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41)

"─큭!!"

또 신호가 왔다. 이번이 벌써 네번째다.

쌀 만큼 쌌으니 좀 오래 견딜만도 한데, 이 요망한 계집은 내 물건을 쥐어 짜내려는 듯 놓아주질 않는다. 이쯤되면 그야말로 명기라고 불러도 손색없지 싶다.

어? 물론 나 혼자만 싸재낀건 아니다. 모르긴 몰라도 이 계집은 지금쯤 대여섯번은 맛이 갔을껄? 물건너 동인지처럼 절정에 도달할때마다 '가버렷!'이라고 외쳐주면 좀 더 알기 쉬우련만. 아무튼 내 느낌상으로는 얘도 몇 번은 절정을 맛봤을꺼다.

"...하앙!! 아, 아흣!! 아흑...!!"

내 경험상 저런 절묘한 리듬의 신음소리는 대충 좋아하는 척 하려고 내지르는 소리랑은 다르다. 꽤나 즐길 줄 아는 녀석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나도 이쯤에서 보답을 해줘야겠지?

"...야, 나 이제... 싼다?"

"하아, 윽! ...바, 밖에다... 싸..."

"...왜?"

"너 지금... 콘돔... 흐윽! 안꼈잖아...!"

그 말대로다. 세번째까지는 꼈지만 네번째부터는 그냥 집어넣었다. 

그냥 넣었는데도 아무 말 안하길래 안에다 싸도 된다는 소린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었나 보다. 

"입에다... 싸도 돼?"

"...아, 알았어."

대답을 듣자마자 쑤셔내던걸 멈추고 그대로 뽑아냈다. 조금만 더 흔들었으면 안에다 싸버렸을 테니까. 내 물건이 빠져나오니까 이 계집도 벌떡 일어나서 앞뒤 안가리고 덥썩 물어버린다.

"후웁!! 웁!!! 으훕...!!"

아랫입도 명기지만 위엣입도 정말 장난없다. 

더이상 참는건 몸에 해로울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웁!! 컥, 쿨럭!! 콜록!!"

녀석은 내가 싸대는 정액의 반도 못머금고 토해내고 말았다. 

물론 나는 그러던 말던 얼굴에 갖다대고 마지막 한방울까지 모조리 털어버렸다. 얼굴이며 머리카락이며 덕지덕지 달라붙은 정액덩어리가 끈적하게 아래로 떨어진다.

"아... 후아... 으..."

불이 꺼져 있어서 어두운 방인데도 녀석이 부끄러워하고 있다는게 눈에 보인다. 이제 조금 술이 깨는 모양이지? 나도 네번이나 싸댔더니 이제서야 슬슬 정신이 돌아오려는 것 같다.

"야... 너 진짜 끝내준다. 존나 맛있는데?"

네차례에 걸친 섹스가 굉장히 흡족했던 나는 이대로 이 계집과 빠빠이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연락처나 저장해두고 생각날때마다 불러서 따먹으면 딱 좋겠다 싶을 정도로 쫀득쫀득한 년이니까. 뭐 남친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오히려 남친있는 여자가 더 맛있잖아?

"폰 줘봐. 내 번호 저장시켜 줄테니까."

"......"

잠시 나를 바라보는 것 같더니 금새 머리맡에 있던 자기 폰을 넘겨준다. 

이거, 다음에 만나서도 실컷 해주세요 하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지? 

쉬운 여자구만. 아마 이 폰에는 나같은 섹파가 차고 넘칠꺼다.

"보자... 010..."

액정을 하나하나 터치하며 내 번호를 새겨나갔다.

근데... 어째 액정에 내 이름이 보이는 것 같다?

[010 - XXXX - XXXX : 박을ㅋ]

...박 을. 내 이름이다. 별명 아니고 본명이다. 둘째로 태어나서 을(乙). 

젠장, 중요한건 이게 아니다. 왜 이 계집의 폰에 내 이름이 저장되어 있지? 뭔가 안좋은 예감이 들기 시작한다.

[딴딴─ 딴 딴 따단─ 딴─ 따단 딴─♬]

저장되어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역시나 내 폰이 울린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발신자를 확인해 봤다.

[010 - XXXX - XXXX : 성현아]

"...성... 현아...?"

"......"

돌아온다. 

이제서야 끊겼던 필름이 째깍째깍 돌아오기 시작했다.

분명 오늘은 고등학교 동창회였다. 

지금까지 한번도 동창회에 나가본 적 없던 나는 오늘따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내키는대로 움직였다. 나같은 녀석한테도 꼬박꼬박 동창회라고 알려오는 문자가 고맙기도 했고. 

아무튼 어색한 분위기를 무릅쓰고 부어라 마셔라 하다보니까 꽤나 익숙해졌다. 

졸업한지 3년째니까 이번이 세번째 동창회인가? 3년만에 보는 녀석들의 모습도 감회가 새로웠다. 가끔은 이런것도 좋구나 싶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생존자들은 4차 5차를 넘어서 계속 거리를 전전했다. 

마지막에는 네명 정도가 살아남아서 술달라고 지랄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나였다.

그 이후로는 기억이 안난다. 

술 좀 깨고보니 나는 모텔이었고, 내 옆에는 꼴릿하게 차려입은 계집이 엉겨붙어 있었다. 방은 깜깜해서 누군지도 모르겠고. 

나랑 같이 누워있는거 보니 뭐 그렇고 그런거 아니겠어?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존슨이 반응해 오더라. 그리고 그 다음은 알고 있다시피 내리 네번을 구석구석 쑤셔줬다.

근데 이 계집이 성현아였다. 오, 하느님.

성현아가 누구냐고? 당연히 고교 동창들 중 한명이다. 

예쁘장한 얼굴에 가슴도 제법 달고 있고 전체적인 밸런스도 수준급인 녀석이었다. 교복을 입고 있을 뿐인데도 묘하게 꼴려서 눈을 못두고 있을 정도로 색기도 넘쳤다. 

그런 주제에 성격은 또 쾌활하고 적극적이어서 반 애들한테 인기도 많았다. 그야말로 색기발랄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그런 여자. 그게 성현아였다.

그래. 다 좋다. 저런 여자 찾기 쉽지 않은거 알고 있다.

근데 문제가 뭐였냐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그 변태같은 취미였다. 정말 우연찮게 그것을 목격한 나는 그 날 이후로 기피대상 1호에 성현아를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후우. 너 이새끼..."

성현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저 드러운 입담도 아마 동창들 중 나만 알고 있을꺼다.

"지금까지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실컷 따드셨어? 뭐? 존나 맛있어?"

"......"

"진짜 살다살다 이렇게 어이없게 따먹힌 경우도 처음이다. 야, 뭐 말좀 해봐. 벙어리야? 꿀먹었어?"

"...아니. 그게..."

23년동안 살아오면서 이렇게 비굴해진 적이 있었던가. 군대에 있을때도 개겼으면 개겼지 이런 식으로 꼬리내린 적은 없었다.

어느새 담배를 꼬나물고 있던 성현아가 한 숨을 쉬듯이 연기를 뱉어낸다. 

"뭐, 됐고. 남녀가 술에 꼴아서 모텔왔으면 당연히 쳐대는 거지. 너... 꽤 하던데?"

어라? 이건 내 페이스로 돌아오는 신호인가?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하하... 뭐, 현아 너 정도나 되니까 나도 이렇게 한거지. 딴 여자들 같았으면 한두번에 쫑냈어. 할 맛이 나야 말이지."

"그치? 나도 니꺼 받으면서 간만에 떡치는 기분좀 들었는데. 우리 꽤 속궁합 좋은가봐?"

됐다. 완벽한 내 턴이다. 

보아하니 기분도 풀어진 것 같고, 이제 적당히 맞춰주면서 모텔만 나가면... 다시는 볼 일 없을꺼다. 이 변태년아.

"그러게. 그냥 쫙쫙 달라붙던데? 너같은 여자랑 사귀는 남자는 매일 몸보신 하겠네."

저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다. 하는 내내 감탄했으니까. 

다음에 또 불러내서 먹고 싶었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었다. 

성현아만 아니었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깔깔거리며 웃던 성현아가 내 옆구리를 툭 친다. 이제 완전히 풀렸구나. 

"그래? 그럼... 니가 내 남친 할래? 맨날 몸보신 시켜줄께."

"...뭐?"

"왜? 싫어? 그냥 한번 먹고 버릴려고 그랬어?"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좋잖아. 우리 속궁합 진짜 잘맞고. 그리고 너정도 남자라면 나도 뭐... 좋은데?"

"...하하..."

뭔가 잘못됐다.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거지?

"그럼~ 사귀게 된 기념으로... 한번 더 할까...?"

몸을 타고 기어올라오는 성현아의 몸짓은 마치 요염한 고양이같았다. 

그 보드라운 살갗이 닿는 순간, 내 물건은 또다시 폭발할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주인의 의지따위는 전혀 생각치 않는 배은망덕한 분신이다.

조용히 까딱거리는 내 물건의 위로 성현아의 질척이는 꽃잎이 내려앉는다. 부드럽게 쑤욱 들어가는 그 느낌이 내 허리를 꿈틀거리게 한다. 성현아는 굉장히 만족스러운지 고개를 쳐들며 신음하고 있다.

"아... 좋아..."

골반을 부빗거리며 내 물건의 감촉을 느끼던 성현아가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일단 한번 더 먹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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