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2화 (72/161)

경숙이 영철이 못 미더워서 친구네 집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하여 어느 날 전화를 해봤더니

웬 여자가 전화를 받아서 영철을 바꾸어 주는 통에 경숙은 영철이 바깥으로 나다니지 않고

친구네 집에서 잘 지내는 것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놓았다.

친구네 집에서 공부를 하는지 안 하는지는 몰라도 밖으로 싸돌아다니지 않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데다 그 집에도 부모들이 있는데 어련히 아들 간수를 잘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느 날 영철이 학교 교문을 나서는데 교문 앞에 장희주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 둘을 데리고 교문 앞에서 나오는 학생들의 얼굴을 살피고 있었다.

영철은 가슴이 뜨끔했다.

매일 가다시피 하던 장희주의 집에 발걸음을 끊은 지가 보름 가까이나 됐다.

늘 마음 속으로는 장희주의 집에 그래도 한 번은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김진실과의 일이 마음에 걸렸고, 또 김미자와의 달콤한 시간이 영철의 발걸음을 막았다.

"누나!.....여기 웬 일이에요?"

영철이 쑥스러운 얼굴로 장희주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순간 영철의 얼굴을 본 장희주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나 찾으러 온 거예요?"

"..............................."

장희주는 영철의 얼굴을 한참 노려보더니 아무 말 없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영철은 죄 진 사람처럼 그런 장희주의 뒤를 따라 걸었다.

장희주가 얼마를 걷다가 길옆의 빵집으로 들어가자 영철도 뒤를 따라 들어가

장희주의 앞자리에 앉았다.

"오빠! 요새 왜 우리 집에 안 와?"

지수가 마치 장희주가 묻고 싶은 말을 대신하듯 영철에게 물었다.

"으응!.....그냥........바빠서!............."

"나 안 보려고 한 거야?"

장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영철에게 물었다.

"아니요,........그런 건 아니고......"

"그런데? ...........왜 집에 안 왔어?"

"...............그냥 어쩌다 보니까........"

"그런 말이 어디 있어?......왜 안 온 건데?......내가 싫어졌어?......

내가 시집으로 들어간다니까 다시 안 볼 생각 한 거야?"

장희주가 다그쳐 물었지만 대답할 말이 없는 영철은 계속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장희주가 창 밖을 내다보는데 그런 장희주의 뺨으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아이들이 볼까봐 두려운지 장희주가 얼른 자신의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아이들이 빵을 다 먹을 때까지 두 사람은 그렇게 말없이 앉아 있었다.

"나, 갈 거야!..........집에 오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

장희주가 애들의 손을 잡고 일어나더니 먼저 빵집을 나갔다.

영철도 뒤따라 나와 집으로 향하는 장희주의 뒤를 쫓아 걸었다.

김진실이 장희주에게 아직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것 같아 영철은 한편으로 마음이 놓였다.

그러면서도 지금쯤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김미자의 생각에 마음 속이 복잡했다.

김진실의 집 앞에 이르자 영철은 혹시라도 김진실의 얼굴을 마주치게 될까봐

걸음을 빨리 해서 장희주의 집안으로 들어섰다.

"엄마, 오빠하고 공부해야 되니까 니들은 저 방에서 놀고 있어!......알았지?"

장희주가 애들을 건넌방으로 몰고는 장난감을 챙겨주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영철도 장희주를 따라 안방으로 들어서면서 방문을 닫았다.

둘은 방안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방 한가운데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입술을 빨기 시작했다.

오래 헤어졌다 만난 연인처럼 둘은 미친 듯이 서로의 몸을 더듬으며 입술을 빨아댔다.

장희주가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영철의 바지를 끄른 다음 

영철의 물건을 입 속에 넣고 정신 없이 핥고 빨았다.

불알에서 귀두까지 온통 침으로 도배를 한 장희주가 영철을 뒤로 눕게 하더니

영철의 배 위에 올라타 미처 팬티를 벗을 틈도 없이 팬티를 한 쪽으로 제치고

영철의 물건을 자신의 아래에 집어넣었다.

"하흑!...영철아!......하흐흑!.......영철아!...."

장희주는 연신 엉덩방아를 찧어대면서 영철의 이름을 불렀다.

영철이 장희주의 옷 속으로 손을 넣어 장희주의 젖가슴을 주물러주었다.

"안 돼! 영철아!.....안 돼!.....나 너 없으면 안된다구!.....흐흥?...영철아!......"

그 소리에 영철은 김진실과 김미자 생각을 하며 장희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누나! 나도 그래!.....나도, 누나 없으면 안 돼!.......누나!"

"...나 이사가도 계속 만날 꺼지?...응?.....나 만나러 올 거지?"

장희주는 쉬지 않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영철을 향해 안타깝게 물었다.

물론 영철이 그러겠다는 대답을 했고 둘은 미친 듯이 서로의 사타구니를 부딪혀 갔다.

그 날 장희주는 그동안에 못 만난 것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지 

영철을 잠시라도 쉬게 놔두지를 않았다.

영철이 사정을 해서 늘어지면 얼른 영철의 물건을 입으로 다시 세워 자신의 아래 속으로 넣게 했다.

그러기를 두 차례쯤 했을 때 문밖에서 지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엄마! 공부 언제 끝나?........우리 심심해!........엄마?"

"....허엉!......엄마.....오빠랑 공부 좀 더 해야 돼!.........

오빠가 그동안 공부를 안 해서..........하흡!....

지수야!...동생하고 조금만 더 놀아! 응?......엄마가 조금 있다 맛있는 거 사 줄께!..응?"

장희주가 영철의 몸 아래서 엉덩이를 돌려대며 지수를 달랬다.

영철은 그런 장희주의 모습에 더욱 흥분이 되어 장희주의 아래에다 힘껏 박음질을 하자

장희주가 두 팔과 두 다리로 영철을 더 꼭 껴안고 아래를 흔들어댔다.

장희주는 다음 주에 이사를 간다고 했다.

둘은 서로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좀 전에 갔던 빵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장희주가 시댁의 전화번호를 영철에게 알려주고는 유사시 연락할 방법도 서로 약속을 했다.

결국 그 날 영철은 김미자의 집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김미자의 집을 멀리 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김미자는 김미자대로 이제나저제나 하고 영철을 기다리다 저녁시간이 다 돼서야 

영철을 기다리는 것을 포기했다.

밥숟갈을 몇 번 뜨다말고 상에다 수저를 내려놓고 기운 없이 방으로 들어가는 작은어머니의 

모습에 아영은 작은어머니가 안 돼 보였고 그만큼 영철이 또 미워졌다.

"나쁜 놈이......못 오면 못 온다고 전화라도 하던지.......!"

영철이 집에 오면서부터 작은어머니의 노력은 곁에서 보는 아영이 보기에도 눈물겨웠다.

살을 빼야 한다며 밥 먹는 양까지 줄이고 매일 운동을 다니질 않나 

이틀이 멀다하고 마사지를 받으러 다니고 시시때때로 미장원을 다녀왔다.

옷도 매일 새 옷으로 곱게 갈아입고 하루에 수도 없이 거울을 들여다봤다.

몸에서도 향수 냄새가 떠날 날이 없었다.

영철은 어느새 작은어머니를 큰 엄마라고 부르고 있었고 작은어머니는 그런 영철을 정말

친아들처럼 소중히 대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영이 앞에 있을 때 얘기고 두 사람만 있을 때,

특히 서로 관계를 할 때는 작은어머니가 영철을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었다.

어느 날 작은어머니가 욕실에서 무엇을 빨고 있길래 아영이 들여다봤더니

당신의 속옷과 함께 영철의 속옷을 빨고 있었다.

시장에 다녀온 작은어머니가 무언가 감추듯 자신의 방으로 들고 들어간 것이

아마도 영철의 속옷이었던 모양이라고 아영은 추측을 했다.

여자만 둘이 사는 집안의 빨랫줄에 어느 날부터인가 남자의 속옷이 걸리기 시작했고

그 옆에 같이 널린 작은어머니의 속옷은 이제까지 아영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이었는데

하나같이 작은어머니가 입기에는 어울리지도 않게 야하기가 이를 데 없는 것들이었다.

요즘 들어 두 사람이 하는 짓을 보면 두 사람에게 아영은 안중에도 없는 듯 했다.

작은어머니는 이제 무슨 일에나 영철을 아예 집안식구 챙기듯 챙겼고 

영철은 자신의 집이라도 된 듯 아영에게는 조금도 신경 쓰는 기색이 없었다.

아영이 있는데도 작은어머니는 속치마 바람으로 나와 영철이 마실 것을 챙겨가기도 하고

영철도 속옷 바람으로 화장실을 들락거려 아영을 민망케 했다.

그런 아영에게도 변화는 있었다.

아영이 난생 처음 자위를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두 사람이 살을 섞는 모습을 구경하다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사타구니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게 발단이었다.

그냥 옷 위로 손만 댄 것이었는데도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었다.

신혼 초에 남편과 관계를 가질 때보다도 훨씬 짜릿했다.

거기다 방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와 두 사람의 격정적인 모습이 아영을 더욱 흥분시켰다.

처음에는 그렇게 추하게만 보이던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은 모두 어디로 가고

볼수록 아영을 더욱 흥분되게 만들었다.

그래서 아영은 두 사람의 모습을 훔쳐보다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슬그머니 자신의 방으로 올라와 치마를 들치고 자신의 아래를 만졌다.

눈앞에 방금 전에 보았던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며 아래를 만지다 보면

아영은 자신의 몸이 견딜 수 없게 뜨거워져 자신의 공알을 손으로 돌려대다 절정을 맞곤 했다.

특히 작은어머니가 영철의 물건을 입에 넣고 빨던 모습은 두고두고 아영을 흥분시켰다.

아영이 해보지도 못한 일일뿐만 아니라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었다.

어떻게 남자의 물건을 더럽게 입에다 물고 빨 수가 있을까?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모습이 잊혀지기는커녕 

더욱 생생하게 아영의 머리 속에 남아 그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아영을 흥분시켰다.

작은어머니가 영철의 물건을 빨던 모습은 세상에서도 가장 맛있는 것을 먹는 모습이었다.

아영은 자신이 남녀간의 성생활에 무지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두 사람의 살 섞는 모습을 훔쳐보는 것이 아영에게는 더 할 수 없는

즐거움이 되어가고 있었다.

영철이 얼굴을 마주칠까봐 걱정을 하던 김진실도 사실은 집에서 두문불출 중이었다.

어쩌다 영철과 아래를 맞대고 있다가 흥분이 되는 바람에

자기가 먼저 영철의 물건을 아래에다 집어넣었고 

그러다 보니 또 너무 좋아서 세 번씩이나 영철을 붙들고 죽느니 사느니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김진실은 자신이 정말 미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뭐에 홀려서 영철과 그 짓까지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자신이 뭐가 부족한 게 있어서 잘못하면 신세 조지고

보따리 하나 들고 쫓겨날 일을 왜 저질렀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모를 일이었다.

영철과 지수엄마의 관계를 다 알고 나니 이제는 오히려 자신의 앞일이 더 걱정이었다.

혹시라도 영철이 자신과의 일을 누구에게 떠벌렸으면 어떻게 하나?

혹 지수엄마는 벌써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수엄마가 그 얘기를 누구에게라도 전하면 어떻게 하나?

어느 날 영철이 대문을 열고 들어와 당연한 듯이 자신에게 또 달려들면 어떻게 하나?

남편이 만에 하나라도 이 일을 알게 되면 자신은 어떻게 하나?......

뭐 이런 것들을 생각하느라 하루 하루가 정신이 사나웠다.

그래서 김진실은 지레 겁을 먹고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집안에서만 맴돌았다.

마음에 찔리는게 있다 보니 김진실은 자연히 남편에게 더 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문을 모르는 남편은 그런 김진실이 흐뭇해서 수시로 김진실의 엉덩이를 도닥거려 주었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는 게 인지상정인지라

그런 김진실을 생각해 준다고 남편은 평소보다 더 자주 김진실과의 잠자리를 원했다.

처음에는 김진실도 좋아라 했다.

그런데 남편과 하다보면 자꾸 영철과 하던 생각이 났다.

소파에 드러누워서 하고 뒤로도 하고 걸어가면서 까지 했던 그 날의 기억들이 자꾸 떠올랐다.

그 날의 그 좋았던 느낌들을 떠올리며 남편에게 색을 써대자

남편도 처음의 이상스럽게 생각하던 눈초리를 거두고 더 신명이 나서 밤일을 했다.

하지만 김진실은 남편과 하면서 영철과 하던 때의 그 느낌을 아무리 느끼려 해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 단단한 맛이며, 질벽을 긁어주던 맛이며, 힘차게 쉬지 않고 박아주던 그 맛이 남편에게는 없었다.

남편은 열심히 박는다고 나름대로 애를 쓰는데 김진실은 그저 아래가 허전하기만 했다.

세 번은커녕 보통 한 번도 제대로 절정을 맛보기가 힘들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아무 불만이 없었다.

전에는 그저 남편의 물건이 자신의 아래에 들락거리는 느낌만으로도 만족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이 아무리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도 그렇게 되지가 않았다.

남편과의 밤일이 끝나면 김진실은 저도 모르게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그런 어느 날 지수엄마가 갑자기 집으로 찾아왔다.

김진실은 웬일인가 하여 가슴이 벌렁거렸다.

그런데 지수엄마는 생각지도 않게 이사간다는 말을 꺼내놓았다.

그것도 당장 내일.......

김진실은 겉으로는 놀라며 아쉬워하고 지수엄마를 걱정하는 체 했지만 

속으로는 여간 다행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동네에 만일 자신의 얘기가 퍼진다면 그것은 지수엄마 입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인데 

그 당사자가 멀리 이사를 간다니 반갑기가 그지없었다.

그런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영철을 볼 일도 없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철과 다시 관계를 갖겠다는 마음이 꼭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커다란 기쁨을 줬던 영철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괜히 허전하게 느껴졌다.

"그럼, 그 친척 동생인가 하는 그 학생 있잖아?.......

그 학생도 그럼 과외하러 거기까지 가는 거야?"

"아니요!...여기서 거기가 어딘 데요?....이제는 못 하죠!"

김진실은 그 와중에도 두 사람이 지수엄마의 시댁에서도 그 짓을 계속 하려나 궁금해서 

슬쩍 떠 본 것인데 아니라고 하자 앞으로는 두 사람이 또 어떻게 만날 꿍꿍이 속셈을 

갖고 있는지 그도 궁금해졌다.

어쨌거나 장희주가 이사를 가버리자 김진실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로부터 며칠 후,

김진실은 간만에 시장엘 가서 이것저것 사다보니까 짐이 양손에 가득해져서 

낑낑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마침 학교가 파했는지 길거리에 학생들이 가득했는데 영철이 입고있던 것과 똑 같은 교복들을 입고 있었다.

김진실은 문득 영철의 생각이 떠올라서 학생들의 교복만을 보고도 아래가 좀 이상해졌다.

김진실이 얼마쯤 가자 앞에 한 학생이 걸어가는데 꼭 영철이라는 학생의 뒷모습 같았다.

"에이! 지수엄마도 이사를 갔는데 그 학생이 여긴 뭣하러 나타나겠어?...."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며 그 학생의 뒤를 따라 걷는데 학생의 발걸음이 김미자의 집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대문을 들어서려는 학생의 옆모습을 보니 틀림없는 그 학생이었다.

"학생!.... 거긴 왜 들어가?"

김진실은 근 한달 만에 보는 영철이 반갑기도 하고 또 영철이 미자언니네 집엔 무슨 일로 

들어가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철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영철이 대문을 들어서려다 돌아서서 김진실을 바라보았다.

"아! 아주머니!.........안녕하세요?"

영철이 멋쩍어 하며 김진실에게 인사를 했다.

"응!....근데!.....학생이 그 집엔 왜 들어가는 거야?"

"네!.....그냥 놀러왔어요!"

"놀러?......그 집에 누가 있다고?......누구 아는 사람이 있어?..

그 집엔 학생 친구뻘 되는 사람이 없는데?!"

"네!....주인 아주머니가 놀러 오라고 하셔서요!"

"주인 아주머니?....미자언니 말야?"

"네!...."

"학생이 미자언니를 어떻게 알아?"

"지난번에 희주누나 생일 때 었잖아요?!"

"생일 때?.......아휴! 그나저나 무거워 죽겠네!"

김진실이 두 손에 들은 짐을 버거워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짐 좀 들어드릴까요?"

"학생이?......좀 그래 줄래?"

김진실은 짐이 하도 무거워서 별 생각 없이 영철에게 자신의 짐을 덜어주었다.

"제가 아주머니 댁까지 들어다 드릴게요!"

영철이 그 소리를 하자 김진실은 그제야 슬그머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집에 같이 갔다가 둘밖에 없는 집안에서 영철이 자신에게 달려들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짐을 다시 달랄 수도 없는 노릇이라 김진실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영철과 같이 한참을 말없이 걸어갔다.

그렇긴 해도 두 사람 사이가 너무 어색한 것 같아 김진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수엄마 이사 간 거는 알아?"

"네!"

"......그동안 지수엄마네 계속 왔었어?"

"아니요!.....저도 한동안 안 왔었어요!......

이사가기 며칠 전에 잠깐 봤어요!"

".........섭섭했겠네!....지수엄마 이사 가서........."

" .....네!......"

김진실은 지수엄마에게 자신과의 일을 얘기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그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 대신 자신이 궁금해하던 두 사람에 관한 일을 슬쩍 돌려서 물었다.

"그럼, 이제 지수엄마하고 더 못 만나는 거야?"

"...........................모르겠어요."

"몰라?... 왜 몰라?..."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요!"

김진실은 영철이 무언가 자신에게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쯤에는 이미 두 사람이 김진실의 집 대문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김진실은 영철과 같이 걸어오면서 영철이 자신과 있었던 일에 대해 내색하는 일 없이

비교적 자신에게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마음이 많이 놓였다.

하지만 집안으로 들어가면 또 영철의 태도가 어떻게 변할지 몰라

자못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을 완전히 떨쳐 버릴 수는 없었다.

그랬는데 김진실이 먼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영철이 따라 들어와

짐을 마루에 내려놓더니 인사를 꾸벅하고는 가려고 했다.

순간 김진실은 영철의 그런 태도에 이상한 배신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자신은 걸어오는 내내 영철과 지난번에 있었던 일을 마음에 두고 

영철이 어느 정도 자신에게 치근덕거릴 것으로 예상을 하면서 

그럴 경우에 어떻게 영철을 달래나 고민을 하면서 왔는데

영철이 둘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금의 미련도 없이 돌아서 가려 하자 

허망함과 함께 자신만 혼자 그 일을 두고 고민했나 생각하니 화도 났다.

'나에게는 정말 큰 일이었는데 영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었나?

나만 미친년처럼 혼자 흥분해서 어린 학생에게 아래를 대준 것인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서로 부둥켜안고 살까지 섞은 사이인데 

어떻게 이처럼 나에게 무관심하게 대할 수 있는 것인가?.....'

여러 가지 생각들이 김진실의 머리를 순식간에 꽉 채웠다.

"왜 그냥 가게?.......들어와서 뭐라도 한잔 마시고 가!"

"아니에요!....가봐야 돼요!"

"어디 가는데?....미자언니네 집에?"

"네!....."

순간 김진실은 머리에 열이 확 올랐다.

나이로 보나 몸매로 보나 얼굴로 보나 학력으로 보나 자신보다 하나도 나을 게 없는

김미자의 집에 가려고, 그래도 살을 한 번 섞은 자신에게 그동안 잘 지냈냐는 말 한마디 

없이 서둘러 나가려는 영철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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