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 충동
이벤트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곧바로 그 세계에 끌려 들어갔다.
전에 갔던 이벤트보다 강하고 깊게. 심장이 뛰는 소리가 시끄럽고 답답할 정도였다. 무대 장치가 전의 이벤트보다 중후하기 때문일까? 결박에 대한 나의 의식과 지식이 다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체험 코너에 참가하려고 생각해서일까?
결박 쇼는 한 시간 정도, 모델 두 사람을 묶어서 보여주었다.
휴식 시간 방송이 나오자, 나는 숨을 토하며 굳어 있던 몸의 힘을 뺐다.
“……왠지 굉장했어요.”
“응, 굉장하네. 역시 프로는 달라.”
그의 뺨이 조금 발그레 달아올라 있었다. 아마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무심코 웃어버렸다.
나도 그가 그런 식으로 만지면서 묶어주었으면 좋겠다. 그에게 묶이고 싶다. 그에게만.
그런 생각을 하고 말았다.
“이제부터 체험 코너구나. 틀림없이 희망자가 많이 있을 거야.”
“그렇게 많아요?”
“응. 좀처럼 체험할 수 없으니까…….”
그는 왠지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 표정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어쩌면 내가 체험 코너에 나가려고 하는 사실을 알아채고 만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휴식 시간이 끝나자 결박사가 무대에 올랐고, 체험 코너가 시작되었다. 열기에 휩싸인 회장에서 많은 희망자가 손을 들었다. 그중에서 결박사가 선택할 것이다.
가슴이 아플 정도로 고동쳤다. 몸이 긴장으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호흡이 가빠졌다.
첫 번째 사람이 정해지자 무대에 올라갔다.
어쩌지? 도저히 손을 못 들겠어.
하지만 여기서 움츠러져 있으면 그를 곤란하게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나도 지금 이상으로 괴로워질 것이다.
지금밖에 없는데. 나의 마음을 확인하는 방법은 지금밖에 없는데.
첫 번째 사람의 결박 체험이 끝나고 두 번째 사람을 모집하기 시작하는 목소리가 들리자, 나는 치마를 꽉 잡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기회는 지금뿐이야.
그러니까.
각오를 다지고 들려던 손은 옆에 앉은 그의 손에 의해 제지당했다.
“응? 사오토메 씨……?”
“……안 돼.”
“네?”
“그런 짓, 못 하게 할 거야.”
“네……? 저기…….”
“카미야 씨는 내 파트너잖아.”
그렇게 말한 옆얼굴이 너무나도 진지해서 조금 무서웠다.
무대에는 두 번째 체험자로 정해진 여자가 기뻐하면서도 조금 긴장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의 분위기에 놀라고 무서워져서 혼란스러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움직일 수도 없었다.
갑자기 팔을 당기는 바람에 튕겨지듯이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자, 그는 그저 ‘나가자’라고 한 마디 했다.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종종걸음으로 의자 사이를 지나치며 회장을 나갔다.
세게 잡힌 손이 살짝 아팠다.
밖으로 나가 사오토메 씨가 손을 이끄는 대로 그저 거리를 걸었다.
그는 어디로 가는 건지, 왜 이벤트 중간에 나왔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나의 손을 세게 잡고 있었다. 나 또한 아무 말도 묻지 못하고 있었다.
왜?
어째서?
물음표만이 머리를 맴돌았다.
하지만 물어보면 모든 것이 끝나고 말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물을 수 없었다.
“……싫었어.”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불쑥 꺼낸 그 말.
한순간 무슨 뜻인지 몰라서 망설였다.
“네……?”
“나 말고 다른 남자가 카미야 씨를 묶는 모습을 보는 건 절대, 죽어도 싫었어.”
“……사, 사오토메 씨…….”
“확실히 알았어. 결박 파트너니까 카미야 씨를 속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못 하겠어.”
확신에 찬 그 말을 듣자, 이번에는 확실히 아플 정도로 심장이 강하게 고동쳤다.
◇ ◇ ◇ ◇ ◇
그에게 이끌려 들어간 곳은 흔히 있는 보통 비즈니스호텔이었다.
휴일이었는데도 운 좋게 방을 잡을 수 있었다.
들어간 방 안에서 침대에 앉아 아무런 대화도 없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 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어딘가 우스꽝스럽고 이상했다.
사오토메 씨는 무릎 위에 깍지를 낀 채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아까 한 말의 의미도, 그가 그 회장에서 나를 제지한 의미도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될 수 있으면 그 대답을 듣고 싶은 주제에 말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왜 그때 저를 제지하셨어요?
제가 다른 사람에게 묶이는 모습을 보기 싫다니, 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그렇게 물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나에게는 그럴 용기가 없었다. 기대하는 말과 다른 대답이 돌아온다고 생각하니 그것만으로도 벌써 괴로웠다.
“……미안해.”
“네?”
갑자기 울린 목소리에 어깨가 튕겼다.
옆으로 주뼛주뼛 시선을 향했더니, 그는 조금 멋쩍어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미안해. 억지 부려서 정말 미안해.”
“무, 무슨 말씀인지, 가르쳐주세요.”
“……응. 다 말할게. 카미야 씨한테서 파트너 관계를 해소하고 싶다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나의 손을 잡더니 손가락을 휘감았다.
그러기만 했는데도 나의 심장은 고동쳤고,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되었다.
“좋아해.”
“……아.”
“결박 같은 취미, 보통 들으면 기겁하잖아. 여자라면 누구든. 하지만 카미야 씨는 기겁하지 않았고, 그러기는커녕 받아들여 주었어. 물론 카미야 씨도 결박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인 건 알아. 하지만 난 굉장히 기뻤어.”
“……저, 저도 마찬가지예요.”
“응. 그래서 말이지. 처음에는 취향이 같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 아니, 그렇게 믿으려고 했어.”
사오토메 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설마 내가 잘못 안 건가?
그날 밤 이후로 거리를 둔 그를 보며 애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점. 나에게서 멀어지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던 점. 그 모두가 나의 지레짐작이었던 걸까?
“카미야 씨는 항상 다정하고, 온화하고, 무척 귀여웠어. 어느샌가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소중히 하고 싶다고, 이 친구에게 상처를 입히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어.”
“……사오토메 씨.”
“회사에서는 부하 직원이니까 편하게 말을 걸 수도 없고, 묘한 소문이 나면 카미야 씨만 곤란해지니까 멀찌감치 서서 볼 수밖에 없었지만, 주말이 오는 게 기다려져서 참을 수가 없었어.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서 좀 더 계속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하지만 결박 파트너일 뿐이니까 나의 마음은 카미야 씨에게 폐가 될 것 같았어. 만지고 싶었고, 더 기분 좋게 해주고 싶었지만, 난 카미야 씨의 신체를 애인처럼 만져도 되는 권리 따윈 없으니까. 그게 줄곧 안타깝고 분했어.”
사실은 줄곧 더 많이 느끼고 싶었다. 만지고 싶었다.
묶여 있을 때의 표정을 보고 자신도 부채질당했다.
더욱더 기분 좋게 해주고 싶다. 이어지고 싶다. 그렇게 바라게 되기까지 시간은 그리 많이 걸리지 않았고, 항상 참고 있었다.
이 마음을 고백해야 할까. 아니면 이 관계를 해소해야 할까. 줄곧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밤. 처음으로 몸을 이은 그날.
그는 나를 놓치고 싶지 않다, 다른 남자가 만지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격렬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나처럼 중요한 데에서 꽁무니를 빼는 녀석은 카미야 씨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카미야 씨가 지금은 내 파트너로 있어주지만, 만약 이상형인 남자가 나타나면 그에게 가버리지 않을까 항상 두려움에 떨고 있었어. 실제로 나는 회사에서는 못 미덥다는 말도 자주 듣는 데다 카미야 씨도 그렇게 생각하는 걸 알고 있었거든.”
"저, 저는 그런 생각 안 해요!”
“됐어, 괜찮아. 난 실제로도 믿음직스럽지 못하니까. 더 좋은 남자가 나타나서 카미야 씨를 나에게서 빼앗아 갔을 때, 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나 스스로도 알 수 없었어.”
나의 손을 잡는 힘이 강해졌다.
조금 아플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보다 그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계속 망설였어. 카미야 씨와 멀어져야만 한다고. 내가 먼저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타일러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 왜냐하면 이미 나에게 카미야 씨는 단순한 파트너가 아니었으니까.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소중히 여기고 싶은 소중한 여자가 되어 있었어.”
“…….”
“나로는 안 될까? 연상인데도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언제까지고 우물쭈물 고민하는 놈이지만, 카미야는 다른 누구에게도 건네고 싶지 않아. 오직 내가 계속 카미야 씨 곁에 있고 싶어. 카미야 씨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도 나고, 카미야 씨를 묶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카미야 씨를 쭉 소중히 할게. 부탁이니까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주지 않겠어……?”
그가 똑바로 응시하자 한순간 숨이 막혔다.
가슴에 기쁨만이 차올랐다. 거절할 이유 따윈 하나도 없었다.
왜냐하면 나도 원했으니까. 계속 이 사람을 원했다. 이 사람만을 원했다.
감정이 넘쳐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울음을 그치고 싶어서 손가락으로 닦았지만, 눈물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카, 카미야 씨?”
“저……저는요……, 줄곧 사오토메 씨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뭐? 어, 어째서?”
“그, 그게, 처음 묶어주었던 밧줄, 손에 익었다고 하셨잖아요……!”
“아. ……아니, 그건…….”
어딘가 초조해하는 그의 음색을 듣고 가슴이 욱신거렸다.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주었지만 사실은 아닌 게 아닐까. 마음속에 작은 의혹이 떠올랐다.
“묶는 것도 익숙하시던걸요! 틀림없이 저 말고도 이런 행위를 하는 상대가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파트너는 없다고 했지만 애인한테 이런 행위를 하시지 않았을까. 저는 분명히 그 대역인 것 같아서…….”
“아, 아니! 아니야! 그게 아니야! 그, 그건.”
“……그건, 뭐요?”
뺨을 붉게 물들이고 말하기 힘들어서 주저하는 그에게 시선을 향했다.
제대로 듣고 싶다. 그와 마음이 이어질 수 있도록, 그의 품 안에 아무 근심 걱정 없이 뛰어들 수 있도록 제대로 듣고 싶었다.
“……프…….”
“……프?”
“…………………프로 결박사한테서 배운 적이 있거든…….”
“……네?”
“사람을 묶는 행위는 말이지, 굉장히 위험해. 지식이 없는 초심자가 무심코 손을 대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묶고 싶다는 욕구는 있지만, 나의 소중한 사람을 묶는 데 아무런 지식도 없이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언젠가 이해해주는 연인이 생긴다면, 그렇게 생각하고…….”
“배, 배우신 거예요?”
“응. 그 밧줄은 그때부터 계속 쓰고 있어. 선생님이 아주 새로운 삼노끈보다 손에 익은 게 좋다고 가르쳐주셨거든. 카미야 씨는 결박이 그때 처음이었잖아? 위험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걸 꺼낸 거야.”
“……뭐야. 그럼 제 착각이었던 건가요?”
그가 아직 조금 멋쩍어하는지 쑥스러운 듯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순간, 안도감이 든 나는 몸에서 힘이 빠졌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묶은 적이 있다는 건 틀림없지만, 그건 단순한 연습 상대였을 것이다. 그가 특별하게 여기는 상대가 있었던 건 아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지레짐작이었음을 알고 기뻐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 그럼.”
“응?”
“저, 사오토메 씨를……, 좋아, 좋아해도 되나요?”
그가 숨을 삼키는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잡고 있던 손을 다시 잡고는, 그 팔을 가슴에 끌어안았다.
“저, 사오토메 씨의 곁에 있어도 될까요? 사오토메 씨와 멀어질 생각 하지 않아도 될까요? 계속 곁에 있고 싶다고, 사오토메 씨가 묶고 싶어 하는 여자는 저뿐이라고, 그렇게 자만해도 될까요……?”
눈물에 젖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니, 그 표정이 붉게 물들어 갔다.
그 변화에 놀란 나는 눈물이 딱 그쳤다.
몸은 그에게 힘껏 안겨 있었다.
“사, 사오토메 씨……?”
“말도 안 돼.”
“네?”
“꿈만 같아…….”
틀림없이 차일 줄 알았어.
그렇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고, 귀에 그의 숨소리가 닿았다.
뜨거운, 뜨거운 숨결과 크게 울리는 내 것이 아닌 고동 소리가 그 말이 진심임을 전해주고 있었다.
“저도……, 저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안겨 있던 몸이 힘차게 떨어지더니, 왜 몸을 뗐는지 생각하기도 전에 입술이 막혔다.
세게 밀어붙일 뿐인 키스에 놀란 건 한순간이었고, 바로 그 입술을 받아들였다.
처음으로 했던 키스보다 성급한데도 다정하고, 무척이나 달콤했다.
나는 금세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서로의 숨결 사이에 혀가 얽히는 소리가 섞였다.
그가 입안 구석구석까지 자극하자, 허리에 둔한 자극이 쌓여 갔다.
욱신거리는 몸을 비비듯이 찰싹 달라붙은 채, 등에 두른 팔의 힘과 온기에 안도하며 키스를 더더욱 원하고 있었다.
“좋아해요…….”
“나도 좋아해. 치사토, 좋아해.”
그에게 처음으로 불린 내 이름이 무척 특별하게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