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1/41)

색기발랄 20 

디이이잉.

[오빠, 언제 나와요?] [010 - xxxx - xxxx : 사과머리]

독촉문자가 왔다.

이쪽동네로 넘어왔다는 메시지도 조금 전에 왔는데, 얼마나 지났다고 또 문자를 보내냐. 하여튼 정말 밝히는 년이다. 이 계집의 머릿속에는 1초라도 빨리 만나서 합체하고 싶은 생각만 가득차 있을꺼다.

......

가만.

생각해보니 오늘은 모텔에 가는 것보다 우리 집으로 부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아무래도 부탁할 건도 있고 하니... 집으로 부르는게 좀 더 친밀감이 느껴지겠지? 정소연은 우리 집에 와본 적이 없으니 아마 굉장히 좋아할꺼다.

난 부모님이랑 같이 살지만, 두 분은 낮에는 안계신다. 유일하게 집에서 굴러다니는 인간은 위로 있는 누나밖에 없다.

나보다 한 살 위인 누나의 이름은 박하나. 첫째로 태어나서 하나로 지었단다. 그럼 내 이름은 박 둘이 됐어야 하는거 아닌가? 누나 이름은 한글로 짓고 내 이름은 한자로 지은 이유가 뭘까 싶기도 하지만... 솔직히 박을이나 박둘이나 이상한 이름인 건 마찬가지다.

얼마전 회사에서 짤리고 집에서 놀고먹고 있는 이 생물은 주제에 나를 닮아서 꽤나 외모버프를 받고 있다. 그 뿐이랴, 생각하는 것도 나랑 비슷하다. 맘에 드는 남자는 일단 들이대는 성격에다가, 사귀는 남친이 있어도 다른 남자를 집으로 끌고 들어오는 인간이기도 하다. 왜 집으로 끌고 오냐고? 모텔갈 돈 아깝다고 집에서 해결하려는 거지. 이렇게 부모님 안계신 틈을 타서 종종 데리고 오더라. 가끔은 나한테 콘돔도 빌려간다. 세네개씩.

그래서 내가 집으로 여자를 들이는 일이 별로 없는 거다. 혹시라도 나랑 하나가 동시에 년놈을 끌고 들어올까 싶어서 내가 밖으로 나가는 거지. 하지만 오늘은 정소연을 집으로 불러야 할 이유가 있으니 미리 선수를 쳐놔야 겠다.

하나의 방은 바로 내 옆방이다.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와서 그 방문을 발로 툭 밀었다. 헤드셋을 끼고 컴퓨터 삼매경에 빠져 계신다.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 뒷통수를 쿡쿡 찔렀더니 하나가 뒤를 돌아본다.

"...깜짝이야. 왜?"

"아니. 야동 재밌냐고."

하나는 야동을 보고 있었다. 별로 놀랍지도 않다. 

"시시해. 왜 이렇게 다 똑같냐 이거?"

"말은 그렇게 하고 아래로는 질질 싸고 있던거 아니고?"

"안쌌거든."

혀를 낼름 내민 하나가 모니터로 고개를 돌린다.

"야, 하나야."

"어?"

"지금 여자애 하나 집으로 올꺼야. 방해하지 마."

"어. 알았어. 즐떡."

손을 휘적거린 하나가 다시금 모니터를 쳐다본다. 나도 잠깐 서서 그 영상을 보다가 이내 내 방으로 돌아왔다.

참고로 누나라고 안부르고 이름을 부르는 건 어릴 때의 습관이다. 한살 차이밖에 안나고 생긴것도 나보다 어리게 생겨서 전혀 누나란 생각이 안들거든. 하는 짓도 그렇고. 정작 당사자도 별로 신경 안쓴다. 그래서 나이가 먹은 요즘도 하나라고 부른다.

그래도 부모님 앞에선 누나라고 불러준다. 부모님은 동생이 누나한테 이름 부르면서 야야 거리는걸 보기 싫어하시니까.

보자. 하나한테 말도 해놨고, 이제 정소연만 부르면 되겠군.

손가락을 놀려서 문자를 하나 날렸다. 잠시 후, 진짜냐면서 되묻는 메시지가 세 번은 왔다.

진짜니까 얼른 오라는 메시지를 세 번은 보낸 후에야 지금 바로 가겠다는 정소연의 답장이 왔다. 어지간히도 좋은 모양이다.

답장을 보내고 핸드폰을 침대로 내려놓자마자 옆방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헤드셋으로 듣던 걸 스피커로 돌린 모양이다. 아오 저게 진짜. 방해하지 말라고 말한지 몇 분이나 지났다고.

다리를 들어 벽을 쾅 찼더니 그제서야 조용해졌다. 왜 저렇게 변태인 거냐.

* * *

"오오, 남자 집에 처음 와봐요!"

상당히 들뜬 표정의 정소연이 내 방을 기웃거리며 말했다. 남자 집을 처음 와본다고?

"남친 집이라던가 그런데는 가봤을꺼 아니야?"

"남친 집에 간 적 없어요. 와도 우리집에 오던가 하지. 거의 밖에서 보니까 모텔에 가는게 대부분이지만요."

"흐음..."

딱 정소연 생김새만 놓고 본다면 처음이라면서 두리번 거리는 모양새는 전혀 어색하지 않지만... 저 밝히는 꼬맹이가 남자 집을 한 번도 안가봤다는게 뭔가 믿겨지지가 않는다. 

"그럼 오늘은 오빠 침대에서 하는 거에요? 아, 상상만 했는데도 젖어버렸어요."

"......"

침대끝에 걸터앉은 정소연이 다리를 흔들고 있다.

그러다가 기습적으로 내 얼굴을 올려다 보더니, 뭔가 알 수 없는 표정을 만들어 냈다.

"흐응... 혹시 오빠, 나 여기로 부른 이유가..."

......

뭐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설마 내가 하려던 짓을 알아챌 리는 없는데...

그래도 정소연이라면 혹시... 

"...여기 어디에 캠같은거 설치하고 떡치는거 찍을려는거 아니에요?"

"......"

"에이, 그런 거라면 숨겨둘 필요 없는데. 그냥 들고 찍어도 상관없어요. 나 그거 되게 해보고 싶었어요."

......

진짜 이 계집의 머릿속은 방심할 수가 없다.

아마 저 머리의 80%는 떡치는 생각만 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지금까지 만난 여자들 중에서 이렇게 섹스에 환장하는 애도 얘가 처음이다. 정말 생긴 것만 보면 섹스의 섹 소리만 들어도 얼굴 붉히게 생긴 귀여운 여자앤데, 어쩌다가 저렇게 됐을까?

"음, 흐음."

다리를 번갈아 흔들던 정소연이 자꾸 내 눈치를 보고 있다.

어느새 걸치고 있던 자켓도 벗어 침대 밑에 떨궈두고는, 입술을 우물거리면서 힐끔힐끔 나를 바라본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검은색 타이즈에 한 뼘도 안될 것 같은 청치마를 입고 있는 정소연은 그 치마길이와는 무관하게 마냥 귀엽기만 하다. 같은 청치마를 입어도 현아가 입는거랑 정소연이 입는 건 느낌부터가 확 틀리니까. 뭐 그렇다고는 해도 저 치마와 타이즈 사이로 보이는 하얀 허벅지라던가 다리를 흔들 때마다 슬쩍 보이는 팬티때문에 마냥 귀엽다고 생각할 수도 없다. 정소연도 가만보면 은근히 꼴리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니까.

"흐음... 으응..."

허리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딴청을 피우는 척 해도, 결국은 나 보라고 시위하고 있는 셈이다. 빨리 좀 건드려 달라는 소리지. 분명 저 다리사이는 지금 쯤 흥건하게 젖었을 꺼다.

가만 보고있던 나도 어느새 바지 앞섬이 부풀어 올라서 더이상 멀쩡한 척 할 수가 없게 됐다. 옆으로 다가가 그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조심스레 입술 끝을 부볐다.

"쮸웁... 쯉..."

입술을 가져다 대니까 정소연이 기다렸다는 듯이 내 입술을 빨아먹기 시작했다. 혀를 내밀어 아랫입술을 핥다가, 어느순간 내 안으로 침투해 살짝 타액을 섞어 놓고는 슬쩍 떨어지고, 끝났나 싶었더니 다시금 혀 끝이 닿으며 말랑한 감촉이 전해져 온다. 꽤나 능숙해 졌다. 처음 할 때에는 무슨 첫키스라도 하는 마냥 바들바들 떨고 있었는데.

손을 뻗어 정소연의 무릎에서부터 점점 위로 올라갔다.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넣어 그 사이를 슬쩍 건드려보니 역시나 젖어있다. 손장난을 좀 치고 있으려니 역시나 반응이 오는지, 키스에 열중하던 정소연이 자꾸만 움찔거리면서 리듬이 깨지고 있다.

"아읏... 오빠..."

결국 입술을 뗀 정소연이 내 어깨를 감싸안으며 고개를 떨기 시작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자기가 하는것 보다는 내가 해주는게 더 좋은 모양이다. 당연한 건가?

팬티가 자꾸만 젖어드는 것이 얘는 이미 삽입당할 준비가 된 모양이다. 현아랑 하는 거라면 좀 더 여기저기 만져줘서 기분 좋게 해주겠지만, 정소연한테는 딱히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 뭐 얘도 내가 만지기만 하면서 애간장을 태우는 것 보다는 바로 쑤셔주기를 바라고 있을껄?

침대에 눕히고 팬티만 벗겨냈다. 치마랑 티는 그대로 두고. 사실 이것도 내 취향인데, 다 벗고 하는 것보다 이렇게 입고 하는 쪽에서 묘한 자극을 느낀다. 일종의 페티쉬일려나? 허리에 걸쳐있는 저 짧은 치마나 가슴께로 밀려올라간 티, 그 사이로 비집고 튀어 나온 탱글탱글한 가슴 등 보이는 모든게 자극적이다. 음... 이런 옷가지로 가려두고 있기엔 아까운 몸매이긴 하다만, 떡치는 횟수가 늘어날 수록 한꺼풀씩 벗겨져서 결국 다 끝나고 나면 거진 다 벗겨져 있더라.

정소연의 얼굴에 '빨리'라는 글자가 써있는 것 같다. 나도 대충 바지랑 속옷만 벗어내고 정소연의 아래로 자리를 잡았다.

다리를 들어올려 그 사이에 물건을 끼워 맞추는 순간, 갑자기 방 문이 벌컥 열렸다.

...하나가 들어왔다.

"어? 벌써 시작했어? 뭐야, 왜 이렇게 빨라?"

"......"

하나의 등장에 정소연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잔뜩 몸을 웅크렸다. 말려올라간 티를 끌어내리고 허리로 가있는 치마도 잡아당기려 애를 쓴다. 

당황해하는 정소연의 몸을 슬쩍 가리며 하나를 쳐다봤다.

"...아까 방해하지 말라고 했잖아."

"아니, 벌써 할 줄은 몰랐지."

"왜왔는데."

상당히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옆머리를 만지작거리던 하나가 한번 헛기침을 했다.

"컴퓨터가 갑자기 멈춰서 안움직여. 저것 좀 봐주면 안돼?"

"......"

"저것만 봐주면 이제 진짜 방해 안할께. 응? 컴터 안되면 나 할꺼 없단 말이야."

"...아오 진짜."

한숨을 푹 내쉬고 있으려니 옆의 정소연이 내 허리를 쿡쿡 찌른다. 가서 해주라는 눈짓을 보내고 있다.

...하긴 안해주면 계속 방해할 것 같은데, 조금 귀찮아도 손 봐주는게 낫겠지? 분명 정소연도 더 방해받는 건 싫으니까 해주고 오라는 눈빛을 띄운거다. 

"알았으니까, 저방 가있어. 나 바지벗고 있는거 안보이냐?"

고개를 끄덕거린 하나가 슝 하고 나가버렸다.

나가고 나서도 우리 둘은 잠시 침묵에 빠져 있어야 했다.

"...누구에요? 여동생?"

"아니. 누나."

"누나요? 그렇게 안생겼는데..."

......

당연히 그렇겠지. 저게 어딜 봐서 누나로 보이냐. 생긴걸로 보나 하는 짓으로 보나 절대로 누나일 리가 없다. 어째 내 주변의 여자들은 다들 어딘가 이상하지 않아?

* * *

하나의 컴퓨터를 손봐주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지만, 전혀 할 맛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정소연은 여전히 기대하는 얼굴이었기 때문에 억지로 두 번 정도만 했다. 정소연도 옆방에 하나가 있다는걸 의식했는지,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신음을 참으려고 애쓰더라.

두 번 정도만 한 것 치고는 정소연은 나름 만족한 얼굴로 미소를 짓고 있다. 하긴 내가 너무 무식하게 오래 해서 그렇지, 정소연의 기준으로 보면 이렇게 두 번쯤 하는게 딱 적당할 지도 모른다.

팔베개를 하고 누워있는 정소연이 몸을 웅크리며 자꾸만 내쪽으로 다가온다. 기분 좋아보이는 얼굴이다.

"하아... 이대로 조금만 자고 가면 안될까요?"

"졸려?"

"모처럼 온 을이오빠 집인데... 오빠 침대에서 좀 더 뒹굴고 싶어서요. 최대한 내 흔적을 남겨놔야죠."

......

그런거 안해도 그 흘려댄 물만으로도 충분할텐데.

그나저나... 이 계집은 어제 나한테 그런 일이 생겼는데도 거기에 대해선 한마디 말도 없다. 일부러 안꺼내는 건가?

"오빠. 어제 그건 좀 괜찮아요?"

...정말 귀신이 따로 없다. 가끔가다 보면 내 마음을 읽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글쎄.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생각중이야."

"어떻게 하고 싶은데요?"

"흠... 역시 박우리를 엿먹여야 겠지?"

현아랑 모텔을 들어갔으니 엿먹는게 당연하잖아? 나름 고심해서 말한 척 했지만, 처음부터 내 생각은 저거 하나였다.

"...그게 다에요?"

"응?"

"현아언니가 또 우리오빠랑 모텔을 갔는데... 그래도 언니 좋아해요? 나같으면 헤어질 텐데."

"......"

생각해보면 저게 정상이다.

자기 여친이 딴놈이랑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떡치러 들어갔는데 저걸 그냥 용서하는 남자가 호구지. 그럼 난 호구인 건가?

호구든 뭐든 지간에 일단 박우리는 엿좀 먹여야 겠다. 그리고 난 아직 현아를 버릴 생각이 없다.

"난 아직 현아 좋아하니까. 그렇게 간단히 못헤어지겠더라."

"...흐응."

"그래서 현아보다는 박우리가 더 미운 걸지도 모르지. 그래서 말인데..."

슬슬 본론으로 들어갈 차례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리고 그럴듯하게 말해야 한다.

"니가 좀 도와줄래? 저번에 박우리한테 붙어서 이것저것 좀 알아볼려고도 했었잖아. 그것도 할 겸 해서. 나한테 하는 것처럼 박우리한테도 해주면 아마 걔도 정신 못차릴 것 같은데. 어때?"

...잘 말했나? 

그러니까 내 계획은 이렇다.

정소연을 박우리한테 접근시켜서 가까운 사이로 만들면, 현아에 대한 이야기라던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등 여러가지를 알아낼 수 있다. 계획대로라면 내가 모르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겠지. 

그리고 박우리가 정소연이랑 몸을 섞기 시작하면 지금처럼 현아랑 만나는 것도 꺼려질꺼다. 나름 현아를 좋아한다고 나한테 지껄이던 녀석이 정소연이랑 떡치고 다니면 스스로 현아 얼굴을 볼 면목이 없어질꺼 아니야? 녀석은 그런 성격이니까.

박우리 역시 정소연한테 호감이 있으니까 이 계획은 분명 성공한다.

남자의 애간장을 녹이는 귀여움이랑 그 속에 숨겨진 색기를 가지고 있는게 정소연이니까. 박우리를 녹여서 한 번이라도 떡치기만 하면... 그때부터 박우리는 무너진다.

"오빠한테 하는 것 처럼요?"

"응. 넌 원래 귀여우니까 걔도 그냥 넘어갈꺼야."

정소연은 다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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