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7화 (117/161)

"장모님! 오늘 집에 가실 거예요?...."

양복 상의를 입혀주는 장모에게 나한철이 물었다.

"그럼! 가야지!.........근데 왜?"

"오늘 저녁에 다시 오시면 안돼요?"

"어떻게 또 와?...........그러다 정말 나 맞아죽을 일 생길라고?!......"

"장모님! 그러지 말고 집에 가셨다 저녁에 또 오세요! 네?"

나한철이 장모의 치마를 들치고 커다란 엉덩이를 쓰다듬으면서 졸랐다.

그 날 저녁 나한철이 회사가 끝나기 무섭게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와 보니 장모가 있었다.

어제보다 훨씬 야한 옷으로 갈아입고 온 장모가 나한철의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집에다 무슨 핑계를 댔는지 삼일씩이나 허락을 맡고 왔다는 것이었다.

그 삼일 동안 나한철은 장모와 꿈같은 신혼기분을 맛보았다.

나한철의 일을 해결하는 중에도 정석은 바쁘게 움직여 다니면서

뭘 해서 먹고 살까 하는 궁리를 했다.

나한철과도 상의를 한 끝에 시내 중심가에 조그만 빌딩을 하나 사기로 했다.

기껏해야 3층 짜리 낡은 빌딩이었지만 

월세가 꽤 되어서 그 세만 받아도 생활은 넉넉할 것 같았다.

물론 식당과 집을 판 돈만 가지고는 턱도 없이 모자랐지만

보증금 떠 안고 오래 전 사두었던 땅도 일부 팔아서 보태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까 또 살림집이 문제였는데

친구인 영태가 이왕 이사하는 거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로 오라고 부추기며

대신 나서서 집도 알아봐 주고 해서 크지 않은 2층집을 전세로 얻을 수 있었다.

경숙은 모든 게 꿈만 같았다.

조그만 분식집 주방에서 매일 구정물에 손 담그고 지내면서

언제나 이 짓을 면하나 아득하기만 했는데 이렇게 하루아침에 신세가 바뀐다는 것이 

좀처럼 믿어지지가 않았다.

게다가 진호네를 떠나 멀리 갈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좋았다.

문제는 새로 이사갈 집과 영철의 학교가 너무 멀다는 것이었는데

지금까지 신세지고 있는 친구 집에서 친구와 같이 지내면 된다는 영철의 말에 걱정을 덜었다. 

이사를 하는 날 영태의 와이프인 미정이 와서 집안 치우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동안 정석부부가 영태 동네에 집을 보러 다니면서 영태 집에 들려 이미 몇 차례 인사를 나눈 사이였다.

미정은 그리 크지 않은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에다 히프는 두 엉덩이를 다 합쳐도

웬만큼 커가란 남자 손바닥 안에 다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빈약해 보였다.

거기다 얼굴은 얼마나 순진해 보이는지 세상물정을 하나도 모를 여자 같이 보였다.

세상물정은커녕 부부관계도 제대로 모를 여자 같았다.

몸의 다른 부분에 비해 조금 커 보이는 유방말고는 어디에도 남자를 알 것 같은 구석이 없었다. 

애가 없어서 그런지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여 더 더욱 그런 분위기가 났다.

말소리도 조분조분한 게 얌전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꽉 막힌 여자는 아니었고 정석 부부를 대하는 태도나 다른 일을 할 때 보면 화통한 구석까지 있었다.

경숙과 처음 인사를 나눈 뒤 경숙이 자신보다 너 댓 살 나이가 위인 것을 알고 단 번에 언니! 소리를 했다.

정석이 자기 아우인데 무슨 언니 소리를 하느냐고 영태가 농담조로 핀잔을 주자

"두 분 관계가 어떻게 되든 저한테는 무조건 언니예요!" 하며 경숙을 따랐다.

아마도 남편이 배타고 한 번 나가면 오랜 시간을 혼자 지내다 보니

사람도 그리웠을 거라고 경숙은 생각을 했다.

이사를 마치고 며칠이 지나면서 집안에서 편하게 지내다 보니 

경숙은 자신의 팔자가 있는 대로 늘어진 기분이었다.

남편이 빌딩 주인이 되면서 주위에서 사장소리 듣게 되자 

덩달아 경숙에게도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고

비록 전세이기는 해도 사람 사는 집 같은 곳에 살게 된 것까지

얼마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달라진 생활이 너무나 대견스러웠다.

전에 무산대사가 멀지 않아 귀부인처럼 살게 될 것이라던 말이 생각났다.

"그래도 그 놈의 땡 도사가 바른 소리 한 것도 있네!" 하면서 신기해했다.

정석은 자신이 산 빌딩의 관리사무실로 매일 아침 새벽같이 출근을 해서 밤에 돌아왔다.

정석도 사장 소리 들으며 자신의 빌딩에서 지내는 것이 신이 나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정석 부부와는 달리 영태는 뒤에서 쓰디쓴 입맛을 다셨다.

영태가 정석을 자신의 동네로 이사오게 한 것은

가까이 살다 보면 경숙과 만날 시간이 많아질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는데

비록 얼마 되지는 않았어도 자주는커녕 한 번도 경숙과 단 둘이 있을 시간이 없었다.

집에 혼자 있을 경숙에게 가보려고 외출할 기색이라도 보이면

와이프 미정이가 "당신 외출할 거면 나 언니네 집에 다녀와도 되지?" 하고 나서는 통에

그 마저도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걸국 영태는 쓰린 가슴을 안고 다시 외항선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영태가 배를 타고 나가자 미정은 매일 같이 경숙의 집에 찾아왔다.

둘이 하루 종일 집안에서 음식시켜 먹으며 수다를 떨기도 하고

미정이 전에 잘 다니던 미용실에 놀러가 하루 종일 남들 수다떠는 것을 듣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경숙이 하는 일 중에 제일 중요한 일이 자신의 외모 관리하는 일이었다.

환경이 사람을 바꾸는지 경숙은 한 달도 안되어 얼굴이 더 활짝 피어났다.

전에도 우아해 보이긴 했지만 이제는 완전 귀부인 티가 나 보였다.

미장원에서도 보는 사람마다 경숙이 예쁘다는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경숙은 그렇게 하루하루 행복한 날들을 보냈다.

그러자 오래 잊고 있었던 남자 생각이 문득문득 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집에 놀러온 미정에게 경숙이 물었다.

"동생은 영태씨가 그렇게 오랫동안 배타고 나가 있어도 괜찮아?"

"그게 내 팔잔데 어떻게 하겠어요?.........

이젠 하도 습관이 돼서 그런지 괜찮아요!.....

어떤 때는 남편이 집에 있는 게 불편할 때도 있어요!...호호호!"

"그래! 그럴 거야!......

우리 같은 사람은 몰라도 늘 혼자 지내다가 남편이 집에 있으면 그것도 불편할 거야! 응?

근데.......그거보다 내가 물어본 건..........혼자 있으면 외롭지 않냐고?"

".....외롭긴요? 뭘....그저 그렇죠!"

"아이참! 내 말은..............남자 생각 안 나냐고?"

"남자요?......왜요?..........언니가 남자 소개시켜 줄려구요? 호호호호!"

"호호호! 내가 남자가 어디 있어서 남자를 소개시켜 줘?"

"에이! 언니는 예쁘니까 애인이 많이 있을 것 같은데요?"

"애인?...호호호호!...내가 애인이 어디있어?....

맨날 식당 주방에서 일만 하던 사람이....."

"그럼 여태까지 애인도 한 명 없이 지냈어요?"

"호호호! 이 동생 말하는 거 좀 봐?!........

그러는 동생은 애인이 있었어?"

"저요?...호호호! 그거야 모르죠!......

애인이 있었는지 없었는지.........호호호!"

"동생, 애인이 있구나? 응? 그렇지? 애인있지?"

"아이구, 뭘 알고 싶어서 그렇게 따지고 들어요, 언니는?........

나 생긴 것 보세요!.......

내가 어디 애인 숨겨둘 여자같이 보여요?.......언니도 참!"

"........그래! 허긴!.......

동생 같은 사람이 무슨 애인이 있겠어?...."

"왜요?....내가 못 생겨서요?"

"무슨 소리야? 동생이 못 생기긴 누가 그런 소리를 해?.......

동생이 못 생겼으면 이 세상에 예쁜 여자가 어디있어?......

내 말은 동생이 생전 세상 밖에도 안 나가본 여자처럼 순진하게 생겼다는 말이지!"

"그래요?....제가 그렇게 순진해 보여요?"

"그래! 순진이 철철 넘쳐서 철딱서니까지 없어 보인다! 호호호호!"

"호호호호!......"

그 날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런데 나중에 경숙이 곰곰이 생각해보니 미정이 뭔가 자신에게 숨기는 일이 있는 것 같았다.

'얌전한 개 부뚜막에 먼저 올라앉는다는데

겉으로는 순진하게 생겼지만 뒤에서 호박씨 까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다시 미정이 집으로 놀러왔을 때였다.

말 끝에 경숙이 

"아아! 정말 심심하다!.......

이럴 때 애인이라도 있으면 같이 놀러 다니면 좋을텐데!......" 하면서

슬쩍 미정의 속을 떠봤다.

"호호호! 이 언니가 어제도 애인 타령이더니 오늘도 또 그러네?!........

언니! 정말 그렇게 애인 갖고 싶어요?...."

"왜? 동생이 애인 만들어 줄려고?...."

"글쎄!.....그거야 뭐 다 언니 마음먹기 나름이지 뭐!.......

언니처럼 예쁜 여자가 어딜 가면 남자하나 못 구하겠어요?"

"어딜 가서?.......

어딜 가서 무슨 남자를 구해?"

"호호호! 궁금해요, 언니?........"

"그래! 궁금해!....궁금하니까 빨리 얘기해 봐!"

"호호호!....저기요!......나도 가보지는 않았는데..........

저기 가면 낮에 춤추는 데가 있대요!.........

거기 가면 근사한 남자들 많다는데......."

"낮에 춤추는데?...........

그럼, 그게 뭐야?.....비밀 댄스장....그런데 아니야?"

"말하자면 그런 데죠, 뭐!"

"아이, 난 싫어!.........

전에 테레비 보니까 그런데서 여자들이 막 경찰에게 잡혀 나오고 그러든데...... 

괜히 그런데 갔다가 테레비에 나오고 망신당하면 어떡해?......"

"그런데 갔다고 다 그런 가요?.......그거야 정말 재수 없이 당하는 거지?!"

경숙이 질색을 하며 거절의 의사를 보이자 미정의 얼굴에 아쉬움이 스쳐갔다.

"아이구! 동생은 가보지도 않았다는 사람이 어떻게 그리 잘 알아?......

게다가 난 춤도 못 춰서 가고 싶어도 그런데 못 가!"

"그럼, 언니!....우리 춤 배우러 갈까요?........."

"춤?....그건 또 어디서 배우는데?..."

"그거야 다 배우는 데가 있죠!........

언니, 나랑 한 번 가볼래요?"

"어디 동생 아는 데가 있어?.....

거기가 아까 동생이 얘기하던 뭐 비밀 댄스장....그런데 아니야?"

"아니에요!.....

내가 말하는 데는 정식으로 허가 난 무도학원이에요!"

"그럼.....그런데서 춤 배우면 캬바레 같은 데 가서 춤도 출 수 있는 거야?"

경숙은 전에 창수아버지와 같이 가봤던 캬바레 정경을 떠올리며 그렇게 물었다.

"그럼요!....근데 언니는 춤도 못 춘다면서 캬바레는 어떻게 알아요?...."

"나?....호호호!.....이래봬도 왕년에 캬바레 몇 번 가봤지!...호호호!"

"누구랑요?...누구랑 갔는데요?..."

미정이 궁금한지 경숙에게 바짝 얼굴을 들이대며 물었다.

"왜? 누구랑 갔는지가 왜 그렇게 궁금해?

호호호!.....내가 애인하고라도 갔을까봐?...호호호호!"

아는 사람 부부와 같이 갔었다는 말에 잔뜩 호기심에 가득 차 있던 미정의 얼굴이

심드렁해지며 뒤로 물러나 앉았다.

"그럼 뭐 별로 재미도 없었겠네요?!....."

"재미?.......호호호! 난 재미만 좋던데?"

경숙이 마음 속으로 어두운 공간에서 창수아버지와 헐떡대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에이! 아는 사람, 그것도 부부끼리 같이 가서 무슨 재미가 있어요?"

"왜? 아는 사람하고 춤추면 재미가 없어?"

"뭐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모르는 남자한테 척 안겨야 가슴도 설레고 그렇지.......

아는 사람끼리 그게 뭐!........"

'아쭈! 요것 봐라! 점점!......'

경숙은 미정의 말이 갈수록 대담해지는 것이 재미가 있었다.

"동생, 이제 보니까 그런데 아주 선수구나?....응? 그렇지?"

"아유, 언니는? 선수는 내가 무슨 선수야?.........괜히 사람 이상하게 만드시네!......."

미정이 적당히 말꼬리를 흐렸다.

"그래도 말하는 거 보니까 춤 배우러도 다녔나 보네, 뭐!"

"아유! 잠깐 배우다 만 거예요!.....

몇 번 갔다가 혼자 배우려니까 쑥스러워서 그만 뒀어요!......."

"그럼, 동생도 캬바레 가봤겠네?"

"그거야......."

"가서 모르는 남자하고 춤추니까 가슴이 막 설레고 그랬어?....호호호!"

"아유! 이 언니 또 말꼬리 잡고 늘어지네!......

그냥 말이 그렇다는 얘기지!"

둘은 한참 더 서로가 캬바레 다녀온 얘기를 무용담 털어놓듯 수다를 떨었다.

미정이 말 나온 김에 심심한데 춤이나 배우러 다니자고 경숙을 졸랐다.

경숙도 전에 캬바레에서 보았던 음막에 맞추어 우아하게 돌아가던 여자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신도 그런 주인공이 되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선뜻 결심을 하기가 힘들었다.

워낙 춤이니 캬바레니 하는데 대한 남들의 인식이 안 좋은 줄 알기 때문에

새로운 동네에 이사를 와서 괜히 소문이라도 이상하게 날까봐 걱정이 돼서 였다.

"아유, 춤바람은 아무나 나나?...

다 자기 하기 나름이지!.....

그리고 춤 배우러 다니는 거야 우리만 입 다물면 되지 누가 그걸 알아요?

그러니까 언니 우리 춤 배우러 가요? 네?"

미정이 공연히 혼자 몸이 달아서 경숙을 꼬드겼다.

"그래! 알았어!.....생각 좀 해 보고....."

"생각은 무슨 생각이에요?......

우리 그냥 내일부터 가요! 네? 언니?"

경숙은 공연한 말을 꺼냈다 생떼를 만난 기분이었다.

"아유! 나도 몰라!.......내일 봐서 가게 되면 가고........

이제 그 얘기 그만해!"

다음날 경숙이 집안 청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화장을 하고 있는데

미정이 집으로 찾아왔다.

평소의 옷차림과는 다르게 정장 투피스를 잘 차려 입고 왔다.

"웬 일이야? 어디 외출하게?"

"웬일은?.....언니! 우리 오늘부터 춤 배우러 가기로 했잖아요?

언니는 여태까지 뭐하다 인제 화장을 해요?"

"뭐?....호호호!......

정말 나보고 춤 배우러 가자고 왔단 말이야?.......

어머나, 세상에! 호호호호!"

"이 언니가 웃기는?.........

언니! 빨리 빨라 준비해요!....얼른 가게!"

"호호호! 가긴 어딜 가자고 그래?!.....

나 정말 우스워 죽겠네! 호호호호!"

둘은 또 가냐 안 가냐를 놓고 한동안 옥신각신했다.

미정이 첫 달 강습료는 자신이 내줄 테니까 한 달 다녀보고 

재미없으면 그 때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고 졸라대는 통에

결국 경숙도 미정을 따라 나서기로 했다.

계절에 맞는 치마 정장이 없어서 경숙이 바지 정장을 입으려고 했다.

"아유, 언니는?!......

누가 춤추러 가는데 바지를 입고 가요?!"

"왜 또?........바지는 안 되는 거야?"

"춤출 때 바지 입으면 바지단에 남자들 구두 쓸린 자국이 얼마나 나는데요?!.....

거기다 흰색이나 그거처럼 밝은 색 바지 입으면 또 표가 얼마나 잘 나는데!......

누구 춤추러 다니는 거 광고할 일 있어요?

빨리 아무 거나 치마로 입어요!"

경숙으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얘기였다.

어쨌거나 경숙은 치마로 갈아입고 미정과 집을 나섰다.

미정이 말하는 무도학원은 경숙의 동네에서 버스로 열 정거장쯤 떨어진 동네에 있었다.

창문에 커다랗게 '무도학원'이라고 써 놓은 건물로 들어가

3층까지 걸어 올라가는 동안 경숙은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미정이 앞서서 무도학원 간판이 걸린 문을 열고 들어갔다.

경숙의 예상과는 달리 조그만 사무실에 책상만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었는데 아무도 없었다.

그러자 미정이 옆에 달린 또 다른 문을 열었다.

그랬더니 그 안에서 쿵쾅거리는 음악소리가 들렸다.

미정을 따라 경숙도 그 안으로 고개를 디밀었더니

약간은 어두컴컴한 넓은 홀에서 남녀 몇 사람이 춤을 추고 있었다.

한쪽 벽은 벽 전체가 거울로 되어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쳐주고 있었다.

"어? 안녕하세요?"

어떤 여자와 붙들고 춤을 추던 남자가 미정을 보더니 아는 체를 하고 다가왔다.

"아유! 안녕하세요?"

그 남자와 미정, 경숙이 사무실에서 마주 앉았다.

그 남자와 미정은 잠시 동안 왜 그동안 미정이 춤 배우러 오지 않았는지

그런 걸 묻고 대답하면서 둘이서만 얘기를 나누었다.

경숙은 남자의 나이가 예상외로 젊은 데 놀랐다.

남자의 나이는 잘 해봐야 서른이 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제비인가?.......'

난데없이 경숙이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미정이 두 사람을 소개했다.

"여기는 같은 동네 언니고요....여기는 이 학원 원장님!"

두 사람은 서로 미소로 인사를 했다.

"언니 분이 대단한 미인이신 데요?!"

원장이라는 사람이 대뜸 경숙의 칭찬부터 했다.

"우리 언니 이런데 처음이니까 괜히 음흉한 생각 품지 말고 춤이나 잘 가르쳐줘요!"

"아! 물론이죠! 하하하!"

그렇게 해서 경숙은 그 날부터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원장이라는 사람이 마루에다 발 모양을 몇 개 그려놓은 뒤

자신이 먼저 그림을 따라 발 옮기는 것을 보여준 뒤 경숙보고 따라 하라고 했다.

경숙이 따라서 몇 번 해봤더니 계속 그 연습을 하라고 하더니

원장은 미정을 붙들고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경숙이 발 옮기는 연습을 하고 있자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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