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8/16)

새로운 시작 8

한창 업무에 열중해야 할 오후지만 미수는 자꾸 옆길로 새는 상상에 얼굴이 붉어지고 있다. 그것도 이번 주 내내 같은 상상에 빠져들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그런....‘

미수의 머릿속을 맴도는 상상은 바로 동생인 화수의 자지를 빨던 그것이었다.

미수는 사실 남자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은 미답의 처녀지였다. 그러니 남자와의 스킨십도 이른바 야동으로 경험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화수가 날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까?’

미수의 얼굴이 붉어지는 이유는 바로 그거였다.

‘다짜고짜 남자의 자자를 입에 무는 여자가 세상에 나 말고 또 있을까?’

그걸 용기라고 표현할 수 있을 런지는 모르겠지만 파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근 일주일간 화수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던 미수이고 보면 아직은 나이에 비해 순진한 여자이긴 했다.

“언니? 뭐 좋은 일 있어요?”옆자리에 앉은 유미가 상상에 빠져있는 미수를 현실로 끌어당겼다.

“응? 좋은 일은 무슨....”

“그런데 요즘 언니 좀 이상한 거 알아요?”“이상해?”“자꾸 피식거리며 웃고 때때로 얼굴이 붉어진단 말이에요.”“내가?”

“엄청 표 나요.”

“별로 그런 일 없었는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눈치가 그리 빠르지 않은 유미가 그렇게 느낄 정도면 자신의 행동이 그녀의 말대로 일 것이다.

“혹시~ 언니 남자 생겼어요?”“남자? 무슨 남자?”

유미의 질문에 내심 뜨끔한 미수의 대답이 약간 하이톤으로 흘러나왔다.

“하긴~ 언니한테 남자가 생겼다면 내가 모를 리가 없지.”

유미와 미수는 출퇴근의 방향이 같고 따라서 같은 교통편을 이용한다. 미수에게 남자가 생겼다면 유미의 레이더에 거리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 예로 유미가 사귀는 남자가 바뀌는 것을 가장 먼저 알아채는 사람이 바로 미수다. 그만큼 서로는 개인적인 일을 가장 잘 아는 위치에 있는 사이였다.

“언니 같이 또박또박 집에 들어가는 사람이 어떻게 남자를 사겨요? 사람이 좀 틈이 있어야지.”

“난 남자한테 관심 없어.”

미수는 자신의 말이 거짓말이란 걸 바로 얼굴에 나타냈다. 금방 얼굴이 붉어진 것이다. 달아오르는 얼굴을 숨기려 고개를 돌리는 미수의 마음을 유미가 알리가 없었다.

“하여튼 언니는....”미수의 말을 곳이 곳대로 믿은 유미는 다시 업무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미수는 좀처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화수 때문에 집중을 하기 어려웠다.

‘화수가 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다녀왔습니다.~”

현관을 들어서는 미수는 뭔가 좀 다른 집안의 분위기를 느꼈다. 분위기는 왠지 들떠 있는 것 같고 공기는 달큰하게 느껴지는 한 마디로 말하기 어려운 그런 것이었다.

“미수 왔니?”

안방 문을 열고 엄마가 미수를 맞으려 나왔다. 그리고 달큰하게 느꼈던 공기의 정체도 함께 미수에게 다가왔다.

‘엄마가 자위를....’

미수가 달큰하게 느꼈던 공기의 정체는 바로 엄마의 내밀한 체취였던 것이다.

‘이것 때문에 화수가 안방을....그리고 엄마를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건가?’

페로몬이라 불리는 향기가 엄마에게서 진하게 풍기는 것이리라. 그래서 화수도 거기에 끌리게 된 것이고....

미수의 생각은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빠져 들었다. 평소 미수의 성격은 전형적인 맏딸 그것이었다. 나 보다 먼저 가족을 챙기는 성향이 강한 천상 여자였다.

‘하긴 엄마도 여자인데....그것도 지금 가장 피가 뜨겁다는 시기지.’

자신의 아버지이기 전에 엄마의 남편이자 남자였던 사람. 하지만 그 남자는 엄마를 돌보는데 너무도 무정했던 사람이었다.

‘내가 엄마의 자위를 본 것만 해도....’

철이 들고 난 후의 미수는 화장실에서 더워진 몸을 스스로 달래는 엄마를 본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버지란 사람은 술에 잡아먹힌 술의 노예였다. 정신이 온전할 때나 술에 취해있을 때 모두를 온전히 술에 바친 사람이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술을 자신의 가슴에 품으려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게 술에 절여진 몸으로 어찌 엄마의 더워진 피를 식혀줄 수 있었겠는가?

‘엄마도 불쌍해....’

물끄러미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딸의 모습에 자신의 치부를 들켰다는 생각이 들자 해령은 선뜻 미수에게 말을 걸 수가 없었다.

“미수야....”

“어....엄마 화수는?”

“응, 밖에....볼일이 있다고....”

“엄마 배고파, 오늘 저녁 반찬은 뭐야?”

미수도 순간 어색해진 분위기를 파악했다. 그래서 더 이상 분위기가 어색해 지기 전에 먼저 부산을 떨었다.

“실파를 듬뿍 넣고 된장찌개를 끓였지.”

“맛있겠다.”

미수는 저녁을 먹고 난 후 잠시 엄마와 수다를 떨곤 지금까지 침대에 웅크리고 앉아있다.

화수는 아직 외출인 상태다. 미수의 상념은 줄곧 엄마를 향해 있었다. 자신을 맞던 엄마의 상기된 얼굴이 허공을 맴돌고 있다.

‘결국 엄마도 여자라는 걸....하지만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아직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채 석 달도 되지 않았다. 재혼을 운운할 시기도 아닌데다 미수는 다른 사람이 가족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싫었다.

‘무슨 방법이 없나, 화수가 들어오면 상의를 해....화수?’

미수는 화수의 얼굴을 떠올리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화수는 자신보다 엄마와 더 가까워질 사이가 아니었던가.

세상의 잣대인 근친상간이란 굴레를 내려놓고 생각을 하자면 화수와 엄마의 사이에 자신이 끼어든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근친상간의 굴레를 쓴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지만 화수는....’

화수와 엄마를 떠올리자 미수는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이미 자신의 연인으로 못을 박아버린 후였다.

그런 화수를 엄마에게 양보를 하려 생각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럴 수는 없어 하지만 그럼 엄마는....’

맏딸의 관념과 여자로의 본능이 수도 없이 충돌을 했다. 그러나 어느 한쪽으로 일방적인 기울임 없이 서로의 생각이 팽팽히 맞섰다.

“어차피 화수는 엄마를 생각하고 있었어. 그렇다면 문제는 엄만데....”

미수의 생각은 엄마와 함께 화수를 공유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어떻게 엄마를 설득하느냐 하는 것인데 그녀는 정공법을 택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래 어쩌면 이러는 게 최선인지도 몰라.”

똑똑똑.

“들어와~”

아직 화수가 귀가를 하지 않은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에 미수는 안방 문을 두드렸다. 옛 말에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도 있다. 자구 생각이 쌓이다 보면 의도치 않은 엉뚱한 결과가 생길 수도 있었다. 미수는 지금의 가족이 가장 우선이고 가장 중요했다.

“엄마 나 할 말이 있어.”

“무슨 말인데 우리 딸 표정이 이렇게 심각해?”

“....”

“미수야?”“엄마!”

“응....”

숨을 고른 미수가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자 해령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뭔지 모를 막연한 두려움이 방안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엄마 나 엄마한테 고백할 말이 있어.”

“고백?”

“....”

일단 운은 떼었으나 미수는 계속 말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아무리 서로 사랑하는 가족이라지만 이런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가. 더구나 가장 내밀한 성의 문제다.

“나....화수랑....”

해령은 미수의 입에서 화수의 이름이 나오자 눈앞이 아득해져만 갔다. 아직 미수의 입에선 그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으나 아주 크나큰 상실감이 해령의 기운을 빠지게 했다.

“화수? 화수가 왜?”

해령의 목소리가 점점 심하게 떨렸다. 미수가 자시의 앞에 앉아있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마 미수야 나....나 듣고 싶지 않아....화수는 나의 화수는....네가 그럴 수는....그래서는 안 돼....나의 화수를....’

해령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미수가 자신에게서 화수를 빼앗아 가미만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엄마....얼마전이었어....화수가....”

미수는 떨리는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을 시키며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을 해령에게 설명을 했다. 자신의 마음이 어땠는지....얼마나 화수를 사랑하는지 또 그것을 깨닫게 되었는지.

“그래서 난 화수의 그것을 입에 품었어. 그리고....”

“그만! 그만해 미수야~ 엄마는 이제 어쩌라고~”

“미안해 엄마. 하지만 들어야 돼.”

바닥에 허물어진 엄마의 팔을 미수가 부여잡았다. 그리고 힘주어 일으키며 정말 중요한 말을 하려 했다.

“하지마....하지마! 미수야 어떻게 엄마한테 이런....”

미수는 도리질을 하는 엄마가 너무도 안쓰러웠다. 하지만 이 고비를 넘지 못하면 이대로 가족이란 이름에 금이 가버리고 말 것이다. 아니 산산조각이 나버릴 것이다.

“엄마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잘 들어야 해!”

미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해령의 눈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