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기발랄 31
......
방금 잘못 들었나?
소정이?
"...뭘 그렇게 굳어 있어요? 혹시 잘못 들었나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
"맞아요. 나 소정이에요."
내 몸에 기대어 있던 정소연이 어느덧 상반신을 일으켜 날 내려다 보고 있다.
그리고는 두 손을 들어올려 그 사과머리에 갖다 댄다.
......
이제야 알 것 같다.
지금까지 왜 저렇게 머리에 손을 대는 걸 싫어했는지.
...가발이었구나.
사과머리를 벗어낸 정소연은 조금 짧다 싶은 정도의 단발을 드러낸 채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제서야 그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윤소정.
내가 3개월이나 공들였던 그 꼬맹이.
현아의 난입이 아니었으면 그 날로 나에게 아다를 갖다 바쳤을 그 윤소정이 지금 내 눈 앞에 있다.
"...소연... 아니, 소정아..."
"이제와서 이름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소연이든 소정이든, 오빠 편할대로 불러요."
벗어낸 사과머리 가발을 침대 아래로 휙 던진 정소연이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비스듬한 얼굴에서 옅은 미소가 피어나고 있다.
"이제서야 알아보다니... 오빠는 너무 둔해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3개월을 같이 보낸 여자애 하나 알아보지 못할 수가 있어요? 참...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기가 찰 노릇이겠죠."
......
그 말대로다.
정소연이 윤소정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못했다. 가끔 정소연의 모습에서 윤소정을 떠올리긴 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었다. 저런 고딩틱한 얼굴은 저 나이또래라면 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도 난 괜찮아요. 어차피 이 모습으로 오빠 앞에 다시 나타났을 때부터 예전의 난 없는 거나 마찬가지 였으니까요. 만약 알아봐 줬다면 기뻤겠지만, 몰라본다고 해도 딱히 상심할 건덕지도 없었어요."
"......"
생각을... 생각을 해보자.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난 조금 전까지 정소연과 침대에 누워 있었다. 전부 다 벗고 말이다.
정소연은 예전부터 나한테 몸을 대주던 섹파같은 애였지만, 이제 그런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내 나름대로 마지막의 유희를 즐기려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내 자지를 만지작 거리던 정소연이 갑자기 머리를 잡아당겨 가발을 벗어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튀어나온 얼굴은 예전에 내가 작업치던 꼬맹이였다. 난 그것도 모르고 새로운 계집을 건졌다고 생각해서 지금까지 따먹고 다닌 거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내가 데리고 놀던 정소연은 원래 윤소정이란 말인데...
머리는 착착 돌아가며 지금의 상황을 완벽하게 분석했는데, 가슴으로는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
"...말 좀 해봐요. 나 보고 아무런 생각도 안들어요?"
다시 한 번 들려온 정소연의 목소리. 지금까지 내가 들어오던 정소연의 목소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윤소정의 목소리와도 겹쳐 들린다. 당연한가. 둘은 같은 사람이니까.
"어... 어째서 이렇게까지..."
"안들려요. 좀 더 크게 말해요."
"내가 뭐라고... 나같은 남자 잊어버리면 그만이잖아. 너... 남친도 있었잖아. 지금도 마찬가지 아니야? 근데 이렇게까지 하면서... 왜 날 따라다닌 거야. ...복수하려는 거야? 널 그렇게 내버려둔 나한테?"
"...흐응."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연신 침을 집어 삼키면서, 뱉어내듯이 물었다.
정소연은 기울어진 고개를 천천히 들어 반대편으로 기울였다.
"복수요? 에이, 설마요. 오빠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복수를 해요? 말 했잖아요. 나쁜건 그 여자뿐이에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얼굴만 반반할 뿐인 민폐년때문에 오빠를 비롯해서 모두가 피해보고 있어요. 그런 여자한테 휘둘린 오빠도 피해자에요. 그러니까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
"오빠는 그렇게 착각한 채로 날 떠나버린 거에요. 그러니까 억울할 수 밖에 없잖아요? 오빠나 나나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누구때문에 갈라져 버렸으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오빠를 찾아온 거에요."
......
미쳤다. 정소연은 완전히 미쳐버렸다.
이런걸 스토커라고 부르던가?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차인 남자를 잊지 못하고 성형수술까지 하면서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 다시금 찾아온 여자의 이야기. 그런 여자들은 대부분 복수를 노리고 접근해서 결국은 남자가 죽더라. ...설마 나도 이렇게 칼빵맞고 죽는 건가?
아니... 지금은 농담할 때가 아니다.
설마 진짜로 칼맞고 죽는 일은 없겠지만, 지금의 정소연은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다. 명백히 내 잘못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정소연, 아니 윤소정이었는데, 현실을 완전 부정하고 그 잘못을 전부 현아에게 떠넘겨 버린 거다.
"어때요 오빠...? 정소연은 마음에 들었어요? 윤소정은 아무것도 모르는 쑥맥에 귀찮은 처녀막이나 달고 있어서 오빠의 손길을 가로막는 애였잖아요. 그래서 오빠가 없는 시간동안 나도 준비를 많이 했어요. 오빠한테 어울리는 여자가 되려면... 역시 이정도는 해줘야 하잖아요?"
"준비를... 했다고?"
"네. 그 3개월동안 오빠가 날 쉽게 건드리지 못한 것도 다 내가 처녀여서 조심스러웠던 거잖아요? 그래서 내다 버렸어요. 언제든지 오빠가 내 안에 들어와도 익숙하게 받아내는 몸이 되야 하니까요. 그러다 보니까 막 여러 남자들한테 돌려지기도 했지만... 걱정 말아요. 내 안에다 싼 남자는 오빠밖에 없으니까요."
......
할 말이 없다. 정말로 이 계집은... 제대로 정신이 나갔다. 지금 이 여자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니라 정신병원이다.
"이쯤되면 궁금하겠죠? 그렇게 준비한 정소연을 버리고 왜 다시 윤소정으로 돌아왔는지... 실은 나도 윤소정의 얼굴을 보이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근데... 오빠가 너무 현아언니한테 콩깍지가 씌여서 말이죠. 한 번 정도는 컷트해 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모르겠다. 도대체 뭐가 저렇게 말이 많은거냐.
이건 정말로 미친 짓이다. 난 여기서 나가야 돼.
"이렇게 윤소정까지 꺼냈는데도 내가 뭘 하려는지 모르겠다면... 그냥 모르는 채로 있어요. 오빠한테 바라는 건 없으니까. 그냥 이렇게 내 옆에 있어주기만 하면 돼요. 내 인형이잖아요?"
정소연의 손이 다시금 움직인다.
발 끝에 닿은 손가락이 춤을 추듯 움직이며 점점 내 몸을 타고 올라온다. 마치 간지럽히듯이,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올라오던 정소연은 어느덧 내 가운데에 멈춰 섰다. 이미 죽어버려 축 늘어진 물건이 있다.
그 주위를 맴돌던 정소연의 손가락 하나가 기둥의 표면을 문지르자, 측은하게 늘어져 있던 물건이 점점 솟아나기 시작했다. 중력을 무시하고 위로 치솟는 물건을 보자, 정소연은 어린애처럼 좋아하며 킥킥댔다.
"히히. 착한 아이네. 그럼... 상을 줄까?"
빳빳하게 솟아오른 기둥을 한 손 가득히 잡은 정소연이 조금씩 얼굴을 들이밀었다. 살짝 벌려진 입술 사이로 삐죽 나온 핑크빛의 속살이 기둥의 끝에 닿았다. 혀를 움직이며 귀두를 핥아내던 정소연은 조금 더 머리를 움직여 내 물건을 반절 이상 집어 삼켰다.
......
부드럽다.
지금 이런 기분이나 느끼고 있을 때가 아닌데, 내 몸은 그와는 상관없이 매우 정직하게 반응하고 있다. 저 뜨거운 입속에 삼켜진 자지가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것 처럼 흐물거린다. 아까전 사정에 임박했다가 멈춰졌던 탓에, 반응은 금새 왔다.
여러생각 할 것도 없이 정소연의 머리를 붙잡았다. 가발이 아니라서 그런지, 정소연도 머리를 붙잡힌 것에 아무런 거부반응이 없다.
"......"
정소연의 입 안에 정액을 쏟아냈다.
허리에 잔뜩 힘을 주며 목구멍까지 밀어넣는 순간에도, 볼품없는 신음소리는 낼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몸의 본능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던 주제에 저런 체면을 차릴 정신은 남아있던 모양이다. 오히려 나보다도 자지를 물고 있는 정소연 쪽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으응... 웁... 푸훕..."
역시나 정소연은 내가 싸대는 단백질 덩어리를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잔뜩 볼을 부풀렸다. 하지만 그 머리를 콱 붙잡고 있었기에 정소연은 예전처럼 얼른 머리를 빼내지 못했다. 결국 볼을 부풀리다 못한 정소연은 애처로운 신음소리와 함께 반 강제로 좆물을 삼키고 말았다.
"콜록! 콜록 콜록..."
목을 잡고 죽을듯이 콜록거리는 정소연을 보면서, 나는 약간의 희열을 맛보았다. 조금 전까지 이러니 저러니 떠들던 정소연도 결국은 내 자지에 무너졌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역시 여자 후리는 데에는 몽둥이가 최고다.
입가에 묻은 정액을 스윽 닦아낸 정소연이 여느 때처럼 그것을 핥아먹었다. 그리고는 얼굴을 들어 나를 바라본다.
"...역시 이건 익숙해 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오빠한테 이런 어설픈 모습 보이기 싫은데. 아무 남자나 붙잡고 연습이라도 해야 할까요?"
"......"
"그럼... 몸풀기도 끝났으니까 제대로 해볼까요? 나, 아까부터 자꾸만 물이 새어나와서 혼났어요. 오빠꺼 받고 싶어서요."
엉금엉금 기어서 내 몸으로 올라온 정소연이 내 물건을 붙잡아 자신의 속살로 끼워 맞추기 시작했다. 정말로 물을 질질 싸고 있었는지, 살짝 닿았는데도 질척한 느낌이 든다. 정소연의 입구에 걸쳐진 귀두의 끝부분이 조금씩 머리를 들이밀고, 엉덩이를 움직이며 삽입을 시도하던 정소연은 어느정도 됐다고 생각했는지, 그대로 내려앉으며 내 자지를 집어 삼켰다.
"...아!"
철퍽, 하는 소리와 함께 정소연의 교성이 터져나왔다. 뿌리 끝까지 들어간 자지가 너무나도 만족스럽다는 듯, 온 몸을 움찔거리며 좋아하고 있다. 그렇게 움찔대는 탓에 안에 담궈져 있는 내 기둥은 점점 질벽의 압박을 받아야 했다.
......
정소연의 보지를 쑤시고 들어갔을 때에야 생각이 났다.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인가? 이런 정신나간 년이랑 몸을 섞을 시간에 조금이라도 현아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거 아닌가?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정소연과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서라는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이니까, 이제 앞으로는 없으니까 라는 생각이 나를 합리화 시켰고, 그렇게 정소연을 안으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렇게 유종의 미를 거두려 했던 정소연은 실은 몇개월 전에 작업치던 년이었고, 그 미친년은 그때부터 나를 못잊고 이렇게 다른 사람으로 변장해서 접근할 정도로 비정상이 돼버렸다. 이런 여자한테 마지막이니 뭐니 하는 의리를 지킬 필요는 없다. 지금이라도 이 정신나간 년을 뿌리치고 집 밖으로 나가야 정상이다.
근데...
그게 안된다.
"오빠...! 나 이제... 조금은 잘 돌리죠? 하아... 오빠가, 가르쳐준 거잖아요... 흐읏! 어때요...? 맘에 들어요...?"
내 가슴팍에 두 손을 갖다댄 채 있는대로 허리를 돌려대던 정소연이 환희에 찬 얼굴로 소리친다. 정말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움직이는 그 자그마한 몸뚱이는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어 번들거리고 있다. 앞으로 세차게 내딪을때마다 그 탐스런 젖가슴이 위아래로 출렁거리며 시각적인 흥분을 돕고 있다.
어느덧 내 손도 그런 정소연의 허리를 붙잡아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의 움직임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듯, 정소연의 허리운동에 박자를 맞춰 힘을 실어보낸다. 내 움직임까지 더해져 더욱 격해진 피스톤질에 정소연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 아앗!! 하읏... 오빠... 아앙!!"
기세좋게 흔들던 정소연이 급기야 내 가슴 위로 무너졌고, 그런 정소연을 힘껏 끌어안은 채 펌프질에 박차를 가했다. 더이상 정소연은 허리를 움직이지 못했지만, 상관없다. 지금부터는 내가 움직이니까.
정소연이 움직이던 때와는 비교도 하지 못할 정도로 쳐올리는 내 움직임에 정소연이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안겨들었다. 뭐라고 하는지도 잘 안들린다. 말하는 것의 대부분이 신음으로 섞여있으니까. 아프다거나 너무 깊다거나, 뭐 이런 말을 하는 것 같다.
......
어떠냐. 그렇게 자신만만하더니, 내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꼼짝도 못하고 매달려야 하는 주제에 감히 누구한테 기어들어? 적어도 나한테 어울리는 여자가 되려면 고작 한 달 정도 남자랑 쳐댄 것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나름 여러 남자한테 둘러쌓여서 돌림빵까지 당했던 모양이지만, 그걸로는 턱없이 부족하지. 적어도 현아정도의 경험치는 쌓고 온 후에 앵겨붙으라 이거야.
숨쉬는 것도 힘들어 보일 정도로 꺽꺽대던 정소연은 마지막으로 쳐올리며 분출한 내 자지를 견디지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 아마 내가 싸는 순간 같이 절정으로 간 모양이다. 마치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온 몸을 부르르 떨던 정소연은 이내 내 몸 위로 축 늘어졌다.
"...후우."
나도 모르게 한 숨이 흘러나온다.
누운 자세에서 전력으로 쳐댔으니 나도 꽤나 기진맥진한 상태다. 하지만 이대로 뻗을 수는 없지. 정소연이 맛이 간 사이에 이 집에서 나가야 한다.
흘러내리는 좆물을 대충 휴지로 닦아내고 침대 밑에 떨어져 있던 옷가지를 주워 입었다. 입으면서도 간간히 정소연을 쳐다봤지만, 아직까지 정소연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
좋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문을 열기 전, 다시 한 번 정소연을 돌아보았다.
침대에 축 늘어져 있는 그 자그마한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미친듯이 따먹히다가 자극을 못견디고 기절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아무도 없는 상황이라면 조금 불쌍하기도 하지. 하지만 일일히 그런거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리고 정소연은 그런 짓 당해도 싸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