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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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7월 7일. 

음... 날짜 타이밍 한번 죽이는군.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나, 즐떡 쿵떡 얼쑤 좋다~ 지화자~! 를 외치는 날이 아닌가. 

하하하... 

씨펄... 이렇게 실없는 소리나 지껄이고 좋아할 때가 아닌데- 

나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는 숫자인 7이 두 번이나 겹치는... 

뜻깊은 이 날에 불시의 변을 당해 죽고 말았다. 

내 나이 우리 나이로 마흔. 

체격은 그럭저럭 봐줄만은 한데, 얼굴이 잼병이다. 

모아놓은 돈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다. 

얼마 벌어놨냐구? 이 사람아, 예끼! 재산 그딴게 어딨어. 

이 나이 먹도록 공사판 노가다나 전전하는 신세다... 

결혼은 당연히 생각조차 못했다. 여자를 제대로 사귀어본 적도 없다. 

참 서글픈 내 인생. 에라이 씹스러운 좆같은 니뮈랄 대한민국! 씨팔... 

뭔 얘길 하려다가 이래 신세한탄이나 하고 앉아 있냐 -.- 

시간이 지나고 나서 지난 날을 후회하며 사색에 잠기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어딨누. 

어릴적부터 시정잡배들하고나 어울리며 형편없이 살아온 개차반 인생이었는지라 

나이가 마흔 줄에 들어서자, 더욱 더 지난 날에 대한 회한이 깊어진다...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읊어대는 단골 레퍼토리 왜 있잖은가. 

젊은 날의 청춘은 백만금을 주어도 바꿀 수 없는 고결한 것이라고... 

뭐 누군들 그러지 않는 사람이 있겠냐... 

나 역시도 대한민국의 평범한 필남필부로서, 나이 40 쳐묵도록 되는대로 막 살아온 내 인생을 되새겨보며... 

옛날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정말 개과천선하여 성실하고 말짱하게 살텐데... 

남부럽지 않은 성공적인 삶을 살아볼텐데... 하는 후회와 안타까움이 굉장히 강렬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정말로 내게 일어났다. 

뭔 말하냐구?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는... 그거 말여. 

지금부터, 몇년 전에 일어난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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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이 아니고, 트리플 세븐이다. 

이걸 울어야할지, 웃어야할지... 

당시는 지금처럼 서울 전 지하철역내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았을 때다. 

7일 아침의 7호선 xx 역이었다. 

노가다라는 것은 보통 부지런하지 않으면, 그날 하루 밥 굶기 딱 좋다. 

통상적으로 매일 아침 6시까지, 근방의 용역업체나 인력센터를 제때 못 찾아가면 일거리를 구할 수 없다. 

이른 아침 집결해서 작업현장까지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음..... 가만 있어봐, 트리플이 숫자 세 개 모인거 맞지?? 

포커 칠때 봉이라고 석장 뜨는거 있잖아. 

근데, 지금 시간도 7월 7일 아침 7시 7호선이여.... 

트리플 위에는 뭐라고 부르나? 네개가 겹치네. 으흐흐... 

흐흠, 흠.... 

이딴 얘길 하려던게 아니여... 왜 이런 소릴 씨부려쌌노 나도 참. 

여튼 그 날 아침이었어. 

그 망할... 아니지! 내 인생의 새로운 기쁨의 단비를 내려준 고마운 놈을 만난게. 

쳐자느라 xx 동 인력센터에 아침에 조금 늦었기로서니, 매몰차게 ?겨났지. 

에라이- 이렇게 된거 집에 가서 잠이나 더 쳐자자. 

승강장 라이트 판 조금 뒤에서 고개를 수그리고 잠시나마 잠을 청하는디... 

아니 왠 미친 중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놈이...? 

졸고 있는 건지, 머리가 헷까닥 했는지... 

이노무 자슥이 안전바도 없는, 승강장 맨앞에 서서 떨어져 뒤질려고 꾸벅 꾸벅 머리를 조는겨. 

진짜로 조는 기가? 아니면 설마 허튼 생각을 하고... 

어어! 잠깐 잠깐, 이거 심상치 않은데? 

나뿐 아니라, 주변에 있던 중년 아주머니도 입이 벌어지며 

놀란 눈빛으로 그놈아를 조마조마하게 바라보고 있었는기라. 

까딱하면 몸이 새우처럼 굽어지며 아래로 추락사하기 딱 좋은 상황이여... 

저, 저러다가 참말로 뒤진다카이.... 후미... 

아니, 잠깐만!! 이 이눔의 개스키 진짜로 뒤질라고 온가베!!!! 

...... 내 앞에서 초상 치르는 꼴은 죽어도 못본다 씨펄... 

그 순간 눈에 뵈는게 없었다. 

어디서 굴러댕기다 들어온 난 놈인지 몰라도 인명은 소중한 것잉게, 무조건 살려놓고 보자! 

잠깐 몇초간의 상념에 빠져있는 사이에, 아뿔싸.... 우려가 현실로! 

이 어린 중삐리 녀석이 몇 번 헤까닥- 하더니 힘없이 아래로 떨어진겨...... 

당연히 승강장에 있던 사람들 전부 깜짝 놀랐지... 

꺄악!!! 어떡해요! 사람 죽는다고 소리지르고 지랄 지랄 하는겨... 그러면 당신들이 좀 나서서 뭘 해보등가! 

..... 결국은 아무도 안 나서고 발만 구르니까, 아무 짝에 쓸모없는 나같은 밥버러지가... 

정신줄 놓고, 풀썩 아래로 뛰어내려서 그놈 끌어올리고 있잖여. 

나도 미쳤네 참말로. 이러다 골로 간당께... 

오우!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승강장 위로 몰려든 시민 몇 명이서- 

내가 끼잉차 끼잉차..... 죽을 똥을 싸며 어깨 위로 끌어올린 놈을 잡아준다. 

어어? 그런데... 끌어올려놓고도, 잡아준 시민 분들의 얼굴 보아하니, 

이 어린노무 자슥 얼굴을 보고 당황스러운 표정이여. 이거시 뭔 말이냐... 하니 

나도 자세히 봉께, 그 꼬맹이 놈이 무슨 약이라도 빨았나, 아무 의식이 없는겨... 

내쪽으로 고갤 돌리는데- 눈동자가 반쯤 까뒤집혀가지고... 

가르르르... 개거품을 물고 있었구마. 

그걸 보는 순간 난 직감했지. 

핫! 이놈 기껏 살려놨더니... 뒤... 뒤진다!! 

근데, 그 걱정할 때가 아니었으...... 

허미??? 뭐시여??? 

뿌아아앙~~~~ 너무나도 귀에 친숙하고 정겨운 그 소리 있잖여!! 

후메 이를 어째??? 열차가 들어오고 있는 기라...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 생각이 안난다... 

왜 발이 떨어지지 않고- 식은 땀만 삐질 삐질 흐르지..... 

다리는 무서워서 달달달달.... 오들 오들 떨리기만 하고. 

진즉에 오줌을 찔끔찔끔 지리고 있었구마이...... 

그 짧은 몇초 사이의 순간에... 

나는 플랫폼에서 비껴서려고, 승강장 아래의 작은 텀으로 최대한 몸을 밀착시켰어. 

근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는 뒈질놈이었나베... 

잠깐 아차... 하는 3,4초 사이에 피할 새도 없이 쿠콰콰콰~~~ 전철이 들어오는디... 

그 뒤로는 무서버서, 그냥 눈을 찔끔, 감아버리고 말았는겨......... 

아, 뒈졌구나... 

그 후로는 기억이 없다... 

죽었겠지? 사방이 어두컴컴해서 아무 것도 안 보인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하다... 

아무리 일자 무식인 나라도, 사람이 죽으면- 

다양한 종교적 관점에서나 민간신앙의 속설적인 면에서 볼 때- 

부웅~~~ 자신의 영혼이 솟아 올라, 저 먼~ 곳에서 아래로 

죽은 육신을 내려다보며... 씁쓸한 감상에 잠기는게 타당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아니, 시볼 뭐여... 살아 있는 것 같네?? 

느껴진다. 의식적으로 살아 있는 육신의 미지근한 여력이... 

내 팔, 내 다리? 그리고 희미하게 의식이 돌아오고 있지만 내 꼴사나운 대갈통... 

분명히 사고를 당했을 거라고 확신했는데- 멀쩡하게 모두가 몸에 붙어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 

눈을 살짝, 뜨고 몸은 움직일 엄두를 못내고 아주 조심스럽게 눈만 껌뻑였더니 

생전 처음보는 중년의 남자와, 젊은 여자 하나가 내 옆에 붙어 앉아 있다... 

그것도 굉장히 걱정스러워 죽겠다는 얼굴로... 여자는 초조해 견딜 수 없는 얼굴. 

당신들 뭐여? -_- 

“어???? 깨, 깨어났다!!! 여보, 승호 정신 차렸어요!!!” 

“.......... 진짜??? 어디, 아들, 아들 일어났니????” 

“................ 누구...세요...?” 

.................... 

승호라니? 

이럴 수가... 이건 분명, 나를 가리키며 말하는 건데? 

여기 틀림없이 세 사람 뿐이잖아... 

그렇다는 얘기는...??? 

설마??????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나는 잽싸게 벌떡- 몸을 일으켰다. 

거울! 거울~~!! 거울을 후다닥 찾느라 동분서주... 

남자와 여자는 아무 말도 없이 미친놈처럼 뭔가만 허우적대는 나를 희안한 눈으로 볼 뿐이다. 

젠장... 설마... 설마... 

겨우 머리맡 구석에 떨어진 손거울을 찾아냈다. 어디....... 

헉.......... 

나...... 어린 애로 환생한 거야...???? 

아니지, 영혼이 요 쥐똥만한 놈하고 바뀐겨?!?!? 

오우 F 더 ?.......!?!? 

거울에 비친 것은, 흐리멍텅한 눈매와 비실비실해 보이는 얼굴의 어린 꼬마였다. 

그...... 내가 승강장에서 구사일생으로 건져냈던, 약기운 몽롱했던 그노마다. 

아니 씨팔!!! 진짜여?? 지금 영화찍는겨!!! 

오... 하나님, 이 순간은 믿지도 않았지만... 

아이고~ 어쩌자고 저를 되살리셨나이까... 

확실히 죽었는데, 되살아난 것이다.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생생하게 몸이 만져진다. 

내 손... 내 팔... 얼굴을 힘껏- 

꿈인가 싶어 꼬집어보면, 굉장히 아프다. 생시가 분명해! 

이걸, 감격과 환희에 젖는다고 해야 좋을까? 

기분 드럽고 불쾌한 되살림이라고 느껴야할까... 

환생했다-는 사실도 믿기 너무나 어렵고 당황스러운데, 

그 대상이 하필이면... 

그 뽕맞은 것처럼 골골 거리는... 멸치같은 어린 놈이라니. 

갓난 애기같은 것이, 오늘 내일~~ 하는 모습이 심히 안쓰럽더만... 

그게..... 지금 나라구??? 

18........... 

이 사람 좋게 생긴 아저씨랑, 순진해보이는 어린 여자는... 그 꼬맹이의 부모인가... 

확실한 것은 아니라, 함부로 말을 뱉을 수가 없었다. 

그냥 친인척일 수도 있잖아. 어떻게 말하지? 

내가 말을 감히... 기 죽어서 못하고 머뭇거리는데, 여자가 다시 말했다. 

“누구냐니...? 

승호야, 엄마야... 

엄마가 얼마나 많이 걱정했는지 아니?? 우리 아들, 걱정되서 죽을 것 같았어... 

이렇게 다시 깨어나서 천만 다행이야! 간절하게... 아주 애원하며 울면서 기도했단다” 

“녀석아, 빨리 엄마한테 걱정시켜 드려서 죄송하다고 말해. 허허-” 

“......... 어, 엄마...? 엄마예요..?” 

부모구나! 오야지다!!! 

짜릿하다... 이 예쁜 여자가 내 엄마구나?!! 

한 눈에 얼핏 봐도, 상당한 미인이다. 

몇 살일까...? 꽤 젊어보이는데... 

자기가 본인 입으로 울면서 엄마라고 안했으면, 이모 정도로 나도 생각했을 꺼이구만. 

그런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닌데... 

난 아무것도 당신들에 대해 모르잖아. 

아! 좋은 생각이 났다. 

어디서 그런 순간 재치가 떠올랐는지... 

나는 태연하게,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 연기를 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렇게 생각하고나니, 마음이 아주 가벼워. 좋아~~ 

“....... 저어, 누구신지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요... 엄마랑 아빠세요...? 

“허어... 이 녀석 무슨 말하냐... 기억이 나지 않는 거니?” 

“승호야, 머리 다쳤어? 엄마잖아... 호호... 장난치는 거 아니구?” 

“예... 죄송한데요. 진짜 누구신지 저는 몰라요... 지금 여기에 왜 누워있는지도 모르구요...” 

“...............” 

표정을 보니까- 내 연기력이 조금씩 인정받고 있는 분위기여. 

믿는 눈치다. 두 사람은 벙..........쪄서 입만 쩌억~ 벌리고 잠시 말이 없다. 

아뉘 뭘 그렇게들 놀래요? 아들이 그런 사고를 당하다가, 죽다 살았는데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그 다음 남자의 말이 놀랍다. 

“...... 역시 그렇구나, 의사 선생님 말씀이 맞았어. 

이 아이가 그때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친게야, 여보” 

“머리를..... 선생님 말대로 그럼 기억상실증에 걸린...” 

“그래. 이 얼굴을 봐. 정말로 아무 것도 기억 안나는 눈빛이잖아... 우릴 모르는 거라구” 

“......그래요, 저 진짜... 죄송한데, 지금 여기에 왜 누워있는 지도 모르겠어요...” 

상황 좋네... 딱이네... 좋구나. 

의사가 이 빌어먹을 꼬맹이놈이 사고를 당하며 기억을 잃을 거라고 덧붙였나보다. 

잘됐네. 둘러대기 더 좋겠어... 휴... 

이마에 맺힌 땀을 스윽- 닦는 나에게, 두 사람은 자꾸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아니 결론 나왔잖여. 기억상실증이라고 당신들도 판단했는데 뭘 캐물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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