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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호기심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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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호기심

나는 프린트한 지도를 손에 쥐고 그 빌딩 앞에 섰다.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둘러보고 사람이 없음을 확인했다. 아니, 딱히 누가 있다 한들 문제는 없지만.

보기에는 세련된, 어디나 있을 법한 빌딩.

행사장을 몇 군데나 임대하고 있는 만큼, 입구에 있는 디스플레이에는 개최 중인 수많은 이벤트 타이틀이 표시되어 있었다.

내가 이 중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르겠지? 안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초능력자일 것이다.

나는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키며 그 빌딩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시작 시간까지는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서두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여유 있는 척하고 있었지만, 사실 마음속은 긴장으로 후들후들 떨렸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나는 살며시 티켓을 꺼내었다.

작은 티켓 앞면에는 이벤트 명칭과 ‘결박(緊縛)’이라는 글자.

필요한 문구 이외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그 티켓을 쳐다보자 마음속이 뭐라 말할 수 없는 호기심으로 가득 메워졌다.

처음에 본 것은 잡지 기사였다. 우연히 집은 잡지에 그 페이지가 있었다.

게재된 사진에 찍힌 것은 새빨간 삼노끈으로 묶여 공중에 매달린 여자.

그 사진을 본 순간, 나는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

혐오를 느낀 게 아니고, 거부감도 아닌 그 감정은 틀림없는 흥미와 흥분이었다.

사진에서 전해지는 열기는 마치 그곳에 나도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했다.

하얀 피부에 파고드는 붉은 밧줄.

밧줄에 묶여 꽉 조여 있는 여자의 육체.

불룩 솟은 몸이 강조되었으며, 밧줄을 매끄럽고 부드러운 피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온몸을 밧줄로 묶여 구속되었고, 그뿐 아니라 공중에 매달려 있는 여자의 표정은 괴로움으로 일그러져 있는데도 어딘가 황홀해 보였다. 그 점 또한 나의 흥미를 부채질했다.

그런 세계에 흥미는 없었지만, 그 사진을 본 순간 단숨에 빨려 들어갔다.

가슴을 차지하는 ‘결박’이라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

몸을 구속당했는데도 어째서 그 여자는 그렇게나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몸 전체를 밧줄로 칭칭 감겨 묶인 상태로 공중에 매달렸으면서도, 왜 쾌락을 느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묶인다는 행위에 대체 어떤 매력이 있을까? 얼마만큼의 쾌감이 존재할까?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흥미가 내키는 대로 인터넷에서 알아본 ‘결박’이라는 세계의 깊이에 놀랐고, 호기심이 더욱 일었다.

‘결박’이라는 글자를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나온 성인 동영상 속에서 찾아낸 ‘결박사’라는 말과 그 홈페이지.

그곳에는 결박사가 묶은 여자 사진이 다수 게재되어 있었다. 여자들이 모두들 괴로워하면서도 확연하게 기쁜 표정이었기에 나의 호기심은 더더욱 부추겨졌다.

나도 묶여보고 싶다고 갈망하게 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리 쉽게 묶이는 일을 체험할 수는 없다는 사실은, 알아보기 시작한 단계에서 바로 알았다.

밧줄로 묶는 행위는 자칫하면 위험을 동반한다. 아마추어가 흥미 본위로 해도 되는 짓이 아니라는 점은 ‘결박’에 대해 설명하는 홈페이지라면 어디든 적혀 있었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면 결박 플레이는 추천하지 않는다는 글귀도 어디든 반드시 적혀 있었다.

그런 상대를 금방 찾게 될 리가 없었다.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정말로 운이 좋은 것이다.

결박사의 홈페이지에서 결박 모델을 모집했지만 많은 제약이 있었다. 제약을 다 통과했다고 해도 응모할 만한 배짱이 부족했다.

그런 와중에 비로소 찾아온 결박의 세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오늘 있을 이벤트인 것이다. 이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건 기적에 가까웠다.

행사장이 있는 층에 도착하여 긴장된 발걸음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목적지는 맨 끝에 있는 방이었다. 이 층의 경치는 평범한 오피스 빌딩의 복도와 같았다. 이 층에서 다른 이벤트도 진행 중일 테지만, 복도에는 사람이 없어서 안심하고 걸음을 옮겼다.

회장 출입문에 있는 ‘결박 쾌락’이라는 이벤트 간판의 글자.

나는 문손잡이를 잡고 한번 심호흡을 하고 나서 힘차게 문을 열었다.

카미야 치사토, 27살.

지극히 평범한 회사원. 이른바 오피스 레이디.

그런 내가 지금 처음으로 비정상적인 세계인 결박이라는 심연에 발을 들여놓았다.

◇  ◇  ◇  ◇  ◇

“‘결박 쾌락’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티켓은 가지고 계십니까?”

“앗. 아, 네…….”

접수처에 앉아 있던 여자가 말을 걸자, 나는 황급히 티켓을 내밀었다. 그녀는 하얀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플레어스커트라는 지극히 무난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접수처의 평범한 분위기에 휴우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자는 티켓을 찢어 반을 돌려주며 ‘안으로 들어가세요’라고 웃는 얼굴로 재촉했다.

나는 긴장으로 고동치는 심장을 억누르면서 접수처 뒤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칸막이로 쳐진 커튼을 빠져나가며 안으로 들어가서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회장 안을 두리번거렸다.

이미 앉아 있는 관객들은 남자와 여자가 반반 정도일까? 생각보다 여자가 많은 점에 안도했다.

다행이야, 흥미가 있는 건 나뿐만이 아니야.

앞쪽 자리에 앉아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 정도까지의 용기는 없었던 나는 결국 가장 뒷자리에 앉았다.

그래도 한가운데를 선택한 이유는 조금이라도 무대를 자세히 보고 싶다는 욕구에서였다.

접수처에서 건네받은 팸플릿을 펼치면서 세팅된 무대에 시선을 향했다.

새하얀 형광등이 비친 무대는 이렇다 할 특징은 없었다. 있다고 한다면 천장에 설치된 둥근 모양의 갈고리뿐이었다. 그 갈고리에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고리가 여러 개 달려 있었다.

그것이 무엇에 쓰이는 도구인지 지금의 나는 상상도 가지 않았다.

이 이벤트는 행사장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수가 적다는 이유로 대대적으로 광고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결박사의 블로그에는 ‘결박 쇼’라는 공지와 함께 티켓은 추첨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고, 나는 곧바로 신청했다.

묶이는 체험을 하지 못하더라도 직접 프로의 결박술을 볼 수 있는 쇼는 순식간에 나를 포로로 만들었다. 기도하는 듯한 마음으로 추첨 결과를 기다렸고, 당첨됐을 때는 정말로 기뻤다.

오늘 출연하는 결박사는 나름대로 이름도 알려진 듯했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결박을 직접 볼 수 있다. 묶인 여자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결박되는 과정을 이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런 기대감으로 가슴이 설레었다.

시계를 확인하니 시작하기까지 앞으로 10분 남았다.

행사장은 거의 만석이었고, 비어 있는 자리는 이제 내 옆자리뿐이었다.

시작 5분 전이 되자 조명이 꺼지면서 행사장 안이 어두컴컴해졌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무대로 시선을 향했다.

웅성거리던 소리가 조금씩 조용해지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이제 곧 시작해.

그런 생각이 가슴을 스치며 숨을 삼킨 순간, 바로 뒤에서 접수처와 행사장을 막고 있는 커튼을 여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무심결에 뒤를 돌아보았다.

커튼 건너편에서 나타난 인물을 보고 경악한 나는 왜 돌아봤는지 곧바로 후회했다. 기대로 떨리는 가슴을 끌어안은 채 무대를 쳐다보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소리에 이끌려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어, 카…….”

“……사, ……사오토메, 씨…….”

상대편도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입에 담은 ‘카’라는 음절에 이어지는 말은 아마도 나의 성일 것이다.

서로 굳어서 바라본 채로 목소리를 내지도 못했다.

잘못 본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빌었지만, 잘못 볼 리가 없었다.

이런 멋있는 지인과 우연히 닮은 사람이 있을 가능성은 만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곳에 서 있던 잘생긴 남자는 틀림없이 사오토메 타츠히사라는, 나의 상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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