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5화 (12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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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흐트러진 채 땀으로 범벅된 두 남녀가 길을 걸었다. 그 둘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남자의 자지가 바지 밖으로 선명하게 티 날 정도로 꼿꼿하게 발기해 있다. 야동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였다.

여자 쪽은 더 가관이었다. 여자는 새하얗고 얇은 원피스 위로 유두를 빳빳이 세우고 있었는데, 그녀의 얼굴, 목, 쇄골과 가슴께까지, 진한 키스마크로 가득했다.

남자에게 매료된 듯 헤롱헤롱하여, 그에게 부축되는 여성. 그리고 선명하고 커다란 근육질 몸매에 마초히즘적 매력을 뿜어대는 남성. 그 둘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음란한 상상력을 마구 돋구었다.

사람들이 고개를 내려, 두 남녀가 지나간 자리를 봤다.

여자의 치마에서 흘러나온 희멀건 무언가가 길바닥에 뚝뚝 떨어져, 길을 그리고 있었다.

비틀대는 여성의 얼굴은, 정말이지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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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설을 임신시키고 약 2주일이 지났다. 세미네이션 리조트 내부공사가 완료되었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서비스 수준에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일반 호텔과 달리, 마사지 서비스에는 튼 살 케어, 모유 관리 등의 임산부들을 코스가 포함되어 있다.

각 분야의 주방장들이 매일 다채로운 요리 코스들을 준비하며, 이는 총 영양사의 지휘하에 임산부와 태아에게 좋은 식단으로 구성된다.

거동이 불편할 때의 심부름, 혹은 입덧 때 곧장 원하는 요구사항을 충족 받을 수 있도록 각 산모들에게 24시간 전담 시중이 배치된다.

혹 리조트 내에서 양수가 터지거나 몸에 생긴다면, 부여된 긴급 부저를 눌러 리조트 상주의 경호 인력, 의료 인력을 호출할 수 있다. 이들은 반드시 2분 내로 현장에 도착할 것이다.

전문 강사들을 초청하여 요가, 독서, 십자수, 미술, 신부수업 등의 교양 강의가 정기적으로 운영되며, 그 밖에도 2인 이상의 산모가 원하는 강의가 있다면 얼마든지 추가로 강사를 섭외할 수 있다.

태교를 위한 전문가와, 그가 준비한 클래스들이 준비되어 있다. 산모들이 제 몸보다 중요시하는 태교조차도 리조트에서 책임져주는 것이다.

그 밖에도 여타의 호텔들과 같이 사우나, 수영장, 피부관리실, 게임장, 산책로 등의 부대시설들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호실을 포함한 모든 시설이 5성급 호텔에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소수를 대상으로 하기에, 규모가 큰 5성급 호텔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세심함까지 갖추고 있다.

이보다 완벽할 수는 없는, 그야말로 임산부의 지상낙원.

상류층 사람들은 20장밖에 되지 않는 회원권에 침을 질질 흘려댔고, 중산층의 사람들까지도 허리띠를 졸라매 공모를 넣었다.

이러한 뜨거운 관심은 꼭 대상 고객층에만 국한되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연예인, 정치인, 재벌 등 자신이 누릴 수 없는 호화로운 삶에 선망을 품고 관심을 쏟는다.

거기다, 김준영의 이야기는 대중의 흥미를 끌기에 매우 적절한 소재였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일부다처제가 허용된 남자. 그의 유별난 아내 사랑. 그로 인한, 전 세계 유일의 임산부만을 위한 천국. 심지어 수익도 남기지 않는단다.

언론은 연일 그의 이야기를 써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소비했다. 특히, 여성 잡지 독자층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일부 사람들은 세미네이션 리조트의 선한 창립 의도와 유일성을 높이 사, 대한민국의 문화유산으로 지정해야 한다고까지 호들갑을 떨어댔다.

게다가 파파라치로 인해 김준영의 용모가 유출된 후로, 그의 인기는 그야말로 정점을 달리고 있었다.

옴므파탈적 남성미를 마구 뿜어내는 늠름한 야수같은 모습. 그리고 그와 완전히 비견되는, 아내를 아낌없이 사랑하는 순한 마음씨.

세미네이션 리조트의 출범과 함께, 김준영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나날이 신고가를 갱신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현상의 주인공인 김준영은 자신을 둘러싼 흐름이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싫다는 말은 아니다. 아주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냥, 예상을 너무도 크게 뛰어넘는 뜨거운 반응에 놀랐을 뿐이다.

“대표님. 여기, 입주 희망자 명단입니다. 대표님께서 직접 면접을 보셔야 할 대상들입니다.”

성유아가 두꺼운 서류 더미를 내 책상에 올려뒀다.

정보를 최대한 간략하게 서술하여, 지원자 한 명당 서류 한 장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서류 더미는 백과사전만큼이나 두꺼웠다.

“도합 1,021명입니다.”

“...경쟁률이 51:1이라고요? 우리나라에 돈 많은 신혼부부가 그렇게나 많았던가요?”

기획 초기에는 지원자가 부족하여 20명을 다 채우지 못할까 걱정했던 사업이다. 그런데 초장부터 경쟁률 50을 돌파하다니, 기분이 참 묘했다.

“아니요, 경쟁률은 그 10배입니다.”

“예?”

“그 서류, 대표님이 요청하신 대로 미색이 뛰어난 지원자들만 추려낸 목록입니다. 대략 전체 지원자의 10% 정도가 되더군요.”

“...예?”

“말씀드렸잖습니까. 대표님께서 ‘직접’ 면접을 보셔야 할 사람들이라고요.”

몇 번이나 강조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나를 몇 번이나 놀래킬 정도로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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