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12
해령은 지금 두방망이질을 하는 자신의 심장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왜 이러지?’
아들의 발걸음이 미수의 방으로 향하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심장이 멋대로 뛰고 있었다. 분명 뭔가 그녀의 심장은 원하는 것이 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해령의 머리는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의 방에서 멀어지는 아들이 야속하기만 할 분이었다.
방안에서 들리는 엄마의 거친 숨소리가 잦아들자 화수는 문에서 귀를 뗐다. 그리고 잠시 갈 곳을 잃은 나그네처럼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있었다.
‘누나에게 갈까.’
뒤꿈치를 들고 소리를 죽여 누나의 방문 앞에선 화수는 손잡이를 잡으려 손을 뻗었으나 손잡이와 불과 몇 센티의 거리를 두고 손이 굳었다.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야, 화수 누나한테 뭐라고 할 건데?’
자신에게 자문을 한 화수는 석상이 되었다. 엄마가 자우ㅏ를 하는 소리에 좆이 발기되어 누나에게 왔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게 아닌가.
‘뭐, 누나 내 좆 좀 빨아줘! 이럴 거냐고...’
누나의 유방을 좀 주물러 봤다고, 누나가 자신에게 오럴을 한 번 해 줬다고 자신의 소유물은 아니란 생각까지 떠올리자 잡으려던 손잡이는 결국 잡지 못하게 되었다.
‘정신 차려 누나도 엄마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물건이 결코 아냐.’
오늘도 소파에 누워 누나의 유방을 가질 수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을 아끼는 누나의 배려라는 걸 화수는 알고 있다.
‘이 녀석이야 손으로 달래면 그 뿐....’
화수는 잔뜩 성난 자지를 부여잡고 발걸음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누나의 얼굴을 볼 염치를 잃을 수는 없었다.
‘화수가....미수의 방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었어.’
화수가 발걸음을 돌린 걸 문에 귀를 기울여 확인하자 두방망이질을 하던 심장이 이내 잦아들었다. 그리곤 낮은 한 숨을 내쉬었다.
‘내가 왜?’
스스로를 부정하려고 도리질을 했지만 심장이 뛴 이유는 질투였다. 화수가 미수에게 가지 않고 돌아서자 안도의 한 숨을 내쉰 것이다. 마치 바람피우는 남편의 뒤를 밟다 그게 아니란 걸 확인한 아내처럼.
해령은 안도하는 마음으로 침대에 누워 옅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들의 마음을 확인한 밤은 푸근하게 짙어가고 해령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미수와 해령 모두 화수에 대한 생각으로 시름 깊은 나날을 보내는 나날을 이어가고 화수 또한 두 여자에 대한 마음이 깊어져 잠 못 이루는 날이 쌓여가고 있었다.
“언니?”
“응? 왜.”
미수는 후배가 부르자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듣지 않아도 용건이 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언니, 이번 주말에 시간 있죠?”
요즘 부쩍 남자를 소개 시켜준다고 시간을 내달라는 말이다. 하지만 미수는 소개팅 따위나 나가고 있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더구나 이미 동생 화수에게 마음을 줘버린 후가 아닌가.
“아니, 안 되겠는데.”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응, 집안에 좀 복잡한 일이 생겨서....”
“그래요....그럼 다음 주엔 꼭 시간 좀 내줘요, 우리 오빠가 아주 난리에요.”
“얘, 나 말고 다른 사람 알아봐. 난 아직 결혼 생각 없는 사람이야.”
“언니~ 그러지 말고....‘
“그만 요즘 내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이 얘긴 그만 끝내자.”
미수는 단호하게 말을 자르고 돌아앉았다. 평소 싸가지가 없기로 유명한 후배다. 거기에 그녀의 오빠라니 안 봐도 비디오가 아닌가. 화수가 아니라도 싸가지의 오빠는 전혀 마음이 동하는 상대가 아니다.
‘엄마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만 같은데....’
화수의 마음이 그렇다는 걸 엄마에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어떻게 동생이 엄마를 사랑한다는 말을 누나가, 딸이 전해줄 수가 있을까.
‘그런 일을 내 입으로 말하는 게 얼마나 아팠는데 엄마는....’
내심 자신을 좀 봐달라는 하소연이 담긴 걸 엄마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 그 후로 벌써 한 달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엄마는 내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밤마다 엄마 방을 기웃거리는 화수를 보기가 얼마나 힘든데....’
미수는 자신의 마음이 화수에게 향하는 만큼이나 동생이 엄마를 바라보는 애절한 마음도 같이 아파했다. 미수의 마음은 화수에게 온전히 스며들어 있는 상태다.
동생이 느끼는 그 감정 그대로를 미수도 공유하고 공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해서 자신이 먼저가 아닌 동생의 갈증이 한시라도 빨리 풀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아직도 묵묵부답인 엄마가 야속한 것이기도 했다.
“호호, 지난번 사은품 고마웠어!”“아니 뭘요, 당연히 챙겨드려야 하는 건데....”
“덕분에 재미 좀 봤어!”
사은품을 챙겨 줬던 VVIP 고객이 매장에 들렀다. 딱히 물건을 사려는 것은 아니고 아이쇼핑을 하러 온 것인데 지난번 사은품으로 나갔던 속옷이 화제에 올랐던 것이다.
“사장님께서 좋아하셨나 봐요?”
해령이 인사로 안부를 챙겼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상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내가 그걸 남편에게 썼을 거 같아?”
고객은 은밀한 귓속말로 해령의 상상을 자극했다.“네? 그럼?”“호호....상상은 자유야.”아리송한 뉘앙스를 남기고 쇼핑을 끝낸 고객은 매장을 나섰다. 해령의 머리엔 고객이 남긴 귓속말이 내내 머리에 남아서 맴돌았다.
‘틀림없이 아들이라고 했는데....’
고객의 말도 아들이라 소개를 했고 도 영판 빼다 박은 외모도 그들의 사이가 모자지간임을 나타냈다.
‘그럼 그들도 모자간에....’
해령의 상상은 근친상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벽을 허물고 있었다.
‘세상엔 금단의 벽을 허물고 사는 사람이 그렇게 드문 것은 아니야.’
고객이 그날 매장에서 아들이라 소개한 젊은이와 나누던 스킨십을 떠올리자 해령의 상상은 확신으로 굳어졌다. 여느 모자간의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던 그들의 스킨십은 해령이 보기에도 낮 뜨거운 것이었다.
‘더구나 그들은 그런 상황을 은근히 노출시키고 즐기고 있었어.’
분명 시야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은밀한 부위를 터치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었다.
‘어차피 미수와 넘지 말아야할 단계를 넘은 것 같은데....’
해령의 마음은 금단의 경계 너머로 한발 한발 내딛고 있었다. 어차피 자신이 아니라도 아들은 금단의 문으로 들어섰다.
‘그런 마당에 내가....에미가 되서 아들의 마음을 헤아려주지도 못하고....’
해령은 우유부단한 자신이 한심하고 모자라게 생각됐다. 세상과도 바꾸지 않을 아들이 소원하는 것인데 왜 못 들어주고 있을까하는.
‘그래....아들이....그리고 딸이 모두 원하는데....’
해령의 입이 꼭 다물어지며 주먹에 힘이 굳게 들어가 쥐어졌다. 막상 마음을 먹자 아랫도리에 습한 기운이 번지며 열기가 피어올랐다.
해령은 아들의 바람으로 생각을 정리했지만 그녀의 몸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다.
똑 똑....
저녁 식사가 끝나고 안방에 들어온 해령은 막상 마음먹은 것을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아이들에게 뭐라 말을 하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첫 단추를 꿰는 일이 정말 쉽지가 않았던 것이다. 바로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응~ 들어와.”
“엄마 잠깐 시간 좀....”
“그래 들어와.”미수였다. 엄마가 도무지 요지부동 움직일 기미가 없자 다시 한 번 용기를 낸 것이다.
“엄마....지난번에 말한 거 생각해 봤어요?”
미수의 말이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감춰진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그만큼 아들도 아파했을 것이다.
“....”
“엄마~”
막상 미수의 물음에 해령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매장에서 마음먹은 것과 이렇게 현실로 닥친 것은 체감이 달랐다.
“미수야....”
“....네.”
“엄마가 어쩌면 좋겠니....”
해령은 마음이 기울었다는 갈 간접적으로 돌려 말했고 미수도 바로 알아들었다.
“고마워요 엄마~”
미수는 해령의 품에 와락 안겨들었다. 이제야 화수의 방황하는 마음도 그런 동생을 보며 아파하는 자신의 마음고생도 끝났다는 생각에 울컥 눈물이 솟았다.
“이럴게 아니라....”
“미수야!”
품에서 빠져나가려는 미수를 해령이 붙잡았다. 의도가 짐작되었기 때문이다. 결심은 했지만 그런다고 당장은 마음의 준비가 되질 않았다.
“엄마~ 화수가 얼마나 바라던 일인데....”
“그래도 당장은....”해령은 도대체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뭔가 허공에 붕 뜬 듯한 진실과 거짓이 마구 뒤섞인 그런 심정이었다.
“엄마....지금도 충분히 애를 태웠어. 더는 망설이고 싶지 않아.”
미수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해령은 그런 딸의 눈을 보자 잡았던 손에서 힘이 빠졌다.
“화수야, 드디어 엄마가 허락을 했어!”
미수는 화수의 좁은 방문을 열고 냉큼 들어오자마자 말했다. 주어가 모두 빠진 미수의 말에 화수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허락? 뭘?”
“뭐긴 엄마가 드디어 널 받아드린 거지.”
“받아드려? 날? 도대체....!”
아무리 주어가 빠졌어도 이쯤되면 모를 수가 없었다. 자신이 꿈에도 바라던 일, 그러나 절대로 입 밖으로 내 놓을 수 없는 일을 말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