳐서 대라신선이 하강해도 기능을 되살리기 어렵다고 했어요.”“쯧쯧쯧!”영호성은 혀를 차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게 된 유모의 고통도 문제겠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품어줄 수 없는 남자의 아픔은 그 얼마나 클 것인가. 그녀 남편의 심적 고통이 얼마나 클 지 생각하면 같은 남자입장에서 안쓰럽기 짝이 없었다. 한편 그러면서도 외관상 별 문제없는 사람처럼 열심히 서원의 잡무를 처리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유모 남편이 참 착하고 고마운 사람이란 생각도 들었다. “부인! 너무 큰 기대를 안겨줬다가 나중에 실망하면 어찌 하나 하는 염려가 되긴 합니다만···.”영호성은 말꼬리를 한 번 길게 늘이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4/11 쪽“강호 제일의 세력인 철혈대본영에는 신의라 불리는 자가 있습니다. 태상장로 염추비란 인물이지요. 소생이 이번에 신룡검회 때문에 그곳에 가는데 염추비에게 부군의 상세를 말하고 한번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그 말에 송유운의 눈이 살짝 커졌다가 작아졌다. “너무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지나치게 큰 기대를 하면 안 됩니다. 염추비가 치료불가로 판정하면 실망이 너무 크니까요.”“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신경 써주시는 것만도 고맙다는 뜻이지요.”남편 치료에 관한 이야기가 끝났으니 이제 본론을 꺼낼 때가 되었다. 영호성은 헛기침을 한 번 한 후에 입을 열었다.“부인이 홀로 고독과 싸우고 있던 이 방에 소생이 화기충천하여 들어온 이유는 부인을 구원해주기 위함이었소. 어떻소? 부인께서는 소생의 구원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으시오?”그 말에 송유운은 목덜미까지 벌겋게 붉히며 더듬대는 목소리로 답한다.5/11 쪽
“고, 공자님 좋을 대로 하세요.”받아들이겠다는 것도 아니고 싫다는 것도 아니고 영호성에게 처분을 맡긴다는 의미가 아닌가. 이 말이 구원을 받아들인다는 뜻임을 못 알아들을 사내는 아무도 없다. 그런데 이런 식의 말은 어감에 수줍음이 담겨있어서 듣는 남자의 기분을 흐뭇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사내의 권력욕을 만족시키는 효과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영호성은 그런 것에 더 기분이 좋아지는 유형이 아니었다. 그는 어디까지나 색협이기 때문에 여인이 절실하게 자신을 필요로 한다고 판단해야 움직일 수 있었다.영호성은 미간을 모으며 보다 신중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이 문제는 전적으로 부인께서 결정하셔야지 저한테 일임하면 안 됩니다.”그의 표정과 음성은 점점 더 정중하고 경건해졌다. “부인이 남편과 의리를 지키며 자위로 만족하며 살 수 있는데 소생이 함부로 끼어들면 협행이 아니라 만행이 되는 것입니다. 심사숙고해서 결정하시기 바랍니다.”송유운은 지금도 웅장하게 솟아있는 바지 중심부를 가리켰다.6/11 쪽“저게 저러고 있는데 제가 거절한다고 해서 그냥 갈 수 있나요?”영호성은 바지 중심부를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툭 퉁기면서 답했다.“소생은 사타구니의 지배를 받는 남성이 아닙니다. 이놈이야 서건 말건 전 색협의 도리에 어긋나면 색사를 벌이지 않습니다. 그럼 제 풀에 지쳐서 이놈이 도로 드러눕지요.”그 말에 송유운은 피식 웃었다. 영호성도 덩달아 마주 웃어 주며 말을 이었다.“숫자 열을 세겠습니다. 그 동안에 심사숙고해서 확실하게 결정을 내리십시오.”영호성은 침대에서 일어나 뒷짐을 지고 방안을 천천히 서성이며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그는 숫자를 세면서 침대 쪽을 보지 않았다. 그냥 산보 나온 사람이 하늘의 구름을 쳐다보듯이 허공에 시선을 둔 채 느릿하게 걸음을 옮겨놓았다. 여덟을 세었을 때였다.7/11 쪽“저, 저기 저를 구원해주세요.”송유운의 목소리와 함께 이부자락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호성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송유운은 어느새 이불을 옆으로 걷어놓고 침대 위에 반듯이 누워 있었다. 두 손은 앞으로 모아져서 치부를 가린 고의 위에 덮어져 있었다. 양팔을 하체 쪽으로 내리다 보니 팔의 윗부분은 젖가슴 두 개의 양옆을 소담스럽게 받치고 있는 모습이 되었다. 그 모습은 참으로 뇌살적이었다. 가슴을 앞으로 모아서 솟게 하는 효과가 있어서 희고 풍만한 유방이 너무도 탐스러운 동산을 이루고 있었다.“부인의 청을 기꺼운 마음으로 접수합니다.”영호성은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을 하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하나 그 전에 부인께서 확실하게 약속해주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그 말에 송유운의 눈에 의혹의 빛이 떠올랐다.“뭐, 뭔데요.”8/11 쪽
“옷을 다시 입고 침대 밑으로 내려와서 차렷 자세로 서십시오.”송유운은 의아한 듯 바로 지시에 따르지 않고 멀뚱멀뚱 영호성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사랑의 구원을 받으려면 옷을 벗어야하는데 왜 다시 입으라고 하는 지 알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영호성은 한 손을 올려서 자신의 어깨 가까이에 고정시키고 말했다.“부인께서는 남편에 대한 맹세를 먼저 해야 합니다. 맹세를 하고 지켜나가면 소생은 앞으로 설운향 부인을 심방할 때마다 송 부인도 구원하는 행사를 갖겠습니다. 물론 순서는 아쉽지만 송 부인이 나중입니다.” “예, 수, 순서는 당연하지요.”“또한 부인과 나 사이의 일은 영원히 우리 둘만 알아야 합니다.”“물론이지요.”송유운은 답을 하면서 주섬주섬 옷을 입고 침대 밑으로 내려왔다. “저를 마주 보고 서서 손을 저처럼 하십시오.”9/11 쪽그녀는 시키는 대로 영호성을 보고 한 손을 펴서 손바닥이 상대를 향하게 하고 어깨 쪽에 위치시켰다.“따라하십시오. 남편에 대한 맹세!”“남편에 대한 맹세!”“나는 죽을 때까지 남편을 사랑하고 존중한다. 남편을 무시하는 언행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송유운은 영호성이 말하는 대로 고분고분 따라했다. 단순히 형식적으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한 자씩 새기면서 정성으로 따라하는 것이었다. 눈빛에는 적잖은 감동의 기색도 흐르고 있었다. “영호성은 육체에 봉사를 해주는 색협일 뿐이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색협을 맘껏 활용하되 마음을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하늘이 도와 남편의 불구가 치료되면 그날로 색협과의 인연은 마감한다. 그때부터는 더욱 지성을 다해 남편을 아끼고 존경하며 사랑한다.”10/11 쪽
“만약 남편을 무시하는 언행을 하다가 들키면 색협은 더 이상 구원행사를 갖지 않는다. 색협의 구원은 남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유지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것이다."설유운은 암송을 따라하면서 영호성이란 사내가 색협을 빙자하여 여인들과 밀통하기를 즐기는 존재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진정한 색협임을 여실히 깨달았다. “이상의 맹세가 지켜질 수 있도록 색협은 한 가지 기법을 가르칠 것이며 나는 열과 성을 다해 반드시 배운다.”마지막 구절을 따라하고 난 후 송유운은 의문을 금치 못하고 바로 물었다. “뭘 가르치신단 말씀이세요?”“소생이 구원행사를 치르고 가면 그것을 남편께서 와서 사랑을 나눈 것으로 믿게 만드는 기법이외다.”그 말에 송유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예에?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해요?”11/11 쪽
“예에?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해요?”“가능합니다. 부인이 이걸 터득하지 못하면 나로서는 구원행사를 치르기가 매우 꺼림칙해집니다.”11/11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