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나한테 이런 거.....나서방이랑.......둘이 짜고 그런 거예요?"
"아니요! 내가 지금 정자씨랑 이러는 거 한철이는 까맣게 몰라요!....
어쩌면 내가 정자씨한테 저지른 짓 알면 나를 죽이려고 할 거예요!....."
"그럼 어떻게?.............어떻게 나하고 나서방하고 관계를 알게 됐어요?.....
그리고 내가 나서방 집 갔을 때 내가 자는 방에는 어떻게 들어왔고?.........."
"그거는요!........내가 한철이를 만날 때마다 한철이가 정자씨 얘기를 하는 거예요!
뭐, 특별한 얘기는 아니었지만 '우리 장모님! 장모님!' 하면서 장모님 소리를 입에 달고 살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물어봤더니 물론 한철이는 아니라고 딱 잡아뗐죠!
그렇지만 느낌이 있잖아요?!......
여자 소개 시켜준다 그래도 싫다 그러지......당분간 결혼할 생각도 없다고 그러지!
유진씨 얘기는 한 번도 안 꺼내는 놈이 유진씨랑 헤어진 마당에 장모님 얘기만 하는 게 수상하잖아요?
그러다 언젠가 내가 술을 먹고 한철이네 집에서 자려고 한철이 집엘 갔는데
한철이가 사는 연립주택에서 정자씨가 밤늦게 나오잖아요?!.....
한철이 집에 갔더니 한철이는 다 벗고 팬티 차림으로 문을 열어주는 데다가
침대도 엉망으로 흩어져 있고 방에서 여자 화장품 냄새가 진하게 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확실하게 감을 잡았죠!....."
"언제.....나를 봤어요?,,,,,,,내가 무슨 옷 입고 있을 때?........."
"뭐........한 두어 달 됐나?!.....밤인데다 내가 술도 좀 취해서 지금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하여튼 정자씨가 치마를 입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장모는 뭔가 더 물어볼 듯 말 듯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 그리고 그 날 밤에는요.......
내가 친구들이랑 카드를 하다가 피곤해서 잠깐 눈 좀 붙이려고 그 방엘 갔더니
누가 침대에 있는 거 같더라구요!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다가 깜짝 놀라서 불을 켰더니 정자씨가 자고 있는 거예요!
아무래도 옷을 벗고 있는 것 같길래 이불을 들쳐봤더니 정자씨가 빨가벗고 있잖아요?!
흥분도 되고 또 내가 일을 저지르면 정자씨가 한철이랑 헤어질 계기도 될 것 같고.....
그렇게 된 거예요!......"
장모가 입을 벌린 채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동안 공연한 마음 고생을 한 서러움과 사실을 알고 난 뒤의 허탈감,
그리고 그토록 자신을 사랑하는 나한철에 대한 감동이 뒤섞여 장모는 서럽게 울었다.
그런 장모를 동현이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 다녔다.
"놔!.......이거 놔!.......이 나쁜 놈아!....허허허헝!"
장모는 동현을 밀쳐내려고 몸부림을 쳤다.
"그래요! 나 나쁜 놈이에요!..........정자씨! 미안해요!......"
동현은 몸부림치는 장모를 꼭 껴안았다.
"허허헝! 놔!.... 노란 말이야!.......나쁜 놈! 정말 나쁜 놈!......"
장모는 동현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다 마음대로 안 되자 동현의 가슴을 손으로 마구 때렸다.
"나쁜 놈! 이 나쁜 놈! .......엉엉엉엉!.....
난 너 때문에 죽을 생각까지 했단 말이야!,,,,,,,엉엉엉엉!"
결국 장모는 동현의 가슴에 머리를 묻고 한참이나 서럽게 울어댔다.
그 날 장모는 동현을 껴안고 절정을 맞았다.
"야! 잘 됐다니까 다행이긴 한데....... 기분이 좀 그렇다!"
"이 자식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헛소리하고 있네!
남은 목숨걸고 죽을 고생을 했는데!...."
"죽을 고생은 무슨 죽을 고생이야? 임마!......저 좋아서 한 일 가지고?!"
"야, 임마!......니네 장모가 마음 독하게 먹었으면 난 바로 깜방갔어! 알아? 임마!"
"그러게 이 놈아, 누가 제비족 흉내내래?.....그런 건 아무나 하는 줄 알아?......
난 처음에 장모님 고생시키는 니 얘기 듣고 얼마나 후회를 했는데?!
괜히 니가 하자는 대로 했다가 장모한테 못 할 짓 하는 것 같아서.....
야! 나 정말 속 많이 탔다!"
"어쨌든 잘 됐잖아?!..........그나저나 나 이번에 여러 가지로 많이 배웠다!......
사람이 말을 나쁘게 하니까 마음까지 더러워 지더라!
그리고 무엇보다 여자는 마음이 열려야 거기도 열린다는 거 새삼 깨달았다!
그게 물건 큰 거 가지고 다 되는 게 아니더라구!"
"그걸 인제야 알았냐?!.....어이구! 이런 하수!........
야! 그런데 장모가 나는 의심 안 하데?........
너하고 나하고 짜고 한 짓이라고 의심 안 했어?...."
"마! 안 하긴 왜 안 해! 처음에 그것부터 물어보더라!....
그래도 내가 누구냐? 내가 그거 각본 짜느라고 얼마나 골을 썼는데 ..........
근데.....니네 집 앞에서 장모 봤다고 하니까 자기가 옷을 뭐 입었냐고 물어 보잖냐?!
야! 그 때 난감해서 미치겠더라!
그냥 얼렁뚱땅 넘어가긴 했는데......내가 거기까진 생각을 못 했었거든!"
"야, 그런데 니 얘기 다 듣고 나서도 니가 나오라니까 우리 장모 순순히 나오디?"
"마! 말도 마라! 그거 때문에 내가 또 얼마나 속을 태웠는데?!......
니네 장모가 다시 나 안 만난다는 거야!.....
그러면서 또 한 번 자기한테 전화하면 경찰서에 신고한다고 공갈을 치는데......"
"그래서?...."
"할 수 있냐? 나도 또 공갈을 쳤지!
좋다! 나 깜방가도 좋은데 그 대신 나하고의 일 너한테 모두 얘기하고 깜방간다!
그렇게 공갈을 쳤지! 그랬더니 니네 장모가 바로 꼬랑지 내리더라!
물론 거기다 그런 얘기도 했지!
내가 정자씨한테 그런 건 친구를 위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진짜로 정자씨를 좋아해서 그런 거다!
친구 때문에 정자씨 만나려는 거 아니고 이제는 내가 정말 정자씨가 좋아서 만나고 싶다...그랬지!
그랬더니 니네 장모가 좀 감동먹은 눈치더라!
그래서 그런지 그 날 정자씨 만나서 하는데 정자씨가 날 막 깨물어대면서 수도 없이 싸는 거야!
니네 장모 그거 할 땐 정말 화끈하더라! 내가 그 날 이후로 니네 장모한테 완전히 뿅 갔잖아?!
야! 정자씨가 너랑 할 때도 막 깨물고 그랬냐?..."
".....응!......... 우리 장모가 흥분하면 잘 깨무는 편이지!......"
나한철은 동현의 얘기를 들을수록 점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여자처럼 생각해왔던 장모인데
이제는 동현에게 빼앗겨 완전히 남의 여자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절친한 친구에다 평소 나이 든 여자를 유난히 좋아하는 동현에게 장모 얘기를 꺼냈다가
동현이 두고두고 졸라대서 그래도 믿을 수 있는 동현과 장모를 맺어주고 헤어지는 게 어쩌면 장모에게도
좋은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그래도 막상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섭섭했다.
동현은 나한철의 그런 기분을 모른 채 계속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야! 며칠 전에는 정자씨가 내 그거를 입으로 빨다 말고 그러는 거야!
자기는 맨 처음에 내께 들어왔을 때는 무슨 쇠몽둥이가 들어오는 줄 알았대!
그런데 자기 생각하고는 다르게 내 물건이 대가리만 큰 게 너무 희한하게 생겼다나?!
그래도 너무 좋다는 거 있지?!...그래서,,,,"
"야, 임마! 이제 그런 얘기 그만하고........
너 내가 처음부터 말했지만 너 우리 장모 마음 아프게 하면 내가 가만 안 둔다?!.....
그러니까 우리 장모한테 정말 잘 해!"
"이 놈이 왜 갑자기 심각해져서 인상을 쓰고 난리야?.........
마! 그런 건 걱정 말랬지?!......거기다 나 지금은 진짜로 니네 장모 좋아한다.
너 대신 내가 잘 모실 테니까 너나 잘 해서 빨리 새장가 갈 생각이나 해!"
"그러는 너는 장가 안 가냐?"
"나는 마! 당분간 장가 안 간다!.....
내가 나보다 나이 많은 여자하고 장가간다고 하면 집에서 난리 칠 거고........
이제 정자씨까지 있는데 장가는 미쳤냐?
나는 당분간 정자씨 하고 즐겁게 살란다!..."
"너 임마! 나중에라도 혹시 마음 변해서 장모와 헤어지게 되더라도 절대 이번 같은 방법 쓰지마!
그리고 헤어지려면 꼭 나한테 먼저 상의하고...."
"그 자식 참 웃기는 놈이네!......
막말로 이제 정자씨하고 너하고 무슨 상관있다고 니가 그렇게 챙기고 난리냐?
마누라하고 헤어진 놈이 장모는 무슨.......정자씨가 아직도 니 장모냐?........
이제 정자씨는 내가 책임질 테니까 너는 신경 끊어, 임마! 알았어?.......
자식이 똑같은 소리를 몇 번씩이나 하고 지랄이야?.....
한 번 얘기하고 약속했으면 그걸로 끝이지!....."
영철은 송아영과 약속한 대로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고
당초 장담했던 대로는 아니더라도 성적도 많이 올라갔다.
영철은 공부만 열심히 한 것이 아니라 토요일 밤 김미자와의 정사에도 열심을 기울였다.
일요일 아침이면 잠을 못 자 푸석한 얼굴로 김미자의 방을 나서는 영철을 보면
아영은 안 됐다는 생각과 함께 얄미운 생각도 들었다.
자신과 결혼하겠다는 말까지 해놓고도 큰 엄마와의 관계에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을 보면
괘씸하고 섭섭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그것이 영철 혼자 만의 일이 아니라 큰 엄마도 관련된 일이라 영철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영철이 마음만 먹으면 저렇게 파김치가 되도록 몸을 굴리지는 않았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침, 책상에 앉아 꾸벅거리는 영철을 보다 못해 아영이 한마디를 했다.
"영철아!.....정신 좀 차려!......가서 세수를 한 번 더 하고 오던지?!.........
그리고 너 이제부터 일요일엔 내가 너 안 깨운다?!.......
너 큰 엄마 방에서 잘 땐 니가 알아서 일어나! 나 안 깨울 거야!"
사실 그동안 작은 어머니 방에서 자는 영철을 깨우는 일이 아영으로서는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한 번은 밖에서 아무리 불러도 아무 대답이 없기에 살며시 방문을 열어봤더니
큰 엄마와 영철이 모두 벌거벗은 채 서로 껴안고 정신 없이 자고 있었다.
그런데 큰 엄마는 자면서도 영철의 자지를 손에 쥐고 있었다.
민망해서 얼른 문을 다시 닫았지만 그 뒤로 큰 엄마 방 밖에서 영철을 깨우다 보면
문득 문득 그 장면이 떠올라서 여간 마음이 불편한 게 아니었다.
아무리 남자를 잊기로 하고 마음과 몸의 욕망을 꾹꾹 눌러가며 사는 아영이지만
그것이 마음먹는다고 해서 언제나 자신의 뜻대로 통제되는 것이 아닌지라
때로는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 몸이 뜨거워지고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있기 마련이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방 밖에서 수도 없이 영철의 이름을 부르며 깨우는 아영의 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붙기만 하면 서로 녹초가 될 때까지 그 짓을 해대는 모양이니 여간 야속한 게 아니었다.
"누나! 갑자기 왜 그래요?........나 혼자 어떻게 일어나라고?!...."
"그러니까 밤에 일찍 자면 되잖아?.....새벽에 밖에서 죽어라 깨우는 사람은 생각도 않고?!.....
나 인제 정말 몰라!...니가 일요일엔 알아서 일어나!....
기껏 일어나서 이렇게 졸고 앉아있을 바에야 그냥 잠자는 게 낫지....내가 뭐 하러 깨워?!"
"........누나!.....내가 좀 졸았다고 뭘 그렇게 화를 내고 그래?.....
내가 다음부터 절대 안 졸게!.....누나, 화내지마!"
그러면서 영철이 아영을 껴안고 입을 맞추려고 했다.
"아유, 저리 비켜!.......누가 너 좋아한다고 나한테 이래?!........
밤새 큰 엄마하고 그랬으면 됐지 나는 왜 또 붙들고 이래?.......난 싫으니까 하지마!"
"누나!.........누나 이제 보니까 질투하는구나?!.........
응? 나하고 큰 엄마하고 그런 거 때문에 질투하는 거지?...."
"어머머! 얘 좀 봐?!.....내가 질투는 무슨 질투를 해?......
니가 큰 엄마하고 뭘 하든 대가 왜 질투를 해?..."
"에이! 솔직히 말해 봐!....누나 지금 샘 나서 그러는 거지? 응? 내 말 맞지?......"
"어머머! 얘가 점점 큰 일 날 소리를 하네?!........아니야! 정말 아니야!.....
너 큰 엄마 들으시면 무슨 오핼 하시라고 그런 소릴 해?!.......나 정말 그런 거 아니야!"
"거짓말!......누나 거짓말하는 거 다 알아!"
"아이 참! 아니라니까 그러네?!.......어머머! 왜 자꾸 이래? 하지마!.....어머머머!"
영철이 아영의 입을 맞추려고 계속 달려드는 바람에 몸을 피하던 아영이 자리에서 뒤로 넘어지고
영철이 그런 아영을 따라 같이 쓰러지며 영철이 아영을 위에서 찍어누르는 형국이 됐다.
아영이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영철의 몸무게에 눌려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왜 이래?.........영철아! 하지마!......나 오늘은 정말 싫단 말이야!...."
처음 영철과의 우발적인 입맞춤 이후로 아영은 아주 가끔씩 그것도 짧게 영철에게 입술을 허락했었다.
늘상 영철이 끝도 없이 졸라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지는 일이기는 하지만
몇 년 동안 남자와 눈길 한 번 제대로 마주친 적이 없는 아영으로서는 여간 파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아영은 영철이 남자가 아니라 그냥 자신이 사랑하는 동생일 뿐이라고 마음 속에 되뇌어 보지만
키스를 하다보면 영철의 입술이 달콤해지고 기분이 이상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영은 그런 느낌이 들면 곧 바로 영철을 밀쳐내었다.
입맞춤이 빌미가 되어 혹 두 사람 사이에 예상치도 못한 일들이 생겨서는 절대 안 되었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자신은 김미자의 얼굴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남편을 잃고 혼자 되었을 때 그 암담한 시댁생활에서 자신을 꺼내어 자유를 주고
이제까지 자신을 보살펴 준 김미자는 아영에게 너무나 고마운 존재였다.
그런데 지금 김미자에게는 영철이 거의 삶의 유일한 낙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 영철과 자신의 사이에 어떤 일이 생긴다는 것은 김미자를 배반하는 일이었다.
그것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일이었다.
영철과의 그 짧은 입맞춤마저도 이미 선을 넘어선 지나친 일이었고
이제는 아무리 영철이 애걸을 해도 입맞춤을 허락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아영의 이성은 늘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데 아영은 그게 마음대로 안 되었다.
처음 한동안 영철은 아영에게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다.
장희주의 집에서부터 안 좋게 생각을 한 것이 시초가 되어 영철이 김미자와 가까워져
김미자의 집을 제 깁 드나들 듯이 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불쑥 나타난 영철로 인하여 그렇게 가깝게 지내던 김미자와도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아
더욱 영철이 밉살스러워 보였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영철과 한 집에서 살게 되다보니 그 미운 감정이 점점 희석되었다.
지나면서 보니까 영철이 그렇게 못 된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어차피 자신도 김미자의 집에 얹혀 사는 주제에 김미자가 그리도 좋아하는 사람을
공연히 미워해서 김미자를 불편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영철에 대한 감정이 호감으로 바뀐 것도 아니어서 그냥 영철과는 서로 필요한 말만하면서 지냈었다.
영철이 김미자와 섹스하는 것을 훔쳐보면서 때로 흥분을 하기도 했지만
영철을 남자로 생각한다거나 영철을 머릿속에 두고 어떤 상상도 해본 일이 없었다.
그런데 집에 강도가 든 날 영철이 자신을 지켜주기 위해
그토록 죽도록 매를 맞으면서도 강도에게 달려드는 것을 보고 아영은 감동을 받았다.
처음에는 남자 노릇을 해보려는 영철의 객기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죽기 살기로 달려들고 또 달려드는 영철을 보며 아영은
자신이 처한 상황보다 영철이 맞아 죽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될 정도였다.
병원에서 영철의 갈비뼈에 금이 갔다는 소리를 듣고
원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피떡이 된 영철의 얼굴을 보며
아영은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알 수 없는 감정에 울고 또 울었다.
기구한 자신의 팔자에 대한 설움과 아울러 그런 자신을 이토록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고마워
아무리 닦아내도 눈에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그러면서 아영은 절대 그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고 마음에 다짐을 했다.
영철에게 공부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도 그런 고마움에 대한 표현의 하나였다.
그런 고마움을 갖자 영철에 대한 아영의 마음이 일시에 뒤바뀌었다.
영철이 한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말이나 행동 하나 하나가 사랑스러웠고 때로는 그저 영철의 모습만 보아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아영이 영철을 남자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고
남동생처럼, 조카처럼... 그냥 자신 가족의 한사람처럼 사랑했던 것이었다.
그랬는데 영철과 같이 공부를 하면서 아영은 문득문득 자신을 쳐다보는 영철의 시선을 느꼈다.
처음에는 자신의 모습 어디가 잘 못 되었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곧 영철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애정은 물론 어떤 간절함 같은 것을 읽었다.
"허이구! 말도 안 돼! 지하고 나하고 나이 차이가 얼만데?!......."
처음에는 무시하고 지나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영철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지고 쑥스럽더니
어느 날부터인가는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울렁거리기까지 했다.
"어머! 내가 미쳤나봐?!.....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아영은 어린 영철을 이성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부도덕하게 느껴졌고
거기다 작은 어머니인 김미자를 생각해서도 엉뚱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자신을 채찍질했다.
그러다 영철이 자신하고 결혼하겠다는 얘기를 꺼내는 바람에 둘이 서로 말을 안 하고 지내면서
아영은 영철이 어느새 자신의 마음에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철의 말에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을 했는지 아영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신도 모르게 자꾸 영철에게 흔들리는 자신이 겁이 나서 그랬던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야금야금 자신의 마음 속으로 파고 들어오는 영철이 걱정이 돼서 죽겠는데
영철의 입에서 결혼하자는 소리가 나오자 아영은 덜컥 가슴이 내려앉았다.
정말 이렇게 가다가는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영철에 대한 단호한 반응은 흔들리는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었던 것이었다.
그런 자신의 마음도 모르면서 자신을 본체 만체하고 밤늦게 들어오는 영철이 아영은 한없이 미웠다.
그랬는데 영철이 계속 밤늦게 들어오자 영철에 대한 미움이 점차 걱정으로 바뀌었다.
저러다 정말 영철이 잘 못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었다.
공연히 자신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아서 자신이 미워졌고 김미자에게도 면목이 없었다.
혼자 속이 타서 애간장을 태우며 안절부절 못 하다가 자신이 먼저 영철에게 말을 걸기로 했다.
명목상으로는 영철이 공부를 안 하고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었지만
그 못지 않게 더 이상 영철과 말을 안 하고는 답답해서 살수가 없었던 것도 큰 이유였다.
그랬는데 그 날 영철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을 듣고 아영은 또 다시 진한 감동에 빠졌다.
밤늦게 돌아다니면서 무슨 나쁜 짓이나 하지 않았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혼자 도서관에서 공부했다는 소리를 듣고는 겉잡을 수 없이 울음이 터져 나왔다.
영철이 한없이 고마웠다.
영철이 자신을 위해 강도와 싸웠을 때보다도 더 고마웠다.
그리고 그 고마움 때문에 아영은 행복을 느꼈다.
그래서 영철과 제대로 된 키스도 하고 문제가 되었던 자신과의 결혼 얘기도 즐겁게 들어주었다.
그 날 다행히 영철과 키스 정도로 끝났지만 만일 그 날 영철이 그보다 더한 것을 원했어도
아영은 기꺼이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중에는 안 그러길 천만다행이라고 여겼지만 그 날 아영의 심정은 그랬었다.
그 날 이후로 아영은 자신의 마음 속에 영철이 남자로 자리잡아 가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영철이 그토록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더없이 행복했다.
물론 태학을 졸업하고 자신과 결혼하겠다는 영철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거야 어찌되든 나중 일이고 지금은 영철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작은 어머니가 마음에 걸렸지만 그것도 그냥 잊기로 했다.
지금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쓸데없는 걱정으로 자신의 행복한 기분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아영의 마음이 그렇게 무너지기 시작하자 몸도 무너져갔다.
영철과 가끔씩 하는 입맞춤이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었다,
그 달콤함은 입술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아영의 온 몸으로 퍼져나가 아영의 몸을 뜨겁게 했다.
영철과 키스를 하고 난 날에는 아영의 아래도 촉촉하게 젖었다.
밤에 자리에 누워 달콤했던 영철과의 입맞춤을 떠올리고 있노라면
당장이라도 영철이 자고 있는 방으로 달려가 영철의 품에 꼭 안기고 싶은 충동이 불쑥불쑥 들었다.
아영으로서는 평생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작은 어머니와 영철이 섹스하는 것을 훔쳐봤을 때도 이런 느낌까지는 아니었다.
이처럼 아영의 몸과 마음이 무너져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이성의 소리를 외면할 수가 없어
영철이 자신에게 키스 이상의 요구를 하지 않도록 아영은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