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 계기
이대로 괜찮을까?
이 관계를 이어 가면 그에게 폐가 되진 않을까?
그런 고민을 갖게 된 것은 몸을 겹친 후의 일이었다.
그날 잠이 든 나는 다음날 아침 그가 깨워줄 때까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자고 일어나서 사오토메 씨의 얼굴을 인식한 순간 수치심에 얼굴이 빨개졌지만, 그는 온화하게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주어서 정말 고마웠고, 어색하지 않아도 되어서 무척 기뻤다. 하지만 그는 전보다 훨씬 나에게 신경을 쓰게 되었고, 어딘지 모르게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말 약속은 여전히 꼭 실천했다. 사오토메 씨가 먼저 묶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는 없지만, 그는 내가 바라면 묶어주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날 밤처럼 몸을 겹치는 일은 없었다.
이제는 나도 알아버린 그의 정열을 원해도, 사오토메 씨는 그 소원만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박 파트너로서 선을 넘어버린 사람은 나였다. 그가 걱정할 일은 하나도 없었다. 사오토메 씨가 이제 파트너 관계를 계속할 의사가 없다면, 나는 매달려서는 안 될 것이다.
게다가 사오토메 씨는 처음 몸을 묶은 날 밤에 이렇게 말했다.
‘손에 익은 밧줄’이라고.
그 말의 의미를 깨닫고 나면 답을 내는 건 간단했다.
결박 파트너는 없었다고 했지만, 애인이 없었던 건 아닐 것이다.
그날 밤의 사건을 신경 쓰고, 나와 거리를 두는 이유가 소중한 애인을 걱정해서 그러는 것이라면?
그렇게 생각한 순간, 격렬한 아픔이 가슴을 꿰뚫었다. 그런 건 싫었다.
싫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명확했고, 한번 알아차리고 말았더니 마음을 억제할 수 없었다.
다정한 데다 온화하고, 언제나 나를 소중하게 대해주는 사오토메 씨에게 끌리고 말았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행동했었지? 어째서 아무렇지도 않게 있을 수 있었을까?
처음에는 결박에 대한 호기심뿐이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소원이 이루어졌고, 파트너를 찾을 수 있었다.
어느새 호감을 갖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그날 몸을 겹쳤을 때는 이미 사오토메 씨를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런 식으로 세게 안아달라는 생각 따윈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져주지 않아서 쓸쓸하다, 그저 그가 나를 쳐다보기만 해서 섭섭하다, 그 따스함이 나를 만져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좀 더 빨리 깨달았어야 했다.
몸을 겹치기 전에.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 그런 생각을 해버리기 전에. 애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괴로워하기 전에. 그러면 곧바로 멀어지자고 결심할 수 있었을 텐데.
그의 다정함을 알게 될 때마다, 그의 온화한 성품을 접할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나의 마음이 부풀어 올랐고, 모르는 척하는 건 이제 한계였다.
“카미야 씨?”
“……아, 죄, 죄송해요. 제가 좀 멍하니 있었죠?”
“아니, 그건 괜찮은데, 몸은 괜찮아? 왠지 안색이 안 좋아.”
“괜찮아요. 조금 추워서 그런 것뿐이에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주말. 평소처럼 만나는 중인데도 나는 생각의 파도에 잠겨버리고 말았나 보다.
얼버무리는 듯한 미소로 대답하자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든 얼버무려야 한다고 생각해도 좋은 변명이 떠오르지 않았다.
애매하게 웃으며 넘긴 나는 살며시 그의 손을 잡았다.
“정말 괜찮아요. 갈까요?”
“……응.”
“사오토메 씨?”
“아, 아니, 미안해. 아무것도 아니야. 갈까?”
그는 뭔가를 웃으며 얼버무리듯이 그렇게 말하고는, 내가 잡은 손을 세게 당겼다. 조금 빨리 걷는 사오토메 씨의 옆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까까지는 평소와 같았는데, 왜 이렇게 갑자기 새빨개진 걸까?
혹시 내가 손을 잡아서?
나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기도하듯이 바라며. 그의 손을 잡은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 ◇ ◇ ◇ ◇
이제 완전히 익숙한 그의 집 거실로 안내받았다.
우리는 차를 마시면서 레스토랑에서 즐긴 저녁 식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샐러드, 맛있었어.”
“그러게요. 무슨 드레싱을 썼을까요?”
“와사비 같지 않았어?”
겉으로는 별 내용 없는 대화였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런 대화를 나누는 것마저 기뻐하고 말았다. 울려 퍼지는 심장 고동 소리를 억제하기가 힘들었다.
차를 마시면서 두 사람 사이에 감도는 온화한 분위기. 틀림없이 이 방의 분위기는 그의 성격 그 자체일 것이다.
지금은, 지금만은 나의 마음도 그와의 관계도 생각하지 말자.
비록 곧 끝나버릴지도 모르는 관계라고 해도, 지금은 그와 있는 시간을 즐기자.
“아, 맞다. 카미야 씨가 봐줬으면 하는 게 있어.”
“? 뭔데요?”
“응, 잠깐만 기다려.”
그렇게 말하면서 옆방에서 노트북을 가지고 온 그가 보여준 것은 결박 이벤트 공지. 나와 사오토메 씨가 이런 관계가 되는 계기가 된 이벤트를 개최했던 결박사의 새로운 이벤트였다.
“아, 이 사람…….”
“맞아, 또 이벤트를 한대. 카미야 씨만 괜찮으면 같이 갈래?”
“네?”
“이번에는 큰 행사장에서 하니까 티켓도 사기 쉬울 거야. 어때?”
같이 가자고 한 그의 말이 기뻤던 나는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 ◇ ◇ ◇ ◇
그리고 찾아온 이벤트가 열리는 날.
헤매지 않고 도착한 회장에서 느껴지는 그 열기에 깜짝 놀랐다. 전에 갔던 이벤트보다 큰 행사장이었고 사람도 많았다.
예매를 못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던 이벤트 티켓은 무사히 살 수 있었고, 우리는 얼굴을 마주 보며 웃고 말았다.
“와아…….”
“……굉장하네.”
그가 앞자리에 앉자고 권했지만 사양했다. 모르는 점이 있으면 그에게 물어보면 된다. 전에 갔던 이벤트와 마찬가지로 뒤쪽 자리에 앉아 시작을 기다리면서 구입한 팸플릿을 넘겼다. 그리고 프로그램에 눈을 빼앗겼다.
“……결박, 체험……?”
결박 쇼가 있고 난 후, 희망자에게 체험을 하게 해주는 코너가 있나 보다.
묶여볼까 생각했다.
나는 사오토메 씨 이외의 사람에게 묶여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말고는 안 된다. 그가 아니면 싫다’라고 믿어버렸을 가능성도 있다.
이제 막 알에서 부화한 병아리는 눈앞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부모로 인식한다는 ‘각인 효과’처럼, 맨 처음에 나를 묶어준 사람이 사오토메 씨이기 때문에 ‘그 말고는 안 된다’고 믿어버리고는 그 마음을 사랑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각인 효과’라고 한다면, 나는 사오토메 씨에게 소중한 사람이 생겼을 때 억지를 부리면서 그를 곤란하게 하지 않고 파트너 관계를 해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이벤트의 주최자는 프로.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다.
위험하지는 않겠지만, 사오토메 씨 이외의 사람이 몸을 만지는 것도 묶이는 것도 싫다.
하지만 그마저도 지금의 관계가 아쉽다는 마음에서 발생한 감정의 가능성에 있지 않을까?
결박사의 홈페이지에도 결박 파트너를 찾기는 어렵다고 적혀 있었잖아?
나의 마음은 사랑인가, 그렇지 않은가.
그 사실을 확실히 하기 위해 시험해봐야 한다.
나는 팸플릿을 바라본 채 숨을 삼켰다.
체험 코너는 이벤트 중반에 진행된다. 그때까지 용기와 각오를 다지자. 그렇게 마음속으로 결심한 나는 숨을 작게 내뱉었다.
그런 나의 중얼거림을 사오토메 씨가 듣고 있었을 줄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