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9화 (119/161)

"호호호!....근데 언니 솔직히 말해 봐!.....

언니 어저께가 처음 아니지?...."

"....뭐가 처음이 아냐?"

"형부말고 다른 남자하고 한 거!..........그렇지, 언니?"

"...왜?......그건 알아서 뭐 하게?"

"언니! 말해 봐! 응?.......그래? 안 그래?"

"하이구 참! 별 일이야!........

별 걸 다 조르고 그러네!...그러는 동생은?.....동생은 처음이야? 아니야?"

"나?....으으음!.........아이! 나 말 못해!"

"허이구! 그러면서 남의 일은 왜 물어봐?......"

"언니! 그럼 내 얘기하면 언니 얘기도 할 거야?"

"아니!......난 내 얘기 안할 거니까 동생도 동생 얘기 안 해도 돼!"

"아이, 언니이이?!....."

"아 글쎄 난 싫다니까!...."

".........언니!.....사실.......근데 비밀 지켜춰야 돼!...응? 언니?"

"아유! 몰라!......그럴 거면 얘기하지 마!"

..........언니!...나는.... 처음 아니야!"

".......다 알아!.......내가 다 알면서 물어본 거야!"

"어떻게?.....언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다 봤어! 동생이 전선생하고 그러는 거!"

"전선생?!.......언니 그것도 봤어?"

"그럼 봤지! 내가 안 본 걸 얘기할까봐?!......"

"호호호!....인제 보니까 언니 훔쳐보는 데 명수네!"

"훔쳐보긴 누가 훔쳐봐?...그냥 보이니까 본 거지!"

"호호호!...근데 언니!.....나.....전선생도 처음이 아닌데!...."

"그렇겠지!.....어련하시겠어?!"

"아이이! 언니이이!........언니는 내 말 듣고도 안 놀래?.....

응?.......나 또 다른 남자도 있었다니까!.......응? 언니?"

"그게 뭐 놀랠 일이야?.........

남편이 외국 나가서 오래 있으니까 동생이 남자 생각이 난 게지 뭐!....

그런 일 갖고 놀라고 자시고 할게 뭐 있어?"

경숙이 빨래 개기를 마치고 빨래를 방 한쪽으로 밀어 놓았다.

"정말?......정말 언니 그렇게 생각해?....

야! 언니 정말 통 크다!......."

"호호호!......그나저나 동생 큰일났다!....

내가 영태씨 돌아오면 이 얘기 다 해줄 건데!....호호호호!"

"안 돼! 언니이이!.......누구 정말 쫓겨나는 꼴 볼라고 그래?.....

언니!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하지 말아!........나 간 떨어진단 말이야!"

"농담은 무슨 농담이야?..........

나 정말로 얘기 할건데!.......호호호호!"

"정말?........아이! 안 돼!.......언니 그런 법이 어딨어?.......

내가 말한 비밀은 지켜줘야지?!...."

"호호호!.....난 그런 약속 한 적 없는데!........호호호호!"

"언니 정말 그럴 거야?......

좋아! 언니 마음대로 해!......

그럼 나는 뭐 가만있을 줄 아나?.......나도 형부한테 얘기해야지!"

"허유! 그런다고 누가 겁나나?......."

"정말? 정말이지. 언니?.........

나 여기 있다가 오늘 형부 집에 오면 얘기한다?!...........어때? 겁나지?"

"난 정말 하나도 겁 안 난다니까!........호호호호!.....

우리 남편한테 그런 얘기 해봐라!....눈이나 하나 깜짝하나?....호호호호!"

미정은 경숙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부끄럼과 수줍음이 유달리 많은 평소의 경숙이라면 당연히 겁을 내야 마땅했다.

비록 서로 농담이긴 하지만 남편에게 다른 남자와 있었던 일을 얘기한다는데

경숙이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어떻게 그리 여유가 만만한지 이해가 안 갔다.

"호호호!...이 언니 좀 봐!......

형부한테 얘기한다는데도 겁도 안 나나봐?!.........

언니! 도대체 뭘 믿고 그렇게 큰 소릴 치는 거야? 응?...."

"큰 소린 누가 큰 소릴 쳐?!......호호호!....

어때? 약 오르지?.......호호호!"

".........언니!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응? 언니?.........."

"............그런 게 있어!........동생은 알 필요 없고......"

"언니! 도대체 뭔데?......뭔데. 언니? 응?"

미정이 경숙의 팔에 매달리며 무슨 일인지 알려달라고 졸랐다.

"아이구! 거 꽤나 조르네!.......

우리 부부는 서로 그런 거 상관 안 하기로 했어!"

"뭘 상관 안 해?........

그럼!......언니가 밖에 나가서 다른 남자 만나도 형부가 괜찮다고 그랬단 말이야?"

"호호호! 그래!........이제 됐어? 호호호호!"

미정의 입이 딱 벌어졌다.

"어떻게? 응? 어떻게?.........형부가 어떻게 그걸 허락해?!"

미정이 또 졸라댔다.

"아유, 몰라!........

그냥 둘이 오래 살다보니까 그렇게 된 거야!.....그만 물어봐!"

"세상에 오래 살았다고 그러는 부부가 어딨어?.....말도 안 되는 소리!......

언니! 정말 뭔데? 응?......."

그래도 경숙은 빙글빙글 웃기만 하고 끝내 말을 안 해줬다.

조르다 못한 미정이 삐진 척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다음 날,

미정이 오전 일찍부터 경숙의 집에 다시 쳐들어왔다.

"언니! 도대체 어저께 한 얘기가 뭔데? 응?......

나 궁금해서 밤새 한 잠도 못 잤단 말이야! 응? 언니!"

결국 경숙이 견디다 못해 간단히 설명을 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가......아유 참!.....동생 등살에 내가 별 얘기를 다하게 되네!......."

"언니! 그만 뜸 들이고 빨리 얘기 좀 해봐! 응?"

"내가 전에........몇 남자하고 사귀었거든!......

근데 남편이 그걸 알게 된 거야!"

"어머나! 어머나!......."

"그랬는데 남편이 그거 다 눈감아주고.........

그 대신 다음에 또 남자 만나게 되면 꼭 자기한테 얘기하라는 거야!.....

그러면 어떤 일이 있어도 다 용서해 준다고......."

"어머나!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그렇게 됐다니까!"

"....그럼?!......언니 그 뒤에 남자 또 만났어?"

"...그래! 만났다!...호호호호!"

"그럼 그 얘기를 형부한테 했어?"

"뭐 한 얘기도 있고 안 한 얘기도 있고......"

"그랬는데 형부가 아무 말도 안 해?......."

"무슨 얘길 해?.......다 서로 이해하기로 한 건데!..."

"화도 안 내고?"

"화?...화를 왜 내?....."

".......에이! 거짓말!.............세상에 그런 남편이 어디 있어?....거짓말이지?!"

"호호호!....사람 말을 못 믿기는?!......

그럼 나중에 우리 남편한테 물어봐!

내 말이 정말인지 거짓말인지....."

"그럼 언니가 지금 한 얘기 다 정말이란 말이야?........

세상에! ....세상에!...."

"호호호! 놀래긴 뭘 그렇게 놀래?......"

"아니, 언니! 그럼 이게 안 놀랠 일이야?........

난 지금도 믿겨지지가 않는데....."

"믿든 안 믿든 동생 마음대로 해!......

난 거짓말 한 거 하나도 없으니까!...."

미정은 한참동안이나 얼이 빠진 듯 했다.

그러더니 경숙을 부러운 듯 쳐다봤다,

"언니는 어쩜 그렇게 복도 많아?!..........

세상에 도대체 그런 남편이 어디 있어?!........

나 같았으면 뼈도 못 추릴텐데!......

그나저나 형부 너무 멋있다!.......정말 형부가 다시 뵈네!"

"우리 남편 멋있는 줄 인제 알았어?......."

"야아!.....정말 생각할수록 정말 형부 멋있네!...."

"호호호!....이거 자꾸 우리 남편보고 멋있다는 게 수상한데?!......

동생!.....그렇게 멋 있으면.....동생이 한 번 어떻게 해봐!...호호호!...

내가 눈 감아 줄테니까!.......

어때? 생각 있어?.....호호호호!"

"정말?.......정말 그래도 돼?......

내가 형부하고 무슨 일 있어도 언니는 질투 안 할 자신 있어?"

"호호호!...그까짓 걸 갖고 질투는 무슨 질투?!.......

동생이 평생 데리고 살 것도 아닌데....."

"야아~!......언니 부부 정말 대단하다!......내가 질렸다, 질렸어!.........

알았어!....내가 형부 한 번 꼬셔서 언니 질투하나 안 하나 봐야지!...호호호호!"

"호호호!...나 신경 쓰지 말라니까!....

그나 저나 우리 남편이 동생한테 관심이나 있을까 모르겠네!......호호호!"

"왜? 언니?........내가 뭐 어때서?......

내가 못 생겼서 안 된단 말이야?"

"그게 아니라.......우리 남편하고 영태씨 하고 젊었을 때부터 친했잖아?......

우리 남편 보기보다 의리파거든!....그래서 그런 거 되게 따진단 말이야!.....

동생이 친구 와이프인데..... 웬만해서 딴 마음 안 먹을 걸?!....호호호!"

"그거야 다 뭐 내가 하기 나름이지.......

언니는 별 걱정을 다 하네!...호호호호!

근데 언니!...언니 그럼 그저께 원장하고 일도 형부한테 얘기했어? 응?"

"아니!... 그걸 뭐 하러 얘기해?"

"얘기해야 형부가 용서해 준다며?...."

"그런 걸 누가 시시콜콜 다 얘기해?.......

그냥 알게 되면 얘기하고 안 그러면 말고 그러는 거지!"

"야아~! 정말 언니가 부럽다! 부러워!......."

며칠 뒤였다.

밤늦게 들어온 정석이 옷을 벗으면서 경숙에게 물었다.

"요즘 어떻게.....영태 와이프는 잘 지내?...."

난데없이 정석이 미정의 안부를 물었다.

"동생이야 잘 지내죠!...왜요?"

며칠 전 미정이와 했던 얘기가 생각이 나서 경숙이 되물었다.

"왜는 무슨 왜야?........

영태는 외국 나가고 와이프 혼자 있는데 근처에 살면서 잘 지내나 신경을 써줘야지!"

"잘 지내요!....매일 우리 집에 놀러오고 그래요!"

"그래?...그거 잘 됐네!.......

당신이 신경 써서 도와줄 거 있으면 도와주고 그래!"

"알았어요!....안 그래도 그러고 있어요!...."

".......뭐 언제 저녁이라도 한 번 같이 하든지?!.....

당신이 날 잡으면 내가 일찍 들어올 테니까!.....

나중에 영태 돌아와서 당신한테만 맡겨두고 

나는 생전 들여다보지도 않았다고 뭐라 그럴라?!"

"....네!.....제가 동생하고 한 번 얘기해 불게요!"

나중에 미정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미정이 좋아라 했다.

"잘 됐다!...그 날 형부 꼬셔야지! 호호호!"

"뭐?........동생 정말 해보려는 거야?..."

"왜 언니?....내가 형부 꼬신다니까 벌써 질투나?"

"질투는 무슨?......나 질투 안 한다고 했잖아?!"

"그럼 됐네 뭐!......언니만 방해 안 하면 일은 벌써 다 끝난 거야!"

"허이구 참!......내 기가 막혀서!...호호호호!"

'순진해 보이는 얼굴에 말이나 하는 짓은 어쩌면 저렇게 당돌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경숙은 그런 미정이 전혀 밉지 않았다.

오히려 미정의 그런 당돌함이 부러웠다.

셋이서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었다.

음식점에서 셋이 저녁을 먹으면서 정석이 미정에게 술을 권하자

미정은 사양도 하지 않고 홀짝 홀짝 잘도 받아 마셨다.

경숙이 옆에서 그만 마시라고 말리면 

"알았어, 언니! 인제 안 마실게!" 하면서도

정석이 권하면 주저 없이 홀라당 잔을 비웠다. 

'애는 무슨 남편 꼬신다더니 술만 마셔대?'

경숙은 괜히 자신이 더 답답했다.

실제로 미정은 식사하는 내내 남편 앞에서 얼굴 한 번 제대로 못 들고 부끄럼을 떨며

입을 다문 채 정석의 묻는 말에만 간신히 대답을 했다.

'허이구! 저래가지고 언제 우리 남편을 꼬신다는 거야?'

경숙은 미정이 자신 앞에서 공연히 허세를 부려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정씨는 언제 봐도 순수해 보이는 게 정말 보기 좋아요!"

발그레해진 얼굴을 반쯤 내리깔고 있는 미정에게 정석이 대놓고 칭찬을 했다.

"호호호호호!..."

정석의 말에 경숙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왜?.......뭐가 우스워서 갑자기 웃고 그래?"

정석이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호호호호호!........아무 것도 아니에요!......호호호호호!"

"아무 것도 아니라면서 왜 자꾸 웃고 그래?......

말한 사람 기분나쁘게!........도대체 왜 웃는 거야?"

"호호호!.........그냥........당신 말이 우스워서 그래요!..호호호호! 아얏!"

옆에 앉아있는 미정이 경숙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내 말이 뭐가 우스운데?.........

나는 미정씨가 세상 때 하나도 안 묻은 거 같아서 순수하다고 했는데.......

왜?... 그 말이 우스워?"

"호호호호호호!..."

정석의 보충 설명에 경숙이 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얏!...호호호호호!"

미정이 또 다시 경숙의 허벅지를 꼬집었지만 경숙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허허허!....이 사람이 실성을 했나?!.......

사람 말하는데 무안하게 왜 계속 웃고 그래?!..........

내가 미정씨 칭찬하는데 당신이 그렇게 웃으면 미정씨는 또 얼마나 무안하겠어?!"

"호호호호호호! 아얏! 그만 꼬집어! 호호호호!...아이구, 배야!"

경숙은 눈물이 쏙 나오도록 웃은 후에야 겨우 웃음을 멈췄다.

경숙이 웃는 동안 미정이 연신 경숙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알았어! 알았어! 이제 안 웃을테니까 그만 꼬집어!....아파 죽겠단 말이야!....호호호호!"

"나 이 사람 참!........

당신이 그렇게 자꾸 웃으니까 미정씨가 무안해서 당신을 꼬집잖아?!......

미정씨 제 말이 그렇게 웃겼어요?...."

".....아니요!...."

미정이 얼굴을 붉히면서 부끄러운 듯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미정의 그런 모습에 경숙은 억지로 참았던 웃음을 다시 터뜨렸다.

"호호호호호호!"

"허허!.....나 원 내 말이 뭐가 그렇게 우습다고 자꾸 웃는 거야?!....

난 당신 웃는 게 더 우스운데!..........하하하!"

또 다시 얼마를 더 웃고 난 후에야 경숙의 웃음이 간신히 진정되었다.

"미안! 미안!.......미안해요! 여보!.......갑자기 웃음이 터지니까 참을 수가 없네!....."

"아니 근데! 내 말이 뭐가 그렇게 우스웠어?"

"그...그게.....아니, 동생 나이가 몇인데 당신은 동생보고 순수하다고 그래요?....."

"나이하고 순수한 거 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데?!......

나이가 들어도 순수한 건 순수한 거지!........

나는 미정씨 나이에 이렇게 순수해 보이는 사람은 처음 보았는데!....

왜 당신은 안 그래?"

미정이 미리 경숙의 허벅지 위에 손을 올려놓고 꼬집을 준비를 하고 있는 데다

경숙도 더 이상 웃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

"아니에요!....나도 그렇게 생각해요!.......킥!..킥!...킥!..."

경숙이 말하다 보니 능청을 떠는 자신의 말이 우스워서 키득거리며 웃음을 터뜨리려고 하자 

미정이 경숙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었다.

"아유, 아파아!.....그만 꼬집으라니까!........내 다리 다 멍들었겠네!....아휴!"

"당신이 이유 없이 자꾸 웃으니까 미정씨가 부끄러워서 그러지!.....

당신 다리 멍들어도 싸다 싸!......"

경숙은 세상 남자들이 참 어리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은 속은 모른 채 여자를 외모로만 보고 판단하다보니

미정이를 보고 순진하다느니, 순수하다느니 하는 소리를 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긴 뭐!..........겉으로만 봐서야 사람들이 내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알기나 하겠어?!'

웃음 사건 때문에 세 사람은 더 즐겁고 친숙한 분위기에서 저녁 식사를 마쳤다.

"아유, 어지러워!........언니! 나 술 취했나봐!"

그 때까지 멀쩡하던 미정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갑자기 비틀거렸다.

"그러게 내가 뭐라 그랬어?........그만 좀 마시라니까!"

경숙이 얼른 미정을 부축했다.

"미정씨! 괜찮아요?.......내가 술을 너무 권했나?"

"아니에요! 형부!........저 괜찮아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미정은 경숙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몸을 제대로 가누질 못 했다.

"당신이 미정씨 부축을 해서 나와요!.....내가 먼저 나가서 계산하고 있을 테니까!"

정석이 앞서서 계산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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