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영철이 그동안 자신과 고락을 같이 하며 딸처럼 지내온 아영과 짝을 이루면
그 이상 더 좋은 일이 없을 듯 싶었다.
그렇게 되면 영철과도 더 오래오래 가까이에서 보며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영철과 늙어 죽을 때까지 몸을 섞을 생각을 해서가 아니라
거의 자신의 목숨만큼이나 소중한 영철을 그렇게 라도 오래 볼 수 있다면 정말 좋은 것 같았다.
아영이 영철보다 나이가 많고 나이 차가 많이 나는 게 좀 걸리긴 하지만
옛날에 결혼하던 풍습을 생각하면 별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미자는 그렇게 있지도 않은 일을 혼자 생각하며 즐거워하기도 하고 동시에 괴로워하기도 했다.
세월이 가면서 때로는 아영과 영철의 사이에 미심쩍은 기색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김미자는 그럴수록 일부러 못 본 체하고 더 무관심 하려고 노력했다.
그렇다고 해서 김미자가 두 사람 사이를 어떻다고 단정할 만큼 수상한 일도 없었다.
그랬는데 한 보름 동안 집에 있으면서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 것이었다.
그 날 저녁 영철은 김미자와 둘이 누워서 낮에 아영에게 했던 말을 꺼냈다.
영철의 말은 김미자에게는 거의 청천벽력이나 다름없었다.
김미자는 영철이 부모가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보질 않았다.
김미자에게 영철은 언제나 한 식구였고 늘 자신의 집에 살아왔던 사람처럼 생각되어서
오히려 영철의 말이 생소하게까지 들렸다.
하마터면 영철에게 "여기가 영철이 집인데 무슨 어느 집엘 들어간다고 그래?" 하는 소리를 할 뻔했다.
김미자는 충격에 말도 못 하고 한숨만 내리쉬었다.
이제 영철이 집으로 들어가면 처음에는 몰라도 점차 발길이 뜸해질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영철의 발걸음이 완전히 끊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해 보였다.
'아! 이렇게 해서 결국 헤어지게 되는 거구나!......"
김미자는 가슴이 메어지는 듯 해서 눈물까지 날려고 했다.
"하이유!.......부모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들어가야지 뭐!.......어떻게 하겠어?!"
"큰 엄마! 왜 한 숨을 쉬고 그래?........내가 집에 들어간다는 소리해서 그래?"
"..............................."
"큰 엄마! 걱정하지 마!.....나 집에 들어가도 자주 올 거야!....."
"그래도!........여기 있는 거 하고 다르지!"
"그럼......큰 엄마, 나 집에 들어가지 말까?..."
"부모님이 들어오랜다며?.........어떻게 안 들어가?....."
"그거야 내 맘이지 뭐! 안 들어가면 안 들어가는 거지!......"
"정말? 정말 그래도 돼?......."
김미자가 반색을 하며 좋아했다.
영철은 순간 아차 싶었다.
자신이 집에 들어가려고 했던 것은 세 사람 사이의 불편한 관계를 피하고자 했던 것인데
이렇게 되면 괜히 아영에게 헛소리만 한 꼴이 될뿐더러 자신이 불편해서 어떻게 지낼까 걱정이었다.
"그래도 되긴 하는데.....................그러면 이번엔 우리 부모님이 여기 찾아오실 거 같애!"
"왜? 왜 여길 찾아 오셔?"
"내가 신세지는 친구네 집에 인사를 드려야 한다고 옛날부터 그러는 걸 내가 말렸었는데......
지난번에 대학 합격했을 때도 또 그러시더라구!......
당장 오시겠다는 걸 내가 억지로 말렸거든!...
근데 대학 들어가서도 또 내가 친구네 집에 있는다고 하면 찾아오지!.....
응! 꼭 찾아 올 거야!..."
"그럼 어떡해?....여기 무슨 친구가 있다고?......."
"그러니까!........그래서 내가 일단은 집에 들어갔다가 큰 엄마네 집에 왔다 갔다 하려고 그러는 거지!"
"아이구! 그럼 그렇게 해야 되겠다?!.........
부모님이 우리 집에 오면 내가 뭐라고 거짓말을 둘러 대?!.......아휴! 난 못해!"
"그래서 그런 거니까..... 큰 엄마 너무 걱정하지마!"
영철이 김미자를 안심시키며 김미자의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김미자의 보지를 만졌다.
"큰 엄마 오늘 목욕 다녀와서 그런지 큰 엄마 여기가 너무 뽀송뽀송하다!...."
"또 그런 소리!......제발 그런 소리 좀 하지 말라니까!"
"그 소리가 뭐가 어때서?........"
"아유! 창피하단 말이야!......내가 지금 나이가 몇인데?!...."
그러면서 김미자가 영철의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영철의 자지를 불끈 쥐었다.
"...........영철이 너 혹시.........내가 싫증나서 집에 들어가려고 그러는 거 아니지?"
"에이, 큰 엄마는?!......내가 큰 엄마가 왜 싫증이 나?......
내가 큰 엄마 사랑하는 거 큰 엄마 몰라?........큰 엄마! 몰라?"
"...............알아!....알기야 알지!...."
"근데 왜 그런 소리를 해?....."
"몰라!...그냥 불안해!......."
"아이 참! 불안하긴 뭐가 불안해?........"
"너 대학교 가면 예쁜 여자대학생들도 만나고 그럴 거 아냐?
그러면 그 때는 나 같은 거 생각도 안 나서 금방 다 잊어버릴 거잖아?!...."
"후후후! 큰 엄마도 참!.......나 어린 애들 관심 없다고 했잖아?!.......
게네들이 암만 이쁘면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
"그래도!..........대학생인데 또 어리긴 뭐가 어려?.......걔들도 알건 다 알텐데?!......"
"아무튼 난 관심 없다니까!.......근데 큰 엄마 너무 날씬해졌다?!"
"그래? 내가 살이 좀 빠진 거 같애?...."
"응! 좀이 아니라 많이 빠진 거 같애!....."
"그렇지 않아도 옷이 다 커서 입을 옷이 없어!...."
"그래서 그런지 큰 엄마 젖가슴도 조금 작아진 거 같애!"
"응! 브래지어도 헐렁해졌어!..."
영철이 김미자의 젖꼭지를 한동안 빨아주자 김미자는 영철의 자지를 잡고 조몰락거렸다.
"큰 엄마!....오랜만에 큰 엄마 보지 빨아줄까?........"
"또! 또! 또!....."
"하유 참! 그 소리가 어떻다고 그래? 사전에도 나오는 말인데!......
큰 엄마 보지......빨아 줘? 말아?....................큰 엄마 싫어?..."
".....아니!......해 줘!....."
김미자가 자신의 손으로 팬티를 내린 뒤 두 무릎을 세우고 가랑이를 벌리며 자세를 잡았다.
영철의 대학생활은 한동안 엉망진창이었다.
무슨 놈의 술 마실 일이 그리도 많은지 거의 매일 술을 마시게 되었다.
그리고 영철은 어김없이 집 대신 김미자의 집을 찾아갔다.
술이 많이 취해 인사불성이 돼서도 영철은 자신의 집은 놓아두고 본능처럼 김미자의 집을 찾아갔다.
정석과 경숙이 있는 집은 집 자체도 전에 살던 집이 아니라 낯이 설었지만
오랜만에 돌아온 집안 분위기도 영철은 왠지 낯이 설었다.
김미자의 집에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던 탓이었다.
영철이 술에 취해 김미자의 집에 들어오면 김미자와 아영이 모두 나서서
뒷바라지를 하느라 집안이 떠들썩했다.
김미자가 술에 취한 영철의 옷을 벗기는 동안 아영은 꿀물을 타오고
김미자가 영철에게 꿀물을 먹이는 동안 아영은 또 욕실에 가서 타월에 물을 적셔왔다.
아영이 영철의 얼굴을 닦아주는 사이 김미자는 또 대야에 물을 떠와 영철의 발을 씻어주었다.
그리고 영철이 먹는 아침상에는 언제나 쓰린 속을 달래줄 국이 준비되어 있었다.
영철로서는 호강도 그런 호강이 없었다.
술 먹고 들어가 봐야 잔소리나 안 들으면 다행이고
정석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의 방에 올라가 옷도 못 벗고 떨어져서 자다가
속이 쓰린 영철에 대해 아무런 배려도 없이 차려진 아침밥을 먹고 나와야 하는 집과는 천지차이였다.
그러다 보니 영철은 말만 집으로 들어간 것이지 전처럼 거의 매일을 김미자의 집에서 지내다시피 했다.
애초에 영철이 집으로 들어가게 된 원인이 됐던 세 사람 사이의 불편한 관계도
영철이 거의 김미자의 집에 붙어 있을 시간도 없거니와
있다고 해도 술에 취해 잠에 곯아 떨어져 있을 때가 대부분이어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미자도 영철이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염려했지만
그래도 영철이 매일처럼 자신의 집에 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어떤 때는 술 마신 영철이 집을 떠들썩하게 하는 것이 사람 사는 집 같아서 더 좋기도 했다.
영철은 술을 먹고 기분이 좋아서 집에 들어오면
현관에서부터 김미자를 껴안고 사랑한다는 소리를 연발하면서 입을 맞추려고 했다.
아영의 눈치가 보여서 그렇지 김미자는 영철이 자신에게 그러는 것도 좋았다.
취중 진담이라는데 영철이 술이 취해서도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
영철이 정말로 자신을 사랑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그런 영철이 어떤 때는 아영에게도 똑같은 짓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아영이 질색을 하면서 몸을 피하곤 했지만 김미자는 다시 또 둘 사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영이 당황해서 영철의 손길을 피하면서도 자신의 눈치를 살피곤 하는 것이
아무리 봐도 둘 사이에 뭔가가 있는 게 틀림없어 보였다.
그래서 어느 날밤 김미자가 영철을 슬쩍 떠봤다.
"영철아!....너 누나 어떻게 생각하니?......."
"뭘?..........뭘 어떻게 생각해?........."
영철이 뜨끔해 하는 기색이 눈에 보였다.
"너, 누나 좋아해?........."
"......그. 그럼, 좋아하지!.....나한테 잘해주잖아?!.........큰 엄마, 근데 그건 왜 물어봐?...."
"아니, 그냥........."
더 물어보면 영철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그쯤에서 그쳤다.
다시 다른 날.
"누나, 니가 보기에도 예쁘니?"
"그럼! 예쁘지!....."
"너 요 다음에 결혼할 때 누나 같은 여자 색시삼고 싶어?........"
",,,,,,,,,,,,,,,,,,,,,,,큰 엄마, 요새 왜 자꾸 이상한 거 물어보고 그래?......"
"아니, 그냥 궁금해서 그래!........
사실은 내가 혼자 가끔 생각하는 건데..........
나는 요 다음에 니가 대학교 졸업하고 결혼할 때 되면.......
니가 누나하고 결혼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래!......."
"......................왜?..........."
"왜는 뭐가 왜야? 두 사람 다 나한테는 소중한 사람들이니까 그러는 거지!.......
왜? 너는 그런 생각 안 해봤어?....."
"난 뭐 별로..........근데 큰 엄마, 그래도 괜찮은 거야?...."
"뭘? 뭐가 어때서?........너하고 누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아니, 그게 아니라.........큰 엄마 말이야!"
"내가 왜?......그게 나하고 괜찮고 말고 할 게 어딨어?"
"혹시 말이야!.............큰 엄마 이건 정말 혹시니까 오해하지마!......
혹시 내가 누나하고 좋아하거나 아니면 결혼한다고 하면..... 큰 엄마 속 안 상해?...."
"내가 왜 속이 상해?.....그게 얼마나 좋은 일인데?!...축하를 해줘야지 왜 내가 속이 상해?"
"정말?.....내가 큰 엄마말고 다른 여자 좋아해도 속이 안 상하냐고?......."
"다른 여자?........누나말고 다른 여자라면 속이 상할 거야!......
그리고 누나라도.......결혼하려는 게 아니고 둘이 불장난 식으로 그러면 속이 상하겠지!"
"에이, 그런 건 절대 아니지!....."
김미자는 영철의 말속에서 두 사람 사이를 대강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각오는 한 일이지만 김미자의 가슴이 마구 떨렸다.
진실을 알고 나면 속이 후련하리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가슴속이 더 답답해졌다.
영철과 그런 얘기를 나눈 얼마 뒤부터 김미자는 아영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왠지 김미자를 피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모르게 눈치를 살피며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음! 영철이가 얘기를 했구나!...'
하지만 김미자는 아무런 내색을 않고 평소와 다름없이 아영을 대하려고 노력했다.
"당신, 내일 미국가면 얼마나 있다와요?....."
오랜만에 정석이네 네 식구가 한 자리에 모여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경숙이 정석에게 물었다.
"한 보름쯤 걸릴 거야! 근데 그건 왜?......."
정석이 나한철과 차린 회사는 그동안 직원이 10여명이 넘을 정도로 부쩍 커졌고
그에 따라 정석과 나한철의 해외출장도 꽤나 잦아졌다.
"아뇨, 그냥 궁금해서요!......당신 나가있을 때 창수네 형님이나 집에 한번 오라고 할려구요!"
"미란씨?........에이, 나 있을 때 오라고 그러지! 나도 본지 오래됐는데!"
"허이구! 누구 좋으라구요?......"
"이 사람이?!.........애들 있는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내가 무슨 소리를 했다구........별 소리도 아니구만!...."
"....................창수네는 별 일 없대?......"
"네! 잘 지낸대요!...."
"창수는 아직도 거기 사나?"
"아니요! 이사간 지가 언젠 데?.......작년에 창수 다니는 대학 앞으로 옮겼대요!"
"참 그렇겠네!.......그래, 미란씨는 언제 올라온대?....."
"그거야 내일 전화해 봐야죠!.......서울에 올라올 수나 있는지 모르지 뭐!....."
두 사람의 얘기를 옆에서 듣고있던 영철도 잊고 있던 미란의 생각이 떠올랐다.
골목길에서 미란이 쪼그리고 앉아 자신의 자지를 빨아주던 게 벌써 2년 전의 일이었다.
영철은 문득 그 때 미란이 자신의 집 전화번호를 가르쳐주면서 전화를 하라던 생각이 났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영철은 김미자와 아영에게 빠져서 지내느라 한번도 전화를 못 했었다.
영철은 밥을 부리나케 먹고 자신의 방으로 와서 미란의 전화번호를 적어두었던 수첩을 찾았다.
그리고 며칠 뒤 영철이 미란네 집으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전화기에서 약간은 낯설게 느껴지는 미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창수형네 집이죠?.......안녕하세요? 저 영철인데요........"
"영철이?..........아! 영철이! 어머! 니가 왠 일이야? 우리집에 전화를 다 하고?!......... "
"안녕하셨어요?.....한 번 전화를 드린다고 하면서 어쩌다 보니까 전화를 못 드렸어요!.....죄송해요!"
"어머! 죄송은 무슨?.........난 니가 하도 전화를 안 하길래 우리집 전화번호 잊어버린 줄 알았지?!......"
"그게 아니고....잊어버린 건 아닌데.....오늘 내일 하다가 그냥 전화를 못 드렸어요!"
"그래! 공부하느라 바빠서 그랬겠지! 참 너 대학 좋은데 갔다며? 축하해!...."
"네! 고맙습니다!...."
"근데 무슨 일이야?....나한테 무슨 할 얘기가 있어서 전화한 거야?
아니면 오래간만에 갑자기 내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한 거야? 호호호호!"
"후후후!....둘 다예요!......"
"혹시 내가 보고 싶은 건 아니고?! 호호호호!....."
"후후후! 어떻게 제 맘을 그렇게 잘 아세요?........아, 참! 이번에 저희 집에 오실 거예요?"
"응! 엄마가 얘기하데?...."
"아니요! 그냥 엄마하고 아버지하고 말씀하시는 거 옆에서 들었어요!......"
"응! 그랬구나!......그렇지 않아도 나 내일 서울 올라갈 거야!......"
"그럼 내일 저희집에 오시는 거예요?"
"아니, 그건 아니고......모래쯤 갈까 하는데! 근데 그건 왜?........"
"아니요! 그냥 언제 우리 집에 오시나 궁금해서요!........"
"호호호! 그게 왜 궁금할까?..........호호호호!"
"후후후! 다 이유가 있죠! 후후후후!"
"호호호! 그 이유가 뭘까?.......너무 궁금하네?! 호호호호!"
"후후후후!....근데 이번에 저희 집에 오시면 주무시고 가실꺼죠?...."
"호호! 그건 또 왜?........이거 아무래도 영철이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 같애! 호호호호!"
"후후후! 아무튼..... 저희 집에 오셔서 꼭 주무시고 가셔야 돼요?!....."
"호호호! 도대체 왜 그러는데?........왜 날보고 자꾸 자고 가라는 거야? 응?....."
"후후후!.....그건 나중에 아시게 될 거예요! 후후후후!"
"나중에?.....호호호! 아무래도 수상해!......나 지금 얘기 안 해주면 안 자고 그냥 올 거야!....
그러니까 지금 얘기해봐! 응?"
미란의 목소리에 점점 콧소리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중에 저절로 아시게 된다니까요?!....."
"아이잉, 싫어! 지금 얘기해 줘! 응?......."
둘은 그렇게 한동안 실랑이를 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자신의 속셈이 무엇인지 뻔히 알면서도 계속 내숭을 떨며 콧소리를 하는 미란 때문에
영철은 아플 정도로 자지가 성이 나 있었다.
영철이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집으로 달려왔더니 미란이 벌써 집에 와 있었다.
"어머! 어머! 영철이가 이렇게 컸어?.........길에서 봤으면 못 알아볼 뻔했네!.....
어쩜, 저렇게 의젓해졌어?!......아이구! 저렇게 멋있으니 학교에서 여학생들이 아주 줄줄 따르겠네?!...."
언제나처럼 빨간 립스틱이 돋보이는 화장에 머리를 뒤로 묶어 깔끔한 모습의 미란이
영철을 보며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여학생은 무슨 여학생?......언니, 난 쟤가 이때까지 여자 사귄다는 소리 들어보질 못했어!...
우리 애들은 현희도 그렇고.....뭐 다른 애들처럼 누구 사귄다는 소리가 없어!......"
미란의 아들 칭찬에 경숙이 기분이 우쭐해져서 나름대로 한술을 더 떴다.
"아이! 왜 없겠어? 현희나 영철이나 다 한 인물씩 하는데.......
동생이 몰라서 그렇지 왜 사귀는 사람이 없겠어?......"
"그런가?!.....그러냐? 영철아! 너 밖에서는 여자 사귀는데 나한테 말을 안 하는 거야?......"
"에이, 엄마는?!.....내가 무슨 엄마 몰래 여자를 사귀어?......."
"그럼, 아직 여자 친구가 한 번도 없었단 말이야? 여태까지?......."
"난 여학생 사귄 적 없어!.....사귀고 싶지도 않고!...."
"왜? 왜 사귀기 싫어?.......사귀자는 여학생도 없어?...."
"난 싫어!......그냥 내 또래 애들은 다 어린애들 같아서 난 관심 없어!...."
"어머머! 쟤 말하는 소리 좀 봐?!......그러는 너는 얼마나 커서?........
아니 니가 지금 니 나이에 니 또래 애들을 사귀는 거지.......
게네들이 어리면 그럼 넌 누구를 사귀겠다는 거야?......애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호호호! 동생! 내버려 둬!......다 때되면 지 짝 찾아오겠지! 그걸 뭘 벌써부터 걱정이야?....."
그러면서 미란이 경숙 모르게 영철에게 살짝 눈웃음을 쳤다.
저녁을 같이 먹고 한동안 텔레비전을 같이 보면서 영철과 미란의 눈이 종종 마주쳤다.
미란은 영철이 전화로 했던 얘기가 궁금했던지 그 때마다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영철은 그저 말없이 미소만 보냈다.
한밤중, 이제는 통행금지를 알리는 밤 12시의 사이렌 소리도 없어진 터라
책을 읽고 있던 영철이 몇시나 됐나 하고 시계를 봤다.
밤 한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영철은 계단을 내려가 화장실에 들렸다가 안방으로 다가갔다.
방문을 살짝 열어보니 방안은 칠흑이었다.
영철은 방안에 들어서서 방문을 다시 닫고 어둠에 눈이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
방바닥에 누워있는 경숙과 미란은 한 요를 깔고 이불만 각기 덮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얘기를 하다 잠이 들었는지 서로 마주본 채 자고 있었다.
영철이 조심스럽게 머리맡으로 다가가 보니 미란이 왼쪽에 경숙이 그 오른 쪽에 자고 있었다.
영철은 슬그머니 이불을 들치고 미란의 옆에 누웠다.
"아줌마!.........아줌마!..."
영철이 조그만 소리로 미란을 부르며 미란을 가볍게 흔들었다.
영철이 계속 불러대자 아무 대답도 없이 가만히 있던 미란이 몸을 돌려 뒤로 돌아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