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대한 박애주의자 -- >영호성의 음성이 이번에는 영호씨 부자의 머리 위 허공에서 들려왔다. “그렇습니다. 절 색마라고 부르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정 저를 비난하고 싶으면 색협(色俠)이라고 칭하며 욕하십시오. 그럼 감수할 수 있습니다.”두 사람은 급히 고개를 쳐들어 야공을 바라보았으나 지나가는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벌써 말을 하고 자신들의 머리 위를 지나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새··· 색협이라고!”“맞습니다. 저의 사랑은 수컷들의 저질스런 욕구 배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아버님과 할아버님께서는 그 점을 고려하셔야 합니다.” 이번 말은 다시 앞쪽 멀리에서 들려왔다. 더욱 더 낭랑하고 의기양양한 음성이었다. 그에 따라 영호관, 영호강의 얼굴은 더욱 소태 씹은 표정으로 변해갔다.“전 세인들의 추앙을 얻으려고 발악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묵묵히 어둠을 밝히는 달처럼 음지에서 세상을 복되게 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회1/11 쪽등록일 : 09.02.08 14:54조회 : 12908/12988추천 : 69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2396
그의 장엄한 목소리는 도를 터득한 수도승의 훈시마냥 어두운 야공을 메아리쳤다. 영호씨 부자는 영호성의 말 내용을 듣고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희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무공의 요체는 속도이다. 도검을 쓰든 권장을 쓰든 빠를수록 실전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영호성은 할아버지인 영호관이 나타나기 전에는 부친 영호강보다 조금 나은 속도와 민첩함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영호관이 나타나서 합동추격전을 벌이자 좀 더 나은 빠르기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백송학 집안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극치의 빠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이 정도 빠르기라면 당금 무림의 최고수인 철혈성존 북궁후라면 몰라도 다른 고수 누구와 겨뤄도 밀리지 않을 것 같았다. “크흐흑, 아버님! 우리 성이가 우리 몰래 엄청난 성취를 이룬 것 같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강호 정상급으로 손색이 없습니다.”영호강의 감격에 찬 말에 영호관도 눈에 물막을 피워 올리며 말을 받았다.“그러게 말이다. 백운거사의 예언이 들어맞은 것 같다.”2/11 쪽“동감입니다.”백운거사는 귀주성에서 첫손에 꼽는 역술가이다. 영호성이 꼬마일 때 아무리 해도 말을 듣지 않는 장난꾸러기라서 영호관 부자는 어린 영호성을 데리고 역학의 일인자라는 백운을 찾아갔다. 백운은 영호성의 관상과 사주를 보더니 장차 대성할 팔자인데 부모가 개입하면 거꾸로 망쳐버린다고 하였다.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면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노력하여 기필코 큰일을 해내고 창공의 해처럼 우뚝 솟는다고 했다. 워낙 고명한 백운의 말이라서 영호 부자는 그대로 따랐다. 검술을 가르치려다가 검이 싫다면서 팽개치면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권장술도 몇 번 하다가 말았지만 그래도 꾸짖지 않았다. 꾸짖지도 않고 두들겨 패지도 않은 것은 백운의 말도 있지만 영호성이 내공심법 하나만은 하루로 빠짐없이 열심히 운행하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가장 중요한 내공을 열심히 기르고 있으니 언제든 무학 수련에 흥미만 생기면 된다는 것이 영호 부자의 판단이었다. 더구나 경공술과 신법 연습에 남다른 열의를 보이고 있으니 강요할 필요가 없었다. 3/11 쪽그러나 영호성이 여색을 밝힌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운을 찾아가 상의를 했더니 지나치게 심할 때만 꾸짖고 웬만하면 그냥 내버려두라는 것이었다.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서 야단치면 더 그쪽으로 나가서 고금제일의 색마가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때 영호성의 엄숙한 음성이 다시 또 들려왔다.“두 분은 염려 마시고 제 일은 제게 맡기십시오. 영호성은 결코 집안에 누가 되는 일은 안합니다. 신룡검회에 가서 본문의 명성을 빛내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물론 출발은 나흘 뒤에 합니다.”지금 영호성이 있는 위치는 영호검문의 후원 담장 바로 아래였다. 거송 여러 그루와 무성한 덤불이 함께 있고, 커다란 바위도 있어서 몸을 숨기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그는 이곳에 숨은 뒤에 계속 이 자리에서 백송학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영호강과 영호관의 귀에는 그가 주위를 전광석화처럼 돌아다니면서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이는 영호성이 각고의 전음술 연구 끝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수법을 개발한 덕분이었다. 4/11 쪽전음술에는 의어전성(蟻語傳聲), 전음입밀(傳音入密), 천리전음(千里傳音), 육합전성(六合傳聲), 혜광심어(慧光心語)의 크게 다섯 수법이 있는데, 강호의 고수들이 현재 사용하는 것은 의어전성과 전음입밀 정도이고, 천리전음과 육합전성은 북궁후 같은 초절정고수들이나 쓸 수 있다고 한다. 혜광심어는 불문에서 전설적으로 전해지는 것이라서 실상 절전된 것이라 한다. 강호의 정설에 따르면 의어전성은 반갑자의 내공이 있어야 가능하고, 전음입밀은 1갑자의 내공이 있어야 시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음술에 특별한 소질을 타고난 자라면 훨씬 적은 공력으로도 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영호성은 어려서부터 내공을 닦으면서 도검술이나 권장술은 아예 젖혀버리고 신법, 경공술, 전음술 이 세 가지만 수련했다. 그 덕분에 여타 무림인에 비해 전음술에 투자하는 시간이 훨씬 많았으며, 그의 천부적인 오성은 의어전성을 넘어 전음입밀을 가능케 했고 재작년부터는 전음입밀의 가능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전음입밀을 허공의 원하는 지점에서 자유롭게 폭발시키는 요령을 터득했다. 그것은 육합전성의 초보적인 상태라 할 수 있다. 본래 육합전성은 소리를 여러 곳5/11 쪽에서 울리게 하여 수많은 적이 혼란에 빠지게 만들 때 쓰는 수법이다. 이는 영호강이나 영호관은 흉내도 낼 수 없는 경지였다. 그들은 도검과 권장에 평생을 매달리다보니 전음술은 전음입밀이 어느 정도 가능한 수준에 불과했다. 그들은 영호성이 신법과 경공술을 수련하는 것은 간혹 보았지만 전음을 연구하는 장면은 보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들은 영호성이 전음입밀을 허공에서 터뜨려서 소리를 낸 것은 생각지 못하고,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고 판단하고서 벅찬 감동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성이가 우리 몰래 도검술과 권장술도 연마했는지 모르겠다.”영호관의 격동에 찬 말에 영호강이 떨리는 음성으로 말을 받는다.“그럴 것 같습니다. 우릴 놀래주려고 꼭꼭 숨기고 있을 겁니다. 이번 신룡검회에서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면 우승은 따 놓은 당상입니다.”“암, 그래야지.”두 부자가 감격에 떨고 있는데 영호성의 음성이 또 들려왔다. “인구의 반을 차지하는 여인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불존의 자비를 논할 수는 없습니6/11 쪽
다. 전 세상에서 가장 자비로운 일을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이어 영호성은 숲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부친과 조부가 있는 방향을 향해 땅바닥에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는 절을 한 자세에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했다.“그럼 색협 영호성은 볼일이 있어서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그는 정중히 절을 올린 후 휙 몸을 날려 담장을 넘어갔다. 쉬잉!한 줄기 바람이 영호검문의 후원 숲 속을 휩쓸고 지나갔다. 바람 소리가 멎자 무거운 정적이 찾아들고 있었다. 영호검문의 뒷담을 넘으면 소로를 끼고 삼십여 호의 인가가 자리하고 있다. 그 뒤쪽에는 야트막한 동산이 있는데 영호성은 바로 그곳으로 달려갔다. 거목 두 그루 사이에 곰 모양의 바위가 있는 곳으로 가더니 바위 밑의 낙엽을 긁어내자 보따리 하나와 곤봉 한 자루가 나왔다. 보따리를 끄르자 냄새 나는 낡은 마의 한 벌과 복면 한 개가 있었다. 영호성은 입고 있는 옷을 벗어 보따리에 넣고 낡은 마의로 갈아입었다. 7/11 쪽
그리고는 복면을 쓰고 보따리를 원위치로 옮기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한 손에는 곤봉을 쥐고 달리는 모습이 마치 어디로 싸우러 가는 것 같았다. 그는 한 마리 표범처럼 어둠을 헤치고 산속의 지름길로 달렸다. 한편 영호관과 영호강은 귀를 쫑긋 세우고 영호성의 음성이 들려오기를 기다렸다. 간다고 말해놓고 혹시 안가고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숫자 일백을 헤아릴 시간이 흘러갔다. 하나 그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영호관이 맥없이 중얼거렸다.“녀석이 정말로 밖으로 나간 모양이다. 어느 집 과부한테 간 게 틀림없어.”영호강이 한숨을 쉬며 말을 받았다.“아마 여자친구들한테 작별인사를 하려고 나흘 뒤에 출발한다는 것 같습니다.”영호관은 한 손으로 이마를 탁 짚었다.“몇 여인과 작별인사를 나눌지 몰라도 나흘 동안 꽤나 놀아나겠군. 에이, 징그러운 놈 같으니······!” 8/11 쪽그는 허탈한 듯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그러자 영호강도 그의 바로 옆에 앉았다. 그들은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영호강은 땅이 꺼질 듯 장탄식을 했다.“아버님, 저 녀석이 출중한 무공실력을 숨기고 살아온 것은 기쁜 일이지만 저 버릇을 고치지 못하면 언젠가 집안 망신을 단단히 시킬지 모릅니다.”“그러게 말이다. 세상에 색협이란 게 어디 있냐?”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입을 닫고 망연히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희열과 우려의 빛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었다. 침묵이 흘렀다. 달이 구름 속으로 스며들었는지 어둠이 짙어졌다. 약간의 시간이 더 흐른 후 영호관이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그나저나 희한해. 아무리 심법을 열심히 해도 황음한 생활을 하면 내공이 잘 늘지 않는 법인데. 웅후한 내공 없이 저런 빠름을 보이는 건 있을 수 없는데.”영호관은 미간을 좁히며 계속 중얼거렸다.“녀석이 어디서 천년하수오(千年何首烏) 같은 영물이 집단으로 서식하는 곳을 발견9/11 쪽
한 것 아니야? 혼자서 가끔 가서 몰래 따먹고 오는 지도 모르지.”영호강은 피식 웃었다.“아버님도 참, 영물 하나 발견하는 것도 천운인데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겠습니까? 성이가 여자관계는 입을 딱 봉하고 있어도 다른 일은 솔직합니다.”영호관은 고개를 끄덕였다.“하긴 영물을 하나라도 얻었으면 제일 먼저 우리에게 달려와 지껄일 놈이지.”그들은 양미간을 찌푸리며 한참 골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문득 영호강이 눈을 크게 뜨며 불쑥 입을 열었다.“그보다 진짜 이상한 게 있습니다.”“뭔데?”“성이는 무림에서 이름을 떨칠만한 활약을 한 게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철혈대본영 성존부에서 신룡검회에 초청했을까요?”초청장을 받자 너무 감격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였다. 10/11 쪽
설사 영호성이 외출을 할 때 신분을 숨기고 활약을 했다하더라도 철혈대본영이 알 리가 없으니 초청장을 보낼 수가 없는 것이다. 영호관도 턱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정말 기이하네. 이름이 알려진 수많은 후기지수가 널렸는데 어떻게 우리 성이에게 초청장이 날아왔지?” 두 사람은 한참 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일어나서 옷의 먼지를 털었다. 몸을 돌려 걸어가는 그들의 머리 위로 방금 구름 밖으로 다시 나온 달이 은은한 월광을 뿌리기 시작했다. 11/11 쪽
두 사람은 한참 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일어나서 옷의 먼지를 털었다. 몸을 돌려 걸어가는 그들의 머리 위로 방금 구름 밖으로 다시 나온 달이 은은한 월광을 뿌리기 시작했다. 걸어가는 그들의 머리 위로 방금 구름 밖으로 다시 나온 달이 은은한 월광을 뿌리기 시작했다. 걸어가는 그들의 머리 위로 방금 구름 밖으로 다시 나온 달이 은은한 월광을 뿌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일어나서 옷의 먼지를 털었다. 몸을 돌려 걸어가는 그들의 머리 위로 방금 구름 밖으로 다시 나온 달이 은은한 월광을 뿌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일어나서 옷의 먼지를 털었다. 몸을 돌려 걸어가는 그들의 머리 위로 방금 구름 밖으로 다시 나온 달이 은은한 월광을 뿌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일어나서 옷의 먼지를 털었다. 몸을 돌려 걸어가는 그들의 머리 위로 방금 구름 밖으로 다시 나온 달이 은은한 월광을 뿌리기 시작했다. 걸어가는 그들의 머리 위로 방금 구름 밖으로 다시 나온 달이 은은한 월광을 뿌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일어나서 옷의 먼지를 털었다. 몸을 돌려 걸어가는 그들의 머리 위로 방금 구름 밖으로 다시 나온 달이 은은한 월광을 뿌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일어나서 옷의 먼지를 털었다. 몸을 돌려 걸어가는 그들의 머리 위로 방금 구름 밖으로 다시 나온 달이 은은한 월광을 뿌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일어나서 옷의 먼지를 털었다. 몸을 돌려 걸어가는 그들의 머리 위로 방금 구름 밖으로 다시 나온 달이 은은한 월광을 뿌리기 시작했다. 걸어가는 그들의 머리 위로 방금 구름 밖으로 다시 나온 달이 은은한 월광을 뿌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일어나서 옷의 먼지를 털었다. 몸을 돌려 걸어가는 그들의 머리 위로 방금 구름 밖으로 다시 나온 달이 은은한 월광을 뿌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일어나서 옷의 먼지를 털었다. 몸을 돌려 걸어가는 그들의 머리 위로 방금 구름 밖으로 다시 나온 달이 은은한 월광을 뿌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일어나서 옷의 먼지를 털었다. 몸을 돌려 걸어가는 그들의 머리 위로 방금 구름 밖으로 다시 나온 달이 은은한 월광을 뿌리기 시작했다. < -- 음적 중매쟁이 -- >안순성에서 영호검문이 있는 마을로 오는 길목 어귀였다. 한쪽으로는 논이, 반대쪽으로는 야산이 있어 사람 왕래가 대낮에도 그리 많지 않은 곳이었다. 부엉이 울음이 이따금 들려오던 이곳에 울음소리가 뚝 멎더니 야산 쪽에서 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한 손에 곤봉을 든 복면인이었다. 복면인은 나무 덤불 뒤에 몸을 숨기고 안순성에서 오는 방향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는 밤중에 대관절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 손에 든 곤봉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잠시 후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두 인영이 나타났다. 젊은 남자 한 명과 그 또래의 여자 한 명이었다. 남자는 영호검문의 삼백위사 중 한 명인 장충걸(張忠傑)이었다. 여자는 영호검문에서 하녀로 일하는 추국(秋菊)이었다.두 사람은 영호성이 시킨 심부름을 하러 안순성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다. 추국은 술시초 무렵에 영호성의 부름을 받았다. 안순성에 가서 소곡주를 사오라는 것이었다. 저녁식사후의 늦은 시각에 심부름을 시키는 것이 의아했지만 소공자의 분부니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회1/8 쪽
등록일 : 09.02.08 15:01조회 : 13048/13126추천 : 54평점 :선호작품 : 2396(비허용)그런데 출발 직전에 밤에 여자 혼자 가면 위험하니까 위사 한 명을 동행시켜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행하게 된 위사가 장충걸이었다. 작년 봄까지만 해도 추국은 장충걸과 말 한 마디 나눠본 적 없었다. 같은 울타리 안에 있으면서도 얼굴을 보았다는 기억도 확실하지 않았다. 삼십대 초반의 못생긴 털보 노총각에게 십팔 세 처녀가 관심을 가질 리 없으니 시야에 들어와도 신경 써서 보았을 리가 없는 것이다. 작년에 영호성의 명으로 특별한 행사가 생기는 바람에 그때부터 장충걸과 마주 하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사무적인 말 외에는 별로 나눈 대화가 없었다. 오늘 심부름을 다녀오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장충걸은 종종걸음을 열심히 옮겨놓는 추국의 옆모습을 흘끔흘끔 보면서 보조를 맞추어 걸었다. 그가 보기에 추국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갸름한 얼굴에 훤칠한 앞이마, 자그마한 코와 가느다란 눈, 그리고 무엇보다도 앙증맞게 튀어나온 덧니는 볼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장충걸은 삼 년 전에 하녀로 들어온 추국을 처음 보게 된 날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숨이 턱 막히며 심장에 화살이 박히는 듯했던 그날을. 2/8 쪽작년 봄에 영호성이 위사들과 차례로 일대일 면담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영호성은 장충걸을 상대로 무공수련이나 생활에서 힘든 점을 묻다가 맨 마지막에 묘한 질문을 던졌다.“혹시 본문에서 일하는 여인들 중 좋아하는 여자가 있소?”장충걸은 마음속으로 추국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일점의 주저도 없이 입이 열렸다.“추국입니다.”“알겠소. 조만간에 추국과 오붓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볼 테니까 잘 해보시오.”그 말이 있은 지 열흘 뒤에 소문주 영호성이 특이한 조치를 취했다. 영호검문에서 일하는 여인들도 한 가지씩 초보적인 호신술은 익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건상 모든 여인이 수련을 할 수는 없고, 위사들 중 시간이 남는 자들이 무학에 소질 있는 소수의 여인들에게만 특별지도를 한다는 것이다. 이 특별한 행사는 열두 명의 노총각 위사가 사범이 되어 열두 명의 젊은 하녀를 일대일로 가르치는 내용이었다. 장충걸은 사범으로 선발되어 추국을 가르치게 되었다. 알고 보니 함께 사범이 된 자들은 모두 일대일면담에서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고 밝3/8 쪽
힌 자들이었다. 사범들의 지도는 열흘에 한 번씩 행해졌다. 남녀가 무술지도를 명목으로 열흘마다 만나게 되니 자연스레 친밀감이 생기고 애정관계로 발전하는 경우가 생겼다. 급기야 작년겨울에 네 쌍이 혼례를 치렀고, 올봄에 또 다섯 쌍이 부부가 되었다. 그런데 아무런 진척이 안 되는 세 쌍이 있으니 장충걸과 추국이 그중 한 쌍이었다. 장충걸은 말재주 없는 자신을 탓하는 수밖에 없었다. 무술지도를 할 때에는 무술에 관한 말만 하고, 다른 말은 할 줄 모르니 뭐가 되겠는가. 오늘도 영호성이 자신을 위해 특별히 기회를 따로 마련해 준 것이지만 안순까지 함께 갖다오는 동안 붙여본 말이래야 딱 두 마디였다. “저녁 먹었냐?”와 “가자.” 이것이었다. 안순에서 돌아오는 동안 머리를 굴려 봐도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도대체 남들은 무슨 말을 하기에 정이 생겨서 결혼까지 한단 말인가. 말주변 없는 장충걸로서는 그것이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흘끔흘끔 추국의 옆모습을 보며 무슨 말을 할까 궁리하던 장충걸은 별안간 뒷머리에서 딱 소리와 함께 고통을 느끼며 뒤로 발랑 쓰러졌다. 4/8 쪽“윽!”딱 소리와 비명소리가 나자 옆을 돌아본 추국은 혼비백산할 듯 놀라고 말았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 복면인이 곤봉을 든 채 서있고 그 옆에 장충걸이 쓰러져 있는 것이다. 게다가 복면인이 음흉한 괴소까지 짓는 것이었다.“우흐흐, 예쁘장하게 생긴 계집이로군. 이 오라버니가 사내의 육봉 맛을 보여주마.” 쇠를 바위에 긁는 듯한 역한 음성이었다. 눈과 코, 입술만 밖으로 나온 복면인의 모습이 저승야차 같은 느낌이 드는데다 목소리까지 살벌하니 추국은 간이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달아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꺅! 하고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앉으면서 안순에서 사온 물건을 놓치는 바람에 소곡주 병을 통째로 깨뜨리고 말았다. 음적이 나타나 놀란데다가 값비싼 술을 버렸으니 추국의 당혹스러움은 필설로 형용키 어려웠다. 복면인은 장충걸의 등에 걸린 장검을 검집 채로 끌러서 자신의 곤봉과 함께 길가 덤불로 휙 집어던졌다. 그리고는 추국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5/8 쪽“제발 살려주세요.”추국은 본능적으로 달아나는 동작을 했으나 제 자리에서 땅바닥을 발로 미는 것에 불과했다. “우흐흐, 누가 죽인다고 했느냐? 오히려 즐거움을 안겨주겠다.”복면인은 추국의 한 팔을 잡아 사납게 낚아 올리더니 어깨에 둘러매고는 길가 덤불 숲속으로 들어갔다. 이어 평평한 풀밭에 그녀를 던지듯 눕히더니 그대로 올라타는 것이었다.팔다리를 찍어 누른 채 곧장 입맞춤을 시도해오는 공세 앞에서 추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얼굴을 옆으로 돌려서 피하는 것뿐이었다. 복면인은 추국의 얼굴이 오른쪽 끝으로 기울여지자 그녀의 입술을 쫓아가지 않고 왼쪽 뺨과 귀를 혀로 살살 핥아댔다. 미묘한 간지러움이 전해져오자 추국은 더 이상 고개를 옆으로 틀어놓고 있기가 힘들었다. 본능적으로 반대쪽으로 고개를 움직이자 저절로 복면인의 입술을 향해 자신의 입이 찾아간 형국이 되었다. 복면인은 자신의 입 아래를 향해 움직여 온 추국의 입술을 쭐쭐 빨아대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추국은 다시 왼편으로 고개를 황급히 틀었다. 그러자 복면인은 그녀의 오6/8 쪽
른쪽 뺨과 귀, 귀밑머리를 혀끝으로 섬세하게 핥아댔다. 그 미묘한 간지러움은 추국에게 야릇한 느낌을 안겨주었다. 공포와 충격의 감정이 슬며시 가라앉고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요상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느낌에 그대로 몸을 맡기고 있을 수는 없었다. 추국은 다시 고개를 반대쪽으로 틀었다. 그러자 다시 복면인의 입과 그녀의 입이 만났다. 복면인의 입술은 그녀의 입술에 문어 흡반처럼 달라붙은 채 열정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아래 입술, 윗입술 사이에 추국의 입술을 꽉 끼고 아래 위에서 조여서 뽑아낼 듯이 빠는가하면 어느 새 윗입술만 빨아대다가 다시 또 아랫입술만 빠는 것이었다. 그러다 슬쩍 혀로 윗입술, 아랫입술을 교대로 사르륵 핥아주는 것이다. 또 입술 사이를 핥아서 슬쩍 추국의 치아에 자신의 혀끝이 닿게 해주었다. 그러더니 입술과 혀를 한꺼번에 총동원하여 현란한 빨아주기를 퍼붓기도 했다. 추국은 옆으로 고개를 틀려 했으나 이상하게도 고개가 말을 듣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아하! 하고 묘한 콧소리를 흘려내지 않는가. 그러면서 닫혀있던 입술을 슬며시 벌리고 있었다. 그 사이로 복면인의 혀가 기다렸다는 듯이 밀고 들어왔다. 7/8 쪽
사내의 혀와 계집의 혀가 하나로 뒤엉겼다. 쯥 쯔읏 츠읏!두 입이 하나로 결합된 곳에서는 습윤한 소성이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복면인의 혀놀림이 민활해지자 추국은 자신도 모르게 덩달아 혀를 움직이며 호응해주었다. 그녀의 입과 코에서는 야릇한 신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으흥 아아!”8/8 쪽
“으흥 아아!”“으흥 아아!”“으흥 아아!”“으흥 아아!”“으흥 아아!”“으흥 아아!”“으흥 아아!”“으흥 아아!”“으흥 아아!”< -- 음적 중매쟁이 -- >복면인은 추국의 팔을 누르고 있던 자신의 팔로 어느새 그녀의 허리를 안은 채 어루만지고 있었다. 팔이 자유로워졌지만 추국은 복면인을 밀어낼 동작을 하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복면인의 어깨 죽지를 두 손으로 휘감고 있었다.그런데 복면인은 추국과 입맞춤을 하면서도 곁눈질로 장충걸이 쓰러져 있는 곳을 살펴보고 있었다. 장충걸은 기절을 했는지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그의 다리가 미세하게 움찔하고 움직였다. 그때 복면인의 입이 추국의 입에서 떨어졌다. 두 혀에서 이어진 체액의 줄이 길게 늘어나다가 뚝 끊어졌다.복면인은 추국의 상의를 거칠게 열어젖혔다. 좌우로 활짝 열자 젖가리개만 걸친 여체의 상반신이 드러났다. 가쁜 숨을 몰아쉬던 추국은 옷이 벗겨졌다는 것을 깨닫자 희열의 느낌이 살짝 식고 당혹감이 고개를 들었다. 두 손으로 앞가슴을 가리려는 찰나 복면인의 두 손이 우악스럽게 젖가리개를 뜯어내버렸다. 순간 십팔 세 처녀의 소담스런 젖가슴이 드러났다. 회1/8 쪽등록일 : 09.02.08 20:22조회 : 12436/12512추천 : 43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2396
중년여인의 그것처럼 풍만하지는 않지만 사내의 손에 딱 알맞게 들어오는 크기의 사랑스러운 가슴이었다. “어머!”더욱 놀란 추국은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려했다. 그러나 그 전에 이미 복면인의 얼굴이 가슴을 점령해버렸다. 벌써 복면인의 혀가 한쪽 젖꼭지를 핥아대기 시작했다. 외간남성에게 젖가슴까지 허용했다는 생각에 수치심이 엄습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입맞춤을 할 때보다 한 차원 더 진한 쾌감이 전신으로 번져가는 것이었다. “아아, 몰라!”추국은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려버렸다. 그런데 이 웬일인가. 자신도 모르게 한 손이 복면인의 뒷머리로 올라가더니 쓰다듬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복면인의 혀가 젖가슴을 애무하는 솜씨는 실로 절묘했다. 추국은 가슴에서 일어나 전신으로 번져가는 전율적인 쾌감에 정신을 가누지 못할 지경이었다. 2/8 쪽
그녀는 하체 깊숙한 곳이 마구 축축해지며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그 바람에 두 다리를 꿈틀거리며 묘하게 벌리고 있는 것이다.그때였다. 쓰러져 있던 장충걸이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자 곁눈질로 장충걸의 거동을 살피던 복면인이 추국의 젖가슴을 아프게 꽉 깨무는 것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손으로 다른 젖가슴 한 쪽을 터뜨릴 듯 움켜쥐어 버렸다. “꺄악!”갑작스런 통증 때문에 추국이 비명을 질렀음은 언급할 필요 없었다. 달아오르던 열락의 기분도 한 순간에 식어 버렸다. 이때 장충걸은 잠깐의 혼절 상태에서 막 깨어나 아직 현기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일어나지는 못하고 앉은 채로 정신을 가다듬는데 야산 쪽에서 뾰족한 비명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정신이 번쩍 든 장충걸은 몸을 벌떡 일으켜 소리 난 방향으로 달려갔다. 이때 복면인은 추국의 치마를 훌러덩 벗겨내었다. 그러자 여체의 치부를 가린 앙증맞은 고의 외에는 그 무엇 하나 걸친 것 없는 늘씬한 하체가 드러났다. “우흐흐! 귀여운 것! 이제 이 오라버니께서 완죤히 죽여주마.”3/8 쪽복면인의 손가락이 추국의 고의를 붙잡았다. 이제 아래로 끌어내리기만 하면 여인의 비소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급작스런 통증 때문에 제정신이 든 추국은 복면인의 두 팔을 양손으로 잡으며 다리를 오므리고 있었다.“아저씨, 제발 살려주세요. 으흐흑!”그녀는 울음까지 터뜨리고 있었다. “크흐흐! 누가 생명을 끊는다고 했냐? 진정한 열락을 가르쳐주겠단 소리다.”바야흐로 복면인의 손이 고의를 아래로 살짝 내리고 거뭇한 비림의 일부가 언뜻 드러났다. 바로 그때였다. “이 죽일 놈아! 그만 두지 못해!”분노한 장충걸이 지척까지 달려오며 폭갈을 터뜨렸다. 복면인의 손이 멈칫하며 여체에서 떨어졌다. “아니, 저 놈이 제대로 기절을 하지 않았구먼.”4/8 쪽
복면인은 불만어린 음성을 토해내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장충걸을 향해 쌍욕을 날렸다. “야, 이 빌어먹을 놈아! 깨어나려면 조금 더 있다 깨어날 것이지 지금 깨어 나냐? 네 놈 때문에 아직 계집 가랑이 사이 구경도 못했잖아!”“뭣이! 닥쳐라! 음적아!”격분한 장충걸은 성난 황소처럼 달려와서 복면인의 면상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 모습을 올려다보는 추국의 눈에는 장충걸이 너무도 멋있어 보였다. 겁탈을 당하기 직전에 혜성처럼 나타나 음적을 향해 돌진하여 공격을 퍼붓는 모습은 정의의 사자 그 자체였다. 복면인은 장충걸의 주먹을 옆으로 가볍게 피하면서 반격을 날렸다. 장충걸도 복면인의 공격을 별로 어렵지 않게 피해냈다. 두 사람은 손발을 사용하여 순식간에 십여 초의 공수를 교환했다.장충걸이나 추국은 경황중이라 느끼지 못했지만 만약 무림의 고수가 방금 장면을 보았다면 이상한 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복면인의 손발은 장충걸보다 빠르게 움직이는데 마지막 순간에 속도를 슬쩍 늦추는 5/8 쪽습성이 있었다. 그것만 없다면 벌써 장충걸은 복면인의 공격에 적중되어 쓰러지고 말았을 것이다. 이러한 복면인의 묘한 특성 덕분에 장충걸은 백중세를 유지하며 싸우고 있는 것이다. 추국은 두 사람의 결투가 손에 땀을 쥘 정도로 팽팽해서 기도를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천지신명이시여. 제발 장 아저씨가 이겨서 음적을 쫓아버리게 해주세요.’그녀의 기도가 통한 것일까? 장충걸의 한 주먹이 복면인의 왼 얼굴에 들어갔다. 묘하게도 복면인의 얼굴이 왼쪽으로 움직이다 슬쩍 멈추는 바람에 장충걸의 주먹이 스치듯 맞은 것이었다. 그런데도 복면인은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끄악, 이놈이 사람 잡네.”승기를 잡은 장충걸은 맹렬히 손발을 휘둘렀다. 복면인은 반격 한 번 하지 못하고 허둥지둥 피하기 바쁜 신세가 되었다. 마침내 장충걸의 주먹이 복면인의 가슴팍에 한 번 더 들어갔다. 복면인은 뒤로 발랑 나동그라졌다. 6/8 쪽
등이 땅에 닿고 머리도 슬쩍 땅바닥에 닿으며 탄력 때문에 다리가 위로 올라왔다. 그러더니 아예 몸 전체가 마치 공처럼 말린 채 아래쪽으로 떼굴떼굴 굴러가는 것이 아닌가. “애고고, 음적 살려.”복면인은 장충걸의 장검과 자신의 곤봉을 놓아둔 곳까지 굴러가더니 곤봉을 슬쩍 집었다. 그리고는 계속 반대쪽으로 굴러가서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장충걸은 그제야 추국 옆으로 달려가 앉으며 그녀의 상체를 일으켰다.“추국아, 괜찮으냐?”추국은 자연스럽게 그의 품에 기대게 되었고, 장충걸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몸뚱이를 얼싸안았다. “아저씨 덕분에 괜찮아요.”“다행이구나.”순진한 노총각 장충걸이 실로 오랜만에 여체를 품에 안고 있으니 그 기분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웠다. 십년 전에 친구들과 함께 홍등가에 가서 총각 딱지 뗀 것이 그의 인7/8 쪽
생에서 유일한 여자관계였다. 순진하게 살던 그가 친구들의 설득에 응해 유곽에 가게 된 것은 무림고수가 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었다. 고수가 되려면 내공을 닦아야 하고 그러려면 여자관계를 하지 않아야 된다는 말을 듣고서 평생 운우 한번 못하고 무공만 닦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딱지를 떼려고 유곽에 갔는데, 술에 취한 채 기녀의 몸을 올라타고서 서투른 풀무질 끝에 토정을 해 버렸다. 한 마디로 허탈한 행사였다. 제대로 여인의 몸을 음미한 겨를이 없었다. 그날 이후 십년 만에 풋풋한 소녀의 벗은 몸뚱이를 품에 안고 있으니 정신이 황홀하여 견딜 수 없었다. 복숭아 꽃 향기 같은 살내음과 머리칼 내음이 코를 찌르고, 손에 닿아있는 살결은 어찌 이리 부드럽고 야들야들한가. 게다가 추국의 늘씬한 다리 살결도 그의 바지에 밀착해 있는 것이다. 장충걸의 정신이 황홀한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육체는 더 큰 감동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의 남성은 이미 한껏 곤두서서 바지 앞부분을 천막처럼 볼록 세운 상태였다.8/8 쪽
추국은 얼굴도 모르는 사내에게 겁탈당할 위기에서 벗어난 후 잘 아는 남자의 품에 안겨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아까 복면인의 혀가 가슴을 누빌 때 일어나던 쾌감이 슬며시 되살아난 것이다. 그것은 장충걸에게 감사한 마음과 합해지며 상승효과를 나타냈다. 8/8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