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161)

정석은 고개를 숙이고 헛기침을 한 다음

정숙에게 이렇게 물었다.

"주문할 게 이게 다야?"

"예?........예!"

놀라는 경숙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으며 정석은 고개를 들었다.

경숙이 구멍에서 고개를 빼며 허리를 펴자 들려 올려졌던 경숙의 치마단이

출렁하고 밑으로 떨어진다.

경숙이 주방 한 구석으로 가고 그 뒤를 쫓아가는 미스터리의 흰 위생복이 보인다.

정석은 얼른 가게를 나와 골목길로 소리 안나게 조심조심 걸어 들어가

환풍기 밑에 섰다.

"아이! 주책이야!

남편이 보고 있는데 그러면 어떻해?"

"놀랬어?"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그래서 이렇게 하는거 싫다구? "

"누가 싫댔나? 놀랬다는 거지!"

"내가 넣구 있는데 남편이 보니까 어땠어?"

".............."

"더 흥분됐어?"

"아이! 몰라! 그런 말 하지마~~~~~~!"

"더 흥분됐어? 안 됐어?"

"아이 모른다니깐!"

"솔직히 말해! 더 좋았어? 안 좋았어? 응?"

"..........좋았어!"

"남편이 보니까 더 좋았어?"

"응!"

쩍! 쩍! 터다다닥! 쩍!쩍!

살 부딪히는 소리가 빨라지며 요란해진다.

"으으으음!"

아내가 애써 신음소리를 죽이고 있다.

"헉! 조..조용히....헉... 좀 해~~~!...헉!

가게에 소리...헉... 들리면 어떻할 ....헉...라구...?"

아내의 걱정하는 목소리다.

"괜찮아!"

다시 또 살 부딪히는 소리가 이어지더니 아내의 신음소리가 높아지며 

숨도 빨라진다.

"헉! ...?!,,,,헉,,,,아~~! 좋아! 좋아!

아~~~몰라! 나 할 것 같애! 으으으으....!"

아내가 사정을 하는 모양이다.

정석은 부풀어진 자신의 물건을 앞세우고 골목을 조심스럽게 빠져 나왔다.

가게로 들어와 카운터에 앉으며 거울을 보니 

아내의 하얀 엉덩이 일부와 그 위에 걷어 올려지 치마.

그리고 여전히 그 뒤에 붙었다 떨어져다 하는 미스터 리의 하얀 위생복이 보인다.

한참을 그러더니 미스터 리가 아내의 엉덩이 뒤에서 물러 나오는데

미스터 리의 거무죽죽한 물건이 잠깐 보이더니 사라지고

엎어진 아내의 두 엉덩이가 보였다.

하얀 경숙의 팬티가 왼쪽 엉덩이 쪽으로 몰려져 있다,

잠시 후 미스터 리의 손이 와 그 팬티를 원위치시켜 놓더니 치마를 내렸다.

아마도 아내는 여전히 음식 만드는 다이 위에 엎드려 있는 모양이다.

그 시간 물건을 세우고 있는 사람은 정석만이 아니었다.

진호 아버지는 아까 자신이 본 광경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리는 바람에

물건을 뻣뻣하게 세운 채 계속 창문을 내다보고 있다.

진호 아버지 병춘은 기차 기관사이다,

그래서 하루 24시간을 근무하면 그 다음 날은 비번으로 쉰다.

아침에 집에 들어와 한 잠을 자고 일어나 창문 카텐을 열다가

병춘은 믿기지 않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병춘은 처음에 자신이 뭘 잘못 보고 있는 줄 알았다.

공터 건너로 정석의 주방이 보이고 문이 열려져 있어 그 안까지 들여다 보이는데 

미스터 리가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 여자 뒤에서

여자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고 있었다,

미스터 리의 손 때문에 그 여자의 치마 가운데는 허벅지 위로 한참 걷어 올려져

여차하면 엉덩이가 다 보일 지경이었다.

미스터 리의 손은 그 여자의 엉덩이 가운데서 부지런히 움직이는데

그건 보나마나 여자의 아래를 만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미스터 리의 손 움직임에 따라 여자의 가랑이 사이가 조금 보였다 감춰졌다 한다.

저 주방에 있을 여자라고는 정석의 부인인 영철엄마 뿐인데?

그렇다면 영철엄마가 저 놈에게 저렇게 아래를 주무르도록 내버려두고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영철엄마의 엉덩이가 미스터 리의 손길에 따라 이리저리 씰룩거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잠시 후 미스터 리가 문 쪽으로 와서는 주방문을 닫아 버렸다.

'이 더운 6월에 문은 왜 닫고 지랄이야!'

병춘은 좋은 구경거리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며 중얼거리다

"혹시 저것들이....?" 

문닫고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춘은 자신의 짐작이 거의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운 겨울을 제외하고는 거의 열려져 있는 주방문이었다.

이 여름날에 뭘 감출 일이 아닌 다음에야 저 문을 닫을 이유가 없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병춘은 정말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도 늘 영철엄마를 볼 때마다 자신의 아내 진호엄마와는 달리

육체파인 그녀를 늘 한번 안아 봤으면 하고 군침을 흘려 왔었다.

색기어린 그녀의 얼굴은 또 얼마나 자극적인지 분명 잠자리도 끝내줄 거라는

막연한 추측을 해왔다. 

한 번은 진호엄마 가게에서 정석과 술을 마시다가 

넌지시 정석에게 영철엄마가 잠자리에서 잘해주는지 물어 봤지만

정석은 "우리 마누라 그런거 몰라요!" 하고 단번에 자신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그런 정석의 말에도 불구하고 병춘은 정석이 괜히 하는 소리라고 믿고 있었다.

병춘은 영철엄마가 주방 뒷마당에서 일이라도 하고 있으면

슬적 다가가 말도 시키고 샤츠 사이로 보이는 영철엄마의 풍만한 젖가슴 위를 

훔쳐보며 농지거리를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영철엄마가 워낙 곁을 안주는 통에 매번 뒷통수를 긁으며 

씁쓸하게 뒤돌아서곤 했던 것이다.

그런 영철엄마가 저런 날탕 같은 젊은 놈에게 아래를 주무르도록 내줬다는 것이

못내 믿어지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발느림을 한탄했다.

병춘은 불거진 자신의 아랫도리를 슬슬 어루만지며 둘이 과연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기 한이 없었는데 한참이 지난 후에야 닫혔던 주방문이 열리고

미스터 리가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한 대 꼬나 문다.

얼마 후 영철엄마도 밖으로 나오더니 옆에 붙어 있는 영철네 살림집으로 가는데

미스터 리가 자기 앞으로 지나가는 영철엄마 엉덩이를 철썩하고 때린다.

영철엄마가 놀라 돌아서며 미스터 리를 때리려는 흉내를 내다가는

웃으며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둘이 노는 모양을 보며 병춘은 두사람의 관계가 보통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병춘은 그날 하루종일 밖에도 나가지 않고 창문에 매달려 있었지만

더 이상의 구경거리는 없었다.

저녁 때가 되어 구멍가게로 나가 서성대다가 정석을 비롯한 매일 저녁 구멍가게로

출근하는 패거리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병춘은 낮에 보았던 영철엄마의 모습에 입이 근질거려 죽을 지경이었지만

입을 다물고 정석을 자주 쳐다 봤다.

평소에 늘 유쾌하던 정석이 침울한 표정에 술도 평소보다 많이 마셨다.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정석도 영철엄마와 미스터 리의 관계를 알고 있는 것일까?

늦게까지 같이 술을 마시고 가게를 닫은 후 병춘은 아내와 집에 들어오자마자

진호엄마를 눕히고 올라탔다.

평소에 이런 일은 병춘보다 진호엄마가 훨씬 적극적인 편이라

진호엄마가 먼저 눈치를 줘도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한다는 핑계로 

몸을 사리곤 하던 병춘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진호엄마는 얌전하게 생긴 겉모습과는 달리 잠자리에서는 무척 적극적이다.

어쩌다 남편이 자신의 몸위로 올라와 용두질을 해댈 때면 

소리도 많이 내고 요분질을 해대며 달려드는 통에 병춘이 질려할 정도다.

사실 진호엄마는 남편과의 관계가 늘 성에 차지 않았다.

그 날 남편이 먼저 자신의 몸을 요구하며 자신의 몸 위로 올라오자

진호엄마는 은근히 기대를 했었다.

그렇지만 병춘은 낮부터 영철엄마 때문에 흥분해 있던 터에

영철엄마 상상을 하며 관계를 하다보니 오히려 평소보다 더 빨리 사정을 하고 말았다.

진호엄마는 혼자 씩씩대며 난리를 치다가 금방 떨어져 나가는 남편을 보자

은근히 부아가 났다.

병춘은 이제 쉬는 날이면 새로운 소일거리가 생겼다.

창문 밖 내다보기다.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잠시라도 눈을 붙이던 병춘이

이제는 집에 돌아오기만 하면 늘 창문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게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병춘의 기대와는 달리 그 후 몇 번의 쉬는 날에도 불구하고

병춘은 이렇다 할 구경거리를 얻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종일 창문 밖 내다보기로 하루를 보내던 병춘은 밀려오는 잠에 취해

잠깐 누워 눈을 붙였다가 깨보니 밖이 온통 깜깜했다.

몇시나 됐는지도 모른채 습관적으로 창문 커텐을 들치고 밖을 내다보니

정석네 식당 주방엔 불이 켜져 있었다.

그런가 보다고 커텐을 내리려는데 미스터 리가 주방문을 닫더니 주방의 불이 꺼졌다.

'다 끝나서 이제 들어가나?' 하고 커텐을 내리고 돌아서다 생각하니

'아니지! 들어가려면 불끄고 밖에서 문 닫는게 순서인데....'

여기까지 생각이 든 병춘은 부리나케 신을 신고 밖으로 나왔다.

어두운 공터를 더듬어 정석네 식당 주방으로 가 주방문에다 귀를 댔다.

'소곤소곤'하는 사람의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병춘은 발걸음을 옮겨 창문 밑으로 갔다.

조금 열린 창틈 사이로 소리가 훨씬 또렷이 들렸다.

그런데 그것은 말이 아니고 신음소리였다.

"아~~~~! 좋아! 으으으흐....!"

분명 영철엄마 경숙의 목소리였다.

"누난 이걸 너무 좋아해!"

"아~~! 자기가 그렇게 만들어 놓구선......아하!"

"좋아?"

"응! 너무 좋아! 헉,,,헉,,,

이젠 자기 없으면 못 살 것 같애,,,,,흐응...."

경숙의 입에서 저런 소리가 나오다니...

경숙이 미스터 리에게 빠져도 단단히 빠진 모양이라고 병춘은 생각했다.

그들은 한참이나 그 짓을 해댔다.

미스터 리가 말한다.

"이제 아저씨 집에 들어올지 모르니까 그만 들어가지!"

"아이! 조금만 더 해줘~~!'

경숙이 콧소리를 내며 매달린다.

그러더니 또 한동안 또 신음소리가 난무하더니

경숙이 "아~~~! 여보 나~~~! 해! 나해! 으으으흐....!"

하며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낸다.

병춘은 더 있다가는 두 사람이 주방을 나오다 자신을 보기라도 할까봐 

얼른 다시 공터를 건너 자신의 집으로 들어왔다.

방에 불도 키지 않은 채 창문을 내다보니 주방엔 다시 불이 켜져 있었다,

미스터 리가 먼저 나와 영철네 집으로 들어 가더니

조금의 시간 차이를 두고 경숙이 나와 주방 자물쇠를 잠그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 다음 병천이 쉬는 날.

창 밖을 보니 경숙이 수도가에서 김치거리를 씻고 있었다.

병춘은 얼른 밖으로 나가 경숙 곁으로 다가갔다.

경숙이 병춘을 보고는 "안녕하세요? 오늘 쉬시는 날인가 보죠?'

인사를 하더니 다시 하던 일을 계속한다.

병춘이 인사를 받으며 주방안을 슬쩍 둘러 보았다.

미스터 리는 어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영철엄마가 요새 무슨 좋은 일이 있나봐요.

아주 얼굴이 활짝 폈어요!"

워낙 경숙만 보면 실없는 소리를 자주하던 병춘이라 이런 소리가 새로울 것도 없지만

오늘은 자신을 쳐다 보며 실실거리며 여유를 보이는 폼이 

뭔가 평소하고는 좀 다른 듯 했다.

"밤낮 부엌에서 일만하는 사람이 좋은 일이 뭐가 있겠어요."

경숙은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하며 멈췄던 손을 다시 움직였다.

"왜요? 부엌에서도 좋은 일 만들려면 얼마든지 있죠! 흐흐흐..."

경숙은 그 소리에 가슴이 뜨끔해져 병춘을 쳐다 봤다.

"아니 부엌에서 무슨 좋은 일을 만들어요?

참 내 별소릴 다 듣겠네....!"

경숙은 하던 일을 멈추고 얼굴이 벌개져 일어나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 허허! 그깟 소리에 뭘 화를 내고 그래요? 

얼굴 붉어지는 것 보니까 좋은 일이 있긴 있나보네....허허허!"

마지막 말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병춘이 갔다,

주방에서 그 소리를 듣고 있던 경숙은 온 몸이 후들후들 떨려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경숙은 한가한 틈을 타 미스터 리에게 낮에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미스터 리는 뭐 그냥 하는 소리 아니겠냐고 대수롭지 않게 경숙에게 말은 해줬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그 후로도 병춘은 틈만 있으면 주방 근처를 빙빙돌며 경숙과 미스터 리를 찝적거렸다.

미스터 리는 병춘이 뭔가 비밀을 알고있다는 듯 

자신들을 보며 실실거리며 이죽거리는 꼴이 심상치가 않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붙어 있다간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경숙의 그 맛있는 보지에 대한 미련을 떨쳐 버리고 그 달치 월급을 받자 

다음 날 새벽 가지고 온 옷가지를 챙겨 아무도 모르게 경숙의 집을 떠나 버렸다.

경숙은 미스터 리가 그처럼 말없이 사라져버리자 하늘이 무너진 듯 했다.

며칠을 가슴이 뻥 뚫린 듯 허전하여 밥도 먹기 싫고 일도 하기 싫었다.

정말 살기 싫다는 심정이 이런건가 했다.

그렇지만 차마 남편에게 내색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혼자 끙끙 앓기만 할 뿐이었다.

당장 자기마저 내팽개치면 당장 식당이 문제가 될 터이기에

마치 징역살이 하는 심정으로 하루 하루를 힘겹게 보냈다.

경숙은 미스터 리가 도망치듯 떠나간 것이 병춘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늘 니글니글한 표정으로 자신 곁에 어슬렁거리는 병춘이 평소에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더 꼴보기가 싫어졌다.

정석은 미스터 리가 가버린게 한없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뭔지 모르게 아쉽기도 했다.

아내는 미스터 리가 떠난 충격에 거의 넋이 나간 듯 했다.

정석은 그런 아내를 모른채 하고 계속 말없이 아내의 눈치만 살폈다.

마침 여름방학 때이기도 해서 당분간은 주방에 사람을 쓰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병춘은 미스터 리의 소식을 듣고는 잘됐다고 쾌재를 불렀지만

경숙에게 다가가 말을 부져봐도 이젠 본 척조차도 안하고 쌀쌀맞게 대하는 통에

머쓱해져 물러나 돌아오기가 일쑤였다.

그렇게 그들의 여름이 하루하루 지나갔다.

시간이 좀 지나자 경숙도 아이들과 남편을 생각하고는

자신이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가정있는 유부녀가 총각과 눈 맞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어차피 언젠가는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사이인데 더 정들기 전에

이 정도로 끝난게 얼마나 다행이냐며 자신을 위로했다.

언제나 가정에 충실하기만 한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미스터 리를 잊기로 작정하고 애써 힘을 냈는데

이번엔 시간이 가면서 경숙의 아래가 시시때때로 근질거려 왔다.

어느 땐 미스터 리와 하며 좋았던 상상을 하고 있노라면 

아래에서 물이 줄줄 흐르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남편과 관계를 한지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났다.

자신이야 그동안 미스터 리와 거의 매일 그 짓을 해왔으니 그동안 남편을 생각할 틈도 없었지만 

그래도 거르지 않고 자신을 안아주던 남편이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몸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혹시 남편이 바람이라도 난 건가?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매일 가게에서 지내다가 기껏해야 진호엄마네 가게에서 소주나 한잔하고 들어오는 남편이 

언제 바람이라도 필 시간이 있는가 되짚어 보니

그것도 당치않은 일이었다.

경숙은 자신의 아래가 근질거리는데도 남편하고 관계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미스터 리와 할 때 하고는 비교도 안 될만큼 재미없었던 그간 남편과의

잠자리가 경숙에게 그리 그리울 턱이 없었다.

경숙은 식당에 밥을 먹으러 온 젊은 대학생들을 보면

저런 청년들은 얼마나 거기에 힘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가끔씩 넋을 잃고 쳐다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가게문을 닫고 이미 들어가 버렸고 

경숙 혼자서 부엌 정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뒤에서 발소리가 들리길래 돌아보니 병춘이 어슬렁거리며 주방쪽으로 오고 있었다.

'저 인간이 이 밤중에 또 뭔일로 오는건가?!'

미스터 리의 일로 내심 더욱 미워진 병춘의 그림자도 보기 싫었다.

"늦었네요!"

병춘이 인사라고 건네는 말에 경숙은 대꾸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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