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룡오후 - 5부
5장. 미행.
자향의 일과는 아침에 오가혜를 깨우는 것으로 시작해서 오가혜의 잠자리를 돌보는 것으로 끝난다. 오직 그녀만을 위한 시종이었다. 그런데 오가혜는 의외로 그를 멀리하면서 정절을 지키려고 노력하였다. 자향의 정사신을 보고 보지속에 손을 쳐박고 발광했던 여자라고 믿어지지 않는 참을성이었다. 오늘도 오가혜는 자향의 안마를 받으며 격하게 흥분했는데 꾹 참고 침대로 향했다.
자향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의 손길에 느껴지는 오가혜의 육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머지않아 자신의 보지를 찢어달라고 애원할 것이 분명했다. 한 가지 애석한 것은 의예와 자주 만나기가 어려워서 힘이 넘치는 자지를 위로할 수가 없었다.
자향은 창가에 서서 용봉세가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았다.
'삼일이 흘렀다. 이제 어느 정도 가내의 구조를 파악했으니 추세중의 거처인 용각을 살펴보자'
자향은 침대밑에서 미리 준비한 검은 야행복과 복면을 꺼냈다. 옆방에 잠들어 있는 오가혜만 깨어나지 않으면 방을 비워도 아무도 모를 일이다. 오랜만에 팔에 자향색검을 둘렀다. 이 검은 검신이 뱀처럼 꼬이는 특성이 있어 팔에 잘 감긴다. 적은 감히 그의 팔에 검이 숨겨져 있으리란 상상은 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검이 약하겠다고 생각하면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자향색검은 바위를 무처럼 자르고 여느 신검과 비교해도 월등한 우위에 있었다. 천하십대기병 중 당당히 일위의 서열에 올라있으니 그 위력을 더 이상 나열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자향은 복면을 쓰고 힐끗 옆방을 보았다. 쌔근쌔근 숨쉬는 소리가 벽을 타고 들려왔다. 삼일간 지켜본 그녀는 한 번 잠들면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훅 바람을 불어 촛불을 껐다. 올빼미처럼 드러난 두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눈에 보이는 무사들이 몇몇 보였다. 그러나 어둠속에 은신하고 감시하는 자들이 훨씬 많았다. 나는 새도 용봉세가를 지나갈 수 없다고 알려진 철통같은 경비망이다.
살며시 창문을 열고 가볍게 지붕위로 올라가 엎드렸다. 외전과 내전을 경계를 이루는 담과 여러 채의 전각이 보였다. 그는 제일 높은 용각으로 막 몸을 날리려고 했다. 그런데 저쪽에서 뭔가 날아오르는 것이 아닌가.
'나 말고도 밤손님이 있는가?'
자향은 얼른 엎드려 어둠속에서 소리없이 움직이는 그림자를 살폈다.
그림자는 은밀히 경비를 피하며 용봉세가를 벗어났다. 그런데 직후, 또 하나의 그림자가 앞선 그림자를 쫓듯 사라지는 것이었다.
'흠, 도대체 누굴까? 용봉세가의 지리에 밝은 자 같은데...'
자향은 몸을 일으키다 말고 또 다시 엎드려야 했다. 약간 늦게 또 한 사람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모두 세 명이 서로를 쫓듯이 담장을 넘어 사라졌다. 일련의 상황은 자향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용각은 나중에 살피고 저들을 쫓아 가보자'
자향은 지붕을 박차고 공중으로 치솟았다. 그의 몸은 금세 용봉세가가 발밑의 개미집 크기로 보일만큼 날아올랐다. 단번에 이렇듯 높게 오를 수 있는 고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자향의 무공경지는 무림에서 손가락에 꼽힐 수준이었다. 파앙! 그의 신형은 그림자들이 사라진 남동방향으로 총알처럼 날아갔다. 가히 섬전, 눈깜짝할 사이에 자향의 모습이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금세 한 사람을 찾았다. 자연스럽게 앞서가는 두 사람의 존재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숨바꼭질을 하듯 서로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었다.
선두의 복면인이 멈춘 곳은 홍등이 걸려 있는 기루 음야루였다. 천명이 넘는 절세미녀가 사내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 하루 만명이 넘는 사내들이 음야루를 출입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남녀의 끈적한 비음소리가 퍼지는 곳이다.
휘익! 선두의 인물이 입구를 놔두고 담장을 넘어 들어갔다. 직후, 두 번째 세 번째 복면인들도 담장을 넘었다.
'기루라... 묘한 사람들이군'
자향도 그들을 따라 담장을 넘었다.
선두의 복면인이 뭔가를 찾는지 후원의 이방저방을 기웃거렸다. 다른 두 사람은 은밀히 은신하여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하하, 네 보지물이 달콤하구나!"
어디선가 낭랑한 사내의 음성이 들렸다.
일순 복면인이 발을 멈추며 소리가 들린 전각을 주시했다. 복면인과 20미터 가량 떨어진 곳이다. 소리를 죽여 다가가 창문에 살짝 구멍을 뚫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얄팍하게 생긴 한 청년이 기녀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쳐박고 쩝쩝 소리를 내며 보지를 빨고 있었다. 기녀가 자지러지는 교성을 질렀다. 복면인이 황급히 얼굴을 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지 잠시 움직이지 않던 복면인이 새파란 검날이 번뜩이는 검을 뽑았다. 아마두 실내의 청년을 죽이려는 것 같았다.
그때, 뒤따랐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며 복면인을 막았다.
"아가씨, 그만 돌아가십시오"
"이당주...!"
그들은 서로 알고 있는 사이인 듯 말이 쉽게 통했다.
"저 자는 온갖 악행을 일삼는 하남성주의 아들 회악이예요. 저 자의 손에 많은 여자들이 순결을 잃고 목숨을 끊었어요. 내가 저 자를 죽여 여인들의 복수를 하겠어요"
"안돼요. 최근 하남성주가 잇따른 강간범 살인사건 때문에 부친이신 가주님께 조사를 의뢰했어요. 자칫 따님이신 아가씨가 원흉이란 사실이 밝혀지면 가부님이 어려운 경우에 처하게 돼요"
"아버님은 악을 징계하라고 했어요. 저의 행동를 용서해 주실 거예요"
'아니에요'
이당주는 차마 그 말을 하지 못했다.
그때 두 사람을 유심히 지켜보던 또 다른 복면인이 묘한 눈빛을 흘렸다.
'흐흐흐, 뜻밖의 수확이군. 주군의 따님이신 추묘령이 강간범 살인사건의 범인이었고 내관당주 이화금이 이 사실을 알면서도 방관하고 있었을 줄이야. 이화금의 행동이 수상하여 뒤쫓았는데 큰 수확을 얻었군'
"더 이상 말리지 마시고 돌아가세요. 모든 일은 제가 책임지겠어요"
그 정체가 추묘령으로 밝혀진 복면인은 이화금을 뿌리치고 창문을 열고 들이닥쳤다.
"왠놈이냐?"
회악이 깜짝 놀라 기녀를 내팽개치고 재빨리 옆에 놓아둔 검을 잡았다.
"네 놈의 죄를 심판하겠다"
추묘령은 다짜고짜 회악의 공격했다. 그녀는 검법에 능통한 일급고수였다. 과연 검광이 사방에서 번뜩이며 회악의 목줄을 죄었다.
'이크, 이게 왠 날벼락이냐. 하지만 여기서 죽을 수는 없지'
회악은 상대가 여자란 사실을 간파하고 검을 퉁겨내면서 유방을 찔렀다. 추묘령이 움찔 놀라 뒤로 물러선다. 위험보다 자칫 옷이 찢어져 유방이 튀어나올 것을 대비한 여인의 본능적인 방어였다. 그러나 그것이 회악이 노리는 의도였다. 회악은 이번에는 보지를 노렸다.
"이 색한!"
추묘령은 회악의 의도를 눈치채고 살기를 뿜었지만 역시 뒤로 피했다.
"크크크, 계집이 발광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구나. 어디 네 년의 잘난 유방과 보지를 보자꾸나"
회악은 음탕한 말로 추묘령의 심기를 건드리면서 계속 몰아붙였다. 무공은 추묘령이 우위였지만 도리어 회악이 승기를 잡고 추묘령을 몰아붙였다.
"공자님이 습격받았다"
그들이 싸우는 소리에 바깥에서 기다리던 병사들이 뛰어 들어왔다.
이화금이 이대로 방치하면 추묘령이 위험해질 것 같아 자신도 뛰어들어 회악을 공격했다.
"엇!"
회악은 눈앞에 검이 날아들자 크게 놀라 바닥을 뒹굴었다. 추묘령은 재빨리 회악의 배를 걷어찼다. 회악의 몸이 날아 벽에 거세게 부딪혔다. 추묘령이 숨통을 끊으려고 검을 내리치는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며 하남성주가 고용한 고수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은 추묘령의 검을 차단하여 회악을 보호하고 추묘령과 이화금을 밀어붙였다. 이화금이 최선을 다하면 능히 그들을 죽일 수 있지만 그녀는 몸을 빼낼 생각이 더욱 급했다.
"그만 돌아가요"
이화금은 추묘령의 허리를 낚아채고 창문밖으로 뛰어나갔다.
수많은 병사들이 포위하고 있다가 두 사람이 나오자 창을 던지고 활을 쏘았다. 이화금은 검막을 형성해 화살을 차단하고 날쌘 제비처럼 음야루를 벗어났다.
"저 계집들을 잡아라!"
회악이 바락바락 고함을 지르자 고수들과 병사들이 일제히 복면인들을 뒤쫓았다.
자향은 모두가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살소를 머금었다. 그 살소는 회악을 향한 것이었다. 그가 제일 증오하는 사람이 무력한 여자를 폭행하여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사내들이다. 자향은 그러한 자들을 발견하면 가차없이 죽음을 선사했다.
회악은 진짜 사신이 주위에 있음을 모르고 자신이 내동댕이친 기녀가 보지를 벌리고 기절해 있음에 다가가 보지를 핥았다.
자향은 나머지 복면인이 두 여인을 쫓아 나갔음을 확인하고 미끄러지듯 방안으로 들어갔다. 회악은 바로 옆에 다가온 자향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좋은가?"
"흐흐, 이 계집의 보짓물이 일품일세"
무의식중에 대답하던 회악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그토록 좋은 보짓물을 맛보았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겠지"
"아... 안돼!"
번쩍!
싸늘한 검광이 회악의 시야를 휩쓸었다가 사라졌다. 검광이 사라지자 꿈결처럼 자향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하하하, 내가 착각을 한 게로구나"
회악은 기뻐서 웃었다. 그런데 뭔가 따스한 액체가 목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황급히 목을 만져보니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 이런 일이..."
회악은 그 말을 끝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때, 이미 자향은 추묘령 등을 찾아 몸을 날리고 있었다. 그의 신형은 하늘을 가르는 유성처럼 긴 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같은 시각, 추묘령과 이화금은 추격을 따돌리고 풀숲에 은밀히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런데 부상을 입었는지 이화금의 좌측 팔의 옷이 피로 젖어 있었다.
"이당주, 괜찮아요?"
"전 괜찮아요. 잠시 기다렸다가 세가로 돌아가도록 해요"
"그렇게 할테니 어서 상처를 보여주세요"
추묘령은 이화금의 옷을 찢어내 상처를 살폈다. 화살이 팔굽 바로 위쪽의 살갗을 찢고 지나간 상처가 보였다. 그런데 화살촉에 독이 묻어 있었는지 푸르게 변색되고 있었다.
"독이 퍼지고 있어요. 제가 빨아낼테니 아파도 참으세요"
추묘령은 상처에 입을 대고 강하게 빨았다.
"흐윽!"
이화금이 아미를 찡그리며 신음을 흘렸다. 추묘령이 푸른 빛이 감도는 피를 뱉어내자 피가 뿌려진 곳의 풀이 금세 말라죽었다. 그 끔찍한 독성에 두 여인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추묘령은 어서 빨리 독을 빨아내야 한다는 생각에 계속 피를 빨아냈다. 이화금은 상처부위가 가슴과 붙어 있는지라 추묘령이 가슴에 안기는 모습이었다. 자신을 살리려는 추묘령의 행동이 감동스러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잠시 후 독이 모두 빠졌는지 붉은 피가 나오자 혈도를 짚어 더 이상 피가 나오지 않게 지혈했다.
"됐어요"
추묘령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가씨, 고마워요!"
이화금은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워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추묘령은 흠칫 놀랐지만 순수한 마음에 입술을 받아들였다. 부드러운 설육이 치아를 두드렸다. 살짝 입을 벌리자 이화금의 혀가 자유롭게 들어와 그녀를 희롱했다. 서로의 타액이 오가는데 꿀처럼 달콤했다. 사랑하는 님과의 입맞춤을 상상하던 추묘령에겐 색다른 경험이었다. 동성과의 입맞춤은 의외로 감미로웠다. 자신의 유방을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졌다. 사내였다면 당장 손을 치웠을 텐데 같은 여자라 그런지 별로 경계심이 들지 않았다. 이화금의 손이 옷깃을 헤치고 들어와 속옷위로 유방을 쓰다듬었다.
"하아...!"
추묘령은 은은히 퍼지는 쾌감에 달뜬 교성을 흘렸다. 속옷이 살며시 흘러내리며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그러나 곧 바람의 흔적은 사라지고 뜨거운 손길이 유방을 감싸쥐는 게 느껴졌다. 유두가 집중적으로 희롱당했다. 분홍빛 유두는 반항이라도 하듯 꼿꼿이 고개를 쳐들었다.
"너무 아름다워요"
이화금은 동성의 유혹에 이끌려 추묘령을 옷깃을 풀고 유두를 빨았다.
"하악... 기분이 좋아져요"
추묘령은 이화금을 머리를 감싸쥐고 어쩔 줄 몰라했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쾌감이 그녀를 아늑한 세계로 이끌었다. 가슴에서 피어오른 쾌감은 그녀의 신경을 마비시켰다. 뭔가 더 강한 자극을 그녀도 모르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이화금이 그녀의 하의로 손을 넣으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때 한 사람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