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14)

1권 2장 상 

무서운 함정

결국 시즈코 부인은 그 날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야마자키는 사무실 직원과 계속 

연락을 취하며 팔방으로 수소문하였지만, 도무지 단서를 잡을 수 없었다. 다음날 저녁

무렵이 되어도 하자쿠라단으로부터 연락이 없자, 결국 경찰에 알릴 수밖 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도야마 다카요시가 허둥지둥 돌아왔다. 그에겐 이미 전보로 이 같은

사실을 알렸었다. 부인과 외동딸이 불량소녀들에게 감금되어 있다는 소식을 

야카자키로부터 상세히 전해 들은 다카요시는 기절할 정도로 놀랐다. 아직 신혼인 

그는 출장 중에도 시즈코 부인이 눈에 아른거려 스케줄을 앞당길 정도였 다. 

다카요시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눈물을 주르르 흘리기 시작했다. "돈이라면 삼백이든 

사백이든 그들의 요구하는 대로 내겠네. 시즈코와 게이코를 빨리 구해주게. 경찰에게 

알리면 안 돼. 미치광이들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니까." 다카요시는 야마자키의 

얼굴을 노려보며 그렇게 말했다. 야마자키는 네 하고 대답을 한 뒤 쭈뼛쭈뼛 

다카요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놈들이 연락을 해오지 않는 한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습니다. 게다가 어제 놈 들이 부인의 옷가지들을 이쪽으로 보내왔습니다. 

상황이 매우 안 좋은 것 같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경찰에 알려 손을 쓰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만..." 다카요시의 안색이 획 변했다. "아니, 그럼 시즈코가 지금 알몸이 

되어 악당들의 장난감이 되고 있단 말인가?" "글쎄요,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만은 사실 입니다." 야마자키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하녀를 시켜 하자쿠라단이 던져 놓고 간 부인의 옷 을 가져오게 했다. 꽃처럼 

쌓인 부인의 기모노와 속옷을 보며 다카요시는 눈을 깜박였다. 허리띠, 허리띠 를 

눌러 매는 끈, 긴 속옷, 내의 등이 탁자 위에 쌓이자, 문득 시즈코 부인의 색향이 

주위에 감도는 것 같았다. 돌연 다카요시가 미친 듯이 부인의 속옷을 움켜쥐고 얼굴에

부벼대며엉엉 목이 메어 울부짖었다. "어서 시즈코를 구해주게! 난, 난 정말이지 

미쳐버릴 것만 같아."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야마자키가 수화기를 들고 여보세요? 

하고 응답하더니, 퍼뜩 놀란 표정으로 다카요시 에게 알렸다. "그자들입니다. 

하자쿠라단." 다카요시도 침을 꿀꺽 삼키고는 필사적인 표정이 되어 말했다. "알겠나.

돈이라면 얼마든지 내겠어. 저쪽 감정 건드리지 않도록 잘 교섭하게." 야마자키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수화기를 귀에 갖다 대었다. 어제 협박 전화를 걸어온 여자인 

듯했다. "어때, 돈은 준비됐어?" 상대는 히죽히죽 웃고 있는 것 같았으나 얄밉게 

침착한 말투였다. "돈은 걱정말고 장소와 시간만 말해" 야마자키는 눈을 번뜩이며 

그렇게 말했다. "호오, 역시 도야마 재벌이군. 좋아. 이삼 일 후에 다시 연락할 테니 

현찰로 준비해 놓으라고. 경찰에 연락했다간 부인과 게이코의 목숨은 보장 못 하니까 

그런 줄 알아." "기, 기다려! 이봐,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거래하자고. 부인과 

게이코를 만나게 해 줘." "호호호,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돼. 두 사람 모두 거래가 

끝날 때까지 움막 안에서 얌전하게 기다릴 테니." "너희들, 두사람을 못살게 구는 

것은 아니겠지. 도야마 씨는 지금 걱정이 되어 병에 걸리실 정도가 됐어. 너희들도 

사람이라면 양심을 좀 가져봐." 야마자키는 타이르는 조로 상대에게 하소연했다. "흥.

고상 떨고 있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대우 방법이 있는 거야. 부인이나 게이 코가

도망쳐버리면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알몸으로 벗겨놨지만, 식사에서 소변 시중 까지

다 들어 주고 있다구." "뭐, 뭐라고!" 수화기를 쥔 야마자키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야마자키가 얼굴이 시뻘개져 흥분하기 시작하자 다카요시가 옆으로 걱정스럽게 말했다

. "이보게, 뭐라고 하는 거야? 도대체?" "네, 그것이 저..." 야마자키는 다카요시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 사이에도 상대의 말은 계속됐다. "자, 삼 일 후 

돈을 건네 받을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지. 그럼 안녕." "기다려, 잠깐만 기다려! 

당신들 삼 일 동안이나 부인과 게이코 씨를 알몸으로 움막에 가둬둘 셈이야? 너희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제 정신이냔 말야!" 흥분하지 말자고 마음먹었건만 야마자키의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심심하지 않게 우리들이 적당히 

귀여워해줄테니까. 그리고 말이 야, 그렇게 예쁜 부인을 도야마 노인 혼자서 즐기는 

건 왠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더 군. 안 그래?" 전화는 거기서 끊겼다.

그 날 밤, 시즈코 부인과 게이코가 감금되어 있는 교외의 낡은 오두막에 고급차 한 대

가 스르르 멎었다. 도야마 가의 자가용이었다. 운전사인 가와다는 차창 밖으로 목을 

내밀고 두세 번 경적을 울렸다. 오두막 문이 덜커덩 열리고, 하자쿠라단의 단장인 

긴코가 두 명의 여자를 이끌고 나왔 다. "어때 잘 돼가나?" 가와다가 담배를 입에 

물고 히죽거리며 긴코에게 물었다. "그럼. 그런데 모리다파와 교섭을 벌이다니 당신도

상당한 수완가야. 하지만 몫은 50 대 50이야. 아무리 당신과 나 사이라도 이것만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고." "쳇, 악착스런 여자군." 가와다는 혀를 찼지만 별로 싫은 

기색은 아니었다. "어때. 도야마 쪽에서 경찰에 신고할 낌새는 없어?" "안심해. 그 

야마자키라는 애숭이 탐정, 너희들이 보내온 부인 옷을 봤을 때의 그 괴 상한 

얼굴이라니." "호호호. 그 정도 갖고 놀라긴. 앞으로 갈길이 멀었는데 말이야." 

가와다도 따라 웃었다. "그런데 오늘밤 안으로 부인을 모리다파에 보내야 돼. 

저쪽에선 이미 천만 엔을 준비 해 두고, 오늘 낮부터 기다리고 있으니까." "한데 

모리다파가 상당한 모험을 하는걸. 아무리 유괴 권리를 산다고는 하지만, 만약 경찰의

수사가 뻗치면 그야말로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텐데." "걱정 마. 저쪽은 그 방면에 

도사거든. 게다가 스즈코 부인이 절세 미인이잖아. 저만 한 상품을 놓고 실수할 리가 

없지. 누드 사진을 찍어 전국 루트로 흘려보내거나, 비밀 쇼 등에 출연시키면 아마 

큰돈을 벌걸." 가와다는 그런 말을 주고받으면서 긴코 일행과 폐가로 들어갔다. 

안에서는 서너 명의 여자들이 화투를 치고 있다가 들어오는 가와다를 보고 말을 건넸 

다. "어머, 오라버니. 요즘 경기가 어때?" 기와다는 실은, 동경의 술집을 근거지로 한

불량배로 인신매매를 전문으로 사고 있었 다. 그러나 근래 들어 수입이 계속 줄어들자

가와다는 계획적으로 큰 돈벌이를 하려고 도 야마 가의 운전사로 들어가서 그 동안 

기회만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부인과 아가씨는 어디에 계셔?" 가와다가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여기야." 화투를 치고 있던 여자들이 자신들이 앉아 

있는 바닥을 쿵쿵 두드렸다. 그녀들인 이내 다다미를 걷어내고, 회중전등으로 

아래쪽을 비추었다. 그러자 2미터쯤의 구덩이 속에 하얀 여체가 선연히 나타났다. 

시즈코 부인과 게이코는 서로 등을 맞댄 채 묶여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낡은 속옷 

같은 것으로 재갈이 물려 있고, 비닐 기저귀 커버가 그 위를 덮고 있었다. "도야마 

재벌의 영부인과 아가씨도 이렇게 하니까 두더지나 다름없군." 여자들이 회중전등을 

비추면서 놀리듯 말했다. 시즈코 부인은 눈을 감은 채 어깨를 희 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와다는 처참하다 할 정도로 아름다운 시즈코 부인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긴코에게 말 했다. "이봐, 괜찮겠지? 그 동안은 그램의 떡이라 엄두도 못 냈는데, 

그리고 오늘 아니면 기 회도 없을 것 같은데..." "흥. 그럴 줄 알았어. 예전에 

인신매매를 할 때도 언제나 당신이 제일 먼저 맛을 봤었 으니까." "옛날 일은 꺼내지 

마. 솔직히 나는 전부터 이 부인에게 마음이 끌렸었다구. 운전을 할 때마다 백미러에 

비치는 부인을 보고, 한 번이라도 좋으니 이런 여자와..." "알았어. 결국 이 여자를 

안고 싶다는 거 아냐. 좋아, 당신에게 꽤 신세를 졌고 하니 오늘밤은 맘껏 즐기게 

해주기." 긴코는 웃으면서 패거리들에게 지시했다. "부인을 위로 끌어올려. 오늘밤은 

가와다 오라버니의 노리개가 되는 거야." 여자들은 사다리를 지하로 내리고, 

야단법석을 떨며 시즈코 부인을 위로 끌어올렸다. 하복부에 겨우 얇은 기저귀 커버 

하나만 걸친 채 부인은 약하게 떨고 있었다. 그러나 음란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가와다와 눈이 마주친 순간 부인의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경 직되었다. 순간적으로 

가와다가 이여깡패들과 공모한 사실을 깨달은 부인은 분한 마음이 불덩이 처럼 

치솟았지만, 그보다도 운전자인 가와다 앞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끄러운 모습 을 

드러내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재갈을 문 얼굴을 푹 떨구며 몸을 비틀었다. "뭐야, 

부인 입에 물린 게 너희들 팬티잖아?" 가와다는 아케미와 요시코를 보고, 대재벌 사장

부인에게 너무 심한 게 아니냐며 떠벌 렸지만, 이미 가학의 희열에 온몸이 

달아올랐다. "그래도 정중하게 다루고 있는 편이야. 아주 귀중한 인질이잖아." 

아케미가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나신을 움츠리고 있는 부인의 하복부에 눈 

길을 보내며 말을 이었다. "역시 귀부인이라 그런지 예의가 밝아. 아침부터 저 속에 

넣어 두었는데 기저귀가 전 혀 젖지 않았어." 에츠코가, 게이코는 꽤 축축이 젖었는데

말야, 하며 웃어댔다. 그리고 움막에서 사다리를 끌어올린 여자들은 지하에 혼자 

남겨져 있는 게이코를 놀려 댔다. "기저귀는 조금 있다가 갈아줄게. 엄마에 대한 

용무가 끝날 때까지 참고 있어." 게이코의 격한 오열 소리가 들려왔지만 널빤지와 

다다미를 덮자 그 소리 마저 들려오 지 않았다. 긴코가 몸을 조그맣게 움츠리고 있는 

부인의 입에서 재갈을 빼내며 가와다를 쳐다보고 통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무 

고상하게 굴어서 내 팬티로 입을 막아줬지." 시즈코 부인은 굴욕의 헝겊이 벗겨지자 

크게 두세 번 숨을 몰아쉬고 홍조 띤 단정한 뺨을 옆으로 파묻었다. 이제부터 이 

여깡패들이 가와다 앞에서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 려는지 부인은 공포로 온몸이 

돌처럼 경직되었다. "자, 재갈을 벗겨주었으니 가와다 씨에게 할말 있으면 사양하지 

말고 해봐." 그러자 부인의 나신에 끈끈한 시선을 보내고 있던 가와다가 이끌리듯이 

부인에게 다가 갔다. "가까이 오지 말아!" 시즈코 부인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다, 당신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이 패거리들과 공모하고 

있었다니, 도대체 내게 무슨 원한이 ..." 부인은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우윳빛 

양어깨를 떨며 오열하였다. "부인에게 원한이 있다니 천만에 말씀." 가와다는 입을 

일그러뜨리며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지금까지 특별히 보살펴주시고, 가끔 

과분하게 용돈까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하지만요 부인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게 문제라면 문제죠. 부인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이런 여자를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내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다, 그럴 수만 있다면 나 는 죽어도 좋다, 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도야마 영감이 부인의 아름다운 몸을 매일 밤 안는다는 생각만 하면

질투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가와다는 제 흥에 젖은 듯 계속 지껄여댔다. 

"그럴 바엔 색(色)과 돈을 동시에 얻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부인은 가와다를 역겨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내 목적은 돈보다는 부인이야." 가와다가 협박하듯이 

말하자 부인은 오싹하여 움츠리고 앉은 알몸을 더욱 움츠렸다. 그러자 긴코가 턱을 

세워들고 부인을 향해 말했다. "우리가 평소에 가와다 씨에게 신세를 지고 있거든. 

게다가 이번에도 상당한 돈벌이를 시켜줬고 해서 말이야. 부인이 우리들 체면 좀 

세워줘야겠어. 그러니까 오늘밤 가와 다 씨의 여자가 되어주는 거야." ~~~1권 2장 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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