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화 (23/41)

색기발랄 22 

이 메시지는...

정소연이 벌써 박우리를 만나기 시작한 건가.

말 나온지 몇 시간이나 지났다고 이렇게 빨리...

......

잠깐.

정소연이 박우리를 만나고 있다고?

그럼 현아는 지금 박우리랑 있다는 소리가 아니잖아?

머리가 더 복잡해 졌다.

현아가 이 시간까지 안오는 이유에 박우리가 섞여 있을꺼라 생각했는데... 정작 그 박우리는 정소연이랑 만나고 있다. 그럼 현아가 안온 건 박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인 건가? 

......

일단은 한시름 놓을 수 있다.

현아와 박우리가 사귄다던가 내가 버려졌다던가 하는 최악의 상황은 아닌 듯 싶다. 만약 그 둘이 제대로 눈이 맞아서 사귀기로 결심했다면, 박우리가 정소연을 만나고 있을 이유가 없지. 

그렇다면... 다른 이유라는 말인데...

지금까지는 어제의 일 때문에 모든 것을 박우리와 연관해서 생각했다. 하지만 박우리가 제외되면 경우의 수는 훨씬 늘어나게 된다. 그 소꿉친구라는 윤성현이 관계됐을 수도 있고, 남자 관련이 아닌 일반적인 일일 수도 있다. 

아까부터 거진 1분에 한 번씩 현아에게 연락을 넣어보고 있지만...

도저히 받을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집이라도 알고 있다면 당장 가볼텐데...

...박우리는 현아의 집을 알고 있을까?

그 때 그렇게 인천으로 가서 어딘가의 집을 바라봤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 집은 현아의 집이었을까? 만약 맞다면, 왜 그렇게 바라만 보다가 돌아왔을까?

......

아니다. 지금은 그 생각을 할 차례가 아니다.

어째서 현아가 오지 않는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지금 생각해 보면, 난 현아에 대해 아는게 그리 많지 않다.

아는 거라곤 그저 연락처밖에 없지 않나? 정확히 어디에 사는지, 가족은 있는지, 누구랑 사는지.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있다. 내가 무신경한 건가. 어째서 지금까지 물어볼 생각도 안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너무 과민반응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일같이 찾아왔다고 해서,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현아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현아도 자기 사생활이 있을 테니까 이렇게 안오는 날도 있을 수 있잖아? 문제의 박우리는 지금 정소연이랑 같이 있으니 내가 우려했던 그런 상황도 아니고. 연락이 안된다는게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예상외로 아무 일도 아닐 수도 있다.

사실 저렇게 생각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어쩌다 보니 다른걸 하게 되서 나한테 미처 연락할 틈이 없었던 거라고, 그리고 지금은 연락을 받을 만한 상황이 안되서 못받고 있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수 밖에 없다. 난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아무 일도 아니길 바라는 수 밖에.

그런 식으로 자기최면을 걸기 시작하니 조금은 마음이 나아졌다.

박우리랑 있는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시점부터 이미 조금은 안심한 상태였다. 그거보다 더 한 상황은 없을꺼라고 생각하면서. 뭐가 됐든 그 좆같은 일만 아니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 거지.

...후우.

뭐 좋다. 오늘 안온다면 내일은 오겠지.

연락도 계속 안될 리는 없고. 내일이라도, 아니 있다가라도 연락은 될 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니 현아가 없는 저녁은 정말로 오랜만이다.

동창회에서 필름끊기고 떡친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저녁시간을 함께 해왔던 현아였다. 그런 현아가 없으니, 뭐라고 해야 할까, 허전하기도 하고 해방된 것 같기도 하고. 종잡을 수 없는 기분이다.

현아와 저녁을 보내기 전의 나는 뭘 하면서 지냈더라?

뭘 하긴, 열심히 여자들 후리면서 다녔지. 예전의 나였다면 이렇게 주어진 자유의 시간을 분탕질이나 하면서 쓰겠지만, 현아가 있는 지금은 그것도 별로 땡기지 않는다. 어떤 여자를 건드린다고 해봐야 현아보다 나을 것 같지도 않고. 

그나마 좀 쓸만했던 여자가 정소연이었는데, 이제 걔도 끝물이라서 볼 날이 얼마 안남았다. 이번 일이 잘 되서 현아와 박우리 사이의 뭔가를 알아내면... 더이상 정소연을 볼 필요는 없겠지? 확실히 그 야들야들한 속살은 가끔 생각날 법도 하겠지만... 정소연이라면 나한테 버려진다고 해도 가끔 부르면 나와서 대줄 것 같다. 지금 남친이 군대에 가고 나서 새 남친을 사귀어도, 나중에 결혼해서 남편에 아이까지 있어도 말이다. 

......

정소연 생각을 했더니 갑자기 꼴린다.

걔 이미지가 생각한다고 꼴리는 그런 이미지가 아닌데. 희안하네.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

아까 메시지 온 걸로 봐서는 오늘 박우리랑 같이 보낼 것 같은데. 근데 저녁때는 남친 만난다더니, 그것도 미뤄두고 박우리를 만나는 건가? 

어찌보면 그 남친이란 녀석도 참으로 불쌍한 놈이다. 여친이라고 달고 있는 정소연은 이미 수도 없이 나한테 따먹혔고, 오늘은 또 박우리한테 다리를 벌리려고 하고 있으니까. 말 들어보면 삽입하고 몇 번 흔들다가 찍 싸버린다던데, 어쩌면 정소연이 그것때문에 남친을 별로 신경 안쓰는게 아닐까? 뻔히 남친이 있는데도 내가 좋다느니 이번 일만 잘 되면 나랑 사귀자느니 하는 말이 괜히 나오진 않았을꺼 아니야?

......

왜 하필 오늘 박우리를 만났냐. 내일 만나도 됐잖아.

오늘같이 현아가 없는 날이라면 밤새 껴안고 만져줄 수 있는데. 정소연도 그래주길 원할껄? 

아마 정소연이 나랑 하고싶은 것 중 하나가 실컷 떡치고 나서 내 품에 안겨 그대로 잠드는 플레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시간에 쫓기듯 치고 나서 옷 입고 헤어져야 했으니까. 

솔직히 나도 짧은 시간내에 힘을 쏟아냈으니 정소연 껴안고 한숨 자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까놓고 말해서 정소연이 어디 빠지는 얼굴이나 몸매도 아니고. 따먹기 좋은 애로 끝나는게 아니라 안겨있을 때의 그 느낌이라거나 말랑한 감촉, 품 안에 쏙 들어오는 앙증맞은 체구 등 거의 모든게 딱 내 이상형이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현아만 아니었으면 정소연이 내 옆자리를 꿰찼을 테니까.

섹파로만 두기에는 아까운, 그런 계집이 정소연이다. 인정할건 인정한다.

근데, 뭔가 꺼림칙하단 말이지. 가끔 보여주는 그 알 수 없는 표정과 콧소리, 뭘 생각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는 성격,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나와 현아, 박우리에 대해 알고 있는 것까지. 이런 것을 다 가지고 있으니 점점 거리를 둘 수 밖에 없다.

......

근데 지금 만큼은 정소연의 그 번들거리는 육체가 떠오른다.

몇 번이고 내 물건에 뚫려 땀으로 흠뻑 젖은 탱탱한 몸매가 눈에 아른거린다. 

그냥 확 불러버릴까?

박우리는 내일부터 만나라고 해버리고. 정소연이라면 알았다고 하고 박우리 팽개치고 나한테 달려올 텐데.

...일단 한 번 연락이나 해보자.

[어디야? 잘 되고 있어?]

일단 저렇게만 쳐서 보냈다.

답장이 뭐라고 오는지에 따라 다음 패턴을 결정해야지.

1분도 안지나서 바로 답장이 왔다.

[우리오빠랑 술마시고 있어요. 왜요?]

역시 술로 승부를 볼 생각인가.

정소연이라면 알고 있겠지. 박우리의 주량은 얼마 안된다는 걸. 

저번에 술자리를 가졌을 때도 제일 먼저 뻗은게 박우리였으니까. 정소연 정도의 눈썰미라면 이미 머릿속에 박혀 있을꺼다. 그리고 정소연은 나와 함께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정도로 꽤나 술을 잘 마신다. 이걸 이용한다면 술로 박우리를 맛가게 한 다음에 필요한 정보를 술술 빼올 수 있다.

만약 술만으로는 안될 것 같다? 그럼 이제 모텔 가는거지.

술도 좀 들어갔겠다,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도 옆에 있겠다, 이정도면 으례 남자라는 동물의 행동패턴은 뻔할 뻔자다. 그 여자랑 같이 자고싶어 하지. 그리고 여자는 그렇게 자신을 안고 싶어하는 남자를 마음껏 요리할 수 있다. 특히나 정소연같은 계집이라면 술에 취해 헤벌레하는 박우리정도는 구워삶을 꺼다.

뭐 잘 되고 있는 모양이긴 한데...

정작 지금 내가 정소연을 필요로 하니까 문제다.

지금 정도에 정소연을 만난다면 정말 죽기 직전까지 쳐대고 그대로 같이 잔 다음에 다음날 일어나면 또 모닝떡을 칠 수 있는 그런 플레이가 가능하다. 다른 날은 안되고 오늘같이 현아가 없는 날에만 가능하다는 거다.

이런 기회는 다시는 없을 수도 있다.

당장 내일부터라도 다시 현아가 오기 시작할 수도 있고, 모든 계획이 다 끝나서 더이상 정소연이 필요없어졌을 때, 그래서 정소연을 내친 이후부터는 이런 플레이도 못하겠지. 그러니까 모든 조건이 충족된 지금이야말로 찬스인 거다.

지금의 쾌락을 쫓을 것인가, 앞으로의 계획에 치중할 것인가.

으음. 참으로 어렵다.

이대로 둘이 어울리게 두면... 오늘 정소연의 옆에서 같이 자는 남자는 박우리가 되는 건가? 그렇게 아침까지 쭉 같이 누워서 눈 맞을 때마다 떡치고? 

...흐음. 내 꺼나 다름없는 정소연인데... 이상한 곳에서 배알이 꼴리네. 내가 시킨 일인데 말이다.

[아니 그냥. 갑자기 니 생각이 나서.]

메시지를 보내고 말없이 핸드폰을 바라봤다.

금방 답장 오겠지? 

[나도 오빠생각만 해요. 우리오빠랑 있는 지금도... 오빠한테 가서 안기고 싶어요.]

......

부를까? 불러버릴까? 

이거 위험하다. 뭔가 갑자기 사랑스럽다는 감정이 확 치솟았다.

...후우.

아무래도 발정이 단단히 난 모양이다. 정소연을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다니.

확실히 외모는 딱 내 취향인 사랑스러운 얼굴이긴 하지.

게다가 그 얼굴로 나만 바라보고 있으니... 내가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전혀 이상한게 아니다.

정말 버리기 아까운 계집이다.

어떻게 다른 수를 생각해 볼까? 버리는 건 최악의 카드로 내비두고...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얼른 이 발정난 분신부터 어떻게 해야 겠다.

이걸 딸치는 걸로 풀어버리는건 내 자신에 대한 모욕이다. 

역시 정소연밖에 없는데...

[나도 그래. 오늘이라면 밤새 같이 있어줄 수 있는데...]

조금은 진심을 담아 메시지를 보냈다.

확실히 밤새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오늘만큼이라면, 현아가 없는 그 자리를 메꾸기 위해서라도 정소연을 사랑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같은 이상야릇한 기분이 지속된다면 말이다.

[현아언니 안만났어요?]

...정소연도 내가 지금 현아랑 같이 있는게 아니라는 걸 눈치챈 모양이다. 이 짧은 대화로 말이다. 역시 눈치 하나는 더럽게  빠른 계집애다.

현아는 오늘 일이 있어서 안왔다고 대충 둘러댔다. 그리고 나서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데, 예상 외로 답장이 없다. 흠... 박우리랑 이야기 중인가?

턱을 괴고 핸드폰을 내려다 보다가, 침대에 누워 이생각 저생각을 하다가, 다시금 일어나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진동이 울렸다.

[오빠. 우리 재밌는거 할래요?]

* * *

......

이 쯤이 맞나? 

분명 알려준 대로 찾아온 것 같은데...

난 지금 처음보는 길 한복판에서 헤메고 있다. 이 야밤에 말이다.

내가 찾고 있는 것은 정소연의 자취집이다.

갑자기 무슨 짓이냐고?

글쎄. 솔직히 나도 이게 무슨 짓인가 싶다.

조만간 정소연이랑 박우리는 술집에서 나갈 예정이다. 나가면 어디로 갈까? 당연히 떡치러 가겠지.

모텔로 가는게 당연하겠지만, 정소연은 생각을 바꿨다.

박우리를 자신의 자취집으로 들이기로 한 것이다.

근데 왜 내가 정소연의 자취집으로 가는 걸까?

여기에 대해 정소연은 이렇게 말했다.

[오빠가 먼저 내 집에 들어가서 숨어 있어요. 내가 나중에 우리오빠 데리고 집에 들어갈 꺼에요. 거기 숨어서 우리오빠가 토해내는 이야기를 직접 듣는게 낫지 않겠어요?]

그래서 난 저 말대로 정소연의 자취집에 먼저 들어가 있기 위해 이렇게 길을 헤메고 있는 거다. 도어락 비밀번호도 알려줬고, 집만 찾아서 들어가면 되는데... 한밤중이라 그런지 찾는게 쉽지가 않다.

정소연은 저렇게 말했지만, 난 저 계집의 의도를 어느정도 간파해 냈다.

물론 저 말대로 내가 직접 듣는다는 것 자체도 의의가 있다. 하지만 그것만 있는 건 아니다. 정소연은 나한테 '재밌는거 할래요?' 라는 운을 띄웠거든.

그 재밌는게 뭐겠어?

박우리가 잠들고 나면 내가 튀어 나와서 정소연이랑 떡치는 거잖아? 정소연도 지금 나랑 하고 싶어할 꺼고, 나도 정소연이 생각나니까.

그리고 하나 더 있다.

내가 몰래 들어가 있는다는 건...

정소연이랑 박우리가 섹스하는 걸 봐야 한다는 거다.

내가 생각하기에 정소연이 날 자기 집으로 부른 제일 큰 이유가 저거인 것 같다. 자기가 박우리랑 떡치는거 보면서 열좀 받으라는 소리겠지. 둘이 쳐대는 걸 나한테 목격시켜서 내 질투심을 유발시키고, 이거 보고 나중에라도 자기한테 이런거 시키지 마라 라는 일종의 퍼포먼스다. 그리고 다른 남자한테 뚫리는 자신을 보면서 반성하라는 의미 등, 여러가지가 내포되어 있다.

......

나름 그럴듯한 작전이긴 하다만...

사귀는 여친이 딴 남자한테 따이는거 보면서 딸쳤던 난데 겨우 이런게 먹힐까? 아무리 정소연이라도 이런 내 취향까지는 모르겠지. 

아무튼 다른거 다 떠나서, 박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내가 직접 듣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메리트가 크기 때문에 흔쾌히 수락했다. 그래서 이렇게 헤메고 있는 중이긴 한데...

......

어, 저긴가? 왠지 맞는 것 같은데.

다가가서 비밀번호 눌러보고 다른 집이면 도망가지 뭐.

덜컥.

열렸다. 다행히 제대로 찾은 모양이다. 

문을 열자 느낀 건...

정말 여자애가 사는 집이구나 하는 거다.

정소연의 몸에서 나는 향기랑 그 살냄새가 방 안에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왠지 정소연한테 파묻힌 느낌이다.

집은 원룸이다. 하긴 스무살의 나이로 이 이상의 집을 구하기엔 무리겠지?

왠지 이 원룸도 조금은 돈이 들어갔을 것 같다. 보통 원룸보다는 좀 더 크고 좋아 보인다.

불을 키고 방 안을 둘러봤다.

...이 계집애, 정리 안하고 사는구나. 열린 서랍에서 삐죽 튀어나온 옷가지나 침대 아래에 떨어져 있는 속옷이며 스타킹 같은게 널부러져 있다.

벽의 한쪽에는 작은 책상이랑 노트북이 있다. 그 옆에는 화장대 같은 것도 있고... 흠. 화장도 하고 다녔나? 

대충 구경을 마치고 숨을 자리도 정해둔 다음, 그 침대 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푹신푹신하다. 이 침대에서도 정소연의 내음이 가득 느껴진다.

......

정소연은 남자 집에 가본 적이 없다고 했지.

그럼 반대로, 자신의 집에 남자를 들인 적이 많다는 소린가?

이 침대도 수많은 남자들과 뒹굴었던 침대일까?

...뭐, 내가 신경쓸 필요는 없겠지.

......

기다린지 30분쯤 됐으려나?

하도 심심해서 떨어진 팬티를 주워다가 자지에 감고 비비고 있을 무렵,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제 집에 다 왔어요. 얼른 숨어있어요. 신발 치우구요.]

...그러네. 신발도 치워야지.

현관에 있던 신발을 가져다 침대 밑에다 두고는, 미리 숨을 장소로 봐뒀던 곳에 들어갔다. 어느 만화처럼 옷장 같은데에 숨으면 좋겠지만... 내가 들어가기엔 옷장이 너무 작다. 사실 지금 숨은 이곳도 완전히 가려지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술에 취한 박우리라면 나를 완전히 구분하지도 못할 테고, 게다가 불을 끈다면 더더욱 내가 안보인다. 그러니 이쯤하면 됐다고 생각했다.

삐비빅. 덜컥.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정소연이랑 박우리가 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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