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11/14)

사육인간 1권 5장 1부

5장 구원의 실패

어떻게든 혈로를 뚫으려고 쿄오코는 야쿠자들이 굳게 방비하고 있는 뒷문을 향해 돌진

했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아케미와 긴코가 나이프를 거꾸로 쥐고 쿄오코와 

시즈코 부인을 쫓아왔다. 두 사람을 놓친 다면 모리다파도 하자쿠라단도 파멸하게 

된다. 도망치는 쪽도 필사적이었지만 쫓는 쪽 도 필 사적이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좀전에 가와다가 당했던 것을 잠시 잊었다. 막무가내로 달려든 긴코 와 아 케미는 

쿄오코의 당수에 둘 다 심하게 얻어맞았다. "캬악!" 괴성을 지르며 여자들이 

쓰러지자, 두 팔을 크게 벌리고 뒷문을 지키고 있던 야쿠자들 도 쿄 오코의 기세에 

튕겨나가듯이 좌우로 흩어졌다. "자, 부인, 어서!" 쿄오코는 재빨리 시즈코 부인의 

손을 잡고 뒷문을 열려고 했다. "흥, 그렇게는 안 되지." 쿄오코가 고개를 돌리자 

아까 쿄오코에게 콧수염을 깎인 다시로가 섬뜩하게 빛나는 권 총을 겨누고 서 있었다.

쿄오코는 깜짝 놀라 시즈코 부인을 등뒤로 비호하며 다시로를 노려 봤다. 정원에 

고꾸라져 있던 가와다는 다시로의 권총을 보자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 했다. 

"사장님, 이렇게 된 이상 성가신 일이 벌어지기 전에 이 두 사람을 천국으로 보내버리

죠. 방 아쇠를 확 당겨버리세요." "두 사람 모두 각오해. 함께 죽여줄 테니!" 

다시로는 쿄오코와 시즈코 부인에게 권총을 들이댔다. "이봐들, 이 두 년을 단단히 

묶어요. 계속 바둥거리면 사장님께 처리해달라고 하면 되 잖아 요." 가와다의 말에 

야쿠자들은 그제서야 오랏줄을 쥐고 쿄오코와 시즈코 부인에게 육박해 왔다. 쿄오코는

결국 옴짝달싹도 못하게 되어버렸다. 당수 2단의 솜씨도 총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쿄오코는 원통함에 이를 바드득 갈면서 조금씩 좁혀오는 야쿠자들을 

휘둘러보았다. "이봐, 쿄오코. 배때기에 바람 구멍 나고 싶지 않으면 얌전하게 손을 

뒤로 돌려!" 사내들은 그래도 주뼛주뼛 쿄오코에게 접근해 갔다. 그녀의 당수 실력이 

꽤나 겁나는 모양 이었다. 자신은 차치하고라도 시즈코 부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는 일단 그들의 말에 따르는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생각을 한 쿄오코는 눈을

꼭 감고 양손을 등뒤로 돌렸다. "아주 체념이 깨끗한데?" 사내들은 용기를 내서 

쿄오코가 등뒤로 돌린 양 손목을 단단히 묶고, 남은 오랏줄을 앞으로 돌려 가슴의 

융기를 블라우스 위로 묶었다. 당수를 휘두르는 손을 묶었으니, 그것으로 안심 이라고

생각했는지 사내들은 기세가 올라 쿄오코의 오랏줄을 힘껏 잡아당겼다. 시즈코 부인도

살았다고 생각한 것도 잠깐, 사내들에게 어깨와 등을 쿡쿡 찔려 울상이 되어 두 손을 

뒤로 돌렸다. "냉큼 걸어!" 뒷짐결박된 쿄오코와 시즈코 부인은 풀썩 고개를 떨구고 

사내들에게 끌려갔다. 등을 찔리고 허리를 차이며 두 사람은 정원을 지나 다시 

툇마루에서 아래로 떠밀려갔다. "두 번 다시 도망가지 못하도록, 지하실로 끌고 가!" 

온몽이 상처투성이인 모리다가 절름거리면서 복도로 나와 야쿠자들에게 지시했다. 

복도를 두 번쯤 돈 곳의 막다른 벽에 달린 버튼을 누르자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벽이

스르 르 위쪽으로 올라가고, 그 뒤에 휑한 구멍이 드러났다. 계단이 아래쪽으로 나 

있었다. "부인 쪽은 우리들이 맡지. 아까 하던 일을 계속해야겠어." 다시로가 그렇게 

말하면서 가와다의 손에서 시즈코 부인의 오랏줄을 낚아채듯이 받아 쥐었 다. "나와 

모리다 두목에게 물을 먹인 벌이야. 아침까지 잔뜩 괴롭혀주지, 부인." "쿄오코 언니 

쪽은 우리들이 맡지. 하자쿠라단의 무서움이 뭔지 확실히 보여줘야겠어. " 시즈코 

부인은 다시로에게, 쿄오코는 긴코 일행에게 끌려 양쪽으로 갈려졌다. "아앗, 부인 " 

쿄오코가 분한 듯이 이를 갈며 다시로에게 끌려가는 시즈코 부인에게 비통한 시선을 

보냈 다. "아아, 쿄오코 씨! 저 때문에 당신까지 이렇게 되어서, 미안해요." 시즈코 

부인은 참지 못하고 흐느끼면서 외쳤다. "부인, 희망을 잃지 마세요. 반드시 구출하러

올 거예요. 참고 기다리세요, 부인!" 그러자 긴코가 쿄오코의 머리채를 움켜쥐며 

험악하게 말했다. "시끄러워! 냉큼 지하실로 내려가지 못해!" 쿄오코가 여자들에게 

연행된 지하실은 밀수품 창고인 듯 짐꾸러미 상자가 쌓여 있고, 중앙 에는 나무 

기둥이 두 개 나란히 서 있었다. 그 밖에 목재 침대, 그리고 천장의 들보로 부터는 

쇠사슬이 몇 줄 매달려 있어 고문실 같은 오싹함이 감도는 지하실이었다. "우리들을 

바보로 만들었겠다! 이제부터 하자쿠라단의 처벌이 어떤 것인지, 골수에 사 무치도 록

가르쳐주지!" 아케미가 으름장을 놓자, 장소가 장소인 만큼 당찬 쿄오코도 경지된 

표정을 지었다. "이제부터 재판을 시작하겠다. 모리다파와 하자쿠라단을 붕괴시키려 

한 대죄에 대한 판결이 어떻게 내려질까. 후후 가와다 씨가 검사를 맡지." 긴코가 

주절주절 떠들어대다가 가와다를 쳐다보며 씩 웃었다. "아니 그전에 두 번 다시는 

도망치지 못하도록 알몸으로 만들어놓는 게 어때?" 아케미도 들떠서 떠들어댔다. 

"사내들도 당해낼 수 없는 쿄오코 언니의 당수 솜씨에는 감탄했어. 과연 체격이 어떤 

지 한 번 보여줘봐." "그거 좋은 생각이군. 어이, 쿄오코 언니 어쩔 수 없이 알몸이 

되줘야겠는데." 서로 눈짓을 주고받은 긴코와 아케미, 거기에다 모리다파의 

야쿠자들까지 쿄오코 앞으 로 다 가섰다. 그들의 손이 몸에 닿자, 쿄오코는 마치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몸을 떨며 소리 를 질 렀다. "무슨 짓이야! 지, 짐승들!" 옷을 

벗기려고 다가서는 긴코를 쿄오코가 아직 자유로운 발을 날려 걷어찼다. "으악!" 

긴코가 심하게 옆구리를 차이고 얼굴을 찡그리며 그 자리에 고꾸라져버렸다. "이런 

빌어먹을!" 아케미가 눈을 치켜뜨고 나이프를 뺐다. "아, 기다려." 가와다가 흥분하고

있는 아케미의 손에서 나이프를 빼앗았다. "진정하라구. 이런 진귀한 보물을 서둘러 

죽여선 안 되지. 자, 내게 맡겨둬." 가와다는 아케미로부터 뺏은 나이프를 다른 손에 

바꿔 들고 말했다. "시즈코 부인을 이리로 끌고 와서 저 쇠사슬에 거꾸로 매달아줄까?

부인의 비명을 듣 고 싶 지 않다면, 얌전하게 옷을 벗도록 해. 네가 그럴 마음이 들 

때까지 부인에게 노래라도 부르 라고 하지." 쿄오코는 정색을 하며 안 돼, 하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럼, 옷을 벗겠다는 소리야?" 쿄오코가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꼭

깨물고 눈을 옆으로 내리깔았다. 자신은 어떻게 되든 시즈코 부인만은 구해야 한다는 

비통한 결심을 한 것이다. "그렇게 나와야지. 과연 탐정 끄나풀이어서 배짱이 좋군." 

가와다는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쿄오코의 끈을 풀어주도록 모리다파의 사

내들 에게 명령했다. "알아들었어? 딴맘 먹고 또 날뛰거나 하면 부인의 목숨은 없어. 

알아서 기어." 아케미와 긴코가 쿄오코의 오랏줄을 잡고 지하실 중앙으로 끌로 갔다. 

그런 쿄오코를 모리 다파의 야쿠자들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목검 등을 손에 든 채 

에워싸고 있었다. 끈이 풀린 교오코가 가와다 쪽을 노려봤다. "꼼지락거리지 말고 

빨리 벗지 못해?" 가와다가 호통을 치자 쿄오코는 눈을 감고 블라우스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분통함으 로 단 추를 푸는 쿄오코의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이윽고 

블라우스를 벗고 스커트 지퍼를 내 렸다. 음란한 눈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쿄오코는 마침내 엷은 파란색 슬립 차림이 되었 다. 균현잡힌 쿄오코의 몸매에 

남자들은 꿀꺽 침을 삼켰다. 기적이 일어나 당장 이곳에 구언자가 나타나길 

기도하면서 쿄오코는 천천히 스타킹을 벗었 지만 도저히 더 이상 야비한 야쿠자와 

여자들 앞에 나신을 드러낼 수 없어 동작을 멈 추고 말았다. "뭐 하는 거야? 마저 

벗지 않구!" 아케미가 뒤에서 쿄오코의 등을 찔렀다. "정말 부인의 울음 소리를 듣고 

싶은 거야!" 가돠다도 쿄오코에게 협박을 해댔다. 화끈거리는 얼굴을 숙인 채 

쿄오코는 천천히 슬립의 어깨끈을 내렸다. 슬립이 쿄오코 의 몸 에서 스르르 

미끄러짐과 동시에 쿄오코도 그 자리에 몸을 움츠리고 주저앉았다. 쿄오코의 몸에 

남은 것은 자수가 놓여진 브래지어와 물색의 프릴이 달린 나일론 팬티 뿐이었 다. 

당차던 쿄오코도 그런 모습으로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인간들 앞에 설 용기는 없었다. 

한쪽 무릎을 세우고 원숭이처럼 움츠린 쿄오코를 여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소리없이 웃었 다. "아주 근사한 몸매잖아. 후후 " 가와다가 눈을 번뜩이며 

주절거렸다. "자, 큰맘 먹고 전부 벗어버리라고. 어서 예쁜 알몸으로 아자쿠라단과 

모리다파의 처 벌을 받 아야지. 우물쭈물하면 부인이 상처투성이가 된단 말이야." 

사내 하나가 살며시 쿄오코의 등뒤로 다가와 재빨리 쿄오코의 브래지어 호크를 풀어버

렸다. "무, 무슨 짓이야!" 쿄오코는 갑자기 브래지어가 벗겨지자 귓볼까지 빨개져서 

불쑥 튀어나온 탄력 있는 젖 가슴 을 필사적으로 가렸다. 쿄오코의 눈꼬리에서 굴욕의

눈물이 한줄 두줄 하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주위에 흩어져 있는 쿄오코의 옷을 

하자구라단의 여자들이 서로 빼앗듯이 집어갔다. 쿄오코 가 벗은 스커트를 서로 

잡아당기며, 내가 먼저 집었어! 하고 꽥꽥 소리지르기도 했다. "너희들 다리 밑 

시절의 버릇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어! 시끄러워!" 가와다가 고함을 지르며 스커트를 

서로 뺏으려고 싸우고 있는 여자들을 냅다 밀쳤다. "쳇, 내 건 아무것도 없잖아!" 

에츠코가 입을 뾰로통하게 내밀었다. 포로의 소지품은 먼저 차지하는 게 임자라는 것 

이 그 녀들의 상식이었다. "걱정 말라구. 아직 하나 남았으니까." 가와다가 움츠리고 

있는 쿄오코를 턱으로 가리켰다. "쿄오코 언니, 뭘 망설이는 거야, 마지막 한 장도 

냉큼 벗어주지 그래?" 아케미가 허리를 약간 굽히고 쿄오코의 매끈한 등을 찔렀다. 

떨고 있던 쿄오코의 몸이 갑자기 긴장되었다. 탐스럽게 솟은 가슴하며 허리에서 다리 

에 걸 친 빼어난 곡선미가 남자들의 관능을 들쑤시기에 충분했다. "정말 번거롭게 할 

거야? 뒷마무리를 깨끗이 해야지!" 가아다가 다시 호통을 쳤다. "부탁이야, 이, 

이것만은 봐줘." 쿄오코는 울상이 되어 가와다에게 애원의 눈길을 보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