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41)

색기발랄 6 

......

어쩌다 보니 모텔에 같이 누웠고, 꼴리는대로 몇 번이나 몸을 섞었고,

그것을 계기로 사귀자고 말하던 그 날의 성현아.

박우리는 그 날의 성현아와 같이 있던게 내가 아니라 자신이었으면 하고 바랬다.

녀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그 눈에 비친 나라는 존재는 참으로 싫을 수 밖에 없다.

언제부터 였는지는 몰라도 성현아에 대한 마음을 키워오던 박우리가

돌연 나타난 나라는 녀석에게 성현아를 빼앗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귀게 된 이유가 납득할 만한 수준도 아니다.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 성현아를 내키는대로 따먹어버린 나를,

그리고 그 끈적한 분위기에 휩쓸려 사귀자고 고백한 성현아를,

박우리는 납득하지 않았다.

그래서 성현아는 그 기회를 박우리에게도 주겠다고 말했다.

박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그 날의 기회'를.

그리고 박우리는,

자신에게 허락된 '그 날의 기회'를 잡아, 그야말로 최선의 최선을 다해서,

성현아의 몸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하... 아읏... 응...! 아흑...!!"

"...후우... 현아야... 후..."

"응! 우리야... 흐읏... 하악...!!"

"다리 좀... 응... 그렇게, 허리도..."

"으응, 어, 이렇게...? 조금 더 벌릴까...?"

"아니야, 이제 조금... 쎄게 간다...?"

─쩌억, 쯔억, 쩍, 쩍!

서로의 살결이 쩍쩍 부딪치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방 안을 울린다.

성현아의 질 속에서 흘러나오던 애액이 박우리의 기둥을 끈적하게 적시고

도로 밀려 들어가는가 싶으면 다시금 스멀스멀 흘러나와 아래로 흐른다.

...이미 저 둘에게 아래에 누워있는 나란 존재는 지워진 것 같다.

나를 신경썼다면 아마 저렇게 정신없이 쳐대진 못하겠지.

"아, 아! 아앗... 읏!! 윽!!"

......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박우리와 섹스하고 있는 성현아의 신음소리는,

단순한 쾌락의 표현이 아니다.

근 한달동안 매일같이 우리집에 찾아왔던 성현아인데, 

내가 저 계집의 신음소리를 모를까? 

지금까지 내가 들어온 성현아는

기분 내키는대로 쑤셔대던 나를 견뎌내려고 베개까지 물어 뜯으면서,

그러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나 이런거 좋아해' 라고 하던 계집이었다.

하지만 지금 박우리를 받아내고 있는 성현아의 소리는

그야말로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박우리가 보듬어주는 대로, 그리고 움직여 주는 대로, 물 흐르듯 섞여나간다.

그러면서도 성현아 역시 박우리를 감싸안으며 조금 더 만져주기를,

그리고 조금 더 안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보이진 않아도 소리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 정도로 지금의 성현아는 즐거워하고 있다.

...박우리에게 안겨서.

* * *

......찔꺽....  ...찔꺽.... 찔꺽...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성현아와 박우리는 지금도 쳐대고 있다.

도중에 박우리가 싸고 싶다는 말을 하면 성현아는 숨을 몰아쉬면서 밖에다 싸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말이 지금까지 세 번 나왔다.

그러니까 저 둘은 지금 네 번째로 떡치고 있는 중이다.

이상한 건, 박우리와 만나기 전에 성현아와 둘이서 모텔에 들어갔을 때에는 난 성현아의 안에다가 전부 다 싸버렸다는 거다. 뭐 오늘 괜찮은 날이니까 안에다 싸달라고 말하기도 했고. 아무튼 구멍 뚫린 곳은 전부 다 쑤셔넣고 싸재꼈다.

근데 지금 박우리와 떡치고 있는 성현아는 매번 밖에다 싸달라고 하고 있다. 

그 박우리가 성현아를 깔아뭉개고 억지로 안에다 쌀 리는 없기는 한데, 사실 안에다 받아도 상관없잖아? 왜 내꺼는 안에다 받아주고 박우리는 밖에다 싸라고 하는지, 잘 이해가 안된다. 

설마 저 성현아가 최소한의 선으로 안에다 싸는것 만큼은 허락 못해! 라고 할 리는 없는데.

여기까지 봤으면 당신은 '너 이새끼 뭐하는 병신이길래 바닥에 누워서 해설하고 자빠졌냐'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는데, 사실 그 말이 맞다. 뭐 이런거 저런거 다 떠나서 일단은 성현아 남친이니까, 정상인이라면 남친을 아래 두고 딴 놈이랑 씹질을 하고 있는 저 미친년을 몽둥이로 패야겠지.

근데 알고 있다시피 원래대로라면 저 둘이 쳐대기 바쁠 때 불키고 일어나서 '안됐네요, 구라였습니다!' 라고 외치는게 내 역할이었다. 원래 성현아 엿먹이려고 꾸민 계획이었으니까.

근데 지금은 그 짓거리를 못하게 됐다. 

일단 계획을 거들어야 할 박우리가 지금 진심으로 성현아를 따먹고 있으니 내가 불키고 일어나봐야 동조하지 않을 것은 뻔할 뻔자다. 녀석은 '하고 싶은대로 성현아 건드리라며?' 라는 말로 알리바이를 댈 수도 있다.

그럼 남은건 성현아를 족쳐야 하는 건데, 뭐 또 알고 있겠지만 내가 성현아랑 사귀게 된게 그냥 떡치고 보니까 배 밑에 깔려있던게 성현아라서 이렇게 된 거지, 연애감정따위 요만큼도 없었잖아? 

그래서 그냥저냥 이렇게 누워 있는거다.

뭐 나중에라도 '사실 난 너 별로 안좋아해' 라는 말로 차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지 발로 꼬박꼬박 찾아와서 다리벌려주는 쫀득쫀득한 년을 버리기엔 좀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고. 속궁합만 좋은게 아니라 일단 기본 외모나 스타일부터 먹어주고 들어가는 타입이라 데리고 있어도 별 상관은 없겠지 싶었다.

그게 지금까지 성현아를 데리고 있던 내 심정이었다.

가끔씩 귀엽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저런 얼굴도 지을 줄 아는구나 하면서 놀라기도 했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근데 여자라는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바뀌어도 이상할 것 없는 동물이니까, 가끔씩 그렇게 비치는 성현아의 모습에도 크게 반응하진 않았다. 그저 '뭐 저런 모습 보일 때도 있네' 하면서 무덤덤하게 지나치려 했다.

저렇게 생각하는게 정상이고, 저걸 정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가

지금까지의 나와 성현아의 관계였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왔다.

지금도 내 옆의 삐걱거리는 침대 위에선

밤을 새도 모자를 것처럼 성현아를 따고 있는 박우리와

그런 박우리의 자지를 물고 놔주질 않는 성현아가 끈적이게 뒹굴대고 있다.

내 옆에 있어왔지만 내 여친이라고는 별로 생각해본 적 없는 성현아가

지금 박우리한테 다리를 벌리고 있는대로 뚫리고 있다.

......

참 이상하다.

그런 생각을 품으며 성현아를 대해왔던 나인데

어째서 기분이 점점 드러워지는 걸까?

추측컨대, 내 여자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내꺼였잖아?

그게 지금 다른 남자한테 뚫리고 있으니 기분이 드러운게 아닐까?

주로 애용하던 섹파가 어느날 보니까 딴 놈이랑 붙어먹고 있는걸 봤을때의 기분,

뭐 그런 비슷한 걸지도 모르겠다.

근데 그보다 더 이상한 건,

저렇게 박우리랑 떡치고 있는 성현아가, 아찔한 듯이 터트리는 그 신음소리가,

나를 흥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야동같은거 볼 때의 흥분이 아니라, 정말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찌릿한 그런 흥분.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왜인지 모르겠다. 

꼴리긴 하는데 기분은 드럽고,

또 기분이 드러우면서도 꼴린다.

혹시 나야말로 정말 답도 없는 변태새끼인건 아닌가?

".......현아야...."

"......읏, 잠깐만..... 이번에는 입에다가 싸줘......"

"....입에다가?"

"응... 니꺼 받아먹고 싶어..."

박우리가 또 쌀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잠시 후, 성현아의 콜록거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밤꽃냄새가 또 한번 코를 찔렀다.

"으... 미안. 역시 못 삼키겠어..."

"괜찮아. 그러게 왜 무리를 했어... 입으로 안해줘도 괜찮았는데..."

"응? 네 번째는 입으로 받아야 할 차례였거든."

"...어?"

"아... 나 을이하고 맨 처음 할때 말이야. 세 번째 까지는 콘돔끼고 해서 괜찮았는데 네 번째는 얘가 콘돔도 없이 그냥 집어넣더라? 안에다 쌀려고 하길래 안된다고 했더니 결국 입에다 싸더라고. 그러니까 우리 니꺼도 네 번째는 입으로 받아줘야지."

"......"

"우웅... 말이 없네. 자?"

"...왜 걔랑 한 거를 나한테도 똑같이 하고 있어? 지금 현아 너랑 하고 있던거 박을이 아니고 나잖아?"

"응? 맞아. 나 지금까지 우리 너랑 떡친건데?"

"근데 이게 무슨..."

"...나야말로 무슨 소리 하는건지 모르겠네. '그 날의 기회'를 똑같이 달라고 한 건 너잖아? 그래서 난 을이랑 떡쳤던거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건데... 뭐 잘못됐어?"

......

잠깐. 지금 이게 무슨 소리야?

성현아는 박우리랑 섹스하는걸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그저 내가 했던거랑 똑같이 움직여 줬을 뿐이라고?

아니 그보다,

저 계집애, 한달 전에 나랑 했던 섹스를 일일이 다 기억하고 있어?

박우리가 아무 소리도 안하고 있는거 보니까 

지금 저 녀석도 나랑 똑같이 당황하고 있는 것 같다.

"...박우리야. 내가 지금까지 잘못 이해하고 있었어? 을이가 그랬던 것처럼 너도 술먹고 모텔에서 얼떨결에 나 따먹을 수 있는 그런 기회 바란거 아니었어? 왜 이제와서 정색하는 건지 모르겠네. ...혹시 나 별로였나? 을이는 나랑 할 때마다 존나 맛있다고 칭찬해줬는데..."

"야... 그게 아니잖아. 너랑 하는게 목적이 아니라... 니가 박을한테 사귀자고 말했던 분위기... 그걸 바랬던 거잖아. 그냥 단순히 너랑 하는게 목적이었으면... 내가 지금까지 뭐하러 이렇게..."

"뭐야 그게. 그러니까 지금 내가 너랑 떡치고 나면 마지막에 사귀자고 해줄 줄 알았던 거야? 내가 을이한테 그랬던 것처럼?"

"...박을이랑 사귀는 사이면서 나한테 해달라고 말한 것 자체가... 그게 나한테 마음이 있다는거... 아니었어?"

"참... 진짜 멋대로네. 니가 말했잖아. '그 기회'만 있었어도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았을 꺼라고, 그렇게 말했잖아? 그래서 그 기회 맛보라고 대준거야. 열 번 넘게 쑤셔대도 내가 암말 안하고 껴안아주니까 머리도 물렁해진거 아니야?"

"......"

"아 진짜 웃긴다. 뭐 착각하나 본데, 야. 내가 을이랑 사귀는거, 그거 걔가 존나 잘하고 뭐 그때 분위기가 끈적했고 뭐 그래서 그런거 아닌데?"

"......"

"우리 너도 지금 내가 이렇게 꼬라지 부리는거 처음보지? 막 갑자기 확 깨지? 나 원래 이런 성격인거 애들 거의 모를껄? 근데 을이는 나 원래 이런거 알아. 내가 존나 변태같이 굴면서 지 엿먹이면 걔도 같이 꼬라지 부리면서 또 받아주는게 을이거든."

"......"

"아... 진짜. 꿀 먹었냐? 나 쑤실때는 계속 말걸더니 지금은 왜 벙어리야? 아, 맞다. 나 그날 을이랑 네 번째까지 해서 입으로 받고 조금 있다가 다섯 번째 했는데. 한 번 더 할래?"

......

잠시 후 방의 불이 켜졌다.

뭔가 옷을 입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모텔의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도 들렸다.

박우리가 나간 모양이다.

지금 이 상황을...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박우리는 진짜 진심으로 성현아를 대했는데

이 계집은 말장난으로 가지고 놀다가 막판에 빅엿을 먹인건가?

정말 이거 뭐라고 해야 좋을...

"야."

......?

뭐지? 박우리가 다시 들어왔나?

지금 성현아가 말을 건 것 같은데.

"니 여친이 딴새끼한테 따먹히고 있는거 보면서 딸치고 있냐? 어휴 진짜."

......

저거 분명 나한테 하는 소리인 것 같다.

최대한 지금 깬 것처럼 부스스하게 일어나자.

"어... 무슨 일이야? 잠 안잤어? 박우리는?"

"아 지랄하지 말고, 나 샤워하고 나올꺼니까 침대좀 치워놔."

...그렇게 말한 성현아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거의 다 벗겨져 있던 옷을 마저 벗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벗어논 옷을 보니 여기저기 좆물이 튀어서 덕지덕지 묻어있는게 보인다. 박우리가 밖에다 싼 것들이 죄다 성현아의 옷에 날라가 묻은 모양이다.

......

땀에 젖어 축축해진 침대 시트를 걷어내고 그 위에 이불을 깔았다.

방에 너저분하게 굴러다니는 맥주캔들도 집어내고 성현아의 옷도 대충 휴지로 닦아서 옷걸이에 걸어 놓을 쯤, 욕실에서 타월을 두른 성현아가 걸어나왔다.

"......"

"...담배."

"...어."

테이블에 있던 담배를 꺼내 불을 붙혀서 입에다 물려 줬다.

후우 하고 담배연기를 뿜던 성현아는 이윽고 멀뚱히 서있던 나를 쳐다봤다.

"...내가 박우리한테 한 말, 다 들었지?"

"......"

"...흠... 뭐, 음... 딱히 니가 좋아서 사귀자고 한 건 아니니까! ...착각하지 말고 있으라고."

"......"

"아 요즘 남자새끼들은 대답 안하는게 유행이야? 사람이 말을 하면 대답 좀 쳐 하라고!"

"...어. 그래..."

......

지금 내 표정이 어떨지 감이 안잡힌다. 

그냥 되는대로 입술만 움직여서 대답하고 있는 것 같은데.

생각하는걸 멈추고 싶다.

정돈해둔 침대에 풀썩 앉은 성현아가 옆자리를 탁탁 두드리는게 보인다.

"을이야. 나 맨날 니꺼만 받아먹다가 다른게 들어와서 기분이 찝찝한데. 다시 니껄로 좀 채워줄래? 응? 우웅?"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