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23)

짹짹- 

응? 밝은 창으로 스며들어오는 따듯한 햇빛이라... 

뭔가 이상한데? 

................. 

...... 아!!! 난 죽었다 살아난 몸이었지. 

여긴 우리집이 아니었구!! 오 씨발 씨바!! 깜짝 놀래라... 하아... 하아... 

꿈이 아니었구나....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이쿠야, 놀래라. 가슴 떨어질 뻔 했샤. 

나 이러다가 생전 믿도 안하던 종교에 귀의할 태세여... 크크~ 

쭈우욱-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보고, 맘껏 발도 있는 힘껏 잡아당겨본다. 

침대가 넓어서 좋구나... 이렇게 푹신한데 몸도 쑥쑥 뻗댈 수 있고... 허벌라게 좋아라. 

(* 귀의의 사전적 정의는 - 불교에만 국한된 의미가 아니라, 

종교적 절대자나 교적 진리를 깊이 믿고 의지함이라고 합니다) 

절로 기분이 맑아지고 상쾌해서, “으챠야~!!” 하고 기쁜 탄성을 질러버렸어. 

앗, 이거시 쪼만한 어린 아이답지 않았나봐... 

비비적 비비적 방에서 나는 소릴 듣고, 달칵 문이 열리더니 여자가 들어와야? 

허미... 

호기심에 고개를 빼꼼, 들이밀고 보는데... 

그 모습 아후...... 미치겠네 아주... 

아침에 보니까 더 더 더 이쁘구랴 샥시... 

순간 몽롱해져서, 어여쁜 처자의 청아한 얼굴을 바라볼 수 밖에 읍썼지라. 

화장기 없는 순수한 맨 얼굴에... 맑고 투명한 살결... 

한떨기 꽃처럼 청초한 얼굴과 늘씬한 몸매. 

후우... 이쯤되면, 보는 것만으로도 

좆이여 솟거라잉~~!! 하고 우뚝 솟아야 당연한 기라! 

오잉? 그런데... 여자한테 들킬까봐 조심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여. 

시방 지금 안 스는겨??? 

아니, 새파란 어린 놈이 아침에 인났으면 뽈딱! 해야제...? 

자지가 죽어서 반응을 안햐!?! 뭐 이런 것이... 

이노무 몸땡이는 얼마나 영양성분을 제대로 섭취 안하고 살았는지- 

허약하고 비실비실, 장작으로 써도 못쓸 땔깜 수준인가베. 허미.... 

잘잤니? 하면서 어리둥절해하는 날 보고 귀엽다고 피시시- 웃는 여인. 

그 이쁜 얼굴을 보니 마음이 콩닥 콩닥 설레야. 

으으... 나도 모르게 뺨은 붉어지고, 가슴이 떨려오누나~~ 

꿀꺽...... 군침, 아니 긴장된 침을 삼키고 대꾸하려는데, 

예쁜이 처자가 먼저 킥킥 웃으면서, 이제 5분이면 밥 되니까 바로 나오랜다. 

휴... 십년 감수혔어. 

지꿈 막 두근 두근 설레다가 자지가 뽈록! 솟구쳤었단 말여... 

기특하다, 이눔! 승호인지 뭐시긴지 자슥... 그래, 너도 남자였어 크크. 

죽지 않았구나. 형편없는 몸뚱이라고 자꾸 놀려대서 미안하다. 

남자가 힘 못 써도 그거 하나는 잘 서야쥐?? 잘혔어. 

여자가 밥 짓는 사이에... 어제 대충 본 방 구조를 세세히 훑어보았다. 

.............. 

허흠, 희안하구만. 어제 의식이 흐릿할 때 보았을 기니~ 

아, 뭣이 이리~ 쪼매난 놈 방에 갖춰놓은게 많누? 

덕지 덕지 돈으로 쳐바르고, 짜잘한 것들로 돈지럴을 해놨구만... 

... 이래 생각했는데, 이상허다~? 

잠결에 대충 보고 내 혼자 편견을 갖고 제대로 보지도 않았나봐. 

지금 봉게, 그런대로 수수하고 단정한 방이여. 

좋구만... 잠결에 봤을 적에는 뭔 조잡하고 구질구질해보여서.... 골이 땡겼는디. 

그려. 자고로 애새끼 방에는 그저 깔끔하고 조용한 분위기여야 딱이지. 

그래도... 

방 침대하고 벽지 색깔이랑... 방바닥은 산뜻하게 신경을 제법 썼구먼. 센스 있어. 

이뿐 아가씨 솜씬가? 으흐흐- 

아, 생각이 난 김에 이 녀석 사전 조사 작업이라도 해볼까... 

우리 뼈다구 승호 앨범같은 것 있나 보자~ 

앗... 그카는데, 갑자기 여자가 들어온다. 

“... 뭐하니, 아들? ... 호호... 식사 차려놨어. 어서 나와” 

“아, 지금 나가요... 뭣 좀 보느라구요” 

“......? 그래...” 

수상한 눈초리다. 

뭐가 이상해, 이쁜 아가씨? 헤헤. 

하나뿐인 자식놈이 기억이 안나서 방 뒤져본다는데... 미심쩍게 보고 그랴. 

서둘러 쪼로록 나가서, 색시랑 붙어 앉아 식사를 시작한다. 

그래, 색시 좋다. 색시라는 호칭! 하하~ 

사실은... 호기롭게 말만 했다 뿐이지. 

어느 목구녕으로 밥이 넘어갔는지 몰랐다. 

쌀을 넘기고 반찬을 먹고 물을 마시는 건지, 물이 반찬에 쌀을 말아묵는지... 

몇 번이나 쳐묵다가 사래 들릴뻔했는데- 

그건 말할 것도 없이, 뚫어지게 나만 쳐다보고 있는 이쁜 아가씨의 시선 탓이다. 

그렇게 쳐다보지 말란 말여... 

겁나게 이쁜 여자가 지켜보는데 아,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간? 

아침이 되니 긴장이 되나베. 이 집이 우리 집이구나, 하는 의식을 항게... 

몸에 힘이 들어가고, 괜스리 나 혼자서 떳떳치가 못하다보니, 

행여나 나를 수상하게 여기고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것도 같어... 

푸하하- 신경이 지나쳐. 그럴 리가 없는 거 알잖여. 

부모여. 인자 이 사람들은 내 부모라구. 

여튼 그렇게, 처음으로 묘령의 여인과 단 둘이 마주 앉아 힘겹게 식사를 마쳤다. 

후우~~~ 죽다 살았어! 

다른 때 같았으면 겁니 유쾌할 시간인데, 이렇게 숨막히고 갑갑할 수가 없었구만. 

여자는 내가 다 먹은걸 확인하자, 그제야 안심하는 얼굴로 콧노래를 부르며 설거지한다. 

나더러 편안하게 거실 소파에 앉아서 tv라도 보면서 쉬고 있으란다. 

과일이랑 디저트 가져다 주겠다고... 

흐미, 뭔 놈의 후식을 그리 챙겨준댜. 아침부터 뭘 봄서 호강하라고 또. 

으흐~ 좋아 죽겄네. 

집 구조를 빠르게, 여자가 등돌린 사이에 신삥 레이다를 이용해 감지한다! 

음... 거실이고 부엌이고 간에, 역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게 잘 해놨구만. 

좋다. 애기 방도 무난하니 좋던데, 다른 곳도 역시 정갈해... 

집주인의 취향과 안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지라. 

그래. 살림 잘 하는구만... 아가씨. 얼굴만 이쁜 것이 아니고! 흐흐- 

하마터면, 실실 쪼개다가 그런 말이, 여과없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 했다. 

시발... -.- 잠시라도 방심하면 큰 일 나겠네 이거??? 

항시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지... 

나는 쥐똥만한 애~새끼다... [나는 애.새.끼.다] 라고 말이여! .... 

말 좀 곱게 하자해놓고 나도 참... 

내 비록 지금은 삽질하면서 입에 근근이 풀칠하며 살아왔지만, 

그래두 가방끈이 그리 짧은 놈은 아니여. 

대학 다닐 어릴 적에 공부도 제법 했는기라! 

씨부랄... 잦같은 아이엠에프때 되도 않는 어설픈 사업 벌리다가 호되게 말아묵느라... 

요로코롬 해묵고 일당 백수신세여. 

그렇다는 말여. 한때는 잘 나가셨스요~ 같잖은 말하려던 건 아닝게 오해접드라고. 

아무튼 막일한다고 해서 다 몽매한 무지렁이가 결코 아니라 이 말씀~! 

나같은 고학력 노동자도 있응게 너무 무시하면 안돼야. 

하아... 이제 와서 이래 부심을 갖고 늘어놔봤자... 

후줄그레한 아자씨... 

아! 지금은 다시 뼈만 앙상한 핏덩어리가 되부렀네. 

흐... 이눔의 사투리도 언능 안써야혀. 태생도 서울인 것이 뭐더러 고집하냔 말여. 

시덥잖은 예전 생각을 쓸쓸이 떠올리며... 쓴 웃음을 짓고 있는데, 

여인이 방긋 웃으며 과일과 과자를 보기 좋게 잘 정돈하여 가져온다. 

햐.... 진짜 참하고 이뿐 색시여. 

죽을 뻔했던 자기 아들래미가 얼마나 상심이 컸을까- 하고 

최대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밝게 대해주려는 모습이... 

아히구, 마음 씀씀이 배려가 느무 이쁘구만. 

꿀꺽.... 근디, 아가씨 미안해. 

진짜, 맘같아서는 지금이라도 꽈드득- 힘차게 안고 키스하고 싶구려... 

... 이 씨부랄 잡놈아! 내 자신에게 욕을 안 할 수가 없다. 

쾌적한 거실 소파에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있는디, 

부지불식간에 불쑥~ 손이 나가서, 자꾸- 

이쁜 아가씨를 탐하고 기냥 막 강제로 어떻게 하고 싶어 죽겠다... 

미치겠네. 이렇게 이뿐 지지바랑 단 둘이 붙어 앉아 있어본게 월매나 오랜만이여?? 

생고문도 이런 고문이 따로 없어... 

햐 그나저나 참 순하고 이쁘게 생겼네... 이름은 뭘까? 

아...... 그려! 

난 시방 뭐든지 깡그리 머리가 백지화된 입장잉게, 거침없이 물을 수 있구나! 

이 생각을 왜 못했지. 크크... 

바로 여인에게 이름이 무어냐고 물었다. 

물론 그런 사소한 말도 불쑥 안 뱉쥐 후후- 몰라서 죄송하다고 굽신했지라. 

긍께, 여자도 잠시 당혹스러워하더니- 슬며시 웃대. 

“호호... 우리 승호, 엄마 이름도 잊어버린 거야...? 

하긴 그럴 수 있겠구나. 전부를 다 잊어버렸으니까. 

엄마는 임수희야... 이제 새롭게 잘 부탁해^^?” 

“임 수 희... 이름도 이쁘네요...” 

“응? 이름 ‘도’ 라구? 후훗, 뭐야...” 

“아! 아하하하- 아무 것도 아녜요. 하하-” 

이런 씨댕!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침 질질 흘릴뻔 했잖여! =.= 

주책바가지여 아주 그냥. 마흔이나 묵어갖고 20대 싱싱한 아가씨보고... 

수희 씨도 눈치 깠을 것이다. 

수줍은 얼굴로 살짝 웃는데, 아들이 엉큼한 얼굴로 볼 빨개져서 쳐다본 것을. 

또 이러네. 말투... 말투... 눈치를 깐 것이 아니고 까셨... 

아니! 눈치 채셨을 겁니다... 

무튼 질문을 던졌을 때 궁금한 것을 계속 묻기로 했다. 

크~~ 이거 재밌네... 참한 처자 앞에 데따 놓구 선 보는 기분이야. 좋다.... 

나이는 몇이냐, 남편 되는 사람은 뭐하는 사람이며 뭐 이거 저거.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적당한 범위내에서, 해도 괜찮을 질문만 던진다. 

그래, 역시 내가 험하게 굴어서 글제, 잔머리는 좋은 놈이랑께... 

수희 씨도 흔쾌히, 아무 것도 모를 ‘새 아들’을 위해서 

싱긋, 웃으며 친절하게 궁금한 점을 대답해주었다. 

이쁘고 사랑하는 아들에게 무엇 하나 귀찮아하지 않고 밝게 대해주는디 

나는 그저 그 모습을 헤벌레... 좋아서 감상하믄서 

다른 한켠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안타까운 호로새끼 승호야. 이런 근사한 엄니를 두고 죽을 생각을 했냐... 

넌 천하의 나쁜 놈이다잉. 

그렇게 어린 나이에 부모 가슴에 대못 박으면 천벌 받어. 

수희 씨는 엉큼한 아들 녀석이 별 잡생각을 하는 줄은 모르고- 

계속하여 사근 사근 밝은 얼굴로 내가 알아야 할 것들을 천천히 일러주었다. 

호오, 그렇구만... 남편이 대학 교수여? 

나이는 인자 마흔 일곱 밖에 안되었댜... 그거보단 쪼매 들어보이든디. 흐헤헤 

근디 47이라는 젊은 나이에 전임교수가 될 수도 있는겨?? 너무 어리지 않어~ 

모르것당. 당최 교육쪽으로는 관심을 가진 적이 없네. 

어쨌든! 당신은 능력자시여. 

이렇게 이뿌고 젊은 마누라를 얻었는데다, 돈도 잘 벌고. 

아직 젊은 나이지만, 인생의 승리자라고 할 수 있겄시오... 부럽소이다. 

내 기꺼이 아버... 아니 형님으로 모시겠수 크하하~ 

음~ 그라믄 이제 우리 수희 씨는 한 서른 대 여섯 됐겠지? 

그녀의 나이와 이... 빌어먹을 꼬마의 나이를 물어보았다. 

“아, 내 나이는 말도 안했네 호호. 너는 몇 살인지 기억 나니? 

학교를 일찍 들어가서... 중 1인데 열셋이야. 친구들보다 어리단다. 

꼭 처음 보는 아기한테 하나하나 알려주는 것 같아서 재밌네..^^ 

엄마는 몇 살같아? 히히- 승호가 맞춰줘볼래?” 

“하하... 글쎄요 저 잘 모르겠는데요... 엄마가 그냥 알려주세요...” 

열셋? 그렇군. 중학교 갓 입학하면 우리 나이로 열 넷이 원래 맞지? 

이런 핏덩어리 어린 애기가 무신 벌써 열서넛이야 하하하. 

그럼 나, 아니 이 녀석은 1~2월 생이라는 얘기고... 

내가 선뜻 대답을 못하는 이유는- 아무리 지금 아들을 가장하고 있어도 

여자 나이 함부로 잘못 말했다가는 뒷탈이 (...) 걱정되서 그런다. 흐~ 

보이는 것이야 스물 예닐곱 같아. 수희 씨... 못 맞추겄어. 

“호호. 엄마 결혼 일찍 해서 너 낳았어. 아니당 약간 식은 나중에 올렸었나? 

기억이... 히힛. 잘 안나네. 나는 서른 둘이야 얘” 

“...... 서른 둘이요? 열 아홉에 저를...” 

“아니지, 결혼은 열 아홉에 했고, 스무 살에 니가 태어난 거쥐” 

그래. 그렇지. 스무살에... 근데, 그렇다쳐도 결혼을 19세에 혔어?!! 

식은 나중에 올렸다고 살짝 말꼬리를 흘리는 걸 보니... 

오호라, 요것은 속도위반이여? (...) 

수희 씨~ 아직은 어떤 캐릭터인지 좀 더 파악해야겠지만... 

은근히 맹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네. 그런 것도 술술 털어놓고. 

하하하하- 귀엽다! 

거까지 일러주고, 이런 저런 궁금함을 용기내서 떨려두 물어보는데... 

힐끗- 시계를 보더니 이쁜 처자, 약속이 있다며 나갔다 온다는 거다. 

아, 나를 두고 어디를...... 

엄마 입장에서 볼 일을 보러 잠시 외출한다는 이야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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