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18/30)

이번화는 왠지 흥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쓰는데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다음회 예고>> 거지소녀는 칸피니스에게 의뢰를 해온다. 생각지도 못한 의뢰비에 칸피니스는 의뢰를 승낙하는데... 과연 이번회에는 와르디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인가?

본편과 예고편의 차이는 작가가 책임지지 않습니다.

“하학... 학... 하하학... 학...”

섀도우엘프의 피부는 마치 무생물을 만지는 듯한 느낌이다. 매끄러운가 하면 거친 것 같고, 탄력이 있어 보이는가 하면 마치 진흙마냥 손을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말 그대로 피부가 몸에 달라붙는 듯한 느낌이다. 

그것은 하이엘프인 프리챌시나 다크엘프인 텔로시와도 다른 느낌이었다. 마족인 릴레이나나 뱀파이어인 디아스루에나에게서도 느껴볼 수 없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기분이 나쁜 것은 결코 아니다. 애무를 하고 있으면 마치 두 몸이 하나로 합쳐지는 듯한 충일감은 오로지 피레샤츠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여자들에게서 느껴지는 것과 생동감넘치는 능동적인 반응과는 다른 완벽히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그녀의 몸은 칸피니스에게 전혀 그녀만의 전혀 새로운 성감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하학... 학... 학...”

“헉... 헉... 헉...”

피레샤츠의 몸과 자신의 몸이 조금의 틈도 없이 밀착된 것과 같은 느낌을 받으며 칸피니스는 애무의 속도와 강도에 더욱 빠른 변화를 주었다. 천천히 손을 움직이고 있으면 그녀의 몸 안으로 손이 빨려들 것 같은 느낌때문이었다. 잠시라도 손을 한 곳에 놓아둘 수 없었다. 한 곳에 머물러 느긋하게 애무하는 것도 불안했다. 그의 손은 잠시도 쉬지 못한 채 피레샤츠의 몸을 헤집으며 성감대를 찾아 떠돌아야 했다.

“핫... 핫... 학학... 하하학... 마... 마스터...”

“헉... 헉...”

섀도우엘프의 녹회색 피부는 흥분하면 회색으로 변한다. 회색이 짙어질 수록 흥분도가 높아진 증거이며, 그에 따라 애무하면서 느끼는 성감도 특별해진다. 피레샤츠의 피부가 회색으로 변하면서 마치 온 몸이 피레샤츠의 몸으로 빨려가는 것과 같은 묘한 압박감이 칸피니스를 덮쳐왔다. 몇 번의 경험으로 칸피니스는 피레샤츠가 매우 흥분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살짝 손을 내려 만져본 피레샤츠의 보지에서는 역시 기대대로 많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인간의 그것과는 다른 점도가 거의 없는 섀도우엘프 특유의 애액이었다.

“피레샤츠...”

“예... 마스터...”

피레샤츠의 젖꼭지를 꿰뚫고 있는 투명한 유리질의 고리를 희롱하던 손이 피레샤츠의 등으로 파묻히듯 파고든다. 실제로 피레샤츠의 피부에 파묻히는 것은 아니엇지만 칸피니스가 느끼기에 마치 팔목까지 피레샤츠의 몸 안으로 잠겨든 듯 느껴졌다. 등을 감싸안아오는 칸피니스의 팔에 힘이 가해지며 피레샤츠는 다음 행동을 준비해야 함을 알았다. 피레샤츠의 허벅지가 벌어지고 칸피니스가 상체를 세우며 자신의 자지를 피레샤츠의 사타구니에 붙여갔다.

“하학--!!!”

“헉--!!”

몇 번을 해봐도 적응되기 힘든 감각이었다. 마치 끝없는 허공으로 자지가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 아니었다. 무언가 부드럽고 매끈하면서도 빨아들일 듯 달라붙어오는 것이 자지를 감싸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을 후비는 듯 하면서도 무언가 꽉찬 듯 달라붙어오는 느낌은 수많은 보지를 경험한 칸피니스조차도 경험할 때마다 놀라게 만드는 전혀 다른 성격의 성감이었다.

“하하.... 하... 하하... 하... 하...”

“헉... 헉... 헉...”

거친 쇳소리와 같은 피레샤츠의 숨소리는 섀도우 엘프가 흥분했을 때 내는 특유의 소리였다. 특히 성감이 높아졌을 때 섀도우 엘프는 기도의 벽이 팽창하게 되는데, 이때 성대도 같이 팽창하면서 나가는 숨을 막아 가는 쇳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칸피니스는 마치 넘어갈 듯 가늘어지는 피레샤츠의 숨소리에 허리를 숙여 가슴께에 놓은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숨을 불어넣어 주었다.

“후욱... 훅... 후욱...”

애무 또한 쉬지 않았다. 피레샤츠의 피부속에 파묻힌듯한 느낌을 받으며 칸피니스의 팔은 피레샤츠의 살속을 부지런히 누비고 있었다. 피레샤츠의 성감대를 찾아 자극하기 위해 그의 팔과 손, 손가락은 피레샤츠의 몸이 자신의 몸이라도 되는 양 깊숙한 모든 곳을 헤집으며 돌아다녔다.

“후욱... 훅... 후욱... 훅....”

맞닿은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과 침이 오갔다. 혀는 차마 내밀지 못했다. 숨과 침이 오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정도로 피레샤츠의 기도가 부풀어 올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점차 숨이 끊겨오는 것을 느끼며 칸피니스는 서서히 절정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숨이 끊어지는 것은 기도의 벽이 기도를 완벽하게 막아버렸음을 의미했다. 기도를 통해 숨이 통하지 않으면 온몸의 근육이 빠르게 진동함으로써 피부를 통해 숨을 쉬려 한다. 바로 그때가 절정이었다. 

“후욱... 훅... 훅... 훅.... 훅...”

바르르르...

바르르르르....

칸피니스의 기대대로 그녀의 기도로 더 이상 숨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피레샤츠의 몸이 강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온몸의 피부는 물론이고 그녀의 입안 점막까지 모두 강하게 떨리고 있었다. 피부로부터 느껴지는 떨림에 칸피니스가 전율할 사이도 없이 자지가 들어박힌 그녀의 보지근육이 강하게 釋좆윤?시작했다. 수백번의 용두질을 하는 것과 같은 강한 떨림이 자지를 뒤흔들면서 칸피니스는 참을 수 없는 쾌락과 함께 사정감을 느꼈다.

“샤학... 샤학... 샤학... 샤... 샤아...”

“헉... 허헉...”

꿀럭... 꿀럭... 꿀럭...

피레샤츠의 입에서 밭은 쇳소리가 들려오며 숨이 트이는 것과 동시에 칸피니스의 자지에서 많은 양의 정액이 발사되어 피레샤츠의 보지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피레샤츠의 녹회색 피부가 보지 안으로 들어오는 뜨거운 정액의 느낌에 흥분한 탓인지 한층 짙은 회색을 띄어가고 었다. 섀도우엘프를 다른 이름으로 그레이엘프라 부르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지금 절정에 이른 피레샤츠의 모습은 회색의 엘프 - 그레이엘프의 모습 그대로였다.

“하아... 하아...”

“샤하하... 샤아... 샤하...”

마지막 사정을 끝내고 칸피니스는 피레샤츠의 위에서 몸을 내렸다. 왼쪽으로 몸을 눕히려니 물컹하는 살덩이가 땀에 젖은 그의 피부에 달라붙는다. 

얼핏 살피니 딜레인이었다. 이미 한차례의 열락이 지난 듯 그녀의 알몸 또한 커다란 칸피니스의 손자국이 푸르게 무늬지어 있었다. 막 잠에 빠져이었던 듯 그의 몸에 위에 떨어지자 딜레인의 초점 없는 눈이 칸피니스를 향했다.

칸피니스는 조용히 손을 뻗어 딜레인의 입술을 쓰다듬어주었다. 익숙한 느낌에 딜레인의 입술이 벌어지며 쓰다듬어오는 칸피니스의 손가락을 삼켰다. 따뜻하고 축축한 곳으로 빨려들어가는 듯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손가락으로 가해지던 압력이 풀리며 딜레인의 입술이 벌어졌다. 조금전의 섹스로 탈진해서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디... 딜레인... 자나... 요...?”

“음... 피곤한 모양이야.”

“하아... 하아... 나도... 나도... 자고... 싶어...”

“그럼 좀 쉬어.”

“하아... 하아... 아무래도... 마... 마스터는... 너무... 너무... 세...”

“흐흣... 내 자랑 아니겠니?”

“엘로나... 펠린... 모두... 자... 요?”

“응.”

딜레인 왼쪽으로 누운 것은 펠린이었다. 14살짜리 어린 몸이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어 사타구니에 하얗게 정액을 바른 채 지쳐서 잠들어 있었다. 피레샤츠 오른쪽으로 엎드려 누워 항문으로 하얀 정액을 흘리고 있는 것은 15살의 엘로나였다. 그녀들은 이미 일전을 치른 후 뻗어있는 상황이었다. 오로지 인간이 아닌 피레샤츠만이 특이한 성감과 뛰어난 체력으로 여지껏 칸피니스를 견뎌내고 있을 뿐이었다.

“레인이나 루시라도 불러야 하려나?”

피레샤츠 또한 지쳐서 쓰러져 있건만 칸피니스의 욕망은 식을 줄 몰랐다. 낮에 마차에서 번갈아 여자들을 안고, 또다시 밤에도 네 명의 여자를 안았음에도 칸피니스의 절륜한 정력은 만족을 몰르고 다른 여자를 찾고 있었다. 

섀도우엘프 혹은 그레이엘프라 불리우는 피레샤츠의 일족은 엘프의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적인 존재였다. 주로 여성체인 섀도우엘프들은 타고난 은신술과 자연친화능력, 마법방어능력으로 엘프들의 마을을 외부로부터 보호해왔다. 무력으로 마을을 지키는 것만이 그녀들의 임무는 아니었다. 마을의 영역 안에서 다치거나 병든 엘프를 치료하는 것도 하이엘프와 함께 섀도우엘프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하이엘프와 섀도우엘프의 침이 뛰어난 영양제나 치료제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그같은 그들의 역할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침은 많은 영양성분과 치료성분이 들어가는 만큼 침을 만들어내는 섀도우엘프의 체력을 크게 소모시켰다. 저녁에 주운 여자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섀도우엘프의 침을 만들어낸 피레샤츠는 덕분에 크게 지쳐버렸다. 정상적인 컨디션이라면 두 번 정도는 더 그와 관계를 맺을 수 있었어야 정상이었지만 지금의 피레샤츠의 상태는 조금전의 한 번도 무리인 듯 크게 지쳐 보였다. 

칸피니스은 피레샤츠의 보지를 조금 더 느껴보고 싶었지만 탈진한 듯 보이는 피레샤츠의 모습에 자신의 욕심을 포기해야 했다. 대신 그는 다른 여자를 통해 자신의 채워지지 않은 욕망을 충족시키려 했다. 어젯밤 자신에게 시달리고 낮에도 자신의 욕망을 받아주느라 지쳐 골아떨어졌을 레인과 루시가 그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의 의도는 시작하기도 전에 딜레인의 만류로 저지되고 말았다. 그는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딜레인이 선잠에서 깨어 중얼거리는 희미한 소리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야 했다.

“저... 적당히... 해요...”

내일 길을 계속 가려면 아무래도 쉬어야 했다. 오크의 정력을 자랑하는 칸피니스야 굳이 쉴 필요가 없었지만 그냥 길을 가는 것도 아니고 순서대로 마차에 올라 칸피니스를 만족시키기까지 해야 하는 여자들의 입장에서 휴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내...일... 도... 계속... 여행해야... 하는데...”

딜레인의 만류에 결국 칸피니스는 레인들이 있는 방으로 가려는 계획을 포기했다. 내일 낮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참는 것이 현명하다 판단한 것이다. 밤에 마음껏 욕망을 채우느라 그렇지 않아도 지루한 한낮의 마차여행을 재미없게 보내긴 싫었다.

“알았다. 오늘은 이쯤에서 만족해야지.”

예정대로라면 디아스루에나와 릴레이나가 그의 남은 욕망을 해결해주어야 했다. 인간이 아닌 그녀들은 피레샤츠만큼이나 많은 시간과 회수를 감당해낼 수 있었다. 그래서 동행하는 여자의 수를 줄였던 것이었다. 그런데 일이 꼬이려니 디아스루에나와 릴레이나가 와르디의 일 때문에 그의 곁에 없었다. 남은 여자 8명으로는 그의 욕망을 겨우겨우 달랠 뿐이었다. 

물론 굳이 자신의 욕망을 모두 풀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홀로 여행을 떠나는 일이 많은 칸피니스였기에 욕망을 절제하는 데도 익숙해 있었다. 하지만 여자를 앞에 두고 금욕을 하는 것과 여자 없이 자연스레 참는 것과는 하늘과 땅차이였다. 지금은 여자가 있는 상황이었지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여자들이 그의 욕망을 감당하지 못해 이틀째 금욕아닌 금욕생활을 해야 하니 미칠 지경이었다.

“디포르챠인가? 그자식 반드시 죽여버린다. 몰론의 인신매매길드도 예외없다. 빌어먹을... 오늘밤도 금욕을 해야 하는 것인가?”

알몸의 여자를 넷 이나 주위에 두르고서 독신자들이 들었으면 저주를 퍼부었을 말을 뻔뻔스레 지껄이는 칸피니스였다. 칸피니스가 자신의 옆을 파고들어 눕는 바람에 잠시 잠이 깨었던 딜레인은 그의 주절거리는 소리가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다 포기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그냥 다시 잠을 청했다.

칸피니스는 잠을 청하는 딜레인의 옆구리를 껴안아 그녀를 자신의 옆에 바짝 밀착시켰다. 왼쪽 옆구리는 한손으로 들어올린 펠린이 차지했다. 자신을 들어올리는 갑작스런 느낌에 눈을 떴던 펠린은 칸피니스가 자신의 콧등에 키스해오자 그의 옆구리를 파고들며 그의 가슴에 기대어 다시 잠을 청했다. 딜레인도 질새라 펠린을 따라 그의 옆구리로 파고들었다.

칸피니스는 사랑스러운 두 딸의 땀냄새나는 머리카락에 번갈아 키스해주고는 자신도 잠을 청했다. 하지만 채우지 욕망 때문인지 정작 그가 잠이 든 것은 눈을 감은지 무려 한 시간 뒤였다. 그동안 시도때도없이 아플 정도로 발기해오는 자지 때문에 그는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야 했다.

“디포르챠... 네놈을... 가장 처참하게 죽여주마. 몰론 인신매매길드... 기둥뿌리 하나 안남긴다. 두고보자... 으으윽...”

“아구아구아구...”

어제 주운 아이는 금발머리에 장밋빛의 피부를 지닌 아주 귀여운 여자아이였다. 나이는 많아봐야 14살 정도로 펠린 또래로 보였는데 나이에 비해 키가 커서인지 상당히 말라보였다. 오른쪽 팔이 부러졌는지 기이하게 뒤틀려 있는 것이 비썩 마른 몸매와 함께 전체적으로 보기 흉한 모습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칸피니스는 그녀가 뛰어난 미녀가 될 수 있는 소질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빼빼마른 체형이나 부러진 오른팔 따위는 많은 여자를 상대하며 쌓아온 그의 안목에 장애가 될 수 없었다. 얼굴의 골격구조나 근육은 분명히 미녀의 그것이었다. 골격이나 몸의 근육 배치, 지방의 분포는 그녀가 빼어난 몸매를 갖게될 것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근육구조라든가 피부의 탄력으로 보아 명기의 소유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칸피니스의 관심을 자극했다.

“우걱우걱... 쩝쩝...”

어제 여자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피레샤츠는 아이에게 섀도우엘프의 침을 먹였었다. 역시 섀도우엘프의 침이 갖는 효력은 정말 대단했다. 피골이 상접해서 말할 기운도 없던 여자아이가 하룻만에 이렇듯 왕성하게 음식을 먹어치울 수 있는 것은 섀도우엘프의 침이 아니면 인간의 어떠한 약이나 음식으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와우와구... 우걱우걱... 우적... 음썩음썩... 쩝쩝...”

며칠을 굶은 위장으로 커다란 오리구이를 통째로 뜯어먹는다거나 스프를 아예 접시째 들고 마신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며 칸피니스는 새삼 피레샤츠의 능력에 감탄했다. 확실히 엘프의 침은 체력이 크게 소모하면서 만들만한 가치가 있었다. 간밤에 충족되지 못한 욕망이 아쉽기는 했지만 눈앞에 건강해진 소녀의 모습은 그런 불만을 잊게 만들었다.

“우걱우걱.... 꿀~~ 꺽~~~!!”

마지막 삶은 돼지고기 조각이 여자아이의 작은 턱에 씹혀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는 테이블에 둘러앉은 모두가 같이 침을 삼켜 그녀의 행동에 동조해줄 정도로 아이의 식사는 파워풀하고 다이나믹했다. 앞으로 한동안 이보다 멋진 구경거리는 보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들 정도였다.

“다 먹었니?”

“예.”

“그럼 얘기를 시작해볼까?”

단도직입적인 칸피니스의 말에 이미 각오한 일인 듯 여자아이는 쉽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름은?”

“라일리안”

“라일리안?”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최소한 그가 알고 있는 귀족 가운데에는 라일리안이라는 이름을 지닌 귀족은 없었다. 

“예. 라일리안.”

“성은?”

“...”

“성은 없니?”

칸피니스의 말에 라일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이 없다고? 그럼 평민이니?”

이번에는 고개를 저어보였다. 귀족이라는 뜻일까?“

“귀족이면 왜 성이 없어?”

“...”

“혹시 밝힐 수 없는 사정이 있는거니?”

라일리안의 고개가 끄덕였다.

“흠... 사정이 있다면 더 이상 묻지는 않겠다.”

“... 고... 고마워요...”

“고마울 것 없다. 내가 번거로운 걸 싫어해서 그러는 것 뿐이니까.”

“예...”

상당히 냉정한 말이었지만 라일리안은 상처받은 것 같지 않았다. 무언가 속뜻이 있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이정도 말 따위는 상처도 되지 않는 환경에 있었던 때문인 것 같았다.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니? 시골의 자작에 불과한 나를 어떻게 네가 알아볼 수 있었지? 너와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데 말야.”

“그... 그건...”

“그건?”

“누군가에게... 누군가에게 들었어요. 칸피니스 포르니르 델킨피에르 자작은 제국 제일의 기사라고.”

“그게 누군데?”

“그건...”

“말할 수 없다는 거냐?”

“예...”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라일리안의 모습에 칸피니스는 말없이 턱만 쓰다듬었다. 자신을 제국 제일의 기사라 부를만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려는 것이다. 

“그 사람은 기사니?”

“...!!!!”

라일리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칸피니스는 자신이 생각한 그 사람이 라일리안에게 자신을 소개해준 사람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누구인가를 알게되니 라일리안의 정체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와 연결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휴우...”

칸피니스는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라일리안의 정체를 추측하는 것을 포기했다. 어차피 오래 생각한다고 생각날 일도 아니었다. 정 궁금하면 자신의 이름을 전한 “그”를 찾아가 물으면 될 터였다. 

“알았다. 너에게 나를 소개해준 사람이 누구인지 알겠다.”

“어... 어떻게?”

“제국에서 나를 제국제일의 기사라 부를 사람은 그리 많지 않거든. 그 중에서 너에게 그런 말을 한 사람을 찾아내는 건 쉬운 일이지.”

“예... 예에...”

너무도 쉽게 납득하는 모습에 칸피니스는 절로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곱게 자란 듯 어린아이처럼 순진한 모습이 그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 문제는 당사자에게서 묻기로 하고, 어제 듣자하니 나의 도움이 필요한 것 같은데...”

“아...!!”

“어떤 도움을 바라는거니?”

“도... 도와줘요!! 도와줘요!! 델킨피에르 자작님!!”

이제껏 여유있다고는 할 수 없어도 나름대로 침착한 모습이었던 라일리안이 너무도 다급하고 절실한 모습으로 칸피니스에게 사정해오기 시작했다. 더러운 옷을 쥐어짜듯 움켜쥐고 있는 그녀의 손이 강하게 떨리고 있었고 눈물이 강을 이루어 뺨을 적시고 있었다. 진심이었다. 진심이 담긴 절실함이었고 안타까움이었다. 

이렇게 진심을 담은 절실함이라면 그 내용과 상관없이 도와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귀엽고 장래가 촉망되는 어린소녀의 부탁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칸피니스는 라일리안의 진심에 고개를 끄덕여 승낙을 표시했다. 

“아...!!”

칸피니스의 승낙에 라일리안의 얼굴표정이 한껏 밝아졌다. 여전히 눈물이 얼굴을 뒤덮은 땟국물과 섞여 더러운 얼굴을 만들고 있었지만 그녀의 누런 이는 밝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래 뭘 도와주면 되는데?”

“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델킨피에르 자작님. 정말 고맙습니다.”

“인사는 됐고, 뭘 도와달라는 것인지 그 내용을 말해봐라. 내용에 따라 승낙을 취소할 수도 있으니까.”

“아... 예...”

서운한 말이었지만 라일리안은 쉽게 납득했다. 칸피니스가 보기에도 너무 쉽게 납득하는 듯 했다. 칸피니스는 그녀가 나이에 비해 정치적인 문제에 깊은 이해와 경험을 갖고 있음을 그녀의 반응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분명 고위귀족 출신의 여자아이였다. 칸피니스는 더더욱 라일리안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도... 동생들을 구해주세요. 동생들을...”

“동생?”

“예, 12살과 10살의 여자아이들이에요. 그 아이들이...”

“그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다는 거냐?”

“몰론에서... 인신매매길드에... 그래서... 그래서...”

라일리안은 감정이 북받치는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도 동생들이 납치되던 상황이 다시 기억에 떠오른 것이리라. 동생들이 납치되는 모습을 보면서도 도망쳐야 했던 자신에 대한 모멸감이 다시금 그녀를 괴롭히는 듯 하다.

“납치되었다는 거냐? 그 아이들이?”

“예...”

“흠... 몰론에서 여기까지는 꽤 먼 길인데?”

“자... 자작님을 만나려고...”

“나를?”

“예...”

칸피니스는 라일리안을 다시 바라보았다. 아직은 어린 아이였다. 순진한 것이 세상경험이 그리 많아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아이가 자신의 이름만을 믿고 납치된 동생들을 등지고 그리 가깝지 않은 하루거리의 플레 마을까지 달려왔다. 아니 어제 죽인 인신매매 길드의 녀석들을 보니 플레 마을에서도 한참을 델킨피에르 영지 쪽으로 혼자 걸어간 듯 했다. 어린아이로만 볼 수 없는 냉정함과 행동력이었다. 

칸피니스는 라일리안이 탐났다. 그녀를 갖고 싶었다. 그는 자신의 노골적인 욕심을 숨기지 않고 라일리안을 시험했다. 시험에 통과한다면 그녀는 그의 것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서.

“그래... 네 생각은 옳았다. 나는 델킨피에르 자작 칸피니스고, 또한 제국 제일의 기사다. 나와 내 일행은 몰론의 인신매매길드 따위 하루아침에 몰살시킬 수 있는 힘도 있다.”

“아...”

“하지만!”

“...!!”

“내게 너를 도와줘야 할 이유가 무언지 모르겠다. 인신매매길드의 지부는 제국의 모든 도시에 하나 이상 존재한다. 모르긴몰라도 제국 전체에서 너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은 수천 명, 아니 수만명 이상 될 것이다. 너는 그 가운데 한 명일 뿐이고. 그런데 그런 너를 내가 왜 도와줘야 하지? 그것도 다른 수천명이 아닌 너를 굳이 도와줄 필요가 있나?”

“...!!”

라일리안의 몸이 격하게 떨렸다. 멈추었던 눈물이 더욱 거세게 흘렀다. 

“아빠...”

“삼촌...”

그녀의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이제껏 조용히 칸피니스와 아이의 말을 듣고있던 딜레인과 롯시가 나서려 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칸피니스는 눈짓으로 그녀들을 침묵시켰다. 그녀들은 칸피니스의 의지가 담긴 눈짓에 라일리안과 칸피니스를 번갈아 바라보며 안절부절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다시 묻겠다. 내가 너를 도와줘야 할 이유가 뭐지? 너를 도와주면 내게 무슨 이익이 있나? 설마 아무 이유도 없이, 아무런 이익도 없는 일을, 오로지 명분 때문에 도와야 한다는 것은 아니겠지? 너도 알겠지만 나는 기사이기 이전에 귀족이다. 이익이 없는 일에는 나서지 않아.”

“윽...!!”

상처입은 듯 라일리안의 몸이 더욱 격하게 떨렸다. 눈물은 이제 그녀의 눈에 두꺼운 물의 막을 만들고 있었다. 견딜 수 없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어깨게 강하게 들썩였다.

안쓰러운 모습이었지만 칸피니스의 냉정한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조금의 동정도 담기지 않은 그의 눈은 차갑게 라일리안의 들썩이는 어깨를 바라볼 뿐이었다. 냉혹할 정도로 차가운 그의 모습에 그의 여자들도 눈물어린 눈으로 라일리안을 바라볼 뿐 차마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있어요! 이유가!!

“호오...”

“아니아니!! 이유는 없어요. 댓가, 댓가를 드릴게요!”

“댓가?”

“예! 도와주신다면 댓가를 지불하겠어요.”

“호오... 댓가라...?”

“만족하실만한 댓가에요. 충분히 만족하실 수 있을 거에요.”

라일리안의 눈에서는 더 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어깨도 들썩이지 않았다. 꼿꼿이 세워진 그녀의 얼굴은 칸피니스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여전히 손은 떨리고 있었지만 땟국물로 얼룩진 그녀의 얼굴은 단호하고 당당했다.

“말해봐라. 그 댓가가 무엇인지. 마음에 든다면 너를 도와주겠다.”

“저... 저를 드리겠어요.”

“너를?”

“예!”

갑작스런 말에 칸피니스는 라일리안의 몸을 품평회하듯 노골적으로 훑어보았다. 지켜보던 롯시들조차도 움찔거릴 정도로 그 눈빛이나 태도는 모욕적이었다. 하지만 라일리안의 자세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여전히 당당한 그녀의 눈을 보며 칸피니스의 눈빛이 묘하게 빛났다.

“어리고 빼빼마른 못난 계집의 몸이 댓가란 말이냐? 그것도 팔병신인? 웃기는군.”

“충분한 댓가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아니 오히려 넘칠걸요?”

“핫핫... 너같은 계집에게 그런 가치가 있다는 거냐?”

“저는 저의 가치를 잘 알아요. 충분한 가치가 됩니다.”

“호오... 어떻게?”

“나이가 어린 건 시간이 해결해줍니다. 마른 몸매는 잘 먹고 몸관리를 잘하면 얼마든지 회복될 수 있습니다. 팔은...”

“팔은?”

“델킨피에르 자작님의 힘이면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을 겁니다.”

“내가? 나는 마법사도, 성직자도 아니다.”

“하지만 마법사를 거느리고 계십니다. 그것도 생명계열 마법으로는 최고라는 엘프를요.”

“엘프라... 어떻게 확신하지?”

“제게 자작님에 대한 말을 전해준 사람은 자작님의 생각보다 자작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들었다는 건가?”

“예!”

“좋아, 인정하겠다. 나에게는 엘프가 있다. 하지만 내가 네 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과 네 팔을 치료해야 한다는 당위와의 관계는 여전히 모르겠다. 납득시킬 수 있겠나?”

“예. 충분히 납득시킬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말해봐라.”

“저는 미인이 될테니까요. 몇 년 안에, 아니 몇 달만 제대로 먹여주고 보살펴주어도 충분히 자작님의 눈에 들만한 미인이 될겁니다. 미인에게 불편한 팔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라일리안의 당당한 말과 태도에 칸피니스는 불현듯 어떤 사실을 떠올렸다. 그것은 칸피니스를 흥분시킬 정도로 재미있는 상상이었다.

“호오... 설마... 그런거냐?”

“예?”

“네 팔 말이다.”

“아아...”

뜬금없는 말에도 빨리 이해한다. 분명 머리가 좋은 아이였다. 칸피니스는 갈수록 이 아이가 탐이 났다. 

“예. 맞습니다. 이 팔은 제가 일부러 부러뜨린 겁니다. 쫓는 자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였습니다. 설마 제가 제 팔을 부러뜨려가면서까지 스스로를 위장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할거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자작님을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을거라 여겼기 때문에 자작님을 믿고 부터뜨렸습니다.”

“호오...”

“저 자신이 충분히 팔을 치료해주고, 저를 보호해줄 만한 가치가 있다는 믿음도 있었습니다.”

정말 자신감 넘치는 아이였다. 하지만 헛된 자신감이 아니었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한 결과로서의 자신감이었다. 칸피니스는 라일리안이라는 금발의 여자아이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좋아. 그럼 네 몸을 내가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거냐?”

“제 팔을 고쳐주고, 제 동생들을 구해줄 수 있다면요.”

“그렇단 말이지.”

이 눈치빠른 아이는 이미 칸피니스의 속내를 짐작한 듯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칸피니스는 그녀의 자신만만한 모습을 무너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아이를 너무 괴롭히는 것도 남자가 할 짓이 못되었다. 장난은 이쯤에서 끝내는 것이 좋았다.

“너는 내가 어떤 대답을 할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구나.”

“델킨피에르 자작님은 유명하시니까요. 제국 제일의 기사라는 것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몰랐지만 제국 제일의 바람둥이라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흠... 그렇단 말이지?”

“그리고 저는 제국 제일의 바람둥이가 탐낼만한 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반드시 그렇게 될 겁니다.”

“확신하나?”

“예!”

“무엇을 근거로?”

“제가 이런 모습이 되기 전의 모습이 그 근거입니다.”

“그래?”

“예!”

칸피니스는 자신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이 깜찍한 소녀에게 그녀가 원하는 답을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즐거운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녀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표시였다.

“앞으로는 델킨피에르 자작님이라 부르지 말고 칸피니스님이라 불러라. 그리고 공식석상에서는 영주님이라 부르면 된다.”

“예? 예!”

“팔은 네 동생들을 구해낸 다음에 치료해주겠다. 너를 안는 것은 네 팔을 치료한 다음이다.”

“예!”

팔의 치료 따위 언제하든 상관 없었다. 평생 이렇게 불구로 살더라도 괜찮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칸피니스가 자신을 욕보인다 하더라도 불만을 가질 이유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의 여동생을 구해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사실이었다.

더구나 칸피니스는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이름을 부르라 말했다. 그말은 곧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였다. 지금 당장 여동생을 구해줄 뿐만 아니라, 그의 여자와 그 가족으로서 그의 곁에서 그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라일리안은 그저 감격할 뿐이었다. 너무 고맙고 고마워서 고맙다는 말도 못해고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자신의 몸을 댓가로 한 거래였지만 어차피 칸피니스에게는 굳이 받아들일 이유가 없는 거래였다. 거래를 받아들인 자체가 칸피니스에게는 하나의 배려였고 그녀에게는 큰 마음의 빚이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몸을 매개로 한 거래임에도 그저 칸피니스가 고맙기만 했다. 

칸피니스는 그런 라일리안의 모습을 보며 살짝 웃어주었다. 약간의 승리감과 따스한 배려가 녹아든 웃음에 라일리안의 눈물이 더욱 많아졌다. 칸피니스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그녀의 손을 힘있게 감싸쥐었다. 크고 뜨거운 그의 손길을 느끼며 라일리안은 이제부터 그를 의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커다란 칸피니스의 덩치와 자신의 허리보다 두꺼워보이는 팔의 근육들이 그렇게 든든할 수 없었다. 라일리안은 자신의 손을 감싸쥔 칸피니스의 손에 자신의 마음을 기대었다. 칸피니스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내 여자로서의 소양은 여기 있는 나의 기사들이 가르쳐줄 것이다. 앞으로 나와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기사들에게 내 여자로서 갖춰야 할 것들을 열심히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다.”

“예!”

“레인! 루시!”

“예!”

“새로운 자매다. 잘 가르치도록. 나도 틈틈이 살피도록 하겠다.”

“예!”

“롯시! 딜레인!”

“예!”

“너희들이 들은대로다. 오늘부터 라일리안은 우리와 한식구가 되었다. 레인과 루시를 도와 잘 보살피도록 해라.”

“예!”

칸피니스의 여자들은 질투라는 것이 없다. 있기는 있지만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퇴화되어 있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워낙에 많은 여자들이었다. 정식으로 그가 정부나 기사로 삼은 여자만 50명이 넘었다. 아직 그가 안지 않은 딸이나 앞으로 소녀단에서 올라온 기사들을 포함하면 100명 정도는 시간문제라 할 수 있었다. 질투도 경쟁자가 적당히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경쟁자가 많으면 자연히 질투도 포기하게 된다. 더구나 칸피니스의 정력은 한 사람이 감당하기엔 너무 강했다. 혼자서 감당도 할 수 없는 남자 때문에 질투하는 것처럼 괜한 일도 없었다. 

이런 사정으로 칸피니스가 순식간에 여자 하나를 추가했음에도 기존의 여자들은 조금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항상 있는 일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일 뿐이었다. 레인과 루시, 롯시, 딜레인, 엘로나, 펠린, 파트리샤, 디올린은 밝은 웃음을 지으며 새로은 그녀들의 자매, 새로운 칸피니스의 여자를 환영해주었다.

“환영해요. 라일리안.”

“반가워요.”

“색마의 마수에 걸린 걸 애도해드리고 싶네요.”

“저도 동감. 하지만 우리와 한 가족이 된 건 축하드려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아빠는 다정하신 분이고, 가족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니까요.”

“좋은 사람인 거 같아요. 라일리안은. 앞으로 잘지내요.”

“칸피니스 오라버니가 라일리안이 정말 마음에 드나봐요. 부러워라.”

“내가 봐도 반할 것 같은데 뭘.”

“라일리안이 자신한 대로 뛰어난 미인이 될 수 있겠어요.”

“그러니 색마 아빠가 저토록 좋아하는거지.”

“맞아! 맞아! 괜히 색마가 아니라구!”

“홋홋... 색마라니까 얼굴색 변하는 것 좀 봐!”

“걱정마세요. 곧 익숙해지실 거에요.”

“맞아요, 색마라는 게 아빠의 가장 큰 매력인걸?”

“색마가 아닌 오라버니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

“맞아맞아! 나도 같은 생각이야.”

라일리안은 자신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해오는 칸피니스의 다른 여자들의 모습에 일순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로운 여자를 맞이하는 자리에서 기존의 여자들이 이토록 태연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했다. 칸피니스의 여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상 자신도 그녀들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라일리안은 순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녀들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동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결심했다. 그 결심의 시작은 그녀가 지을 수 있는 가장 밝은 미소와 가장 활기찬 인사였다.

“고마워요, 언니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동생으로서 최선을 다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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