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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홀로 리조트의 산책로를 걸었다.
다른 곳의 산책로보다 유난히 신경 쓴 티가 난, 약간의 정숙함까지 느껴지는 길.
느린 발걸음으로 그 끝에 도달하니, 리조트 부지에 소속된 작은 성당이 나타났다.
성당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안에는 배가 부른 채 엄숙한 태도로 기도하는 두 명의 회원, 그리고 수녀 한 명이 있었다.
성모상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던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눈을 뜨고, 내 쪽을 바라봤다.
“오셨습니까, 김준영 형제님.”
옥구슬 굴러가듯 간드러지면서도 나른한 미성이 나를 환영해줬다.
윤기로 찰랑이는 긴 금발. 동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새하얀 피부. 게슴츠레 감은 듯 나른한 눈 속의 푸른 눈동자.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내리쬐는 햇빛을 받아, 마치 천사가 강림한 듯한 자애와 성스러움이 느껴지는 미인.
“오늘도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려 왔습니다, 수녀님.”
나만의 성녀. 나스탸였다.
나스탸가 나직이 미소지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기도 나오는 나를 대견히 여기는 미소였다.
나스탸는 ‘수녀’보다는 ‘성녀’라는 칭호가 훨씬 어울리는 여자였다.
완벽한 백인 미인인 그녀가 엄숙하게 기도하고 있노라면, 그 성스러움이 주변의 공기를 바꿔놓았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같았다.
그녀와 마주보고 대화하면, 누구라도 상상 이상의 순수함과 순결함에 놀라고는 한다.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새하얀 눈밭같은 여자다.
가만히 있어도 눈웃음 짓고 있는 듯한 귀여운 상의 얼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마음속 죄가 치유됨을 느끼게 해주고.
살짝 어눌한 발음과 간드러지면서도 나른한 음성을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노곤하고 편안해지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경건한 마음이 절로 들고는 한다.
세태의 때 한 점 묻지 않은, 혼자만 다른 세상에 사는 듯한 천사같은 여자.
그야말로, 하늘 아래에서 성녀라는 칭호에 가장 어울리는 여자였다.
임신 5개월차의 불룩한 배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이토록 꾸준하게 기도를 나오시다니... 김준영 형제는 정말 멋지고, 신실한 아버지시군요.”
“다 수녀님의 은혜지요.”
“오늘은 얼마나 있다가 가시려는지...”
“이후의 스케줄은 없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오늘 하루 종일이라도 이곳에 있고 싶군요.”
“아, 그렇다면...!”
내 말에 나스탸가 몸을 움찔했다. 게슴츠레했던 눈이 동그랗게 뜨이고, 약간 비틀린 듯한 모양새로 활짝 미소짓는다.
방금까지 보여주던 경건한 분위기가 적잖이 흐트러졌다. 텐션이 조금 과도하게 올라간 듯한 느낌이다.
“오, 오늘은... 성배를 사용해 기도하시겠어요...?”
그녀가 살짝 불룩한 제 배의 아랫부분을 받치듯 쓰다듬었다.
나스탸가 말하는 ‘성배’란, 자궁을 의미했다.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그럼, 그것을...”
나스탸의 숨이 살짝 거칠어지고,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새하얬던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녀가 무언가를 강하게 갈구하며, 내게 공손한 두 손을 내밀었다.
나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저열한 미소를 머금은 채,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냈다. 작은 알약이었다.
약을 곧바로 건네주지 않고, 그녀의 눈앞에서 좌우로 까딱였다. 본래의 총명한 빛을 잃은 푸른 눈동자는 마치 인형처럼, 알약을 따라 까딱까딱 움직였다.
나스탸의 손바닥에 약을 올려줬다. 바들바들 떨리는 보드라운 손이 소중하게 쥐어졌다. 그녀의 입꼬리에 희열이 걸쳐졌다.
“주,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잠시 뒤에... 방으로 들어와 주세요...”
“예.”
그녀는 평소의 경건하고 절제된 걸음이 아닌, 어딘가 다급해 보이는 걸음으로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부자가 되고 그들의 세계에 들어서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나스탸는 그렇게 알게 된 것들 중, 가장 충격적인 존재였다.
나스탸는 러시아의 고아원 출신으로, 한평생을 마치 성녀처럼 살아온 여성이었다.
나스탸가 3살이었을 때, 주교 한 명이 고아원의 그녀를 입양했다. 단순히 미색이 뛰어나다는 이유였다.
주교씩이나 되는 위치에 오른 이가 어떠한 인연도 없는 어린 소녀를 양자로 받아들였다. 세상의 축복을 받을 만한 성스러운 행위였으나, 주교는 이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그의 입양은 아주 명백한 목적성을 띠고 있었다.
타고난 성품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입양이었다. 어차피 그녀의 성품은 철저하게 개조당할 예정이었기에, 상관없었다.
나스탸는 18살까지 평생을, 주교 소유의 대규모 성당에서 수녀로서 교육받으며 살았다.
한정된 세계에서 편향된 교육만을 받고 자란 어린 수녀. 그녀에게 있어, 신앙은 모든 것이었다. 말 그대로, 정말 모든 것이었다.
역사, 수학, 과학, 상식. 그 어떤 교육도 받지 않고, 오로지 언어와 신앙만을 공부해왔다. 거진 세뇌 나 다름없었다.
특히, 나스탸는 성(姓)에 대해서는 해괴할 정도로 무지했다.
그녀에게 있어 아기란, 신이 내려주는 기적이었다. 남성에게도 여성과 똑같은 음부가 달린 줄 알았으며,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머리카락과 목소리, 가슴 크기에서 기인한다고 믿었다.
그녀의 사전에서 ‘처녀’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었고, ‘순결’은 불결하지 않은 마음가짐이었다. 성관계라는 행위 자체를 알지 못했기에, 성적인 의미에서의 ‘처녀’와 ‘순결’은 없는 단어였다.
‘그야말로, 성녀였지.’
평생동안 순결과 순수를 지켜오며, 세뇌 수준으로 신앙 교육만을 받아온 현대판의 성녀. 그녀의 기도는 값이 아주 높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스탸는 목사의 명령을 따라, 목사의 전용기를 타고 세계를 돌아다녔다. 부자들의 집에 찾아가,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나스탸는 세계 각지의 부자들 앞에서 그들의 언어로 경전을 읊고, 진심을 다해 기도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기도였다.
그 돈은 오롯이 주교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나스탸는 그것이 성직자로서의 봉사이자, 순례인 줄로 알았다.
그렇게 그녀는 21살이 되는 해까지 전 세계를 돌아다니다, 내게로 그 발걸음을 향하게 됐다.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행복을 되찾은 거야.’
나는 리조트를 통해, 재벌계에 한창 인맥을 구축하고 있었다. 내가 원한 건 아니고, 성유아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나한테 꼭 필요할 일이라나.
‘역시, 성유아의 말대로 하면 자다가도 떡이 떨어진다니까.’
재벌가의 인사가 내게 이 비밀스러운 성녀를 소개해줬다.
세미네이션 리조트야말로 세상 어느 곳보다 축복이 필요한 곳이라고, 자신이 그 성녀를 초대하고, 막대한 기도 비용을 대주겠다고 했다. 물론 아내를 위한 뇌물이었다.
마침 미색이 훌륭한 사모님이었기에, 그의 아내는 리조트 회원권을 얻을 수 있었다.
‘막대한 돈을 들인 대가로, 내 아이를 임신했지.’
주교와 성녀가 우리 리조트를 방문했고, 축복을 내려줬다. 나스탸의 내력에 강한 흥미를 느끼고 있던 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강렬한 임신 충동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새하얀 눈밭에 최초로 발자국을 내고 싶은, 더럽히고 싶은. 그러한 저열한 욕구였다.
그리고 어플을 사용했다.
리조트에 나스탸 소유의 성당을 짓고, 그녀가 머물게 했다. 주교는 내가 엄청난 돈을 주고 성녀를 구매해갔다고 믿었다.
물론, 그 역시 내 불순한 의도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의 알 바가 아니었다. 그의 관심사는 이 막대한 ‘기부금’의 세탁 방안뿐이었다. 어차피 그나 나나, 속이 시꺼멓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처녀막을 먹고,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자궁에 아기를 만들었다.
‘슬슬 들어가 볼까.’
한 10분 정도 지났나.
나스탸가 들어간 방문을 열었다.
“오, 오셨습니까...”
그곳에는 나만의 성녀가 아주 화려한 꼴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나스탸의 몸을 감싸고 있던 수녀복이 바뀌었다.
디자인은 수녀복을 베이스로 한 옷. 하지만 배꼽 높이까지 옆트임이 되어 있어, 그녀의 뽀얀 허벅지를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몸을 아주 팽팽하게 조이며 달라붙는 재질이라, 서양식으로 풍만하게 굴곡진 나스탸의 몸매와 살짝 부푼 배가 여실히 드러났다.
마치 차이나 드레스를 성관계용으로 음란하게 개조한 듯한 모양새였다.
노골적으로 살결을 드러내기 위한 옆트임 수녀복은 그 치마 앞섬이 굉장히 좁았다.
덕분에, 가만히 서 있어도 선명하게 패인 Y존 끝이 아슬아슬하게 보였으며, 움직일 때 조금만 집중하면 황금빛 음모를 엿볼 수 있다. 게다가, 뒤에서는 풍만한 엉덩이의 절반가량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가슴 아래까지 타이트하게 잡아먹힌 옷은 H컵 거유의 윤곽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리고 그 첨단부는 유륜을 따라 동그랗게 뚫려 있어, 핑크색의 유륜과 빳빳하게 발기한 젖꼭지를 강조했다.
“하아... 하아... 어, 어서...”
나스탸의 상태가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얼굴엔 발그레한 홍조가 피어올라 있었고, 눈망울은 뜨겁게 달궈진 듯 축축해 보였다.
몸이 간헐적으로 움찔거렸으며, 눈을 자세히 보면 초점이 살짝 어긋난 것을 알 수 있었다.
“제 성배는 준비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어서...”
마치 발정이라도 난 듯한, 아까까지와는 완전히 대조되는 색정적인 분위기.
신실하고 순결한 성녀는 없다. 그녀의 숨이 가빠져, 풍만한 젖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빨딱 선 젖꼭지 사이의 십자가 목걸이도 함께 움직였다. 그것은 마치 우스운 코미디같았다.
땅바닥에는 내가 나스탸에게 건네준 약 포장지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어서... 저와 함께 ‘기도’를...♡”
내 입맛대로 타락해버린 성녀가 다리를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