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118)

< --  위대한 박애주의자  -- >영호성은 전혀 흔들리지 않는 안색으로 태연자약하게 대꾸했다.“아버님. 흥분은 간을 상하게 합니다. 진정하십시오.”영호강은 턱을 부들거리다 자신의 가슴을 툭툭 치며 숨을 길게 내뿜었다. 그는 돌연 품속으로 손을 가져가더니 백지 한 장을 꺼내 탁자 위에 던지듯 내려놓았다.백지에는 금액을 계산한 숫자가 깨알 같이 적혀 있었다. 영호강은 목의 힘줄을 부르르 떨었다.“너 때문에 본문의 하녀 숫자가 무려 백 오십 다섯 명이나 된다. 열다섯 명이면 할 일을 그 열 배 이상이 빈들거리면서 하고 있어. 그 때문에 일 년 경비가 얼마나 드는 줄 아느냐?”영호성은 태연히 말을 받았다.“아버님, 돈은 쌓아두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가난한 이웃을 위해서 아낌없이 써야지요. 제가 하녀로 데려 온 소녀들은 모두 불쌍한 아이들이었습니다.”회1/10 쪽등록일 : 09.02.07 22:13조회 : 14288/14381추천 : 67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2396

아닌 게 아니라 그가 데려온 하녀들은 모두 가엾기 그지없는 소녀들이었다. 조실부모하여 고아가 된 경우, 너무 가난하여 부모가 창기로 내다파는 것을 데려온 경우, 남자친구한테 배반당하고 자살하려던 경우 등등 위기에 빠진 불쌍한 소녀들이었다. 영호성은 그렇게 불우한 소녀들을 따스하게 몸과 마음을 다해서 위로해준 후에 집으로 데리고 와서 하녀로 일하며 먹고살게 했던 것이다.  그녀들 중에는 불구이거나 너무 못생겨서 가족의 버림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영호성은 그런 추녀들까지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고 집으로 데려왔던 것이다. 영호성은 예쁜 소녀를 데려와서 여색을 즐기려는 목적 따위는 애당초 없었다. 오직 가엾은 처지의 소녀들을 사랑해 주었고 그녀들중에는 이쁜 소녀도 있고 못생긴 소녀도 있는 것이었다.  또 그가 모든 집에 데려온 모든 소녀들을 다 육체적으로 사랑해준 것은 아니었다. 정신적 사랑만 베푼 경우도 있고 화끈한 육체의 사랑마저 아낌없이 선사한 경우가 함께 있었다.  영호강이 검미를 세우며 노갈을 터뜨렸다.2/10 쪽“뭐! 불쌍! 이놈아! 그것들이 대부분 네 첩인 것을 이미 눈치 채고 있다.”말과 동시에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영호성을 덮쳐갔다. 영호성은 의자에서 휙 몸을 퉁겨 운교로 달려갔다.“오해입니다. 고정하십시오.”화가 치밀 대로 치민 영호강은 아들의 뒤를 잡아 죽일 듯이 추격했다. 그의 목에서 화통을 삶아먹은 듯한 노성이 터져 나왔다.“오해는 무슨 오해! 보름전 야밤에 네놈 방에서 춘월이, 향단이, 수국이가 옷깃을 여미며 나오는 것을 다 봤다. 네 녀석은 그 못된 버릇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어.”영호성은 운교 위를 쏜살같이 달려가며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답했다.“그건 그 아이들의 상심한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소자가 위로해 준 것입니다. 세 아이가 요리를 잘못한다고 주방에서 야단을 맞았습니다. 상심해서 울고 있는 소녀들을 어찌 따스한 손길로 위로해주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영호강이 쫓아가며 소리쳤다.3/10 쪽

"닥쳐라! 손길은 무슨 손길이냐! 네 녀석 가랑이에 달린 물건이 손이란 말이냐! 춘월이, 향단이, 수국이가 골반이 잔뜩 벌어진 채 어기적거리는 걸음으로 나오고 있는 걸 똑똑히 봤단 말이다."영호성은 태연자약하게 대꾸의 말을 날렸다. "팔에 달린 손은 평상생활의 손이고 가랑이에 달린 물건은 남녀화합을 결정짓는 손이지요."그는 지그재그로 달리고 영호강은 직선으로 달리는데도 두 사람의 거리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영호씨 부자는 순식간에 운교를 건너와 후원으로 들어섰다. 두 사람이 나타나자 을씨년스럽게 울어대던 부엉이 울음소리가 뚝 멎었다. 후원에는 거목에서부터 작은 관목덤불까지 다양한 수목이 있고, 곳곳에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있었다. 영호성의 5대조부가 직접 조성한 정원인데 영호씨 가문의 내재된 예술적 안목이 드러나는 곳이었다.  4/10 쪽후원에 들어온 후에도 부자간의 추격전은 계속되었다. 그런데 그들의 간격은 점점 벌어졌다. 직선거리가 멀어졌다기보다는 영호강의 시야에서 영호성이 사라지는 경우가 빈발했다. 영호강은 얼굴을 벌겋게 붉히며 소리쳤다.“이 후레자식아! 당장 이리 오지 못해! 네놈이 무공 수련할 때 만날 신법 연습만 하더니 이젠 아버지를 우습게 아는구나!”영호성은 발을 멈추지 않고 입술만 부지런히 놀렸다.“아버님께서 일시의 격분을 참지 못하시고 외동아들인 저를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버님께선 평생 한을 품고 살아가시게 됩니다. 자식 된 처지에 어찌 그런 불효를 할 수 있겠습니까? 전 불효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아버님의 공세가 닿지 않는 위치로 달아날 수밖에 없습니다.”결코 이치에 어긋난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영호강의 노기는 더욱 치솟을 따름이었다.“이 혓바닥만 살아 날뛰는 놈아! 당장 서지 못해!"5/10 쪽

그의 코에서는 물 끓는 주전자처럼 연신 뜨거운 김이 푹푹 흘러나오고 있었다. 영호강은 방금 나무에 가려서 안보이던 아들의 등이 순간적으로 다시 시야에 들어오자 분노를 가누지 못하고 일장을 날렸다.슈육!시퍼런 장력이 영호성의 배후를 향해 날아들었다. 목표지점은 그의 등이 아니라 두 자 정도 우측 허공이었다. 영호성은 등 뒤에 눈이라도 달린 듯 좌측으로 일 보 내딛으며 달렸다. 장력은 그와는 한참 떨어진 허공을 지나가 소나무 한 그루를 맞추었다. 쾅! 소리와 함께 나무가 흔들리며 솔방울이 우수수 떨어졌다.“이놈아, 왜 갑자기 왼쪽으로 움직이는 거야? 지난번엔 오른쪽으로 피했잖아?”“제가 망둥이입니까? 지난번에 오른쪽이면 이번은 왼쪽으로 피해야지요.”영호성은 빽빽한 숲 속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달리면서 인공호수 주변을 다섯 바퀴나 돌았다. 그러다 마침내 두꺼운 거목 뒤로 몸을 숨겼다. 영호강은 그의 종적을 놓쳐 버6/10 쪽렸다. 그는 입을 닫고 청각을 극대화하며 주위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다 그의 눈이 반짝했다. ‘녀석이 저번에는 거목 뒤에 숨어서 피했고 그 전에는 운교 밑에 매달려 피했단 말이야. 그럼 이번에는 관목 덤불 뒤가 아닐까?’그는 돌연 몸을 바싹 낮추어 풀밭 위를 무릎으로 살금살금 기기 시작했다. 방향은 좌측 십오 장 거리에 있는 관목덤불이었다. ‘이번에는 기필코 놈을 붙잡아 치도곤을 낼 테다.’그는 관목 덤불만 노려보며 조심조심 전진했다. 이때였다. 뒤쪽에서 능청맞은 음성이 들려왔다. “아버님, 방금 개똥이 있는 곳을 지나갔습니다. 일어나서 옷을 한번 살펴보십시오.”“뭣이! 개똥!”영호강은 황급히 일어나 무릎을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시커먼 반죽 같은 것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그는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빽 소리쳤다.“이놈아, 그럼 미리 말해야 할 것 아니야?”7/10 쪽

“소자가 고개를 내밀고 보니 이미 개똥더미를 지나가고 계셨습니다.”“그럼 계속 고개를 내밀지 않고 왜 숨어서 나불거리고 있는 거야? 넌 대체 어디 숨어 있단 말이냐?”영호강은 잔뜩 고민스런 표정을 지었으나 실상은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이 거목들이 많은 곳임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네 이놈, 네가 계집아이들을 시녀로 삼자고 데려올 때마다 내가 왜 승낙했는지 아느냐?”영호성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야 아버님의 타고 난 자비심 덕분이지요.” 영호강은 두꺼운 거송 몇 그루 뒤에서 소리가 흘러나옴을 알아챘다. 하나 어느 나무인지는 딱 집어낼 수 없었다. 그는 계속 답변을 유도하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아직 방향을 가늠하지 못한 듯 가장하는 것이었다. “이놈아, 네가 계집을 건드린 후 아예 옆에 두고 즐기기 위해 데려온 걸 다 짐작하고 8/10 쪽

있었다. 하나 거절하면 그 계집들과 가족들이 입방아를 찧을까봐 꾹 참고 받아들인 것이다.”이 정도 말하고 반응을 살폈지만 영호성의 말은 흘러나오지 않았다. 영호강은 다시 한 마디 보탰다. “넌 이 아비 아니었으면 이미 천하제일의 파락호로 소문났을 것이다. 철혈대본영이 너의 실체를 알았다면 초청장을 발송했겠느냐? 모두 이 아비가 나쁜 소문이 나지 않도록 뒷감당을 해줬기 때문이다.”그제야 영호성의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아버님, 전 탕아가 아닙니다. 언젠가 말씀드렸다시피 오랜 역사를 두고 억압받아온 여인들에게 모든 남성을 대표하여 용서를 빌고 있는 것입니다.”“뭐··· 뭣이!”영호강은 뻔뻔스런 답변에 부아가 치밀었으나 노기를 꾹 누르고 거나하게 하품을 했다.“좋다. 밤이 너무 늦어 졸립구나. 너랑 말싸움하는 것도 이젠 싫증났다. 난 가서 자겠9/10 쪽

다.”그는 두 팔을 번쩍 쳐들어 기지개를 켰다. 이때 그는 영호성이 숨어 있는 나무가 어느 것인지 파악한 상태였다. 그는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전에 상대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 마지막 작전을 쓰는 것이었다.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영호강은 호흡을 죽이고 기척도 없이 신형을 날렸다. 목표는 우측 삼 장 거리에 있는 우람한 거송 뒤였다.“이놈! 잡았······.”그는 순식간에 날아와 손을 휘둘렀으나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영호성은 이미 어디론지 사라지고 없었다. 10/10 쪽

“이놈! 잡았······.”그는 순식간에 날아와 손을 휘둘렀으나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영호성은 이미 그는 순식간에 날아와 손을 휘둘렀으나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영호성은 이미 어디론지 사라지고 없었다. “이놈! 잡았······.”그는 순식간에 날아와 손을 휘둘렀으나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영호성은 이미 “이놈! 잡았······.”그는 순식간에 날아와 손을 휘둘렀으나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영호성은 이미 “이놈! 잡았······.”그는 순식간에 날아와 손을 휘둘렀으나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영호성은 이미 그는 순식간에 날아와 손을 휘둘렀으나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영호성은 이미 어디론지 사라지고 없었다. “이놈! 잡았······.”그는 순식간에 날아와 손을 휘둘렀으나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영호성은 이미 그는 순식간에 날아와 손을 휘둘렀으나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영호성은 이미 어디론지 사라지고 없었다. “이놈! 잡았······.”그는 순식간에 날아와 손을 휘둘렀으나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영호성은 이미 “이놈! 잡았······.”그는 순식간에 날아와 손을 휘둘렀으나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영호성은 이미 그는 순식간에 날아와 손을 휘둘렀으나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영호성은 이미 어디론지 사라지고 없었다. “이놈! 잡았······.”그는 순식간에 날아와 손을 휘둘렀으나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영호성은 이미 “이놈! 잡았······.”그는 순식간에 날아와 손을 휘둘렀으나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영호성은 이미 “이놈! 잡았······.”그는 순식간에 날아와 손을 휘둘렀으나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영호성은 이미 “이놈! 잡았······.”그는 순식간에 날아와 손을 휘둘렀으나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영호성은 이미 “이놈! 잡았······.”그는 순식간에 날아와 손을 휘둘렀으나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영호성은 이미 < --  위대한 박애주의자  -- >영호강은 사방을 둘러보고 염두를 굴리며 소리쳤다.“이놈아, 그래서 걸핏하면 과부촌에서 자고 오느냐? 그게 억압받은 여인들에게 용서를 비는 행동이란 말이냐?”과부촌은 안순성 동쪽에 있는 마을의 별칭이었다. 세 집마다 한 집 꼴로 과부들이 있어 그렇게 불리게 된 것이었다. 이때 영호성의 음성이 들려왔다. “과부들은 가장 가여운 여인들입니다. 남편을 잃고 홀로 자식을 키우며 매일 밤 사랑의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누군가 그녀들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줘야 합니다.”음성이 들려온 곳은 바로 거송 반대편이었다. 그는 멀리 달아난 것이 아니라 거송 반대쪽으로 돌아간 것뿐이었다. 거송의 두께는 석 자 가량 되어 영호강의 시야에는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네 이놈, 터진 입이라고 지껄이면 다 말인 줄 아느냐?”회1/9 쪽등록일 : 09.02.07 22:24조회 : 13712/13798추천 : 59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2396

영호강은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며 거송 우측으로 팔을 길게 내밀었다. 이어 반대쪽으로 쾌속히 돌아갔다. 팔을 보고 영호성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때 금나수를 사용하여 낚아채려는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수법이었다. 하나 그의 시도는 별무소득이었다. 영호성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으··· 이 자식이 또 어디로······.”이때 영호성의 목소리가 영호강의 귀를 파고들었다. 출처는 거송 위였다.“전 아버님이나 할아버님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여인들에게 저질러온 죄를 이 한 몸 불살라 대신 속죄하는 것입니다.”영호강이 고개를 들어보니 영호성이 희미한 별빛을 받으며 나무 꼭대기 위에 우뚝 서 있었다. 맨 위에는 가지가 연약한데 그 위에 자연스럽게 발끝으로 서있는 것을 보니 감탄이 일었다. 내공을 사용하여 몸을 새털처럼 가볍게 하는 재주가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느낌이 왔다. 비록 결투를 벌이는 실전무공에는 약할 지라도 저런 재간이라도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으로는 다소 기분이 풀리고 있지만 영호강은 그대로 지면을 박차고 날아오르면서 한 소리 폭갈을 날렸다. 2/9 쪽“닥쳐라!”그는 단숨에 사 장 높이로 솟구쳐 거송 꼭대기로 성큼 올라갔다. 하나 영호성은 이미 삼 장 정도 떨어진 옆의 다른 나무 가지에 서 있었다. 그것도 수도승이라도 된 양 장엄한 표정을 지은 채 석상처럼 우뚝 서 있었다.“기왕 말나온 김에 다 털어놓겠습니다. 전 어머님의 사인을 수년 전에 알아냈습니다. 알고 보니 휠씬 오래 전 할머님의 사망원인도 비슷했습니다. 원인은 아버님과 할아버님의 기나긴 폐관수련 때문이었습니다.”“이놈! 무슨 헛소리를 하려는 거야?”영호강은 노성을 발하며 신형을 날렸다. 그는 영호성이 서 있는 나무를 향해 날아가며 그의 마혈(痲穴)을 노려 지력을 발출했다.쓔웅!영호성은 무릎을 전혀 굽히지 않고 선 자세 그대로 훌쩍 몸을 날려 피했다. 그는 우측 삼 장 너머의 전나무 가지로 옮겨갔다.3/9 쪽“어머님과 할머님은 매일 밤 은장도로 허벅지를 찌르시다 독이 올라 사망했습니다. 당시 검진을 담당했던 의원 입을 통해 확인한 것입니다. 이는 할아버님이나 아버님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영호강은 찔리는 것이 있는지 주춤했다. 영호성은 말을 이었다.“두 분은 아내를 돌보지 않고 무공에만 미쳐 지내는 것이 무인의 자랑인 것으로 착각하고 사셨습니다.”영호강의 턱에 한 차례 경련이 스쳐갔다. 그는 다시 신형을 날릴 듯하다가 가는 한숨을 쉬며 동작을 멎었다. 영호성의 말대로 영호강은 아내와 사랑을 나누는 것은 신혼초에만 하고 일정시기가 지나면 오로지 무공수련에 몰입했다. 그것은 영호강의 선대조상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무공은 하단전에 축기된 내공이 클수록 고수가 되기 때문에 내가고수들은 여인과의 동침을 즐기지 않았다. 오직 자식을 생산할 목표로만 합궁을 하고 아내가 잉태를 하면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물론 성도인술을 익히면 토정을 하지 않고 정사를 나눌 수 있지만 그것이 언제나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4/9 쪽행여 실수로 정액이 나갈 때 한 올의 진기라도 몸 밖으로 새어나갈까 봐서 잠자리는 기피하는 것이 내가무공을 닦는 이들의 공통점이었다. 영호성은 다시 말했다.“제가 다섯 살 때 어머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아버님은 이 년 후 계모님을 새 부인으로 맞았지요. 그 분은 제가 열 살 때 위사 정충원과 정을 통하다가 발각되어 곤장 백 대를 맞던 중 숨졌습니다.”“으··· 으!”영호강의 입 속에서 이가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전처와 사별하고 얻은 후처가 부하와 간통하다가 들켜서 맞아죽은 불미스런 사건을 아들놈이 지껄인 것이다. 부친의 수치스런 일을 아들이 마구 떠벌였으니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신룡검회고 뭐고 놈을 늘씬 두들겨 패서 한 달 이상 드러눕게 만들고 싶었다. 이를 악문 영호강은 몸을 날릴 듯 무릎을 막 굽히다가 돌연 자세를 풀었다. 영호성이 서 있는 나무 뒤쪽에서 한 인영이 기척 없이 살금살금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문주인 자신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가 영호성을 암습하기 위해 오고 있으니 상황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5/9 쪽영호성은 뒤쪽에서 위험이 다가오는 것을 모르는 듯 그의 입에서는 연신 낭랑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모든 것은 아버님 잘못입니다. 젊은 여인을 아내로 얻은 후 처음 한 달만 아껴주고 바로 폐관에 들지 않았습니까? 아버님은 제 어머님이나 계모님에게 참회하고 빌어야 합니다.”영호강은 영호성의 주의를 자신에게 집중시킬 생각으로 말을 건넸다.“네 말이 맞다. 내가 그녀들을 잘 보살폈으면 둘 다 지금까지 살아 있을 것이다.”영호성은 준엄한 어조로 즉시 말을 받았다. “그뿐이 아닙니다. 아버님은 계모님이 낳은 혜아를 구박했습니다. 혜아를 보면 계모님이 저지른 불륜이 떠올랐기 때문이지요. 아버님 잘못으로 발생한 일 때문에 왜 어린 혜아까지 마음고생을 해야 합니까?”“······.”“제게 형제는 이복동생 혜아 하나뿐입니다. 전 그 아이만 보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습니다.”6/9 쪽

순간 무슨 생각을 했는지 영호강은 눈을 화등잔처럼 크게 떴다.“너 설마 혜아까지 건드······.”그는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 영호성의 입에서 호통이 터져 나왔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전 여색에 미친 색마가 아닙니다. 혜아는 제 누이동생입니다. 어떻게 그런 의심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반성하십시오!”영호강은 급히 얼버무렸다.“그런 말을 하려고 한 게 아니다. 내가 말을 다하기 전에 네가 가로챈 것이야.”영호성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줄 알았습니다. 전 아버님이 금수 같은 상상을 한 것으로 오해했습니다.”그는 긴 한숨을 흘려낸 후 다시 말했다.“아버님은 저더러 무림의 영웅이 되기를 바라지만 전 그런 일에는 관심 없습니다. 무림사 이래 영웅이 하나 나타날 때마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7/9 쪽

그의 음성은 점점 높아졌다.“어디 그뿐입니까? 변란이 터지면 수많은 여인들의 정조가 유린되었습니다. 그들은 탐욕스런 남성들의 배설대가 되었을 뿐 자신의 아름다운 사랑을 키우지는 못했지요.”영호성은 자신의 열변에 스스로 도취되었는지 한껏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지금 이 시각에도 도처에서 음적들이 여인들을 강간하고 있습니다. 강제로 순결을 잃은 소녀들은 삶 자체가 유린되어 버립니다. 또한 남자가 바람을 피우면 영웅호색이고 여자가 같은 짓을 하면 음부탕녀가 됩니다.”“······.”“어찌 이런 불공평이 있단 말입니까? 한 남자라도 여인들에게 진심 어린 속죄를 해야 합니다. 바로 제가 그런 가치 있는 일을 하겠다는 것입니다.”이 말을 할 때 영호성은 음성뿐 아니라 표정까지 한껏 경건하기 짝이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8/9 쪽

영호성이 서 있는 전나무 뒤쪽 아래에서 그림자 하나가 소리도 없이 솟구쳐 올랐다. 이어 그의 목덜미를 향해 경력을 뿜는 것이었다. 영호성은 자신의 목 뒤 대추혈(大推穴)에 기운이 육박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대로 몸을 옆으로 퉁겼다. 그는 좌측 이 장 너머의 은행나무 위로 날아가며 뒤도 보지 않고 입만 움직였다.“할아버지께서 와 계신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경력은 그가 있던 허공을 지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허공에 솟아올랐던 그림자는 공중에서 그대로 몸을 퉁기면서 영호성이 달아난 은행나무를 향해 날아갔다. 그림자는 기다란 턱수염을 기른 노인이었다. 노인의 손에는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용두강괴(龍頭鋼拐)가 들려 있었다.“네 이놈, 너 때문에 내 아들 수명이 반으로 줄어들겠다.”노인은 바로 영호검문의 전대문주 영호관(令狐寬)이었다. 그는 영호성의 조부이자 영호강의 부친이다. 그는 십수년 전 아들 영호강에게 문주직을 물려주고 공식적인 활동은 전혀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9/9 쪽

“네 이놈, 너 때문에 내 아들 수명이 반으로 줄어들겠다.”노인은 바로 영호검문의 전대문주 영호관(令狐寬)이었다. 그는 영호성의 조부이자 영호강의 부친이다. 그는 십수년 전 아들 영호강에게 문주직을 물려주고 공식적인 활동은 전혀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9/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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