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 첫 체험
두 손을 잡히더니 손목이 겹쳐졌다.
그러더니 한가운데에서 구부려 두 겹이 된 밧줄이 감겼다.
고리 모양이 된 부분은 아주 조금 남아 있었다.
두 번 정도 감긴 밧줄은 남아 있는 고리 모양을 밧줄 밑으로 해서 통과하더니, 그대로 마주한 손목 위에서 단단히 묶였다.
나에게는 묶는 방법이 특수하게 보였고, 어떻게 되어 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거……, 왜, 두 겹으로, 묶는 건가요?”
차오른 숨을 얼버무리듯이 그렇게 질문했더니, 사오토메 씨는 나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인지 온화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손은 멈추지 않고 굳게 묶인 매듭에서 밧줄을 10센티미터 펴더니, 팔꿈치 아래쪽 팔에도 밧줄을 감았다.
“하나로는 밧줄이 너무 얇아서 몸에 부담이 크기 때문이야. 두 겹이라면 밧줄을 묶기도 쉽고, 묶이는 사람의 부담도 적거든.”
“그렇, 구나…….”
양팔에 감긴 밧줄 사이로 밧줄이 통과되더니, 팔에 감긴 밧줄을 고정하는 식으로 묶였다.
마찬가지로 다른 한 군데, 팔꿈치 약간 위쪽에도 똑같이 감겼다.
나는 나의 팔이 묶여 있는 광경을 보고 의식이 어질어질했다. 나의 숨이 서서히 가빠지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읏……, 흐…….”
“아프지는 않아?”
“괘, 괜찮, 아요…….”
팔꿈치부터 아래쪽이 붉은 밧줄로 꾸며진 것처럼 보였다.
아픔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데도 확실하게 구속되어 있어서 팔을 움직일 수 없었다. 사오토메 씨는 밧줄을 훑으며 나의 살결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도착적인 그 광경이 꿈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는 퍼뜩 숨을 흘리더니 웃었다. 그 눈동자에는 확실한 열이 깃들어져 있었으며, 나의 마음속의 무언가가 조용히 부채질당했다.
“목에 밧줄을 맬 거지만, 걱정하지 마. 목을 조르지는 않을 테니까.”
“으응…….”
“여기에 걸고서 잇기만 할 거야…….”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속삭이자, 오싹오싹하게 달콤하고 감미로운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
팔을 묶고 있는 밧줄을 그대로 살짝 목에 걸자, 밧줄의 감촉에 어깨가 작게 꿈틀 뛰었다.
“……무서워?”
“아, 아니, 아니에요……. 무, 무섭지는, 않아, 요…….”
계속해주세요, 하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그는 웃지도, 농담을 하지도 않고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목에 걸린 밧줄이 팔에 감긴 밧줄과 연결된다. 목과 팔 사이에 뻗은 밧줄에 남은 밧줄이 감겨 꽈악 고정되었다.
완성된 그 결박의 모습을 보자, 나의 숨은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만큼 거칠어졌다.
말을 할 수 없어서 그대로 그를 바라보고는 목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카미야 씨, 굉장히 섹시해. 예뻐.”
“……아……앗.”
“이걸 팔 격자 매듭이라고 해.”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그러더니 뺨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귀에 걸고는, 그대로 귓불을 간질였다.
사오토메 씨는 애인이 아닌 데다, 하물며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가 몸을 만지는 데 혐오가 아니라 오히려 더 만져달라고 바라고 마는 내가 있었다.
그는 나의 모습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밧줄 하나를 손에 들었다.
“다리를 묶을게.”
“네…….”
그는 양쪽 발목을 나란히 놓더니 그곳에도 밧줄을 감기 시작했다.
그의 허벅지에 두 다리를 올리자, 밧줄이 나의 살 위로 선명하게 춤추고 있었다.
아래에서 보는 그의 표정은 진지했고, 손놀림은 매우 다정했다. 나를 배려해주고 있다는 게 전해져 오는 손놀림이었다.
복잡한 모양을 그리며 점점 구속되는 두 다리. 몸에 붙은 불은 그대로 맺힌 채 남아 있었다. 마음은 기쁨을 느끼고 있었고, 묶인 밧줄을 어루만지는 그의 눈동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다 됐어.”
“사, 오토메, 씨…….”
“어디 아픈 데는 없어? 기분이 불쾌하진 않고?”
“어, 없어요…….”
있다고 한다면 마음뿐.
여태까지 경험한 적이 없을 정도로 흥분되어 몸이 뜨거웠다.
더 해주길 바라는 내가 있었다. 사고를 제어하지 못했다.
그를 원하듯이 그에게 구속된 채 두 손을 뻗자, 커다란 손이 살며시 잡아주었다.
“……기분 좋아?”
나는 그 질문에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쾌감은 여태까지 체험한 적이 없었다. 괴로운데도 더 해주었으면 좋겠다.
눈앞에 있는 그 사람을 만지고 싶다고, 더 만져달라고, 그런 생각을 하고 말았다.
그를 바라보자 그 눈동자에도 열이 깃들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로를 바라보자 점점 체온이 올라갔다.
어쩌지? 좀 더.
좀 더 만져줬으면 좋겠어. 밧줄로 묶인 나의 몸을.
그렇게 생각한 그때, 그가 손목에 묶은 밧줄 매듭을 만졌다.
순간 내 몸이 야단스럽게 뛰면서 믿기지 않을 만큼 큰 쾌감이 몸을 타고 흘렀다.
깜짝 놀라 토해 낸 숨은 무척 뜨거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슬슬 풀까?”
“……네?”
“카미야 씨, 결박은 처음이잖아? 너무 장시간 이러고 있으면 부담이 되니까.”
“……아, 네.”
서운한 마음을 얼굴에 드러내버린 것 같다.
그는 나의 반응을 일부러 신경 쓰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밧줄이 천천히 풀리자 팔이 서서히 자유를 되찾았다.
왠지 꿈의 세계에서 현실에 끌려서 되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며 쓸쓸해서 견딜 수 없었다. 동시에 나는 지금까지 느낀 적이 없는 흥분이 몸에 깃들었음을 자각하고 있었다.
모든 밧줄이 풀렸고, 몸은 완전히 자유를 되찾았다.
옷 위와 타이츠 위에서 밧줄로 묶였지만, 살짝 소매를 걷었더니 손목에 밧줄 자국이 있었다.
“아아, 미안해. 자국이 남아버렸네.”
“아……아니에요……, 자국이 남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괜찮아요…….”
이 자국은 틀림없이 바로 사라져버릴 것이다. 홈페이지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손목에 남은 밧줄 자국은 손목시계와 소매로 감춰버리면 보이지 않게 된다.
나는 밧줄 자국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움푹 파인 피부에서 나를 구속하고 있던 밧줄의 감촉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커피, 다시 타 올게.”
“아, ……고맙습니다.”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을 남긴 그의 등을 지켜보고는, 또다시 밧줄 자국에 시선을 떨구었다.
심장이 아직 두근거렸고 흥분은 진정되지 않았다.
몸속이 아직 욱신거렸고 불이 붙은 열기가 지금도 연기를 내고 있었다.
작게 숨을 토하자, 그 숨은 달콤하고 뜨거운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마워. 내 억지를 들어주어서.”
“……네?”
따뜻한 커피를 다시 타서 가져와준 사오토메 씨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말았다.
묶여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사람은 나였다.
사오토메 씨의 억지가 아닌데.
그렇게 생각한 마음이 얼굴에 드러났는지 사오토메 씨는 웃으며 옆에 앉았다.
손에 든 밧줄을 정리하기 위해 감으면서 계속해서 그 이유를 말했다.
“묶어보고 싶다고 하면 역시 여자는 질색을 하고 말 테니까. 그래서 카미야 씨한테는 감사하고 있어. 나, 굉장히 만족스러워.”
“사오토메 씨…….”
이제 끝이라는 듯한 말투에 쓸쓸함이 복받쳤다.
결박이라는 행위는 조금 특수하다. 취향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싫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더 해달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니까 그런 섭섭한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는 묶고 있는 동안 몇 번이나 나에게 ‘괜찮아?’라고 물어봐주었고, 밧줄을 묶는 힘도 나를 만지는 손놀림도 부드러웠다. 싫다는 생각 한 번 하지 않고 안심하며 몸을 맡길 수 있었다.
이번 한 번뿐인 행위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시간이었다.
나는 숨을 작게 들이마셨다.
지금부터 나는 터무니없는 얘기를 하려고 했다.
“사, 사오토메 씨, 저…….”
이어지는 말을 해버리면 이제 돌이킬 수 없다. 단순한 상사와 부하 직원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응?”
“……저의, ……파트너가, 되어주지 않으시겠어요?”
그 말을 들은 그는 놀라서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