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기발랄 2
날씨가 많이 풀려서 이제는 제법 선선한 것이 바야흐로 가을이구나 싶다. 하늘을 보아하니 먹구름을 잔뜩 먹어재끼고는 비를 쏟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
아, 좋은 날씨다.
"을이오빠아~!!"
어디선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목소리의 톤을 보니 약속시간에 늦은 것을 귀여움으로 무마하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평소의 나라면 약속시간에 늦은 여자따위 단칼에 짤라버리겠지만, 이 아이는 예외다.
"헥, 헥... 오빠 미안해요. 많이 기다렸어요?"
"응? 아니야. 나도 조금 전에 도착했어."
"진짜요? 휴... 다행이다."
사실 나는 약속시간보다 한시간 일찍 도착했다. 하지만 그런거 구질구질하게 말할 필요는 없다.
왜냐면 이 아이는 요즘 내가 무진장 공들이고 있는 여자애니까.
"자 그럼... 어느거 먼저 할까? 저녁? 영화? 아니면... 모텔?"
"......"
아. 역시 모텔은 무리수였나?
늦게 온 것에 대한 벌칙(?)이랄까, 한번 떠볼 겸 던진 농담이었는데.
아직 이 애를 모텔로 끌고 가기엔 경험치가 부족한 듯 싶다. 하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착하고 상냥한 오빠'의 이미지가 남아있으니 이 말 하나로 내 위상이 깍이진 않겠지.
"어, 우웅... 갈까요? 모텔..."
엥? 이게 왠 떡이야. 월척이잖아!?
아차, 침착해라 박을. 상대는 아직 아다도 못뗀 풋풋한 스무살짜리 여자애다. 얘도 나름 큰 맘 먹고 대답한 모양인데 여기서 조금이라도 대답을 지체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흥분해버리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것은 물론이요, 이전보다도 못한 서먹한 관계로 후퇴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역시 '착하고 상냥한 오빠'답게 스무스한 진행이 필요한 법이다.
"그 전에 먼저... 오빠 배고픈데. 밥부터 먹으러 가면 안될까? 기운이 있어야 우리 꼬맹이 기분좋게 해주지."
"에..."
자, 보시라.
지금 요 꼬맹이의 얼굴은 부끄러운 듯 하면서도 살짝 안도하는 표정이다.
만약에 내가 떡치는 것에 눈이 멀어서 곧장 모텔로 가자고 했으면 열에 아홉은 입구에서 '역시 못들어가겠어'라는 대사가 나온다.
하지만 나는 지금 우선순위에서 모텔을 살짝 뒤로 빼고 평상시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 아이를 안심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뒤로 밀려난 모텔을 의식하게끔 장난스런 말투로 뇌리에 심어줬다. 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한다 라는 말은 이럴 때 쓰려나?
"...술도 한 잔 마셔요... 맨정신으로는 쪼~끔 무서운데. 헤헤."
됐네. 공략 끝. 게임 오버.
아,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일단 표적으로 삼은 여자는 길어야 1개월 정도면 애인이 있든 없든 건드릴 수 있었는데, 얘는 무려 3개월이나 걸렸다. 뭐 남친도 있긴 했지만 말 했다시피 그런건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으니까.
얼떨결에 얻어걸리긴 했어도 드디어 막을 내렸다. 이제 남은건 저 귀여운 얼굴 밑으로 가려진 처녀의 꽃잎을 맘껏 유린하는 것 뿐. 생각만 했는데도 꼴린다.
"저... 오빠, 오늘 계속 같이 있어주세요. 내일도, 모레도... 계속 제 옆에 있어주세요. 네...?"
물론이다 임마. 내가 너 딸려고 얼마나 공들였는데.
보아하니 완전 나한테 빠진 모양인데, 미안하지만 연애감정은 제로다. 제로. 하지만 들인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너만큼은 질릴 때까지 매일매일 쑤셔준다. 이정도면 쌤쌤이지?
"그럴 필요는 없어."
"...네?"
방금은 내가 한 말이 아니다. 누군가... 우리를 보고 있었다?
나는 설마, 혹시, 에이 아닐꺼야 라는 최면을 걸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 있는 박을이는 나한테만 박을 수 있는 남자거든. 안 그래?"
...나타났다. 아니, 어떻게 이 년이 여기서 나오는 거야?
돌처럼 굳어버린 나를 툭 지나치면서, 성현아가 꼬맹이의 앞으로 걸어간다. 그때까지도 나는 이게 꿈이기를 진심으로 기도했다.
"누, 누구세요? 을이오빠 아는 분... 이세요?"
"방금 못 들었어? 이 새끼 내 전용 자지라니까? 쪼끄만게 어디서 남에꺼 따먹을 생각이나 하고 있어? 앙? 한번 죽어볼래? 머리끄댕이 잡혀서 니 엄마아빠한테 끌려가고 싶어?"
"어... 네? 저... 오, 오빠...?"
뭔가 진실을 촉구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게 뭐냐고?
"...미안하다."
성현아가 길 한복판에서 개지랄 떠는걸 보느니 차라리 얘를 버리는게 낫다. 솔직히 이 상황에서 뭐라 변명할 말도 없고. 어찌됐든 지금의 난 공식적으로는 성현아랑 사귀는 사이니까.
꼬맹이의 얼굴에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리더니,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면서 도리질을 친다. 그리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저 멀리 사라졌다.
공들인 내 3개월과 함께.
"......"
성현아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얼굴이 어떨까? 왠지 쳐다볼 수가 없다.
"우리 사귄지 얼마나 됐지?"
"...일주일 됐나."
"근데 벌써 바람 펴?"
"그냥... 아는 동생인데..."
"요즘 아는 동생은 모텔가서 몸 대주고 같이 있어달라고 고백하는게 유행인가 봐?"
"......"
목소리는 평상시랑 똑같은데, 뭐랄까 미묘하게 톤이 틀리다.
45도 각도로 바닥을 쳐다보고 있던 나는 어금니를 깨물며 성현아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왠지 얼굴을 들어올리는 순간 싸대기가 날라올 것 같다.
내 눈에 비친 성현아의 얼굴은... 웃고 있다?
"야, 뭘 그렇게 쫄고 있어. 설마 내가 때리기라도 할까봐?"
그런데요.
"딴 여자가 고프면 차라리 나한테 말을 하지. 내 친구들 다 쭉쭉빵빵한데. 너 정도 남자라면 서로 잡아먹겠다고 달려들껄?"
이건 또 무슨 상황일까. 저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고 조용히 있으려니까, 갑자기 내 옆으로 다가온 성현아가 팔을 가로채면서 팔짱을 낀다. 말랑말랑한 가슴이 꾸욱 눌려오는게 의도적으로 갖다 대고 있다.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이렇게 쓸때없이 시간버리지 말고 나한테 말해. 딴 여자랑 떡치고 싶으면 얼마든지 데리고 와줄 테니까. 알겠니?"
"...저기..."
나도 모르게 대꾸하고 말았다.
내 목소리를 들은 성현아는 거의 몸을 밀착시키면서 속삭이듯 말했다.
"이해 안 돼? 바람 피는건 좋은데, 하려면 내가 보는 앞에서 하란 말이야, 이 개자식아."
* * *
협박성 멘트(?)를 날린 성현아는 그 이후로 나를 끌고 거리를 전전했다.
갑자기 펌프가 하고 싶다고 오락실에 들어가서 치마를 홀랑 뒤집지를 않나, 술마시고 싶다고 술집에 들어가서는 옆 테이블 남자랑 싸우지를 않나, 노래 부르고 싶다고 노래방에 가서는 노래는 안부르고 춤만 추지를 않나.
아무튼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마지막으로 들어간 곳은 역시 모텔이었다.
"아! 아앙! 하윽...!! 너, 너무 깊어...!!"
이불을 말아 쥔 성현아가 교성을 토해낸다.
무릎을 꿇고 엎드린 성현아는 지금 내 물건에 미친듯이 뚫리고 있는 중이다. 동그랗게 부풀어 있는 탱탱한 엉덩이를 부여잡고 사정없이 찍어내릴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내가 유일하게 성현아를 이길 수 있는 시간이다.
베개에 고개를 쳐박고 끅끅거리다가 그것도 안되겠는지 베갯잇을 이빨로 물어 뜯는 성현아의 모습은 요즘 새로 생긴 나의 즐거움이다. 내 물건을 잡고 놔주질 않는 그 쫄깃한 식감이야 두말 할 나위 없는 쾌락의 절정이니 이건 제외하고, 그 성현아가 개처럼 엎드려서 치부를 드러낸 채로 따먹히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유쾌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성현아와 섹스할 때면 꼭 뒤치기를 고집한다. 아주 그냥 있는대로 쳐박을 수가 있으니까. 사실 원래부터 좋아하는 체위이기도 하다.
"아흑, 악!! 조, 조금만... 아!! 천천... 히... 아!!! 제... 제발...!!"
그리고 저렇게 울면서 사정할 때가 바로 화룡정점이다.
천하의 성현아가 울면서 사정하는걸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저런 소리 나올 때까지 쑤셔대다가 끝나고 나면 그 이후는 어떡할 꺼냐고 물을지도 모르겠지만, 막상 섹스가 끝나면 성현아는 죽은듯이 엎어져서 헐떡거리기 바쁘다. 그리고 이 변태는 이런 거친 플레이도 좋아하기 때문에 딱히 이걸로 문제삼은 적은 없다.
이 성현아 능욕 모드의 유일한 단점은, 바로 내가 너무 빨리 싸버린다는 거다. 성현아를 울리려고 나 역시 평소보다 더 격렬하게 쳐대니까 자극도 빨리 올 수 밖에 없다.
지금도 슬슬 한계를 느끼고 있는 중이다.
"...현아야... 어디에 쌀까?"
"으응!! 아, 아무데나 싸...!!"
"콘돔... 안꼈는데...?"
"...괜... 찮아...! 으!! 응!! 오늘... 안전해...! 아윽!!"
저런 말 들었으면 안에다 싸주는게 인지상정 아니겠어?
좋아! 간다!! JET 피스톨!!!
"─크헉!!!!"
"─아아!!!!!!"
내 사정에 맞춰 성현아도 같이 절정으로 간 모양이다.
위태위태하게 버텨오던 성현아의 두 무릎이 무너져 내리면서, 벌어진 꽃잎의 사이로 허여멀건한 액체가 주르륵 흘러 나온다.
"허억... 헉..."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내 눈은 성현아의 다리 사이에 고정되어 있다.
지금 저 성현아의 보지에서 꿀럭꿀럭 흘러 내리는 좆물이 정말 내껀가?
지금껏 성현아와 섹스하면서 질내사정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왠지 모르게 묘한 기분이 든다. 이제서야 진짜로, 완전히 성현아를 따먹었다는 느낌까지 든다.
그래서였을까.
침대에 엎어져서 움찔거리고 있는 성현아가 조금, 아주 조금은 사랑스럽다고 생각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