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8화 (158/161)

하지만 김미자가 느끼기에는 아직 덜 달구어진 자신의 몸에 가장 어울리는 박음질 같았다.

그 부드러운 움직임 때문에 어떻게 생긴 정석의 물건이 자신의 몸 속을 드나드는지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힘이 쪽 빠지면서 온 몸이 흐물흐물 녹아나는 것 같았다.

정석의 부드러운 박음질은 한없이 계속되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김미자의 입에서 나오는 숨소리가 거세어지고 몸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자

정석의 박음질도 같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정석은 속으로 생각지도 못한 자신의 행운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어젯밤 술과 잠에 곯아떨어진 김미자의 보지를 한참 박다보니

김미자의 보지가 저절로 자신의 자지를 물어오는 것이었다.

정석으로서는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이었다.

정석의 박음질이 거세어질수록 김미자의 보지도 정석의 자지를 힘있게 조여왔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그 긴자꾸라는 거구나!.......'

끝없이 조여대는 김미자의 보지와 알 수 없는 흥분에 휩싸여 정석은 평소보다 훨씬 빨리 사정을 하고 말았었다.

지금도 김미자의 보지는 정석을 사정없이 조여대고 있었다.

정석은 그런 훌륭한 보지를 갖고 있는 김미자가 사랑스러웠다.

어젯밤에 며느리가 시키는 대로 안 했으면 얼마나 후회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정석은 김미자의 보지가 주는 느낌을 즐기는 한편으로 김미자의 반응도 살펴가며 

박음질의 속도와 강약을 조절해 갔다.

혹시라도 실수해서 이런 훌륭한 보지를 다시 맛 볼 기회를 잃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김미자의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더니 김미자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김미자의 보지가 정석의 자지를 있는 대로 물고늘어지더니 정석의 자지가 뜨듯해졌다.

하지만 두 번째 절정을 맞는 김미자의 모습은 첫 번째 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하아아아악!........하아아!.........하아아아!......"

김미자가 신음소리를 내며 정석의 가슴을 힘껏 끼어 안았다.

김미자가 절정의 여운을 충분히 맞본 뒤 다시 정석의 박음질이 이어지자

이번에는 슬그머니 김미자의 두 다리가 정석의 두 다리를 감싸왔다.

그리고는 밑에 깔린 김미자의 엉덩이가 들썩거리며 김미자의 온 몸이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아흑!.......아우우우우욱!....사돈!......하후후웅!........"

김미자가 숨이 막히도록 정석의 목을 두 팔로 힘껏 껴안고 세 번째 절정을 맞았다.

그 뒤에도 정석의 박음질이 계속되자 김미자는 힘없이 정석의 목을 껴안은 채 조그만 소리로 속삭였다.

"아아웅!.......이제 그만!....으응?......그만!....너무 힘들어요!......."

어느새 창 밖이 훤히 밝아와 있었다.

고개를 한쪽으로 돌린 채 눈을 감고 있는 김미자의 얼굴이 더 없이 행복해 보였다.

영철이 군대에 간지 두어 달이 조금 지났을 때였다.

경숙 앞으로 이름 모를 사람에게서 편지가 와 뜯어보았더니 그 속에는 놀랍게도 영철의 편지가 들어있었다.

소위 말하는 사제편지였다.

겉봉에 부대 주소가 적힌 편지에는 언제나 부모님! 저는 잘 있으니까 걱정 마십시오!......

이런 판에 박힌 소리만 써서 보내더니 그 편지 속의 사연은 너무 달랐다.

훈련이 너무 고되다느니, 집 생각이 너무 난다느니, 돈도 좀 있어야겠다느니....

경숙은 영철의 편지를 읽어가면서 눈물이 저절로 났다.

군대 가기 전에 따놓은 운전면허 때문에 운전병으로 뽑혀 지금 수송교육대란 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고 했다.

영철은 편지 말미에 편지 겉봉에 있는 주소로 찾아오면 비공식적으로 면회를 할 수 있으니

하루라도 빨리 찾아오라는 간절한 부탁이 적혀 있었다.

편지에 적힌 주소대로라면 아침 일찍 출발하면 하루에도 다녀올 수 있는 거리였다.

경숙이 정석에게 전화해서 그런 얘기를 꺼냈더니

정석은 그런 식으로 하면 영철이 군대 생활에 적응하기만 힘들어진다며 못 마땅해 했다.

거기다 자신은 회사 일이 한창 바빠서 갈래야 갈 수도 없다고 했다.

경숙은 전화를 끊고는 아영에게 연락해서 그 때부터 떡이며 먹을거리를 장만하기 시작했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경숙이 싸놓은 보따리를 보며 정석은 못 마땅해서 혀를 끌끌 찼다.

"아! 놔둬요!......당신 안 가면 나하고 며느리하고 둘이 갔다 올 테니까!......"

"아니! 근데 이 사람이 정신이 나갔나?!......

거기가 어디라고 며느리를 데리고 가?!.......

이제 배가 산만한 사람을 데리고 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나면 어떡하려고 그래?!...."

".....알았어요! 그럼 나 혼자 갔다오면 될 거 아니에요?!...."

"참 나! 사람 하는 짓 하고는?!......

인제 군대 간지 얼마 됐다고 그새 뭐 되지도 않는 면회를 하러 간다고 난리야?!....

군대 뭐 영철이 혼자만 갔나?!......."

"아! 됐다니까 왜 자꾸 그래요?!......

당신은 아들 보다 회사 일이 더 중요하니까 남아서 회사 일이나 실컷 해요!......"

다음 날 새벽같이 일어난 경숙은 한복까지 곱게 차려입고 

영철이 알려준 주소로 먹을 것을 잔뜩 싼 보따리를 들고 떠났다.

시외버스를 타고 두 시간 가까이 달린 뒤 내려서 다시 택시를 타고 들어갔다.

택시 기사가 이제 더 이상은 길이 험해서 들어갈 수가 없으니

여기서부터는 내려서 걸어 들어가야 한다며 경숙을 내려놓았다.

경숙은 편지 봉투를 들고 길을 물어가며 좁다란 계곡 길을 따라 주소의 집을 찾아갔다.

주소의 집은 계곡 맨 위의 외딴 집이었는데 그 집에는 노인 부부가 살고 있었다.

경숙이 편지봉투를 내보이며 사정을 설명하자 노인이

훈련을 받는 교육생 면회는 저녁 때 훈련이 끝나고 내무반장과 얘기를 해봐야 알 수가 있다며

경숙에게 저녁때까지 기다려보라는 것이었다.

노인의 얘기를 듣자 경숙은 갑자기 걱정도 되고 난감했다.

영철의 편지를 받고 올 때는 오기만 하면 영철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노인의 얘기로 봐서는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불명확한데다 

그것도 저녁이나 되어야 알 수 있다니 답답하기가 그지없었다.

경숙은 노인의 도움을 받아 그 동네에 전화가 있는 집을 찾아가

정석에게 전화를 해서 사정을 얘기하고 오늘이든 내일이든 영철을 만난 후에 가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노인 집으로 돌아와 마당에 서서 바라보니

작은 개울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으로 군부대 후문인 듯한 곳이 보이고 보초를 서고 있는 군인도 보였다.

저 부대 안에 우리 아들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자니 공연히 눈물이 났다.

경숙이 주인 할머니가 권하는 대로 부엌에 달린 방으로 들어갔더니 방안이 어두침침하였다.

경숙이 방안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할머니가 내주고 간 베개를 베고 잠깐 잠이 들었을 때였다.

잠결에 갑자기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나더니 조금 있다가 굵은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남자의 인사에 두 노인이 같이 인사를 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할아버지!....오늘은 여기 면회하러 온 사람 없죠?......"

"..................그게.....저........."

남자의 물음에 할아버지가 제대로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 댔다.

"왜? 있습니까?........."

그러더니 발소리가 경숙이 누워있는 방 쪽으로 나더니 갑자기 방문이 확 열렸다.

경숙이 누워 있다가 놀라서 얼른 일어나 앉으며 문을 바라보니

어두컴컴한 부엌에 군인 옷차림을 한 남자가 서있었다.

"아주머니! 누구 면회 오셨어요?......"

".....저......우리 아들 면회 왔는데요!....."

"아들이요? 아들이 누굽니까?....이름이 뭐예요?"

"박영철..........박영철이라고.....여기서 운전교육 받는다고 그랬는데......"

"박영철이요?......아주머니! 여기 교육 중에는 면회 안 된다는 거 모르십니까?.....

아주머니가 여기서 몰래 아들 만나다가 걸리면 아드님 영창 가는 거 모르세요?"

"영창이요?..............그게 뭔 데요?"

"뭐긴 뭡니까?! 군대 감옥이죠!"

"감옥이요?....아유! 그건 안 돼요!......"

"아주머니!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오셨습니까?........"

"......아들이.....아들이 편지를 해서......"

"아드님이 편지를 하셨다구요?......

아니?!.....부대 위치는 군사기밀이기 때문에 절대 외부에 알려서는 안 되는 건데........

이거 아무래도 박영철인가 하는 훈련생......영창에 가야겠구만?!.......

아주머니! 그 아드님이 보냈다는 편지 좀 줘 보세요!....."

".....그, 그거 안 갔고 왔어요!...........지금 없어요!...."

경숙은 영철을 영창에 보낸다는 남자의 말에 잔뜩 겁을 먹고 거짓말을 했다.

"아주머니! 거짓말 하셔도 소용없습니다!.....

부대 들어가서 아드님 불러서 조사해 보면 다 나와요!

아드님이 부대 위치를 외부에 알리고 거기다 부대에서 검열받지 않은 편지를 몰래 보냈으면

아드님은 무조건 영창가야 되는 거예요! 그거 아시고 계세요?...."

"아유! 몰랐어요!...........장교님!......제발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정말 모르고 그런 거예요!....저 지금 집에 갈 테니까 제발 모른 척 하시고.....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네?!..."

경숙이 얼른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싹싹 빌어대자 장교는 말없이 그런 경숙을 내려다 봤다.

그러더니 그 장교가 갑자기 군화를 신은 채 방안으로 들어섰다.

군인치고도 좀 험상궂게 생긴 얼굴에다 허리에 총까지 차고 있어서 경숙은 그 군인이 너무 무서웠다.

군인은 겁을 먹고 있는 경숙의 앞으로 오더니 대뜸 경숙을 뒤로 자빠뜨리고 경숙의 몸 위로 올라탔다.

"어억!......자, 장교님!....왜, 왜 이러세요?....."

"아주머니!.....아드님 영창에 보내고 싶으세요?.......

아니면 가만히 계세요!...."

하더니 군인이 경숙의 한복 치마를 걷어올렸다.

"자, 장교님!.....절대 우리 아들 영창에 보내면 안 돼요!......제발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알았어요! 그러니까 조용히 계세요!....."

장교는 속치마까지 걷어올리더니 경숙의 팬티를 잡아 내렸다.

팬티가 엉덩이에 걸리자 경숙이 엉겁결에 엉덩이를 들어주고 말았다.

군인은 바지도 벗지 않은 채 바지 앞을 헤치더니 물건을 꺼내 경숙의 사타구니로 가져갔다.

그 장교의 자지가 경숙의 메마른 보지 속으로 밀고 들어왔다.

경숙은 아파도 그 장교가 무서워서 아야! 소리 한번 못하고 죽은 듯이 가만히 있다가

도저히 아파서 견딜 수 없게 되자 남자의 물건이 잘 들어올 수 있도록 가랑이를 양옆으로 벌려주었다.

그러자 남자의 자지가 수월하게 경숙의 몸 속으로 들어오더니 힘차게 경숙의 보지를 박아대기 시작했다.

남자의 물건이 자신의 몸 속으로 들어왔는데 이렇게 아무 감흥도 없어보기는 경숙으로서는 

처음이었다.

남자가 경숙의 보지를 박아댈 때마다 남자의 허리에 찬 반도가 경숙의 배를 찔러대는데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었고 덩달아 허리에 찬 권총이 방바닥에 부딪히며 덜거덕 소리를 내는 데

그 소리가 보통 귀에 거슬리는 게 아니었다.

경숙은 얼른 남자가 볼 일을 끝내고 가줬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허억!....허억!....허억!....허억!....허억!....."

남자가 어찌나 힘있게 박아대는지 경숙의 입에서 저절로 헛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남자는 얼마 후 경숙의 보지 속에다 힘차게 사정을 했다.

남자가 일어나서 허리춤을 다시 매는 사이 경숙도 벗겨진 팬티를 다시 입었다.

"저기 말이죠........아주머니! 내가 이따가 아드님 면회시켜 드릴 테니까......

여기 가만히 계시다가 내가 나중에 차 보내면 타고 오세요!......내 말 아셨죠?......"

그리고는 군화 신은 발로 성큼성큼 방을 나가더니 가버렸다.

경숙이 멍해서 넋을 놓고 앉아있는데 주인집 할머니가 방문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아이구, 색시! 이 일을 어떡해? 응?!........

괜히 아들 보러왔다가 우리 집에서 이런 봉변을 당해서!..............

저 놈이 하여튼 천하의 죽일 놈이라니까!......

괜히 후딱하면 여기 들려서 면회 온 여자들 트집잡아서 저 지랄을 한다니까!........

색시! 색시 몸은 괜찮우?.......어디 상한 데는 없고?..........."

"........네!...괜찮아요!........."

"색시가 하도 고우니까 그 미친놈이 또 회가 동했던 모양이우!......

이왕 일이 이렇게 된 거 색시도 그냥 미친개한테 한번 물렸다고 생각해요!

우리 부부야 어디 가서 이런 얘기 할 사람도 아니고

본인들만 입 다물면 오늘 일 알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색시도 그냥 잊어버려요!.......

오죽하면 사람들이 아까 그 놈을 미친 소라고 부르겠수?!....

그냥 여자가 조금만 예쁘다 싶으면 그냥 미친 소처럼 달려든다고 다들 그렇게 부른다우!..."

그러면서 경숙을 위로하느라 오늘 경숙처럼 당한 사람이 그동안 한 둘이 아니라며 얘기를 늘어놓는데

여기 훈련병을 혼자 면회왔던 여자들 중에 얼굴 반반한 여자들은 모두 건드렸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 어떤 훈련병의 엄마라는 여자도 오늘처럼 일을 당하고 돌아갔다가 

얼마 뒤 아들이 이미 다른 곳으로 부대를 옮겼는데도 다시 찾아와 이틀을 기다린 끝에

아까 그 장교를 다시 만나 이 방에서 또 둘이 붙어버렸는데

여자가 죽겠다고 얼마나 소리를 질러대는지 밖에서도 차마 낯이 뜨듯해서 들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아마 그 놈이 지 마누라 빼앗긴 복수를 하는 모양이야!......"

그 전에 그 놈이 여기 오기 전에 다른 데 있었을 때 그 뭐라 그러더라......

하여튼 자기네 집에 두고 부리던 쫄병하고 그 놈 마누라하고 붙어버렸대!

그걸 또 어쩌다 이 놈이 알아가지고 지 마누라를 쫓아냈다나?!......

그래서 그런지 그 놈이 애들은 모두 서울에다 두고 여기는 혼자 살면서 맨날 이 지랄을 한다우!...."

할머니는 묻지도 않는 얘기를 끝도 없이 늘어놓았다.

경숙이 말없이 주인 할머니의 얘기를 듣고 있는데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났다.

"아이구!......이 놈이 또 온 거 아냐?!...."

할머니가 허둥지둥 밖으로 나갔다.

조금 있더니 발소리가 나더니 웬 군인 하나가 방문 앞에 섰다.

"저....박영철 이병 어머니 되십니까?........모시러 왔습니다!"

경숙은 아까 장교가 가면서 했던 말이 생각나서 따라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다.

"어, 어디로 가는데요?......"

"그건.....가보시면 압니다!.....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경숙이 엉거주춤해서 어떻게 하나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데 밖으로 나갔던 할머니가 다시 돌아왔다.

"색시! 뭐래요?.....아들 면회시켜 준대요?......"

"글쎄.......뭐 아까는 그런 말을 하기는 했는데.......지금 어디로 가자고 그러네요!...."

"그럼 뭘 망설여? 빨리 가서 아들 만나야지!........아, 얼른 일어나요!"

경숙은 보따리를 들고 나오다 생각이 나서 주인 할머니에게 만원짜리 한 장을 쥐어 주었다.

"아, 이런 걸 왜 줘?!......우리가 한 게 뭐가 있다고?!....괜히 우리 집에 와서 봉변만 당하고!...."

경숙이 보따리를 들고 나가자 좀 전의 그 군인이 군대 ?차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

군인의 말대로 ?차 뒤에 앉자 그 군인이 운전을 해서 경숙을 어딘 가로 태우고 갔다.

차는 큰 길로 나와 조금 달리더니 부대 정문을 향했다.

"충성!"

보초를 서고 있던 군인들이 경숙이 타고 있는 차를 향해 총을 들어올리며 경례를 하는 사이

차는 정문을 지나 숲이 우거진 길로 접어들었다.

그 숲 속을 지나자 부대 담을 따라 몇 채의 똑같이 생긴 집이 나타났다.

그 중의 한 집 앞에 차가 멎더니 운전하던 군인이 내려 경숙에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

경숙이 차에서 내려서 보니 집안에서 젊은 군인 하나가 나왔고

운전병이 그 군인에게 쫓아가 뭐라고 말을 했다.

그러자 집안에서 나온 군인이 현관문을 열어주면서 경숙에게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경숙이 안으로 들어가 보니 보통의 살림집이었는데 어딘가 모르게 썰렁했다.

거실에는 덩그러니 소파와 텔레비전만 놓여 있었고 다른 아무 살림도 없었다.

군인이 경숙에게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했다.

경숙이 소파에 불안하게 앉아 있으려니까 아까 그 군인이 부엌인 듯 한 곳에서 커피를 타서 들고 왔다.

경숙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커피를 받기는 했지만 

불안하기도 하고 도무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몰라서 커피 잔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집안의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방안에 들어갔던 군인이 나와서 충성!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전화를 받더니 금새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저....교수부장님이 좀 늦으신다고 텔레비전 보시면서 좀 기다리시랍니다!....."

"아, 네!..............."

경숙은 엉겁결에 알아들은 듯이 대답을 했지만 군인의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부장이 어쩌고 한 것은 아마도 아까 그 장교를 가리키는 것 같은데

군대에도 무슨 부장, 과장, 상무.....이런 직책이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또 한편으로는 아들 면회를 시켜준다더니 그 말은 한마디도 없이

텔레비전을 보며 기다리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갔다.

군인이 켜준 텔레비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아까 그 군인이 저녁식사를 하고 오겠다며 나가버렸다.

경숙이 집안에 혼자 남아 이제나저제나 하고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도 나타나는 사람이 없었다.

소파에 앉아서 집안을 휘휘 둘러보던 경숙은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었다.

좀 전에 젊은 군인이 드나들던 방문을 열어보았더니 아마도 그 군인이 쓰는 방인지

아무 살림도 없는 방에 이불만 덩그러니 있고 벽에 군복과 다른 옷가지가 몇 개 걸려있었다.

또 다른 방문을 열어봤더니 옷 장 하나에 벽에 걸린 커다란 거울만 눈에 띄고,

세 번째로 열어본 방은 온갖 잡동사니만 쌓여있었다.

어디를 봐도 여자가 살고 있는 흔적이 없었다.

다시 소파에 돌아와 우두커니 앉아 있자니 한심하고 처량하기가 짝이 없었다.

남편 말을 안 들은 것이 후회도 되었다.

하루종일 새벽에 밥 몇 숫깔 뜬 게 전부여서 배도 고팠다.

얼마 후에 밥 먹으러 나갔던 젊은 군인이 반합 두 개를 들고 나타났다.

"시장하셨죠?......"

그 군인이 부엌에 딸린 식탁에다 반합을 내려놓더니 경숙에게 식사를 하라고 했다.

경숙이 괜찮다고 사양을 했지만 그 군인이 자꾸 권하는 바람에 식탁으로 가봤더니

반합 하나에는 밥이, 또 하나에는 국, 그리고 반합 뚜껑에 반찬이 몇 가지 있었다. 

"이거 장교 식당에서 가져온 건데.....그냥 맛이 없어도 좀 드세요!..."

경숙은 배가 고파도 별로 밥 생각이 없었지만 그래도 군인의 성의를 생각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몇 술을 떴는데 도저히 입이 깔깔해서 먹을 수가 없었다.

경숙이 반합을 닫아 한 쪽으로 밀어놓고 다시 소파에 돌아와 앉았다.

"저기.....오늘 회식이 있으셔서 그런데.... 교수부장님 조금 있으면 오실 거예요!..........

아주머니는 아드님 면회 오신 거예요?..........."

젊은 군인이 경숙이 앉아있는 건너편 소파에 앉으면서 그렇게 물었다.

"네!....."

"아주머님 연세가 그렇게 안 보이는데 그렇게 큰아드님이 있으세요?...."

경숙은 왠지 자신을 쳐다보는 젊은 군인의 시선이 느끼하게 느껴졌다.

"네!....."

그러자 그 젊은 군인이 아들이름이 뭐냐, 몇 중대 소속이냐 이런 걸 물어봐서

경숙이 영철이 보내온 편지를 들여다보고 가르쳐주었다.

"아! 거기 내무반장이 제 쫄병인데......제가 아드님 잘 봐주라고 부탁을 할게요!......

우리 교수부장님이 거기까지는 신경을 못 쓰시거든요!......"

"저.......내무반장이 뭐예요?........."

"아! 그거요?.......군인들이 생활하는 숙소를 내무반이라고 하는데....거기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죠!....

말하자면 내무반에 대장이라는 얘깁니다!.....

그러니까 그 내무반에 있는 사람들은 그 사람 말이라면 꼼짝을 못 하죠!

죽으라면 죽는시늉도 해야 하고......그 사람이 잘 해주면 군대생활이 편한 거고

그 사람이 괴롭히면 군대생활이 죽고 싶도록 괴로워지는 거죠!...."

"아유! 그러면 우리 아들 좀 잘 부탁해요!......."

"박영철 이병이라고 그랬죠?.....제가 내일 직접 찾아가서 잘 얘기해 드릴게요!...."

"꼭 좀 잘 부탁해요!....."

그 젊은 군인은 계속해서 전에도 이런 일이 있을 때 자신이 얘기를 해준 덕분에

훈련병들이 얼마나 편하게 교육을 받고 갔는지를 무용담처럼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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