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기발랄 > 외전 - 박우리, 그리고 성현아 上 외전 - 박우리, 그리고 성현아 上
외전 - 박우리, 그리고 성현아 上
─퍼엉!
경쾌한 소리와 함께 터진 쓰레기 봉지가 바닥을 뒹군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쓰레기통과 빈 깡통들이 요란한 소리를 냈다.
"...씹... 이런 개같은..."
분을 이기지 못한 박우리가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방금 자신이 뛰어나온 모텔을 돌아보았다.
저 안에 성현아가 있다. 그리고 박을도 있다.
그 둘은 사귀는 사이라고 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술집에서 성현아가 털어놨었으니까.
"......"
모텔에서 시선을 거둔 박우리가 서러운 듯이 한 숨을 내쉰다.
박을이라는 남친이 있으면서, 그리고 그 남친이 침대 밑에 있으면서,
그러면서도 성현아는 자신을 끌어안으며 속삭였었다.
'지금... 해볼래? 딱 열 번만이야...'
성현아가 주겠다던 그 날의 기회,
그리고 삽입을 바라던 떨리는 목소리.
결코 착각할 리가 없는 진짜였다.
분명 성현아는 자신을 원하고 있었다.
박우리는 그러한 성현아의 몸짓과 신음을 통해
그 기회를 거머쥐었다고, 자신의 여자가 되었다고 확신했었다.
하지만...
몇 번의 섹스로 충분히 서로의 몸과 마음을 읽었을 터인데,
어째서인지 성현아는 태도를 바꾸고 돌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박우리의 심정은 마치,
챗바퀴를 도는 다람쥐가 된 기분이었다.
'...처음부터 그럴 작정이었어. 적당히 놀아주고 내다 버릴 생각이었겠지. 기회니 뭐니, 그런 건 애초에 없던 거였다... 그런 개같은 년한테 눈물까지 질질 짜면서 애원했던건가... 나란 새끼는...'
* *
성현아를 향한 박우리의 마음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 성현아를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박우리의 마음 속에는 항상 성현아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절친인 박을과 농담따먹기 식으로 성현아를 자위용으로 쓰기도 했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다.
가지지 못한 성현아의 모습을 상상으로나마 가질 수 있다는 만족감.
비뚫어진 욕망일 지라도 박우리는 그것으로나마 만족해야 했다.
......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박우리의 마음이 성현아에게 전달되는 일은 없었다.
성현아에게 남친이 있다는 것은 박우리 뿐만 아니라 반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렇게 졸업을 하고, 성현아와의 인연도 거기서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 그녀를 다시 만난 곳은 첫 번째 동창회였다.
긴가민가 하면서 참석했던 박우리였지만,
솔직히 성현아가 동창회에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저렇게 잘 나가는 애가 이런 조촐한 동창회를 기억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물론 박우리는 성현아와 제대로 말도 섞지 못했다.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을 뿐.
우연찮게 가까이 있게 됐을 때,
박우리를 알아보며 인사를 건네는 성현아의 말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
동창회가 끝났다.
아무 것도 한 것은 없다.
하지만 박우리는 실망하지 않았다.
내년의 동창회가 있으니까.
그 때에도 꼭 성현아가 나와주기를 일년 내내 기도했다.
......
두 번째 동창회가 열린 날,
박우리의 눈은 그 누구보다도 예민했다.
과연 왔을까,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박우리는
방긋 웃으며 친구들과 인사를 하는 성현아를 볼 수 있었다.
......
두 번째 동창회도 막을 내렸다.
이번에는 성과가 조금 있었다.
잘 하지도 못하는 술을 억지로 들이키며 2차와 3차까지 따라 간 끝에
성현아를 조금 더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신의 주량을 넘어선 무리한 페이스로 박우리가 오바이트를 하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다가와 그의 등을 두들겨 주기 시작했다.
...성현아였다.
"야 빡우리. 너 술도 별로 못하면서 왜 이렇게 달렸냐?"
"...술 못하는 건 어떻게 알고..."
"응? 너 저번 동창회때도 급하게 마셔대더니 얼마 못가서 뻗었잖아. 그거 보고 알았지. 히히."
......
의외였다.
성현아가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일년 전의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성현아의 모습에
박우리는 조금 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너... 아직도 남친이랑 사귀고 있어?"
"...왜? 작업걸게?"
"......"
"푸하핫! 아우 귀여워. 응, 사귀고 있어. 일단은."
일단은... 이라.
의미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지금 성현아 옆에는 남친이 있다는 소리다.
살짝 튀어나왔던 아주 작은 용기가 다시금 쏙 들어갔다.
"어? 어디가? 집에 가게?"
"...어. 토했더니 더이상 술 마시고 싶지가 않네. 애들한테 잘 좀 말해줘."
성현아를 뒤로 한 박우리가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뒤에서 하이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야아! 진짜 가는거야? ...다음에도 또 보는거다~?"
잠시 걸음을 멈춘 박우리가 그 자세로 슬쩍 손을 들어보였다.
그리고는 가던 길을 재촉했다.
"......"
얼마나 걸었을까.
다시금 걸음을 멈춘 박우리가 주위를 둘러본다.
이제서야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됐다.
'...현아도 날 기억해주고 있었어. 다음에 또 보자고 해줬다고...!'
남들이 보면 아무것도 아닐 그 작은 것에 박우리는 지금 정말로 기뻐하고 있었다.
좋다. 점점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깟 일년 쯤, 다시 기다리지 뭐.
...참으로 긍정적이고도 유감스러운 남자였다.
전화번호 물어봐서 연락이나 하고 지내자 하면 될 것을.
......
그렇게 또 시간은 흐르고 흘러,
세 번째 동창회가 다가왔다.
왠일인지 박을도 이번 동창회에 왔다.
지금까지 계속 나오라고 문자보내도 씹던 녀석이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그래도 절친이라 부를 만한 박을이 있어서 박우리는 조금 여유로워질 수 있었다.
성현아가 살짝 눈인사를 보내온다.
박우리도 넉넉한 미소로 그에 답했다.
......
그렇게나 기다려온 세 번째 동창회였지만,
내심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별다른 것은 없었다.
예전처럼 성현아는 이리저리 불려다니며 술잔을 부딪치는 인기인이었고,
박우리는 구석에 앉아 술과 안주를 쳐다보는 병풍이었다.
그나마 올해는 옆에 박을이 있어서 조금 나은 정도랄까.
뭘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이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조금씩 성현아를 알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할 뿐.
그 기회가 일 년에 한 번이라는 것이 좀 그렇지만.
아무튼 이번 동창회가 이렇게 지나가도 딱히 불만은 없을 박우리였다.
......
어찌어찌 3차까지 따라간 것이 박우리의 한계였다.
얼굴이 뻘개지다 못해 퍼래진 박우리를 보면서 성현아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얘 안되겠다. 집에 보내야 할 것 같은데?"
"......"
박우리는 대답하지 못했다.
입을 여는 순간 쏟아질 것 같아서.
딱한 중생을 보듯 쳐다보던 박을이 어디선가 비닐 하나를 주워와 박우리의 입에 가져다 댔다.
"나가자 임마."
그렇게 박을은 비닐이 닿자마자 쏟아지기 시작한 박우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
벽을 붙잡고 한참을 꺽꺽거리던 박우리가 잠잠해지자, 옆에서 담배를 태우던 박을이 입을 열었다.
"...다 했냐?"
"어... 고맙다."
"고맙긴 새끼야. 오버한다 싶더니 이럴 줄 알았다."
"...후우."
박을이 건네는 휴지를 받아 입을 슥 닦고 나자, 그제서야 정신이 조금 드는 것 같다.
하지만 더 이상 녀석들을 따라다니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나 아무래도 집에 가야겠다. 더 있어봐야 분위기만 깨겠네."
"가려고? 나도 같이 가자. 더 있을 맛이 안난다."
"왜? 애들도 오랜만에 볼텐데 좀 더 놀지 않고."
"...그냥. 보기 싫은게 하나 섞여 있다."
박우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박을이 이야기하는 '보기 싫은 것'이 성현아라는 것을 알 리가 없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최소한 들어가서 인사라도 해 임마. 우리 둘 다 갑자기 사라지면 글찮냐?"
"알았다. 가서 인사나 하고 올께."
그렇게 술집 안으로 들어간 박을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눌러 앉아서 놀고 있는 것 같다.
피식 하고 웃은 박우리가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박을과 성현아는 어느새 사귀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
내색은 하지 않았다.
술집에서 만난 성현아가 박을과 사귀는 사이라고 했을 때,
박우리는 아무 내색없이 그렇구나, 하고 넘겼다.
엉겨오는 성현아의 몸을 더듬으며 분위기를 탄 것도,
박을을 엿먹이기 위해 성현아와 떡치는 분위기를 연출할 때에도,
박우리의 마음은 무덤덤했다.
그것이 터진 것은 모텔에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성현아를 마음대로 하라는 박을의 말을 들었던 순간이다.
자신이 그렇게 가지려 애를 썼던, 아니 가지기를 희망했던 성현아인데
박을은 무슨 노예에게 벌을 주는 마냥 성현아를 굴리려 했다.
......
박을과의 이야기가 끝나고,
성현아를 마음대로 건드리겠다는 말까지 해버린 박우리는 더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그 날 새벽.
박우리는 성현아의 몸을 빼앗았다.
박을을 침대 아래에 두고.
진심이 통한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숨겨왔던 마음을 눈물에 담아,
그 고백을 성현아가 받아준 것이라 생각했다.
* * *
......
억울하다. 열받는다. 분하다.
지금까지 미련 곰탱이처럼 속썩이면서도
일 년을 하루같이 기다려왔던 자신이 이렇게 병신같을 수가 없다.
이대로 꼬리내린 개처럼 사라질 것인가?
아니, 그럴 수는 없다.
뭐가 됐든, 성현아와 다시 한번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깔끔하게 박을과 성현아의 사이를 인정하던,
다시 한번 어떻게 해 볼 생각을 하던,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근처의 모텔에 방을 잡았다.
그리고는 성현아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미 성현아의 연락처는 박우리의 폰에 저장되어 있다.
진작에 이랬으면 좋았을 것을.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깜박 잠이 들었던 박우리가 문자 수신음에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여기로 오겠다는 성현아의 메시지였다.
오겠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에도 박우리는 긴가민가했다.
무슨 배짱으로 모텔을 오겠다고 한 걸까.
박을이랑 같이 오는 건 아닌가.
......
성현아에게서 다시 문자가 왔다. 문 앞에 도착했다는 메시지다.
심호흡을 한 박우리는 굳은 얼굴로 모텔의 철문을 열었다.
정말로 성현아 혼자서 찾아왔다.
"......"
"......"
"...들어와."
성현아가 들어가고, 철문은 굳게 닫혀 잠금쇠가 걸렸다.
......
어색하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 지 모르겠다.
성현아를 왜 불렀더라? 뭘 하려고 했더라?
박우리의 머릿속이 어지럽게 돌아간다.
"...미안해."
성현아의 목소리다.
"...그렇게 나가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을이가 깨버렸으니까."
살짝 떨려오는 그 목소리에 박우리도 드디어 입을 열 수 있게 됐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이미 나랑 그렇게 해버리기로 한 시점에서 박을은 상관없는 사람이 된 거 아니야? 걔가 깼으면 깬 데로 우리 사이를 밝히면 되잖아."
"...우리 사이가 뭔데. 우린 아직 친구야. 그리고 난 ...박을의 여자친구야."
"그럼... 나랑 한 이유가 뭔데. 기회니 뭐니 그런 소리는 이제 안해도 돼. 나도 왠만큼 눈치는 있으니까. 그런거 다 떠나서, 나랑 한 이유가 뭔지나 들어보자."
"......"
"...정말 내가 생각한 대로, 그냥 가지고 논 거야? 아까 술자리에서 들었던... 남친 앞에두고 다른 남자랑 즐기는 플레이? 뭐 그런 거야?"
"......"
성현아는 대답이 없다.
그 침묵이 마치 긍정한다는 뜻 같아, 박우리는 점점 화가 났다.
"너도 뭔가 할 말이 있었으니까 이렇게 온 거 아니야. 뭐라도 좋으니 말 좀 해봐. 사람 답답하게 하지 말고!"
"...그거... 는."
살짝 고개를 돌린 성현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치마를 잡고 있는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거는... 아니야. 널 가지고 놀았다거나... 그런거 아니야."
"...그럼?"
"난 이미 그 플레이를 ...즐기고 있는 중이야. ...자의로든 타의로든... 후우. 아무튼, 너랑 한 거는 그 플레이도 아니고, 장난도 아니야."
"...그럼 뭐냐니까?"
고개를 돌렸던 성현아가 홱 하고 박우리를 쳐다본다.
"...너랑 하고 싶었으니까. 그거면 충분하잖아? 할 이유는."
"......"
"남자 여자가 모텔에 들어왔으면... 떡치는게 당연하잖아? 남친이니 무슨플레이니 그런거 다 떠나서 말이야. 그래서 너랑 한 거야. 하고 싶었으니까. 이제 됐어?"
"...어. 그러네. 니 말이 맞다."
그 말과 동시에 박우리의 손이 성현아의 손목을 휙 낚아챘다.
성현아의 커다란 눈망울이 놀란 듯 치켜 떠졌다.
"그럼 지금 우리도 섹스하는게 당연하네? 니가 남친이 있든 말든, 지금 여기에 있는건 너하고 나니까. 맞지?"
"......"
성현아의 대답을 들을 필요는 없다.
그 얼굴을 살필 필요도 없다.
성현아의 팔목을 잡아끌어 침대 위로 거칠게 집어던졌다.
침대로 내팽개쳐진 성현아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듯 흐린 표정으로 올려다 본다. 그 무방비하게 벌어진 다리 사이의 하얀 팬티가 박우리를 더욱 자극한다.
"...자, 말해 봐. 지금 나랑 하는게 맞지? 니 말대로잖아. 아니야?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 보던가!"
"악!"
성현아의 어깨를 짓누르며 침대로 쓰러뜨렸다.
형용할 수 없는 분노가 지금의 박우리를 움직이게 했다.
성현아의 다리를 벌려내고 그 사이에 몸을 갖다댄 박우리가 바지를 벗었다.
그리고 성현아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팬티를 끌어냈다.
"하아, 하아..."
침을 꿀꺽 삼키며 거친 숨결을 토해내는 성현아의 모습이 박우리를 더욱 흥분하게 만든다. 본능적으로 저항섞인 몸짓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뿌리치려는 모습도 아니다.
팬티를 벗겨내자마자 박우리의 기둥이 성현아의 질 속으로 깊숙하게 박혔다.
"아, 아파! 아프다구!!"
"...씨발, 이렇게 질척거리는데 뭐가 아파 미친년아!!"
그 말대로였다.
이미 애액으로 푹 적셔진 성현아의 보지는 박우리의 자지를 받아들이기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오히려 질벽을 조여대며 박우리를 압박하고 있었다.
"하윽, 하악! 아, 아흑!"
허리를 흔들던 박우리가 고개를 내려 성현아를 쳐다본다.
언제부터인지 성현아는 계속 박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달뜬 신음을 연달아 토해내면서도, 그 눈은 박우리를 향해 있다.
......
움직임이 멈췄다.
성현아의 눈빛때문이었을까, 그 눈빛이 너무나도 애처로웠던 걸까.
잔뜩 젖은 구멍을 쑤셔대던 박우리의 물건은 어느새 쪼그라들었다.
"...헉... 헉..."
"......"
박우리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정말로 하려던 건 아니었다. 그저 겁만 주려 했을 뿐.
남녀가 모텔에 오면 하는게 당연하다는 성현아의 말에
살짝 열이 받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한번 손대기 시작한 박우리는 멈출 수가 없었다.
침대에 팽개쳐지고 겁먹은 표정으로 우물거리는 성현아의 몸짓이
박우리의 성욕을 일으키고 말았다.
성현아는 그런 여자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남자의 본능을 사정없이 두들기는 여자.
자신은 아무 의미없는 몸짓과 말투라 할지라도,
그것을 보고 듣는 남자는 이미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내가 지금... 뭘 한거야..."
당혹감에 젖은 박우리의 말에 성현아가 슬쩍 몸을 빼며 중얼거린다.
"...뭐긴 뭐야. 나 따먹은 거지."
"......"
"그래서. ...어떡할 꺼야."
"...어?"
"...더 할꺼야, 말꺼야?"
"......"
성현아의 말은 마법이다.
쪼그라든 박우리를 커지게 만드는 마법.
그렇게 살아난 박우리는 마치 보답이라도 하려는 마냥,
푹 젖은 성현아의 속으로 다시금 머리를 들이밀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성현아도 박우리의 허리를 끌어당기며 몸을 바짝 밀착시켰다.
"하악, 좋아...! 조금 더... 깊게 넣어도 돼... 으응! 지금 그거 좋아...!"
성현아의 말에 따라,
조금 더 깊게, 조금 더 강하게 그 속으로 밀고 들어간다.
밀고 들어갈 때마다 터져나오는 성현아의 교성이 박우리를 더욱 춤추게 한다.
이 여자...
정말로 남자를 미치게 할 줄 아는 여자다.
조금 전의 분노따위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박우리가 떠올린 생각이었다.
* * *
"으읏! 하... 하악, 읏, 으응!"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점점 격렬하게 들려온다.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 엉덩이가 사정없이 떨리며 박우리의 아랫배에 부딪치고 있다.
박우리의 사정이 임박한 모양이었다.
"현아야, 어디에... 쌀까...?"
"아아! 아흑! 하아... 하앙!"
성현아는 박우리의 물음에 대답할 정신이 아니었다.
거침없이 밀고 들어오던 그의 물건이 더욱 거세졌으니 당연했다.
박우리에게 뒤를 내어주고 엎드린 순간부터 성현아가 할 수 있는 건 신음을 내지르는 것 밖에 없었다.
이 둘은 지금 세 번째로 쳐대는 중이다.
처음과 그 다음은 밖에다 쌌다. 성현아의 부탁이었다.
치마와 상의에 진득하게 정액을 터트려 놓았던 박우리였지만,
그는 매 사정의 순간마다 성현아에게 계속해서 물어왔다.
"나 이제... 더 못 견뎌. 어디에 싸...?"
"아! 아앙! 아, 아!!"
"아...? 안에다? 안에 싼다?"
정신없이 박우리의 자지를 받아내던 성현아가 결국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아... 안에, 앗, 아! 싸... 싸줘!"
"...크읍!!"
성현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우리는 이미 그 안으로 잔뜩 분출하고 있었다.
탄력적인 엉덩이에 허리를 쩌억 갖다붙힌 채로 부들부들 떨다가,
다시 한번 퍽 소리가 나도록 밀착시켜 꾸역꾸역 쑤셔 넣는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도 모조리 털어내려는 듯,
박우리의 허리운동은 사정이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이어졌다.
허리를 치켜올려 박우리의 좆물을 전부다 받아낸 성현아가
자신의 몸 위로 허물어지는 박우리와 함께 침대로 엎어졌다.
"하아... 하아... 하..."
"후우... 현아야..."
"...어... 응...?"
"어때...? 쓸만해?"
"...푸훕."
귓가에 들려오는 박우리의 속삭임이 간지러운 듯, 성현아가 웃음을 터트린다.
"...응. 맘에 들어. 너랑 하는거..."
"박을보다 더...?"
"......"
숨을 골라내던 성현아는 잠시 후,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니가 더 잘해..."
"그럼... 이제 우리 사귀는 거야?"
"...아직도 포기 안했어?"
"포기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너같은 애를."
"나같은 애가 뭐야...? 아우 진짜. 풉."
또다시 웃음보를 터트린 성현아는,
곧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나... 박을이랑 사귀잖아. ...니가 아무리 날 좋아해도, 내가 널 좋아해도... 그런 문제가 아니야. 난 지금은 박을 여친이니까..."
"...어?"
"...역시 이런 거 이상하지...? 근데도 너랑 하는 건 좋아... ...걔도 아마 좋아할 꺼야..."
"...걔? 박을 말이야?"
"......"
고개를 돌린 성현아가 침대 시트에 얼굴을 묻는다.
그리고는 얼굴을 부비적거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야."
"응?"
불러놓고는 아무런 말이 없다.
잠시 대답을 기다려 보다가, 허리를 조금 들썩여 성현아의 엉덩이를 눌러보다가,
또 서버려서 넣을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 성현아의 말이 들려왔다.
"...나 좀 도와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