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5화 (135/161)

"배고프잖아?.....내가 금방 차릴게!"

"됐다니까!...그 대신 내일 아침에 밥 많이 줘!......후후후!"

"왜? 왜 밥을 안 먹었어?......."

"밥을 어디서 먹어?.....돈도 다 떨어져서 없는데......."

"돈도 없었어?"

"응! 학교에 내야될 돈 있어서 용돈 있던 거 다 내고 나니까 한 푼도 없어!..."

"그럼 배고파서 어떻게 공부를 했어? 공부가 돼?"

"그냥.....누나 생각하고 참았지 뭐!"

"정말?..........아이구! 불쌍해라!......."

아영이 영철의 볼을 손바닥으로 쓰다듬더니 영철의 이마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아영의 입술이 영철의 코를 거쳐 입술로 다가왔다.

아영이 잠시 망설이더니 영철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아영이 영철의 입술에서 입을 떼는 순간 영철이 아영의 목을 잡아당기며 다시 입을 맞췄다.

아영도 거부하지 않고 같이 영철의 입술을 맞춰갔다.

아영의 입술이 벌어지고 영철의 혀가 아영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둘은 그렇게 한동안 미친 듯이 서로의 혀와 입술을 빨았다.

"됐어!.....이제 그만해!....."

아영이 영철의 입술에서 입을 떼면서 영철을 밀어냈다.

"누나! 고마워!.....내 부탁 들어줘서!......."

"..........이제 그만 자!.....나도 방에 가서 잘래!"

"누나!.....가지말고 나하고 이러고 같이 자자! 응?"

"싫어!.......나 갈꺼야!"

"왜?......내가 자면서 누나한테 이상한 짓 할까봐?"

"......그래!......"

"나 절대 안 그럴게!.....나 그냥 누나랑 이렇게 껴안고 자기만 할게!"

".....남자 말을 어떻게 믿어?......"

"아니야! 정말이야!.......나 누나하고 결혼할 때까지 누나가 싫어하는 건 절대 안 할 거야!

약속!....누나가 하지 말라는 건 안 한다!"

"제발 그 말 좀 하지마!....."

"무슨 말? 내가 누나하고 결혼한다는 말?"

"그래!......되지도 않을 소리 좀 하지도 마!..........

너 그러다 나중에 내가 진짜 너한테 결혼하자고 달려들면 어떡할래? 응?"

"나 정말 누나하고 결혼한다니까!....거짓말 아니야!"

"지금이니까 그렇지!.......

너 정말 나하고 결혼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괜히 지금 니가 나한테 딴 생각 갖고 있어서...... 니가 나이도 어리니까

결혼도 할 수 있을 것 같이 착각도 되고 그러는 거야!......

그러니까 인제 그런 말 하지 마!"

"아니야! 누나!.....나 절대 그런 생각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나 정말 누나 사랑해!...."

"사랑?.....호호호!.....그거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네!.....

근데 너!.....사랑이 뭔 지나 알아?....."

"사랑?.....그거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그래!...... 그 뜻 모르는 사람이야 없겠지!......

하지만 넌 아직 진짜 사랑이 뭔지 몰라!.....

그건 그냥 단순히 좋아하는 거 하고는 다른 거야!"

"나도 알아!......난 지금....누나가 죽으라면 죽을 수도 있어! 정말이야!"

"호호호! 말은 고마운데........상대방을 위해서 죽을 수 있다고 꼭 사랑은 아니야!"

"정말이라니까! 나 정말로 누나 사랑한다니까!........

나 누나가 다른 사람한테 시집간다고 생각하니까...... 

그냥 살기도 싫고.......하여튼 그냥 누나 없으면 못 살 것 같고 그랬단 말이야!"

"호호호! 그랬어?.....아이구. 고마워라!.......

그럼 내가 니 첫사랑이란 건 인정해 줄게!....호호호!"

"첫 사랑?......하여튼 첫 사랑이고 뭐고 나 누나 사랑한단 말이야!"

"그래, 그래! 알았어!......그래도 사랑한다고 해서 꼭 결혼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왜 아니야?......서로 사랑하면 결혼하는 거지!......"

"그 거봐!....그러니까 니가 아직 어리다는 거야!.....

그리고 내가 너 언제 사랑한다고 했어?.......호호호! 농담이야!.....

내 말은......너 지금 몇 살이야?"

"나......열 여덟!..."

"너 내 나이 몇 살인지 알아?........자그마치 스물 일곱이야!.....

그럼 너하고 나하고 몇 살 차이야?......아홉살 차이지?

너 여태까지 아홉 살 위인 여자하고 결혼하는 남자 봤어?......

지금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너 대학 졸업하고 나하고 결혼한다고 했지?...

그럼 그 때 니 나이가...........군대까지 갔다오면.....음....스물 다섯쯤 되겠네!....

그럼 그 때 내 나이가 몇 살인줄 알아? 서른 넷!......

너 스물 다섯 살에 서른 넷 먹은 여자하고 결혼할래?.....

그것도 시집 한 번 갔었던 과부하고?........

나는 그냥 말만 들어도 내가 다 끔찍하다!.....어때? 할 수 있을 것 같애?

그 때쯤이면 니 주변에 예쁘고 젊은 여자가 수두룩 할텐데?!....."

"........하지 왜 못 해?!......그냥 하면 되는 거지!...."

"호호호!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는 것 좀 봐!......

좋아! 너는 그렇다 치고......그럼 영철이 부모님은 그걸 허락할 것 같애?....

어때? 그럴 것 같애?........내가 영철이 부모라도 안 해준다!...."

".........허락 안 해주면 우리끼리 그냥 결혼해서 살면 되지 뭐?!....."

"말은 쉽지! ..........그래! 그것도 그렇다고 치자!........

너 큰엄마한테는 뭐라고 말할래?........

너 작은어머니한테 나 아영이 누나랑 결혼할래요!......이렇게 말 할 자신 있어?........."

".................................."

"이제 알겠지?.......왜 너하고 나하고 결혼할 수 없는지!......"

"아이, 몰라!......나 어쨌든 누나하고 결혼할 거야!......꼭 할 거야!...."

"호호호! 말이라도 고마워!.........

그럼 내가 영철이 믿고 서른 네 살까지 기다려 볼까?!.......호호호!"

"누나!.......정말 누나 그 사람하고 결혼 안하고 나 기다려 줄 거야?........"

"영철이가 결혼해 준다는데 기다려야지 내가 왜 딴 남자한테 시집을 가?!.....호호호!"

"정말? 정말이지?......."

"그럼! 정말이라니까!......."

"누나! 그럼.........이제부터 그 사람하고 전화하지 마! 알았지? 누나!"

"호호호! 왜?....전화 받는 것도 싫어?...."

"싫어!..... 기분 나빠!......"

"호호호! 결혼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질투네?!.....호호호!"

"누나가 그 사람하고 전화하는 거 보면 나 정말 무지하게 기분 나쁘단 말이야!....."

"호호호! 알았어!.....전화 안 받을게!......아마 앞으로는 전화 안 올 거야!"

"왜?...........그 남자랑 헤어졌어?...."

"헤어지긴?!......내가 언제 누굴 만났나?......만나지도 않았는데 뭘 헤어져?...."

"지난번에..........누나 그 남자 만나러 나갔었잖아?!.........

그건 만난 거 아니고 뭐야?......"

"그건.........다시 안 만나려고 만난 거야!.......호호호! 말이 어렵지?!....."

"그럼 그 때 만나서 다시 안 만나기로 한 거야?...."

"아유, 몰라!......이제 그만 물어봐!.........

그나저나 영철이가 나랑 결혼해준다는 걸 뭘로 믿지?......

괜히 영철이 믿고 기다렸다가 나만 손해보는 거 아니야?! 호호호호!...."

"누나! 내가 종이에다 써줄까?....내가 꼭 누나하고 결혼한다고?!...응?...."

"아니!....그거 말고.....니가 학교에서 1등 해!.......그럼 내가 믿어 줄게!"

"1등?..................에이! 내가 지금 중간인데 언제 어떻게 1등을 해?......"

"그럼 뭐 나도 영철이 말 못 믿는 거지!.......

그것도 못하는 남자를 내가 어떻게 믿고 기다려?...안 그래?!..."

"......................알았어!........내가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1등 하면 되는 거지?......

내가 중간고사에서 10 등 안에 들고......1학기말 고사에서 5등.........

그리고 여름방학 때 죽어라 해서 2학기 중간고사 때 1등........

좋았어!.......누나! 내가 1등하면 누나 나한테 꼭 시집오는 거야?!....."

"당연하지!....그러기만 하면 내가 영철이한테 나 데리고 가달라고 사정을 할 걸?!.....

그 대신 너 1등 못하면 나 바로 다른 남자한테 시집간다?!........"

둘은 더 얘기를 나누다가 서로 마주보고 잠이 들었다.

새벽에 놀라서 잠이 깬 아영이 시계를 본 뒤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자고 있는 영철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아영이 영철의 볼을 가볍게 쓰다듬어준 뒤 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는 영철을 깨웠다.

새벽 5시였다.

정석과 회사를 같이 하게 되면서 나한철은 더 자주 정석의 집을 찾게 되었다.

회사에서 못 다한 업무 얘기를 나누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이혼하고 혼자 지내면서 거의 매끼를 밖에서 사먹다시피 하는 나한철이 

보기가 안 되어서 정석은 종종 나한철을 집으로 끌고 가 저녁을 먹였다.

처음에는 폐를 끼치기 싫다고 사양하던 나한철도 궁상을 떨고 혼자 저녁을 해결하기보다는

그래도 정석의 집에서 밥 같은 밥을 먹는 게 낫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별 다른 저녁 약속이 없으면 정석을 따라 나섰다.

그러다 보니 나한철은 어느덧 정석의 식구들과 한가족같이 되어버렸다.

지난 일들 때문에 처음에는 경숙이 해주는 밥을 얻어먹는 다는 게 조금은 서먹하고 쑥스럽기도 했지만 

경숙이 나한철에게 별 다른 눈치 없이 친 시동생 대하듯 스스럼없이 대해 주자

나한철도 마음 편히 생각하고 경숙과 있었던 과거의 일은 모두 마음 속에서 지우기로 했다.

그래서 나한철은 진심으로 경숙을 친 형수 대하듯 했다.

물론 지금이라도 경숙과 다시 몸을 섞는다고 해서 정석이 새삼스럽게 그걸 문제삼을 바도 아니겠지만

나한철은 정석과의 동업관계를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서로 언짢을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나한철이 정석의 집에 자주 드나들다 보니 정석의 딸인 현희와도 가까워졌다.

한동안은 나한철을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나한철 앞에만 오면 부끄러워하던 현희가

나한철이 종종 용돈도 주고 귀여워 해주니까 나중에는 삼촌이라고 부르면서 나한철을 따랐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된 현희는 아직 앳된 구석이 남아있기는 해도 몸은 어엿한 숙녀 티가 났다.

워낙 예쁜 얼굴이 한창 꽃처럼 피어나면서 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고

엄마를 닮아서인지 호리호리한 몸에도 젖가슴과 엉덩이는 유난히 빵빵했다.

나한철은 그런 현희를 여동생처럼 생각하고 귀여워하면서도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현희의 몸을 몰래 훔쳐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현희의 가장 큰 불만은 시도 때도 없이 현희를 쫓아오는 수도 없는 남학생들이었다.

학교 갈 때부터 시작해서 집에 돌아올 때까지 계속 쫓아다니는 남학생들 때문에 

귀찮아 죽겠다는 게 현희가 늘 경숙에게 늘어놓는 넋두리였다.

"현희는 좋겠다! 남학생들이 그렇게 현희를 줄줄 따라다니니까!....."

"좋긴 뭐가 좋아요?.....창피해 죽겠는데!....."

"왜? 그게 뭐가 창피해? 다 현희가 이뻐서 그러는 건데!..."

"그래도 난 싫어요!...."

"왜? 쫓아다니는 학생 중에 현희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어?

나 같으면 괜찮은 남학생 있으면 한 번 만나주고 그러겠다!"

"에이, 삼촌은?!.......누가 그런 애들을 만나요?.....난 싫어요!"

"왜? 쫓아다니는 남학생들이 시원찮아?"

"그게 아니라....다 어린애들이잖아요?!"

"어린애들이라고? 허허허! 이것 봐라?!........

아니, 다 니 나이 또랜데 뭐가 어린애들이야?....."

"그래도 내가 보기엔 다 애들 같아요!......"

"그럼, 너는?....걔들은 어린애고 너는 어른이야?...."

"하여튼 난 시시해서 싫어요!"

나한철은 현희의 얘기를 들으면서 사춘기 때는 여자가 남자보다 더 성숙한 경향이 있어서

현희가 또래의 남학생들한테 그런 생각을 갖나보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뒤 얼마되지 않아서 나한철은 생각지도 못했던 현희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저녁을 먹고 정석 부부와 같이 TV를 보다가 나한철이 집으로 돌아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한철이 현관으로 나와 신을 신는데도 현희가 자기 방에서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평소에는 나한철이 가는 소리를 들으면 쪼르르 달려나와 인사를 하던 현희였다.

나한철은 현관을 나와 대문 쪽으로 걸어가다가 문득 현희를 놀래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두운 밖에서 창문에 얼굴을 들이대면 현희가 창문 쪽에 붙어있는 책상에 앉아 있다가

소스라치게 놀랄 것이라고 상상을 하면서 현희 방 창문이 있는 쪽으로 집 모퉁이를 돌았다.

과연 현희의 방 창문에서는 불빛이 환하게 비치고 있었다.

나한철은 발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현희 방의 창문 밑으로 다가가 고개를 살짝 올렸다.

그런데 현희는 책상에 없었다.

고개를 좀 더 들고 방안을 둘러보던 나한철은 놀라서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현희는 책상 너머 뒤쪽의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런데 현희의 아랫도리가 훤하게 드러나 있는 것이었다.

현희는 치마를 허리까지 걷어올린 채 형광들 불빛에 더욱 하얗게 빛나는 두 다리를 벌리고 

있었고

하얀색 팬티는 허벅지까지 내려져 두 다리 사이에 걸쳐져 있었다.

그리고 현희의 하얀 손이 그 두 다리 사이에서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현희의 손바닥이 움직이고 있는 사타구니 사이에는 손 그림자인지 아니면 거웃인지

검은 음영이 드리워져 있었다.

나한철 쪽에서 보면 옆으로 누워있어 손가락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손의 움직임으로 보아

손가락 하나가 분주하게 현희의 보지 속을 들락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나한철은 그제야 현희의 얼굴 쪽을 쳐다보았다.

현희는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제친 채 입술을 벌리고 있었다.

소리까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 입에서는 무슨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을 듯 했다.

나한철이 보기에 현희는 한창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나한철이 어안이 벙벙해서 현희의 그런 모습을 계속 훔쳐보고 있는 사이

현희의 손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더니 현희의 사타구니가 공중으로 들려 한껏 용을 쓰다가

털썩 하고 침대 위로 떨어진 후에야 모든 게 잠잠해졌다.

침대에 누워있는 현희의 가슴이 한동안 들썩거렸다.

나한철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얼른 그 자리를 빠져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나한철은 좀 전에 보았던 광경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나한철로서는 현희의 그런 모습이 충격이었다.

물론 나이로 보아서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어쩌면 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평소 보아오던 현희에게서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나한철의 머리 속에 예전에 버스 안에서 보았던 그 앳된 여고생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여학생이 버스 안에서 벌렸던 일에 비하면 현희의 자위행위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나한철은 자꾸 그 여학생의 얼굴에 현희의 얼굴이 겹쳐지는 것을 느꼈다.

'현희에게도 그 여학생과 같은 욕망이 있는 것일까?

어쩌면 현희도 버스 안에서 그런 짓을 했을지도 몰라!

아니 그보다 현희가 이미 남자 경험이 있을 수도 있잖아?!........'

그런 생각에까지 미치자 나한철은 갑자기 마음속에 이유 없는 질투심이 벌컥 일어났다.

어떤 놈이 그 예쁜 현희를 올라타고 보지를 막 쑤셔댔을 생각을 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나한철은 자신의 물건이 와락 성을 내는 것을 느꼈다.

'누구랑 했을까?....

어떤 놈이랑 어떻게 하다가 하게 됐을까? 

그 때 현희는 반항을 했을까? 아니면 순순히 남자의 물건을 받아들였을까?.......'

공연히 현희가 숫처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한 번 들기 시작하자

나한철은 보고 듣지도 않은 일을 혼자 상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나한철은 현희를 예사롭게 대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본 광경을 잊으려하면 할수록 더 선명하게 그 날의 모습이 떠올랐고

현희가 자꾸 여자로 보이는 것이었다.

자신과 경숙 사이에 있었던 일이나 정석과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절대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아봐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면 앞에 있는 현희를 머리 속에서 옷을 벗기기가 일쑤였고

때로는 그대로 현희를 눕히고 올라타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런데 나한철이 그런 상상에 휘말려 혼자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현희가 나한철을 쳐다보면서 혼자 생글거리고 있는 일이 종종 있었다.

처음에는 나한철이 자신이 머리 속에 상상한 일을 현희에게 들킨 것 같아

얼른 딴 청을 하곤 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 이유는 아닌 것 같았다.

현희의 표정은 무슨 할 말이 있는데 참고 있는 것도 같았고 

어찌 보면 나한철의 무슨 비밀을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처럼 보이기도 했다. 

'혹시 내가 자기 방을 훔쳐 본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자신이 자위하는 모습을 들키고 기분 좋을 사람도 없거니와

더욱이 현희 나이 때라면 아마 죽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워 얼굴도 못 내밀 일이었다.

나한철이 왜 웃는지 물었더니 현희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하면서도 계속 나한철을 보고 생글거렸다.

궁금하기는 하지만 현희가 말을 안 해주는 데 그 내막을 알 길이 없어 그렇게 지나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나한철이 밤새 들어온 텔렉스를 확인하려고 아침에 회사에 들렸다가

정석네 집에서 점심이나 얻어먹을 요량으로 정석의 집에 들렸다.

정석과 경숙은 친척 결혼식에 가려고 외출 차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마침 현희가 혼자서 집 보기가 무섭다고 투정을 부리던 참이라며

나한철에게 영철이 올 때까지만 현희하고 같이 집 좀 봐달라고 부탁을 했다.

경숙이 현희에게 나한철과 영철의 점심을 단단히 당부하고는 정석을 따라 집을 나섰다.

그런데 그날따라 영철이 집에 오질 않아서 나한철과 현희는 한참 동안이나 기다리다가

결국은 둘이서만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나한철과 현희가 거실에 앉아서 같이 TV를 보는데

나한철은 자꾸 TV화면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현희에게만 눈길이 갔다.

셔츠 위로 불룩하게 솟아오른 젖가슴과 치마 밑으로 드러난 하얀 종아리에 자꾸 시선이 갔다.

현희는 나한철의 그런 눈길을 아는지 모르는지 TV만 열심히 쳐다고 있는데

그 옆 얼굴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어느새 나한철의 물건은 바지 속에서 있는 대로 성이 나 있었고

나한철은 문득 문득 현희를 껴안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더 이상 현희와 같이 있다가는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를 심정이었다.

"현희야!...."

나한철이 입이 바짝 말라 갈라진 목소리로 현희를 불렀다.

"네?....."

현희가 TV를 보다가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나한철을 돌아보았다.

그 표정마저도 어찌 그리 이쁜지 나한철은 하마터면 현희를 와락 껴안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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