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 감미로운 유혹
아직 저녁이었지만, 모든 자리가 개별실이라고 광고하는 술집으로 들어갔다.
개별실이 있는 가게를 고른 이유는 사오토메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내용이 그런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술집으로 간 이유는 술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창피해서 얘기하기 힘드니까.
점원이 가져다준 맥주로 형식적인 건배를 했다.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술집까지 들어온 건 좋았지만,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랐다.
메뉴를 보는 척하면서 사오토메 씨의 표정을 힐끔 살폈다. 단정한 외모였다. 그리고 우유부단하다는 신랄한 평가를 받고 있으면서도 여사원들에게 나름대로 인기가 있는 사람.
속마음을 말하자면 나도 조금 동경하고 있었다. 그런 상대에게 결박에 대해 말을 꺼내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고, 이곳에 사오토메 씨를 데리고 온 것만으로도 나의 용기는 품절되었다. 적당한 안주를 주문하고는, 또다시 서로 말없이 맥주를 마셨다.
무거운 침묵이 개별실을 채우고 있었지만, 그 분위기를 깨듯이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사오토메 씨였다.
“……카미야 씨, 는, 말이야.”
“아, 네.”
나는 저도 모르게 등을 꼿꼿이 폈다.
“아, 미안해. 갑자기 얘기하기 시작해서.”
“아, 아,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말씀 계속하세요.”
시선을 마주치치 못한 채 그렇게 말하자, 아주 살짝 웃는 소리가 났다.
무척 다정한 분위기면서도 어딘가 곤란한 듯한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주뼛거리며 시선을 들었다. 그러자 그는 “겁먹지 마. 괜찮으니까.”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카미야 씨 말이야. 그런 데 관심 있어?”
“……과……관심이랄까…….”
“아, 미안해. 여자가 먼저 말하긴 그렇지? 내가 먼저 말하지 않으면 곤란하게 만들 뿐인데 말이야.”
“아, 아니요, 그…….”
이 상황에서 ‘네, 관심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더 원활하게 진행될까? 말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막상 그런 상황이 되니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가 없었다.
내가 우물쭈물 말을 자아내지 못하고 있으려니, 사오토메 씨는 한숨을 작게 쉬고는 맥주가 담긴 잔을 테이블에 놓았다. 그 모습은 심호흡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쩌면 사오토메 씨도 나와 같을지 모른다.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분위기를 알아채고 말을 기다렸다.
“……나 말이야, 관심이 있어.”
“그런 데, 말씀이세요……?”
“응. 아, 묶이는 쪽 말고 묶는 쪽, 이지만…….”
“무, 묶는, 쪽, 이시구나…….”
난 멋대로 묶인 여자를 보면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쪽인 줄 알았는데, 결박 그 자체에 관심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여자를 괴롭히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니야. ……그저 내 손으로 그런 식으로 묶는 데 관심이 있거든. 옭아매고 싶다고 할까, 삼노끈으로 묶여 있는 여자를 보면 말이지, 엄청 흥분해. 살을 파고든 삼노끈이나 자국이 남은 피부를 보면 오싹오싹해.”
그렇게 말한 사오토메 씨의 눈은 어딘지 들떠 있는 듯한 열기를 띠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나는 침이 목을 타고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상대가 그런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경악하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사오토메 씨가 털어놓아서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내 안에 있던 결박에 대한 강한 흥미를 털어놓을 만한 상대가 없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은 틀림없이 나의 이야기를 웃지 않고 들어줄 사람이었다.
나는 결심하고 입을 열었다.
“저, 저기 말이죠…….”
“응.”
“……무……묶이는 쪽에, 관심이, 있어서…….”
“……그렇구나.”
이런 일을 털어놓는 건 창피했지만, 사오토메 씨는 웃지 않았다.
사오토메 씨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의 말을 기다려주고 있었다.
나의 무거운 입은 그 반응에 등을 떠밀려 조금씩 매끄러워졌다.
“잡지에 묶인 여자 사진이 실려 있었어요…….”
“응.”
“그 사진이 묘하게, 신경 쓰여서…….”
내가 더듬더듬 설명하자, 사오토메 씨는 재촉하거나 끼어들지도 않고 그저 맞장구를 쳐주었다.
결박이라는 세계를 알게 된 계기.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결박을 당하는 체험을 해보고 싶다. 결박을 당함으로써 나 자신이 어떤 변화를 얻을 수 있을지 알고 싶다. 그 뒤에 있을 쾌감과 황홀함을 경험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이상한 걸까 고민하고 있었다는 이야기.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알아보는 사이에 알게 된 결박사의 홈페이지.
그곳에 게재된 사진을 보고 만족하자며 체념하고 있었던 마음.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어서 그저 줄곧 혼자 끌어안고 있었다는 이야기.
오늘 결박 쇼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사진 이상의 것들을 알고 싶어서 신청했다는 이야기를 단숨에 털어놓았다.
“여자가 결박을 좋아하는 동지를 찾는 건 어렵지.”
“여, 역시 비정상적이라고 할까? 그런 세계는 들여다보기 조금 무서워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보통 사람은 받아들이기 힘드니까. 그래도 카미야 씨는 정말로 운이 좋았네. 그 사람 쇼는 인기가 있어서 항상 티켓 쟁탈전이 어마어마하거든.”
“정말요?”
“응. 뭐랄까, 성적 흥분도 있지만, 아무튼 예술성이 높다고 할까? 결박술 그 자체가 예술의 영역에 있는 데다, 묶인 여자가 예쁘다고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아.”
그 말을 듣고 보니 회장에 있던 관객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았던 것 같았다.
“딱히 범죄도 아니니 떳떳하지 못할 일도 없지만, 역시 결박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아무래도 다들 주저하긴 하지.”
“맞아요! 관심이 있어도 누구한테 물어보면 좋을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전혀 몰랐어요. 그래도 오늘 본 건 정말 굉장했어요! 왠지 거기만이 다른 차원 같았던 데다, 묶여 있던 사람도, 몸에 말려 있던 밧줄도 예뻤고! 엄청 흥분했어요!”
살짝 몸을 내밀고 감상을 말하자, 사오토메 씨는 다정하게 웃어주었다.
사오토메 씨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감정도 받아들여준 점이 나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쇼에서 얻은 흥분이 또다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오토메 씨가 갑자기 정직하고 진지한 시선을 나에게 향했다.
“……있지. 카미야 씨.”
“네?”
그는 남아 있던 맥주를 들이키고는, 잔을 테이블에 놓았다.
나는 그 진지한 눈빛에 살짝 주춤하고 말았다. 나도 같이 쳐다보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묶이는 데 저항이 없다면 한 번 체험해보지 않을래?”
나는 생각지도 못한 그의 제안에 기대와 두려움을 느끼며 숨을 삼켰다.
◇ ◇ ◇ ◇ ◇
“커피 타고 올 테니까 앉아 있을래?”
“아……, 네.”
왜 사오토메 씨의 제안에 수긍했는지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내가 묶여보고 싶다고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하자, 사오토메 씨는 재빨리 계산을 끝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술집을 나왔다.
끌려온 곳은 그의 집이었고, 그가 안내한 방 안은 깔끔하게 정리 정돈이 되어 있었다. 내 방보다 깨끗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약간 큰 소파에 앉아 긴장하는 마음을 달래며, 작게 심호흡을 반복하는 나를 보고 웃으면서 따뜻한 커피를 끓여주었다.
“긴장돼?”
“……조, 조금…….”
“그렇겠지. 그런 제안을 받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테니까. ……실은 나도 조금 긴장했어.”
“그러세요?”
옆에 앉은 그의 얼굴을 봤더니 약간 쑥스러운 듯 웃고 있었다.
나에게 시험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해주었던 그 말은 힘이 넘쳤고, 망설임 따윈 보이지 않았다.
뜻밖에도 마음이 그대로 표정에 드러나고 말았나 보다. 사오토메 씨는 쓴웃음을 짓더니, 커피 잔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야 긴장하지. 하지만 지금은 그 이상으로 흥분했어.”
“……그, 그러, 세요?”
“응. 묶인 카미야 씨, 무척 예쁠 거야.”
그가 몸을 만지지는 않았다. 그저 다정한 눈빛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그런데도 심장이 한 번 커다란 소리를 내며 몸이 어렴풋이 뜨거워졌다.
도저히 눈을 마주친 채 있을 수가 없어서 시선을 살며시 돌리자, 그가 일어나더니 ‘잠깐만 기다려’라고 내게 말했다.
“밧줄 가지고 올게.”
“아…….”
“안심해. 초심자인 카미야 씨를 쇼에서 봤던 것처럼 하드하게 묶지는 않을 테니까.”
나는 그 말을 듣고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해서가 아니었다. 가슴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압도적인 기대감이었다.
물론 묶이는 쪽에 부담이 있다는 점도, 관심이 있어도 실제로 묶였더니 견딜 수가 없었다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도 인터넷에서 얻은 지식으로 알고는 있었다.
상대가 평소부터 아는 사이인 상사인 점, 그리고 다정한 사람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서 그런지 왠지 불안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를 배려하여 하드하게 묶지 않겠다고 양해를 구하는 사오토메 씨라면 분명히 괜찮을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마저 들었다.
불안한 점이 있다면, ‘위험하기 때문에 초심자는 느닷없이 어려운 결박에 도전하지 않도록’이라고 적혀 있던 홈페이지의 경고 문구뿐이었다.
긴장하고 있는 탓에 숨 쉬기 조금 답답했지만 고통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아……, 아, 아니에요…….”
돌아온 그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조금 때가 탄 붉은색 삼노끈.
조금 헤진 것처럼 보이는 건 오래 써서 낡아졌기 때문이라고 직감했다.
사오토메 씨는 나보다 결박에 대해 잘 알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는 누군가를 묶어본 경험이 있을까? 혹시 결박이라는 행위에 익숙한 걸까?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밧줄을 풀고 내 앞에 앉은 그 사람의 동작을 보고 곧바로 사라졌다.
“아프거나 저리면 바로 말해. 싫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도, 무리인 것 같을 때도 참지 말고 바로 말해. 말하면 그때 바로 그만둘 테니까.”
“아, 네…….”
“오늘은 손목이랑 다리만 결박할까? 처음인데 온몸을 묶으면 정신적으로 부담이 크니까. 새 밧줄로 묶으면 몸이 다칠지도 모르고, 나도 손에 익은 밧줄이 좋으니까 이걸 쓸게.”
“아, 알겠습니다…….”
그는 붉은 밧줄 끝을 맞대어 두 겹으로 겹친 상태로 만들면서 나에게 말했다.
내가 무릎 위에 놓은 손을 꽉 쥐자, 커다란 손바닥이 부드럽게 감쌌다.
“아프게 하지 않을게. 심하게 하지도 않을게. 묶을 때 말고는 불필요하게 몸을 만지지 않을게. 그러니까 묶게 해줘, 카미야 씨.”
그럴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마지막까지 나의 의사를 빈틈없이 확인해주었다. 사오토메 씨는 어디까지나 다정했다.
그런데도 그 목소리는 어딘가 음탕하고 매혹적인 유혹의 말을 자아냈다.
나는 숨을 삼키고는, 한 번 숨을 들이마신 다음 내쉬었다. 틀림없이 나의 눈동자는 흥분으로 촉촉이 젖었을 것이다.
나는 똑바로 그의 눈을 바라보며 작고 천천히, 하지만 그에게 전해지도록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