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룡오후(1)
2장. 사로잡기.
다음 날 이른 아침, 자향은 일찍부터 눈을 떴다. 무공을 수련하면서 항시 새벽에 일어났던 습관 때문이다. 그런데 한 숨도 못 잔 사람처럼 두 눈이 붉게 충혈되었고 눈꼽이 잔뜩 끼어 있다. 하기사 오가혜가 지칠 줄 모르고 자위행위에 몰두하는 바람에 그 모습을 지켜보느라 자향까지 밤을 새다시피 하였다.
차가운 공기가 자향의 정신을 맑게 해 주었다. 그런데 손안에 뭉클한 감촉이 있었다. 황급히 옆을 살펴보니 오가혜가 그의 품에 안겨 잠들어 있었다. 겨우 속옷만 걸친 모습, 기상과 동시에 텐트를 쳤던 자향의 자지는 터질 듯 부풀었다.
'아주 날 잡아먹으라고 유혹하는군'
자향은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그보다 더 늦게 잠들었으니 아직 일어날 시간은 멀었으리라.
'이거 기회가 너무 빨리 오는군'
자향의 눈빛이 야릇하게 변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품속에서 작은 대롱을 꺼냈다. 뚜껑을 살짝 열자 아주 작은 벌레들이 꿈틀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이 벌레들은 남만에 서식하는 요음충(妖淫蟲)이다. 요음충은 지독한 음기를 지닌 독요화(毒妖花)의 수분을 흡수하며 산다. 독요화는 그 향기만 맡아도 백일간 색정이 미쳐 날뛰게 하는 지독한 음화였다. 한 번은 중원에서 남만을 토벌하기 위한 일천부대가 독요화의 향기를 맡고 사내들끼리 발광을 일으키고 죽은 일화가 전해질 정도였다. 그 향기가 그 정도인데 그 수분을 흡수한 요음충의 경우는 어떠하겠는가. 자향의 사부는 요음충에 물리면 평생 색의 노예가 된다고 했다. 하지만 대롱에 담겨진 요음충은 그토록 지독하지는 않았다. 다만, 주인의 명에 따라 상대를 물어 색정에 몸부림치게 한다. 즉, 주인의 통제대로 상대를 색의 노예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었다. 요음충은 특이하게도 독요화와 여인의 보지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 독요화가 여인의 음부처럼 생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기록이 있다.
여인의 보지에 요음충을 투입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가장 예민한 부위인 보지를 만지는데 상대가 자고 있더라도 깨어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지금이 자향은 기회라고 느꼈다.
"자향운기(紫香雲氣)"
자향이 눈을 감고 자향색공을 운공하자 벌레들이 그의 뜻에 따라 움직였다. 문득 그 중 한 마리가 꿈틀거리며 기어올라와 대롱을 잡고 있는 자향의 손위에서 멈췄다. 자향은 그 한 마리를 남기고 대롱의 뚜껑을 닫고 품속에 넣었다. 다시 한 번 오가혜를 살폈다. 여전히 깊게 잠들어 있다. 깊게 심호흡하고 얇은 천조각을 잡았다. 어찌나 얇은지 맨살을 만지는 촉감이 전해진다. 야릇한 기분이 들었지만 중요한 때인지라 바짝 긴장하고 천조각을 살며시 당겼다. 그런데 펑퍼짐한 둔부에 깔려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살짝 어깨를 밀었다. 그런데 되려 그의 허리를 끌어안는 게 아닌가.
'이런 제길...'
자향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가 허리를 잡고 있어 움직이는 게 매우 불편했다. 옆으로 빠져 나오려는데 그녀가 푹 기대고 자칫 깨어날 우려가 있었다.
'내가 너무 서둘렀나?'
자향은 요음충을 죽이려다 멈췄다. 요음충 한 마리를 길들이는데 십년이 걸린다. 그토록 귀한 것을 그냥 버리기에 아까웠다. 그는 그녀가 오해하지 않도록 살며시 끌어안고 어깨로 밀었다. 그러자 그녀가 자연스럽게 반대로 넘어갔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천조각을 재빨리 빼냈다. 소담스레 덮인 초지가 완전히 노출되어 드러났다. 자향은 차가운 공기가 닿지 않도록 손을 살며시 올려놓았다.
"으음!"
오가혜가 얇은 신음을 흘렸다. 가볍게 올려놓는 정도로 신음을 흘리니 매우 예민한 여자였다.
'자칫 발각될 우려가 있으니까 잠결에 만지는 것처럼 해야겠군'
자향은 아주 작게 눈을 뜨고 요음충을 검지에 몰았다. 중지와 약지로 살짝 숲을 헤쳤다. 그녀가 꿈틀거리며 그를 끌어안았다. 좀 더 손가락을 내리자 촉촉한 속살이 닿았다. 간밤의 자위행위 때 흘린 음액이 아직 촉촉이 남아 있었다. 중지와 약지로 조개처럼 닫혀 있는 속살을 벌렸다. 문득 그를 끌어안은 그녀의 손길에 힘이 전해졌다.
'헉, 깨어난 거 아닌가?'
자향은 얼른 손을 빼내려다가 그녀가 미동도 하지 않자 생각을 고쳤다. 부드러운 질속으로 검지를 찔러 넣었다. 그리고 구결을 암송하자 요음충이 손가락을 벗어나 음액을 거슬러 음부속으로 사라졌다.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을 빼냈다. 촉촉한 음액이 손가락에 묻은 게 보였다. 그것을 보지털에 살짝 닦은 후 천조각을 걸치려다 끝내 포기했다. 워낙 얇고 묶는 것이라 너무 어려웠다. 그녀가 잠결에 벗겨졌다고 느끼길 바랄 뿐이었다.
자향은 음모가 성공하자 회심의 미소를 흘렸다.
'크크크, 이로써 오가혜를 사로잡는 건 시간문제가 되었군'
자향은 품안의 오가혜가 교성을 지르며 헐떡이는 모습을 상상하며 눈을 감았다.
그런데 직후, 오가혜가 살며시 눈을 뜨는 게 아닌가? 맙소사 그녀는 자향이 보지를 만질 때 이미 깨어나 있었다. 그녀는 깜짝 놀랐지만 자향이 호기심에 장난치는 줄 알고 묵과했다. 사실 뭔가 다른 자극을 원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의 몸속에 요음충을 심기 위한 작업이란 사실도 모르고 소년이 보지를 만지는 걸 즐긴 것이다. 오가혜는 자향을 귀엽게 바라보고 그녀 역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두 시간 후, 태양이 떠올랐다. 자향이 눈을 떴을 때 오가혜는 어느 새 궁장을 입고 고귀한 성녀처럼 거울 앞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거울로 자향이 깨어난 것을 보고 살포시 웃으며 물었다.
"아이야. 이름이 무엇이냐?"
"자... 자향이오"
자향은 여인의 동정심을 자극하기 위해서 일부러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무서워하지 말거라. 넌 잘못한 것이 없단다. 내 마부가 실수로 널 치였단다. 내가 사과하마"
"아... 아니에요"
"네 부모님이 누구냐? 내 만나서 사과드리마"
그 말에 자향이 눈물을 글썽였다.
"저희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어요. 전 혼자서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어요"
"이런 내가 말을 잘못했구나"
오가혜는 침대에 앉아 살포시 자향을 안아주었다. 여인 특유의 향긋한 향기가 자향을 자극했다.
"괜찮아요. 이제 혼자 사는 것에 적응하고 있어요"
오가혜는 살짝 자향의 몰골을 살폈다. 허름한 옷과 제대로 먹지 못한 갸름한 얼굴, 동상이 걸린 발까지 고생을 많이 한 흔적이 역력했다. 여인의 보호본능이 저절로 일어났다. 특히 자향은 아주 잘생겼고 그 물건 또한 대단했지 않은가.
"어디 갈 곳은 있느냐?"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갈 생각이에요"
"네가 정녕 갈 곳이 없다면 이곳에서 사는 게 어떻겠느냐?"
"이곳에서요"
자향이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아무도 날 받아주지 않았어요. 거지라고... 마님이 절 보살펴주셔도 곧 쫓겨날 거예요"
자향이 울먹이며 말하자 오가혜가 마음이 아팠다.
"걱정하지 말거라. 아무도 널 건드리지 못하게 내 시종으로 삼겠다. 네 거처로 내 옆방으로 하자꾸나"
"정말이요. 마님의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어요"
"나도 시종이 하나 있었으면 했는데 너처럼 똑똑한 아이가 생겼으니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해야겠구나"
오가혜는 시녀를 불러 자향을 씻기라 말하고 남편 추세중을 찾았다. 그녀가 추세중을 찾는 일은 5년만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추세중은 용봉추가의 중앙에 위치한 삼층전각에 자리했다. 그녀가 전각에 다가가자 총관 고육생이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맞았다.
"마님이 아니십니까!"
"그래. 서방님을 만나 뵙고 한 말이 있느니라"
"저... 지금은 만나실 수 없습니다"
고육생이 곤혹스런 표정으로 오가혜를 막았다.
오가혜는 그 표정이 하도 이상해서 고육생을 밀쳤다. 그러자 고육생이 다시 앞을 막아섰다.
"비키거라. 당장 비키지 않으면 네 목을 치라고 서방님께 말하겠다"
그 말에 고육생이 깜짝 놀라 비켜섰고 오가혜가 재빨리 전각으로 들어갔다.
"앗, 이런..."
고육생은 그녀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추세중은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명을 내렸다. 그러나 오가혜를 강제로 끌어낼 수 없는 것이 또한 사실이었다.
'큰일났구나'
고육생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오가혜는 긴 복도를 지나 추세중의 침실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상한 신음소리가 방안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아흑... 조금 더... 아항..."
실로 야릇한 여인의 교성이었다.
'이 무슨 소리인가?'
추세중은 성불구가 되었는데 여인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게 참으로 괴이했다.
그녀는 문에 바짝 붙어서서 귀를 기울였다.
"흐흐, 어떠하냐"
"아이... 너무 좋아요... 아흑...거기... 아흐흥"
남편의 목소리와 귀에 익은 여인의 신음소리가 분명히 들렸다.
'저 목소리는 남편의 시중을 드는 시녀 구교의 목소리가 아닌가?'
구교는 5년 전부터 추세중의 시중을 들게 된 20대 초반의 아름다운 시녀였다.
오가혜는 호기심이 생겨 살며시 문을 열었다. 그러자 놀라운 광경이 보였다. 넓은 침대에 알몸의 구교가 사지가 침대에 묶인 채 누워 있고 그 위에 남편 추세중이 부드러운 깃털을 들고 희롱을 하고 있었다. 추세중이 깃털로 보지털을 자극하자 구교가 몸을 비비꼬며 신음을 흘렸다. 꽤 오랜 시간 당했는지 구교의 몸이 땀으로 끈끈했다.
"흐흐, 이건 또 어떠하냐"
추세중이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유두를 살살 간지럽혔다.
"아아, 못 참겠어요... 하응... 하악"
구교가 크게 몸을 출렁이며 헐떡였다. 예민한 부위를 깃털로 자극하니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
오가혜는 들썩이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켰다.
'상공이 저런 짓을 할 줄이야. 저 행동으로 보아 꽤 오래 전부터 한 것 같은데...'
문득 측은한 마음이 일었다. 얼마나 욕정이 맺혔으면 저런 변태적인 행동으로 풀려했을까. 그러나 그녀는 그 희롱의 상대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구교는 신음을 흘리며 흥분했지만 만족을 못하는 표정이었다. 끝없이 흥분만 하고 만족을 못한다면 여인으로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오가혜는 구교의 신음소리를 듣자 저절로 흥분이 되었다. 그러나 자칫 추세중에게 들킬 우려가 있어 얼른 문을 닫고 뒤돌아서 나갔다. 전각을 나서자 고육생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님, 주군은 만나셨습니까?"
"아니다. 서재에 들렀더니 안 계셔서 아직 주무실 것 같아 그냥 나왔다"
"아, 그러셨습니까"
고육생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중에 다시 찾아올 것이니 내가 온 것을 알릴 필요는 없느니라"
"알겠습니다"
오가혜는 용각을 뒤로하고 자신의 거처로 향했다.
그 시각, 자향은 욕조에 누워 오가혜의 시녀 의예의 손길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처음 의예는 지저분한 자향을 씻기라는 말에 울상을 지었는데 점점 자향의 때가 벗겨지고 잘생긴 얼굴과 균형잡힌 몸매가 드러나자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가슴을 만지면 가슴이 쿵쾅거리고 태산처럼 우뚝 선 자지 근처를 지나갈 때는 보지가 움찔거렸다.
자향은 눈을 감고 의예의 손길을 즐겼다. 그런데 그녀의 손이 자지 근처만 오면 엉덩이에 불난 송아지마냥 도망치는 것이었다. 남자를 접해보지 않은 여자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살짝 눈을 떠 의예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나이 15세답게 귀엽고 깜찍했다. 살살 웃는 눈모양이 2,3년 후에 많은 사내를 홀린 것이 분명했다.
'흐흐. 제법 괜찮은 계집이군'
그는 그녀의 손길이 자지 근처로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얼른 도망가려 하자 움켜잡았다.
"앗!"
그녀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자향은 그녀의 두 눈을 부드럽게 응시했다.
"네 두 눈이 너무 아름다워 날 사로잡는구나"
의예는 얼굴이 붉혔다. 그러나 눈이 아름답다는 말이 싫지는 않았다. 평소 다른 남자들도 입이 닿도록 칭찬했었다. 그러나 그들의 칭찬보다 눈앞의 자향이 칭찬해주는 것이 훨씬 기분이 좋았다.
자향은 그녀가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을 짓자 특유의 야릇한 미소를 흘렸다. 그녀의 손을 살짝 끌어당겨 바로 옆에 서도록 했다. 그녀는 별다른 저항없이 따라왔다. 그의 깊고 맑은 눈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자향의 눈빛은 사부조차 감탄한 천안요목이다. 천안요목이란 상대를 끝없이 끌어당기는 마력이 담긴 눈빛이다. 만년에 한 명이 이러한 눈빛을 지닌다고 했다. 만년 전 한 사내가 천안요목을 타고 태어났는데 그 사내가 죽을 때 무려 천 명의 여인들이 사내를 따라 죽었다고 전해진다.
"네 얼굴을 만져보고 싶으니 욕조에 앉거라"
의예는 살짝 얼굴을 붉히고 욕조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