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기발랄 12
힘없이 주저앉아 있는 정소연을 가볍게 들어안았다.
딱 보기에도 쪼그만 녀석이라 무리없이 내 품으로 안아들 수 있다.
조금 전 성현아를 안아 침대로 옮길 때와는 대조적이다. 물론 성현아는 축 쳐져있어서 무거운 거였지만.
"이거... 공주님 안기?"
"공주를 안아야 공주님 안기지."
"...칫."
침대에 정소연을 내려놓았다.
웅크린 고양이마냥 바들바들 떨고 있는 정소연이 나를 올려다 보고 있다.
마치... 남친이랑 처음으로 모텔이란 곳에 와본 처녀의 모습?
"...너 아다 아니지?"
"에...? 아니에요. 아까 봤잖아요?"
"어... 그렇긴 한데."
그러고 보니 술집에서 한번 넣었었지.
확실히 봤었다. 핑크빛이 묻어있는 상당히 예쁜 모양이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남자를 안받은 모양새도 아니었다. 뭐 자기말로는 오빠들이랑 놀다가 돌려지기도 했다고 하니 분명 경험이야 있겠지만... 아까의 펠라치오도 그렇고 왠지 모든게 서툴러 보이는 행동거지다. 말만 그럴싸하게 잘 할 뿐이지.
......
슬쩍 드러나 있는 배에 손을 대 보았다.
성현아같이 군더더기 없는 매끈한 복부는 아니지만, 그 나이에 걸맞는 탄력과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다. 말랑말랑한 것이 왠지 찹쌀떡이 생각난다.
"윽... 하지마요... 배나온거 다 들켰네..."
뱃살을 이리저리 만지며 죽죽 땡기고 있으려니 정소연이 팔을 뻗으며 심통을 부린다. 뭐 이정도 가지고 배나왔다고 하냐? 내가 보기엔 딱 알맞게 보이는데.
배를 어루만지던 손을 올려 정소연의 티 속으로 밀어넣었다.
레이스 재질이 느껴지는 브래지어가 손 끝에 닿는다. 다른 한 손으로 정소연의 뒷머리를 받쳐 약간 등을 들어올리게 하고는, 티 속으로 들어간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 브래지어를 끌러냈다.
정소연은 조금 놀란 모양이다.
"오빠... 되게 잘 벗긴다... 내 남친은 이거 하나 풀러낼려고 씨름을 하는데..."
"그래?"
대충 대답을 던지고 풀러낸 브래지어를 침대 아래로 떨궜다. 정소연의 가슴 모양새나 잠깐 본 브래지어의 모양으로 보아 꽉찬 C컵정도는 되는 것 같다.
정소연의 머리로 가 있던 손을 회수해 티를 밀어올렸다.
가슴 위로 티를 걷어내자, 잘 여문 젖가슴이 출렁 하고 튀어나온다. 유두가 빨딱 서 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마 정소연이라면 나랑 같이있는 내내 꼭지가 서 있지 않았을까?
"...왜 웃어요. 뭐가 웃긴데요?"
심통난 정소연의 표정마저도 귀여워서 견딜수가 없다.
아, 정말로 귀엽다. 아마 지금의 내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면 코에서 김이 푹푹 나오면서 흥분하고 있지 않을까?
더이상 참았다가는 고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압박감까지 들었을 무렵,
내 주둥이는 이미 정소연의 젖통을 물고 정신없이 빨아대고 있었다.
입 안 가득히 느껴지는 말랑말랑한 감촉이 마쉬멜로우를 머금은 것 같다.
오돌토돌한 꼭지를 살짝살짝 깨물때마다 온 몸을 움찔거리는 정소연의 반응도 아주 좋다. 앓는 소리를 내면서 끙끙대는 그 모습이 나를 더욱 자극시킨다.
"하... 오빠... 그만... 그만..."
......
말로는 그만하라고 하는데,
어째 두 팔이 내 머리를 휘어감고 놔줄 생각을 않는 것 같다.
머리를 좀 더 위로 올려 정소연의 눈높이와 맞추자, 당황한 모양인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본다.
"...흡..."
무방비한 정소연이 나쁜거다.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면 키스할 수 밖에 없잖아?
정소연의 혀를 탐하기 시작한지 꽤 지나서야 정소연도 드디어 혀를 움직이게 됐다. 그 바들바들 떨려오는 느낌은... 키스도 별로 안해본 건 아니겠지 설마.
사까시를 할 때도 느꼈던 거지만, 정말 부드럽다. 그냥 녹아내릴 것 같다.
저 말랑말랑하게 움직이는게 정말 혀인가? 살짝 깨물어 보고 싶은 충동까지 느꼈다.
"후아... 후... 하아..."
입술을 떼고 나서 본 정소연의 얼굴은... 그야말로 새빨갛다.
가쁘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그 눈동자는 멍하게 멈춰있어 아직 키스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것 같다. 타액에 젖어 번들거리는 정소연의 입술이 묘하게 색기가 흐른다. 원래 이런 분위기를 내는 애가 아닌데.
침을 한번 삼켜 넘긴 후, 몸을 일으켜 정소연의 아래로 갔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는 꽉 쪼이는 핫팬츠가 정소연의 골반에 걸쳐 있다. 팬츠가 조금만 더 얇았으면 도끼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을 꺼다.
...그나저나 참 벗기기 힘들게 생겼다. 술집에서처럼 알아서 벗어주면 좋으련만.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린 다음, 팬티까지 잡아 아래로 끌어내렸다. 역시 예상대로 드럽게 안벗겨진다. 그렇다고 확 내리자니 아파할 것 같아서 조심스레 움직일 수 밖에 없다.
그때까지도 멍하게 누워 있던 정소연이 내가 끙끙거리는 것을 보고는 살짝 허리를 들어올린다. 덕분에 벗기는 것이 조금 더 수월해 졌다. 진작에 좀 이럴 것이지.
다리 사이에 밀착되어 있던 조그만 팬티가 팬츠와 같이 딸려가면서 끈적한 애액이 주욱 하고 묻어나왔다. 정소연의 다리 사이는 무슨 홍수가 난 것처럼 질척하게 젖어있다. 팬티는 말 할 것도 없다.
"......"
두 팔로 가슴께를 가린 정소연이 옆으로 고개를 돌린다.
무릎을 세운 다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보인다. 하자고 난리를 칠 때는 언제고, 지금은 왜 저렇게 바들바들 떨고 있는지 당최 이해가 안간다. 처음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흐르는 물을 핥아내려 머리를 들이대자, 순간 두 무릎을 탁 하고 닫은 정소연이 내 머리를 잡으며 소리쳤다.
"...아! 오빠... 저, 그건..."
"...어? 왜?"
"아... 나 그거... 정말 못참아요... 다른건 몰라도 그건 진짜 ...부끄러워서 죽고싶을 정도로 못참겠어요... 그, 그냥 넣어주면 안돼요? 오빠 껴안고 싶어요..."
"......"
본인이 저렇게나 거부하는데 그걸 또 무시하고 빨아먹기도 뭐하다. 질질 싼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흥건한 속살을 핥아먹지 못한다는게 좀 아쉽긴 하지만, 뭐 나중에 또 기회가 있겠지?
정소연의 다리를 옆으로 밀어내고 그 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물건의 끝을 잡아 흠뻑 젖어있는 꽃잎을 툭툭 건드리자, 그것만으로도 정소연의 골반이 꿈틀거린다. 귀두 부분을 살짝 집어넣어 걸쳐놓고는, 정소연의 허리를 잡아 쥐며 조금씩 내쪽으로 끌어당겼다.
"우... 으웃...!!"
......
술집에서 잠깐 넣을땐 조금 뻑뻑한 감이 있어서 뒤로 빠졌다가 넣기를 반복해야 했는데, 지금은 아주그냥 질질 싸고있다 보니까 한번에 쑤욱 밀어넣을 수 있었다.
넣는 와중에 느껴지는 좁은 질벽의 감촉은... 아까는 느끼지 못한 엄청난 자극으로 돌아온다. 진짜 쪽팔리게도 넣다가 쌀 뻔했다.
"...후우..."
끝까지 밀어넣은 후, 나도 모르게 정소연의 몸 위로 무너졌다. 말랑말랑한 가슴이 내 몸에 꾸욱 하고 밀리는 그 감촉이 나를 다시 되살아나게 한다.
"학... ...오빠..."
위로 쓰러진 나를 꼭 껴안은 정소연이 눈물을 짓는다.
내 귓가에 퍼지는 달콤한 목소리가 머릿속을 마구잡이로 헤집는 기분이다.
"을이오빠... 나 정말... 예전부터 쭈욱... 오빠랑 이러고 싶었어요... 흑, 오빠가 날 안아주기를... 계속 기다려 왔어요..."
"...나도 너랑, 후우. 하고 싶었어..."
허리만 조금씩 꿈틀거리며 정소연의 질 속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내 움직임에 맞춰 정소연도 허리를 움찔거리며 조금이라도 더 깊이 들어올 수 있도록 박자를 맞추고 있다. 워낙에 물을 흘려대다 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찔꺽거리는 소리가 귓 속을 후벼 판다.
내 등을 부둥켜 안으며 숨을 헐떡이는 정소연의 얼굴...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여자애였던가.
그저 술집에서 만난 하룻밤같은 사이일텐데, 어째서 이 꼬맹이는 이렇게 매달려 눈물짓고 있을까? 애틋한 감정까지 느껴지는 정소연의 얼굴에 나 역시 가슴 뭉클해지는 무언가를 느끼기 시작했다.
"...하윽! ...학! 흑, 하으...! 아응...!!"
철퍽거리는 소리와 살과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운다. 그 귀를 어지럽히는 음란한 소리는 나와 정소연의 움직임을 더욱 격렬하게 만드는 윤활제가 된다.
정소연의 두 팔을 바닥에 고정시키고 있는 힘을 다해서 허리를 쳐대기 시작했다. 정소연은 몸집이 쪼끄만해서 이렇게 쎄게 나가면 부서져 버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지만, 내 욕망은 정소연을 쉬게 내버려두질 않으려는 것 같다.
마음대로 나를 만질 수 없게 된 정소연이 싫은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교성을 터트리고 있다. 여자들은 강간에 대한 판타지가 있다던데, 정소연도 지금 그런 비슷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걸까? 두 팔을 붙잡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뚫리는 그 느낌은... 과연 어떨까?
"아, 아흑...!! 오빠, 좋아요...! 하윽! 좋아...!!"
어찌나 쎄게 부딪쳐댔던지, 찔꺽이는 둘의 결합부위에서 물이 퍽퍽 튀기며 내 아랫배를 적시고 있다. 또래 애들보다도 조금은 더 클 것같은 저 가슴이 사정없이 출렁거리며 격한 움직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소연아, 일어나..."
"...네, 네!..."
정소연이 일어나자마자 그 잘록한 허리를 껴안으며 아랫도리에 잔뜩 힘을 줬다. 아래에서 쳐올리는 그 움직임에 정소연의 몸이 통째로 들썩거린다.
"─흐윽!!!"
뭔가 닿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 굉장히 깊게 들어갔을 꺼다.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며 뒤로 축 쳐진 정소연이 경련을 일으키며 부들부들 떨고 있다. 설마 이걸로 가버린 건가?
"......으... 어으..."
뒤로 자빠지려는 정소연을 끌어안아 내 품으로 잡아당겼다.
정소연의 부드러운 가슴이 내 가슴이 꾸욱 짓눌려진다.
이 감촉, 정말 중독될 것 같다.
한 손을 허리로 보내고 나머지 한 손으로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아랫도리를 꿈틀거리며 정소연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읏! 흣... 으! 으읏!! 깊... 너무 깊어요...!"
정소연의 질벽이 나를 더욱 강하게 조여온다.
안그래도 위험한 찰나인데 이렇게 물고 늘어지니 버틸 수가 없다.
"안에다... 싸도 된다고 했지...?"
"흐윽!! 네...! 안에 싸줘!! 잔뜩 싸줘요...!!"
......
골반을 타고 허리로 흐르는 자극이 쾌감으로 변해간다.
그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은 찌릿찌릿한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쾌락과 동시에,
끝을 아쉬워 하는 여운으로 짙게 변한다.
......
정소연의 질 속을 정액으로 가득 메워버렸다.
허리를 쳐올리며 분출했던지라 내 힘을 못견딘 정소연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엉덩이를 위로 쭉 뻗은 자세로 바닥에 엎어져서 쩍 벌어진 속살이 한 눈에 보인다.
주르륵.
꿈틀대는 보지속에서 허여멀건한 좆물이 쭈우욱 떨어져 내리고 있다.
땀에 흠뻑 젖어 번들거리는 정소연의 육체가 마치 김이 날 것처럼 열기에 휩쌓여 있다.
그것을 홀린듯이 바라보던 나는 다시금 몸을 일으켜 정소연의 뒤에 다가가 섰다.
"...에... 오빠 잠깐만... 아윽!!"
힘겹게 일어나려던 정소연이 내 몸을 견디지 못하고 침대 위로 엎어졌다. 이불을 잔뜩 말아쥔 채 신음소리를 떨어내기 바쁜 스무 살의 계집이라... 정말 오래간만에 먹어보는 보양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년을 한 번만 먹는다는 건 역시 너무 인정이 없잖아?
* * *
결국 정소연은 기절했다.
세 번째 섹스를 하던 도중이었다. 맘대로 허리가 뒤틀리며 움찔거리던 정소연은 그대로 내 품으로 무너지며 정신을 잃었다.
솔직히 아직 반도 못채웠다.
정소연같은 귀요미라면... 적어도 두세번은 더 쳐대야 욕구가 풀릴텐데.
"...후우..."
담배를 꼬나물고 불을 붙혔다.
뭔가 하다가 만 느낌이라 찝찝하긴 하지만, 일단은 처음이니까 여기까지만 하자.
그리고 너무 시간을 오래 끌었다간...
옆 방에 가야 할 시간을 놓칠 수도 있으니까.
그나저나, 정소연도 정말 맛좋은 계집이다.
어쩌면 성현아와 비슷할 지도 모를 쫀득쫀득한 맛이 있다.
성현아는 아주 익숙한 듯이 몸을 놀리지만,
정소연은 풋풋한 맛이 있어 골라먹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이런 덜 여문 풋사과 주제에 그렇게 따먹어달라고 매달렸던 건가?
난 또 무슨 엄청난 테크닉이나 그런게 있는 줄 알았다.
"...우웅..."
정소연의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슬슬 정신이 드나보지?
담배를 끄고 정소연의 옆으로 가서 누웠다. 스르르 눈을 뜬 정소연은 눈을 뜨자마자 보인 얼굴이 나라서 그런지, 기운없는 얼굴로 베시시 웃는 모양을 만들어 냈다.
"을이오빠..."
"응. 많이 힘들었어?"
"...아뇨. 그냥... 너무 좋았어요. 정말 너무 좋았어..."
"뭐가 그렇게 좋았는데?"
"오빠랑 한다는게 좋죠... 그럼 또 뭐가 좋아요...?"
"나랑 하는게 좋은거야?"
"네. 오빠가 내 안에 들어왔다는게, 그게 너무 좋아요..."
......
이건... 흠.
뭔가 원나잇이나 즐기는 사이에서 나올만한 대사가 아닌 것 같다.
짝사랑하던 누군가와 드디어 섹스를 하게 됐을 때, 그럴때나 눈물 지으면서 나올 말 아닌가? 엄연히 나랑 정소연은 술집에서 눈맞아가지고 떡친 사인데 말이다.
"저... 오빠."
"응?"
"계속... 같이 있어주세요."
"응??"
"내일도, 모레도... 계속 제 옆에 있어주세요... 네...?"
......
혹시 정소연이 남친있다는 말은 거짓말 아닌가?
아니, 있었을 지도 모르지. 근데 뭐 어제나 그제 헤어져가지고,
그걸 풀어내려고 이렇게 아무 남자나 잡고 애인놀이 하는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눈으로 나를 바라볼 리가...
"...그러자. 계속 같이 있자."
뭐, 오늘 보고 헤어질 사이도 아니고...
당분간은 죽 불러내서 먹어야 할 테니 대답해줘도 상관없겠지?
간만에 먹어보는 성현아 이외의 계집이라 그런지 정말 맘에 들거든.
물론 성현아는 무척이나 맛이 좋은 애지만, 그렇다고 한달 넘게 걔하고만 하다 보면 은근히 다른 여자가 생각날 때도 있는 법이다. 편식하면 몸에 안좋다.
내 대답이 정말로 맘에 든 것인지, 정소연은 또 어느새 눈물을 짓고 있다.
"오빠... 나 궁금한거 있어요."
"내 자지가 몇 cm라거나?"
"...그건... 얼마라도 상관 없는데."
"......"
"어, 음... 현아언니 말인데요..."
"...뭐?"
정소연의 입에서 성현아의 이름이 나오자, 나도 모르게 반응을 해버렸다.
"오빠는... 정말로 현아언니 좋아해요...?"
......
뭘까.
무슨 의미로 물어보는 걸까.
그저 밝히기만 하는 야한 계집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혹시 얘도 나를 보면서 뭔가 생각하고 있었나?
...성현아를 박우리의 옆으로 옮기는 것도 정소연은 보고 있었지.
설마, 그걸 약점으로 잡고 뭔가 노릴 셈인가?
"오빠는요... 언니를 정말로 여자친구로 생각하고 있어요?"
재차 물어보는 정소연의 물음에 나는 더이상의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당연하지 임마. 그럼 현아가 내 여친이 아니고 뭐겠어?"
"......"
정소연이 입을 다문다.
무슨 말이 나올까, 내 심장은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흥분에 휩쌓여 있다.
뭘까. 무슨 말이 하고싶은 거냐.
"...나랑 사귀면 안돼요? 언니랑 헤어지고..."
......
............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다.
그러고보니 이런 질문이 나오는게 가장 자연스럽잖아?
나야 하룻밤 사이로 떡친거라고는 하지만, 정소연 입장에서는 제대로 삘이 꽂혀서 나를 소유하고 싶어할 지도 모르지. 그래서 여친인 성현아와 헤어지고 자신과 사귀자고 하는 거다.
아까의 정소연이 했던 의미불명의 말도 그렇고.
지금의 말과 종합하면 얼추 맞아떨어진다.
얘는 단순히 나랑 하고싶었던게 아니라
나를 진짜로 좋아하는 모양이군.
조금은 안심했다.
내가 생각했던 질문이라면, '성현아를 박우리와 같이 눕힌 이유가 뭐냐' 라던가
'여자친구를 어떻게 그런식으로 방치하냐, 미친거 아니냐' 같은 질책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다음부터는 계획을 실행할 때 정소연의 눈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멍청한 계집처럼 보여도 그 속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지는 나도 모르는 일이니까.
일단은 정소연의 고백에 대답을 해보자.
"...알고 있겠지만 지금 난 현아랑 사귀는 중이야. 너랑 마음이 통해서 이렇게 안았지만... 너도 마찬가지로 남친이 있잖아? 우리는 복잡한 관계보다 그냥 편하게 지내는 친구로 남는게 더 낫지 않을까?"
"나... 헤어질께요. 남친이랑 헤어질께요."
......
생각보다 심각하네 이거.
뭐라고 둘러대지?
만약 여기서 잘못 거절했다가는 성현아한테 달려가서 자기랑 잤다고 폭로할 지도 모른다.
...딱히 까발려도 큰 문제는 아니긴 하다.
성현아는 박우리랑도 한번 섹스한 적이 있고,
내 폰에는 박우리를 잡고 흔드는 영상도 있다.
하지만 정소연이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골치아파지는데...
"...농담이에요. 오빠랑 떡친게 너무 좋아서 머리가 어떻게 됐나봐요. 히히."
"......"
"내 남친은 쑥맥에 바보라서 이렇게 잘 못하거든요. 그냥 지 혼자 한번 싸고 그걸로 끝이에요. 그것도 최근 들어서 그렇게 발전한 거지, 예전에는 아예 나 건들지도 못했었어요. 바보같죠?"
"...어. 바보네. 너처럼 맛있는 애를 안건드리고..."
"...히히. 이렇게 맛있는 애가 오빠 좋다잖아요."
"나도 너 좋아."
......
십 년 감수했다.
그럭저럭 위기는 넘긴 건가?
이런저런 장난도 치고 농담도 건네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이 방에 건너온지 두어시간이 지났다.
조금 늦은 감도 있는 것 같지만...
슬슬 다시 저쪽 방으로 건너가야 할 때다.
근데 이 계집애, 왜 안자고 이렇게 버티고 있는거냐.
그냥 잠깐 다녀온다고 하고 슬쩍 빠져나갈까?
"소연아, 오빠 잠깐 저쪽방 좀 갔다올께."
"...웅? 왜요?"
"아... 뭣 좀 놔두고 온 것 같아서."
"흐응..."
"...졸리면 먼저 자고 있어. 알았지?"
그렇게 나는 정소연의 대답도 듣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충 옷을 주워입다가 힐끔 쳐다보니, 정소연은 뭔지모를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괜히 뭔가 찔린다.
"갔다올께. 먼저 자."
정소연을 뒤로 하고 방 문을 열었다.
신발을 신을까 하다가 어차피 바로 옆방인데 뭐, 하는 생각과 함께 바깥문의 잠금쇠를 풀었다.
끼익.
철문이 조용히 열리며 은은한 불빛의 복도가 눈에 들어온다.
살짝 문을 닫아두고, 조심스레 옆 방의 철문을 잡았다.
아니, 잡으려고 했다.
"...이제 끝났냐?"
......
이건...
박우리의 목소리 아닌가?
그럴리가 없을텐데.
박우리는 지금쯤 이 방 안에서 성현아와 뒤엉켜 있어야 하는데?
"잠깐 얘기좀 하자."
다시금 들려온 그 목소리가 내 머리를 뒤로 향하게 한다.
복도의 내벽에 등을 기대고 있는 박우리가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