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2화 (92/161)

그래도 영태의 손이 막무가내로 다리 사이를 비집고 올라오자

말리느라 괜히 소란을 피다가 혹시 바깥에 있는 남편이 눈치라도 채게 될까봐 

결국 경숙은 하는 수 없이 가랑이를 벌려 주었다.

영태의 손이 경숙의 팬티 가랑이 사이로 들어와 경숙의 아래를 주물렀다.

"하이! 아까도 택시 안에서....실컷 만져놓고!......"

영태가 경숙의 말라있는 아래 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으려고 했다.

"하유! 아파요!"

그 소리에 주춤하던 영태가 경숙의 팬티 속에서 손을 빼더니 갑자기 일어나 바지 지퍼를 내렸다.

"경숙씨! 내 좇 좀 빨아줘요!"

그리고는 성이 난 자신의 물건을 경숙의 입 앞에다 들이댔다.

"하잉! 지금 어떻게?....."

"얼른요! 정석이 들어오기 전에 빨리.......네?"

"불안해서 어떻게? 흐응?"

경숙의 입술에 닿을 정도로 바짝 물건을 들이대는 통에 경숙은 한 손으로 영태의 물건을 잡았다.

"몇 번이라도 좋으니까....정석이 오기 전에 빨리요!"

경숙은 영태가 확실히 변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남편이 자리 비운 틈을 이용해 남편친구가 자신한테 이러는 것이 

별로 싫지 않은 걸 보면 자신도 변태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영태의 귀두를 입술로 부드럽게 두 세 차례 빨았다.

"흐흑!"

남편이 언제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오히려 경숙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경숙은 영태의 물건을 입안 깊숙이 넣었다 뺀 뒤 부지런히 영태의 물건을 빨았다.

남편이 들어오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빨려는 듯 혀와 입술을 열심히 놀렸다.

경숙이 이십여 차례 영태의 물건을 입안에 넣었다 뺐을 즈음, 화장실 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영태가 얼른 뒤로 몸을 빼려고 하자 오히려 경숙이 영태의 엉덩이를 잡고 못 움직이게 하고

영태의 물건을 입 속 깊이 다시 넣은 뒤 뿌리부터 귀두까지 핥고 나서야 영태의 물건을 놓아주었다.

영태가 얼른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앉고 경숙은 치마를 내린 뒤 입술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어? 이거 두 사람 나 없을 때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냐?

왜 이렇게 두 사람 얼굴이 모두 시뻘개?"

정석이 농담으로 던진 말이 비수처럼 날아와 두 사람의 가슴에 꽂혔다.

"허! 이 놈이 벌써 술이 취했나?"

"이이는?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영태와 경숙의 입에서 동시에 제 발 저린 소리들이 튀어나왔다.

그 날 영태는 밤이 늦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마 있지 않아 다시 배를 타고 나가니까 몇 달 뒤에 돌아와서 

자신의 와이프와 같이 들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경숙의 집을 나섰다.

그 해 겨울,

경숙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지루하고 답답한 겨울을 보냈다.

여관에는 다시 가지 않기로 마음을 굳힌 터이고 창수네 부부도 서울에 올라오지 않아

경숙은 그야말로 새참을 먹을 기회가 전혀 없었다.

정석과 부부관계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고 절정을 맞보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몰랐으면 몰라도 이미 샛서방 질에 맛을 들인 경숙으로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경숙은 자신의 생각과 몸이 옛날에 비해 너무나 많이 변해 버린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변해버린 자신에 대해 아무 후회도 없었고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더 더욱 없었다.

미스터 리와의 그 첫 사건이 없었다면, 그리고 그 후에 만난 여러 남자들이 없었다면,

매일 매일 주방일에 매달려서 얼마나 지루하게 살았을까를 생각하니 끔찍하기까지 했다.

그런 경숙에게 남자없는 겨울은 견딜 수 없이 따분한 나날이었고

몸은 몸대로 근질거려서 경숙을 더욱 심란하게 만들었다.

오죽하면 쳐다보지도 않던 주방의 안씨와 다시 관계를 갖어볼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나한철이나 안씨 후배, 세탁소 남자의 경우는 이제 다시 연락을 하기엔 

너무 시간이 지나버렸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 번 밉본 창수는 다시 생각하기도 싫었다.

미란에게 전화해서 언제 서울에 오느냐고 닦달을 해봐도

몸이 아프다느니 창수아버지 일이 바쁘다느니 핑계를 대며 이리저리 둘러대기에 바빴다.

'그래도 여관에 다니던 때가 봄날이었구나!'

경숙이 이런 생각을 하고 지내는 사이에 경숙에겐 그렇게 암울했던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경숙이 일하고 있는 주방에도 봄바람이 살랑거리고

그 사이로 문득문득 봄꽃 내음이 실려왔다.

남자들끼리 하는 농지꺼리 가운데 봄이 되면 봄 바람난 여자들의 아래에서 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나와 그 물에 공알이 불다못해 결국 농익어서 땅에 떨어지는 바람에

길거리에 여자가 흘리고 다닌 공알이 즐비하다는 그 봄이 경숙에게도 찾아왔다.

봄이 되자 몇 달을 굶은 경숙의 아래가 부쩍 더 흐물러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음도 붕붕 떠다녀서 하는 주방 일도 제대로 손에 잡히질 않았다.

개학을 해서 식당에 손님이 많아진 덕분에 경숙의 주방도 덩달아 바빠져서

그런 생각에만 빠져 있을 틈이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경숙의 식당에 고등학생 두 명이 들어왔다.

거의가 대학생만 찾아오는 식당에 고등학생들이 들어오자 경숙의 눈에도 금방 띄었다.

'저 놈들이 혹시 지난번에 찾아왔던 창수 친구란 놈들 아닌가?'

경숙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본 지가 오래 되어서 그런지 얼굴이 잘 생각도 나지 않는 데다가

하복이면 그나마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알아볼 수도 있을 터인데

어느 학교나 비슷비슷한 그 시커먼 동복을 입고 있어서 창수와 같은 학교인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구멍으로 내다보는 경숙을 보고 저희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수군거리는 게 맞는 것도 같았다.

"저 쪼그만 것들이!"

창수에게 들은 얘기를 갖고 자기들끼리 찧고 까불 생각을 하니 괘씸하기도 하면서

전에 미란과 하던 얘기가 생각나 몸이 찌릿찌릿했다.

그러자 연이어 성기와 재철이 생각도 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일찍 끝내 버렸네!'

굶으면 모든 게 먹을 것으로 보이고 예전에 먹을 수 있었는데 안 먹은 것까지 후회가 된다더니 

경숙은 이제 미련없이 떨쳐버렸던 성기와 재철의 일까지 그리워졌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경숙은 곧 밀려드는 주문에 따라 음식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경숙이 한참 주방 일을 하다 한숨을 돌리면서 식당을 내다보니 그 고등학생들이 없어졌다.

경숙은 공연히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미란과 얘기했던 대로 그 학생들하고 뭐 어쩌고저쩌고 할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기를 여자로 생각하고 쳐다보는 눈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에 은근히

위안되는 심정도 있었는데 어느새 훌쩍 사라져 버린 게 섭섭했다.

거기다 전부터 창수 친구들이 오면 단단히 타일러서 보내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던 참이라

그냥 보내고 만 것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경숙이 구멍에서 고개를 빼고 다시 주방 일을 하는데 열어놓은 주방 문 밖에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 같았다.

경숙이 혹시나 해서 고개를 내밀고 내다보니 아까 식당에 있던 학생들이었다.

"니들 거기서 뭐 하니?"

"......아니에요! 아무 것도!"

지난 번처럼 또 학생들이 쭈뼛거리며 가려고 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니들 이리 와봐!"

경숙이 앞에 둘렀던 행주치마를 벗어 놓고 주방 밖으로 나갔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에요!"

학생들이 도망이라도 치려는 듯 뒷걸음질을 쳤다.

"니들 창수 친구 맞지?.....니들 이리 와봐!......

아줌마가 야단 치려는 거 아니니까 도망가지 말고 이리 와봐!"

자신들이 창수의 친구인 걸 경숙이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듯 흠칫했다.

".....왜.....왜 그러세요?.......저희들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알아! 알아!.....내가 뭘 좀 물어보려는 거니까 그만 가래두!"

두 학생은 서로의 얼굴과 경숙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뒷걸음질을 멈췄다.

경숙이 학생들한테로 다가갔다.

창수보다 덩치는 커 보였지만 아직은 앳된 얼굴들이었다.

"니들 창수 친구들 맞지?"

".........네!"

"근데 니들 왜 자꾸 여기 식당에 얼쩡거려?"

"얼쩡거린 거 아니에요!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어요!"

"지나가는 길이라고? 니들 집이 어딘데?

니들 학교가 어디고 집이 어딘데 여기를 왜 지나가?"

"그냥 사람들 다 다니는 길인데......지나가면 안 돼요?"

"누가 안 된대?.....니들 지난번에도 여기 왔었지?

니들 자꾸 여기 왜 오는 거야?"

"여기 온 거 아니고....진짜로 지나가는 길이라니까요!"

"니들 자꾸 거짓말할래?.....아줌마가 니들 왜 그러는지 다 아는데?!"

경숙은 학생들과 이런 식으로 말싸움을 하다가는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았다.

식당 근처에서 변죽만 울리며 떠들 것이 아니라 어디 조용한 데로 가서 

단도 직입적으로 말을 꺼내 학생들을 야단쳐서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니들 나 좀 따라와 봐!"

경숙이 더 후미진 골목길로 앞서 걸어가며 학생들을 따라 오라고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따라 올 생각은 않고 여차하면 도망을 칠 기세였다.

"니들 도망가면 알아서 해! 내가 창수에게 물어보면 니들 누군지 금방 알 수 있어!......

그러니까 도망칠 생각하지 말고 잠자코 따라와!"

"....우리 도망 안 가요!.......우리가 뭘 잘 못 한 게 있다고..... 괜히......."

학생들 말마따나 잘못 한 것도 없었지만 경숙에 대해 마음 속으로 품었던 생각 때문에 

지레 주눅이 들어서인지 투덜대면서도 경숙의 뒤를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골목길을 한참 걸어 대학교 담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골목길에 이르러 경숙이 발걸음을 멈췄다.

학생들에게 어떻게 말을 할까 계속 머리를 짜면서 오던 경숙은 다짜고짜 학생들에게 대놓고물었다.

"니들 창수한테 무슨 말 들었어?"

"무슨 말이요?"

"니들 딴 청 할래? 나에 대해서 창수한테 무슨 말 들었냐니까?"

".....아무 말도.....못 들었어요!"

"니들 정말 이럴 거야? 창수한테 갈까? 창수한테 가서 같이 얘기할까?.......

좋은 말로 할 때 여기서 빨리 말해!"

"........................................"

"정말 얘기 안 할 거지?.....좋아! 니들 창수한테 가서 나한테 거짓말 한 거 들통나면.....

내가 니들 학교 찾아가고....니네 부모들도 다 찾아갈 거야!"

"......저희는......창수한테....그냥 얘기만 들었어요!"

"그러니까 무슨 얘기를 들었냐고?"

"............................."

"정말 답답하게 자꾸 이럴래?"

".............창수가....아줌마하고........................"

"그래, 창수하고 나하고 어쨌다고?"

"......했대요!"

"뭘? 뭘 했대?"

"그거요!..........빠...구리요!"

"빠구리?.....그래서? 그래서 어쨌다구?"

"그냥....그랬대요!...."

"나 이것들을 그냥!........그래, 창수하고 나하고 빠구린지 뭔지 했든 안 했든 그게 너희들하고 

무슨 상관이야?...왜 자꾸 우리 식당에 얼씬거리느냐고?"

"저희....얼씬거린 거 아니에요!"

"니들 자꾸 거짓말할래? 니들이 창수한테 나하고 하게 해달라고 그랬다며?

뭐, 안 되면 여기 대학교 들어와서 어떻게 해본다구?.......

이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정말!"

"..................................."

"니들 다시 또 우리 식당에 나타날 거야? 안 나타날 거야? 응?"

"........안 나타날게요!"

"니들 또 한 번 내 눈에 뜨이면 그 땐 내가 정말 가만 안 둘 거야!.....

내가 당장 학교로 쫓아가서 니들 다 퇴학시킬 거야? 알았어. 내 말?"

"..네!"

"그리고!.....창수가 한 엉뚱한 말 괜히 어디 가서 하고 다니지 말아!

내 귀에 다시 그런 말 들리면 그거 다 니들이 퍼뜨린 걸로 알고 가만 안 있을 거야! 

알았어?"

"....네!"

"알았으면 얼른 집에 들 가고 우리 식당 근처엔 다시 얼씬도 하지마!"

경숙은 두 학생을 향해 매섭게 눈을 흘긴 다음 골목을 되돌아 나왔다.

두 학생도 경숙의 뒤를 따라 골목을 걸어나왔다.

"거 봐, 새끼야! 내가 아니라고 그랬잖아?......

너 때문에 괜히 쪽만 팔리고....."

"아니긴 새끼야 뭐가 아니야? 좇도 모르는 게!.....

씨발! 얼굴 보니까 완전 개보지 같이 생겼던데......"

나중 말은 그래도 깐에는 목소리를 낮춘다고 한 것인데 경숙의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

듣다듣다 이제는 고등학생한테까지 개보지 소리를 듣게 되자 경숙은 기가 막혔다.

경숙이 홱 뒤로 돌아서면서 학생들을 노려보았다.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응? 뭐라 그랬어?"

".......아줌마보고 그런 거 아니에요!"

"내가 아니면?......여기 나 아니면 누가 있다고 그런 욕을 해? 응?"

"....그냥 우리끼리 한 얘기예요!"

"니들끼리 한 얘기든 뭐든 간에.....누구보고 한 얘기냐고?.....

뭐? 개 뭐라고?.......나 참 기가 막혀서! 니네들 안 되겠어!

너희 같은 놈들은 한 번 혼이 나야돼! 

가자! 니네 학교로 가든지 니네 집으로 가든지...."

경숙이 욕을 한 놈의 멱살을 잡고 끌었다.

"아이, 이거 왜 이러세요?.....이거 놓으세요!"

멱살을 잡힌 놈이 반항을 하며 경숙의 손을 힘으로 꺾어서 떼어내려고 했다.

"왜 이래? 그걸 몰라서 물어?......그래, 힘으로 한 번 해봐라!

나 다치면 진단서 끊어서 아예 경찰서로 데려 갈 테니까 어디 마음대로 해봐! 해봐!"

경숙이 워낙 거세게 나오니까 멱살 잡힌 놈이 힘쓰기는 포기했다.

하지만 끌려가지는 않으려고 제자리에서 두 발을 꼼짝 않고 버티고 서 있었다.

그러자 그 때까지 옆에서 돌아가는 판세를 구경만 하던 다른 학생이 경숙의 팔에 매달렸다.

"아주머니! 용서해 주세요! 저희가 잘 못 했어요!....아주머니!"

"안 돼! 너희 같은 놈들은 절대 용서 못 해!......

어디다 지 엄마같은 사람한테 개 뭐니 하는 욕을 해?

천하의 나쁜 놈들 같으니!"

"아주머니! 잘 못 했어요! 저희가 잘 못 했다니까요!......."

한 놈은 연신 옆에서 용서를 빌며 경숙을 말리고 또 한 놈은 멱살을 잡힌 채 유구무언이었다.

멱살을 잡고 용을 쓰던 경숙도 시간이 지나자 기운이 빠지면서 계속 멱살을 잡고 있기가 힘이 들었다.

그래서 못이기는 체 하고 말리는 학생의 손을 따라 슬그머니 멱살을 놓아주었다. 

"아주머니, 저희가 실수로 그런 거니까 용서해 주세요! 네?"

"안 돼! 절대 용서 못 해! 실수는 그게 무슨 실수야?

내가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니네들 집까지 따라가고 말 거야!

학생 놈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어디서 웬 못된 것만 배워 가지고!"

멱살을 놓고도 경숙이 수그러드는 기색이 없자 용서를 빌던 학생이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경숙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주머니, 저희가 이렇게 무릎 꿇고 빌테니까 그만 용서해 주세요!......."

다른 한 놈은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을 한 채 한 쪽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넌 뭐야? 넌 아직도 잘 했다는 거야?......

경숙이 허리에 두 손을 얹은 채 서있는 놈을 노려봤다.

"야 이 새끼야! 뭐 해?.....너도 빨리 와서 무릎 꿇어!"

먼저 무릎 꿇고 있던 놈이 서있는 놈을 재촉했다.

서있는 놈은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는 게 영 못마땅한지 인상을 있는 대로 쓰며 

뜸을 들이다가 마지못한 듯 어기적거리며 걸음을 옮겨 친구 옆에 같이 무릎을 꿇었다.

"누가 니들보고 무릎 꿇라 그랬어? 다 필요 없어!......

빨리 일어나서 니네들 집으로 가자고! 아니면 파출소로 가든지!"

경숙이 기세가 등등해져서 더 큰 소리를 쳤다.

그제야 경숙에게 욕했던 놈도 잘못했다고 빌기 시작했다.

한 쪽은 잘못했다고 빌고, 다른 한 쪽은 필요없다는 소리를 연발하는 무료한 공방전 속에

시간이 자꾸만 가자 경숙도 언제까지 이러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학생들 집까지 쫓아갈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고

이제 학생들도 혼낼 만큼 충분히 혼냈다는 느낌도 들어서 대충 끝내야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그렇다고 어린놈들에게 징한 욕까지 듣고 그냥 이대로 용서해줘서 보낸다는 것은

왠지 나중에라도 학생들이 자신을 깔보게 만드는 것 같아 개운치가 않았다.

"아주머니, 이제 그만 진정하세요!... 저희들이 여태까지 잘못 했다고 빌었잖아요?"

"빌면 다야? 응?.....지들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아줌마한테 더러운 쌍소리를 해놓고....

그러고 나서 잘못했다고 빌면 다냐고?"

"그럼.......저희가 어떻게 해요?"

"어떡하긴 뭘 어떡해? 나한테 창피를 줬으니까 니들도 창피를 당해야지!"

"......어떻게요?..................그럼, 아줌마도 저희들한테 욕을 하세요!"

"내가 왜 욕을 해? 내가 니들인줄 알아?"

"그러면 우리보고 어떡하라구요?....."

"................................그걸 내가 알아? 니들이 알아서 해야지!"

말을 하면서 경숙이 생각을 해봐도 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저희들도 잘 모르겠으니까........아줌마가 말씀하세요!.....아줌마가 시키는 대로 할게요!"

"뭘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내가 니들에게 시킬 게 뭐가 있다고?"

말을 하는 중에 갑자기 경숙의 머리 속으로 묘한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럴 듯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니들.....정말 내가 시키는 대로 할 거야? 응?"

"네!"

여태까지 경숙과 주로 말상대를 하던 먼저 무릎꿇은 학생이 대답을 했다.

"너는?"

"....저도...할게요!"

나머지 한 명도 마지못해서 그러겠다고 했다.

"정말이지? 니들 나중에 딴 소리 하면 안 돼?........그럼, 니들 일어서!"

두 학생이 무릎을 털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아주머니!.......뭔지 좀....말씀 해주시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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