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인간 1권 3장 2부
"주먹 쓰는 일 같으면 언제라도 맡겨줘요. 그럼 잘 부탁해요." 쿄오코는 단장인
긴코에게 인사했다. 이 바닥에서 상당히 굴러먹은 불량소녀라고 생각 했을 것이다.
"믿음직스럽군. 잘해봐. 그리고 마리를 구해줘서 정말 고마워." 긴코가 호의적인
태도로 나왔다. 쿄오코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문득 옆을 본
쿄오코는 움찔했다. 알몸으로 기둥에 몪여 있는 소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도야마 집안의 아가씨라는 것을 이내 알아차렸지만 쿄오코는 시치미를 뚝 떼고
물어봤다. "단장, 저기에 묶여 있는 계집애는 도대체 뭐죠? 규칙을 어겨서 처벌받은
건가요?" 긴코가 고개를 끄덕이며 뭐, 그런 셈이지, 하고 말을 이었다. "너도
오늘부터 우리 동료니까 대충 지금까지의 일을 얘기해주지." 그리고는 도야마 집안의
부인과 딸을 모리다파에게 팔아넘길 계획의 일체를 득의양양 하게 설명했다. "과연
대단한 하자쿠라단이군요. 스케일이 커." 쿄오코는 짐짓 감탄한 듯이 말했다.
모리다파는 어느 실업가의 큰 저택의 일부를 빌려 그곳을 본거지로 삼고 있다. 저택의
일부를 모리다파에게 내준 말하자면, 이 깡패집단의 스폰서인 다시로 이페이는 옛날
모리다파에게 사업상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 그 의리로 그들을 원조하고 대신 갖가지
자극과 엽기적인 쾌락을 제공받고 있었다. 비밀쇼, 비밀 사진 제조가 그들의 본업인
탓에 다시로는 여러 종류의 쾌락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 "사장님, 근사하고 귀한
보물이 수중에 들어왔습니다. 잠깐 보시겠습니까?" 거실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는
다시로에게 모리다파의 간부인 다케지가 다가와 말했다. "그럴까?" 호색한 다시로는
다케지의 뒤를 따라 모리다파에게 빌려주고 있는 별채로 향했다. 다 시로는 쉰 살로
이제까지 여러 번 아내를 맞아들였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도망쳐버렸다 . 그의
변태적인 성향을 여자들이 참아내지 못한 것이다. 그런 고독한 그를 모리다파 가
위로하고 있었다. 다다미 열 장의 거실에 모리다파 일원들이 떠들썩하니 술자리를
벌이고 있었다. 다시 로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아주었다. "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미키조가 먼저 술 한잔 받으라며 다시로의 손에
컵을 쥐어주고 술을 찰랑찰랑 넘치게 부었다. "어쩐 일이야. 낮부터 굉장히 기분이
좋아 보이는군." 다시로가 술을 들이켜며 말했다. "네, 여간해서는 얻기 힘든 귀한
보석을 입수했습니다." 이어 다시로의 귀에 입을 바짝 대고 속삭였다. "어떤 여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장님, 바로 도야마 다카요시의 부인인 시즈코라 는 절세
미인입니다." "뭐! 정, 정말인가?" 다시로가 컵을 내려놓고 미키조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도야마 다카요시는 다시로에게 있어 정말이지 불쾌한 존재이다. 언젠가
다시로가 이다 시 교외에 있는 토지의 낙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도야마가
갑자기 끼여들어 계약을 체결하는 바람에 자신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적이
있었다. 그 후 어느 사 회사업 단체의 자선 파티에 출석했을 때, 도야마 다카요시도
최근 결혼했다는 미모의 시즈코 부인을 동반하고 참석했었다. 다시로는 부아가 치밀어
멀찍이 떨어진 구석 테 이블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때 각인된 시즈코
부인의 아름다운 용모가 아 직까지도 뇌리에 새겨져 있었다. 그 부인이 모리다파의
수중에 떨어졌다니..... 다시로는 두려우면서도 가슴 설레는 뭐 라 말할 수 없는
기분에 싸였다. 수일 전 큰일을 벌일려고 하니 백만 엔만 마련해달라 는 모리다의
부탁을 받고 다시로가 큰맘먹고 주었는데, 그게 이 부인 유괴에 필요한 돈이라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이으고 두목, 들여보낼까요, 하는 소리가 들리고 장지문이
열리면서 손을 뒤로 묶인 시즈코 부인이 모리다파 간부 몇 명에게 둘러싸여 들어왔다.
부인의 오랏줄을 잡고 있 는 것은 가와다였다. 부인은 재갈을 물고, 하복부에는
생리대를 차고 있는 굴욕적인 모습이었다. "도코노마의 기둥에 세워놔!" 가와다는
수치심에 몸을 움츠리는 부인의 등을 떠밀어 도코노마 쪽으로 밀고 갔다. 빙 둘러앉은
사내들은 끌려가는 시즈코 부인의 풍만한 엉덩이가 실룩실룩 좌우로 흔들리 는 것을
키득키득 웃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도코노마로 올라선 부인은 사내들 쪽으로 돌려져
기둥에 등을 대고 선 채로 묶여졌다. "어떻습니까? 사장님. 얼굴도 반반하지만, 몸도
근사하지 않습니까?" 모리다가 다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시로는 눈을
번뜩이며 부인의 나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가와다는 부인의 재갈을
벗겨줬다. "그런데 이 부인, 지금 생리중인가?" 모리다가 부인의 허리께에 달린 것을
보고 가와다에게 물었다. "아뇨, 뭔가 입혀달라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이것밖에
없어서..." 가와다가 대답하자 사내들이 왁자하니 웃었다. 부인은 얼굴을 붉히며 눈을
꼭 감았다. 아마 지옥에 떨어뎌 도깨비 앞에 끌려나온 심 정일 것이다. "그런
볼썽사나운 것은 치워버려! 허리를 주뼛주뼛하면서 부끄러워하고 있잖아?" 모리다의
말이 떨어지나 가와다는 부인의 허리에 찬 고무밴드를 나이프로 끊어 벗겨냈 다.
"정말 훌륭하군, 두목." 다시로가 시즈코 부인의 몸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백만 엔치곤 좋은 물건이죠, 잘만 하면 도야마에게 삼백만 엔은 충분히
받아낼 수 있 을 겁니다. 설사 돈을 못 받아낸다 해도 이 정도의 여자라면 치장해서
쇼에 내보내거 나, 사진을 만들어 팔아도 크게 히트칠 게 분명합니다." 모리다는
그렇게 말하면서 안쪽 호주머니에서 백만 엔 다발을 꺼내 가와다에게 건네주 었다.
가와다는 손을 앞으로 모아 비벼대며 돈을 건네받았다. "네, 이거 감사합니다." 돈을
세어 안쪽 호주머니에 넣은 가와다는 뭔가 끝나지 않았다는 듯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두목, 도야마의 딸 게이코도 곧 이곳으로 데리고 올 텐데 어떻게
할까요? 그 쪽은 삼십 만엔이라는 뎁쇼." "뻔뻔스러운 놈이군, 그런 건 서비스로
해둬." "아아구, 두목. 하자쿠라단의 계집애들이 여간 깐깐한 게 아니라서요. 게다가
게이코 라는 물건도 아주 팔팔해서 시즈코와는 또 다른 맛이 날 겁니다." 그러자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시로가 끼여들었다. "어때? 그 삼십만엔은 내가
내도록 하지. 도야마의 부인과 딸을 치장해서 비밀쇼에 내 보내는 거야. 그럼 아주
재미있겠어." 다시로는 금방 수표를 써서 가와다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감사합니다.
헤헤헤." 가와다는 굽실굽실 머리를 조아리며 그것을 받아 정중히 호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다 시로의 입장에서 보면 도야마 다카요시에 대한 원한을 갚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 이니 삼십만 엔이 아까울 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