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5화 (115/139)

“...”

턱이 간질간질하다. 나도 모르는 새에 쏟아진 눈물이 턱과 볼을 간지럽혔다.

입안에서 피 맛이 난다. 꽉 쥐어진 주먹이 아프다.

아래를 내려다봤다.

“...”

바지가 흥건하게 젖어있다.

구릿한 정액냄새가... 한심한 정액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사정으로 인해 흐물흐물해진 자지가 아릿하다. 그정도로 빳빳하게 발기했던 모양이다.

돌처럼 굳어버린 손을 악으로 펴냈다. 거부반응을 일으키며 덜덜 떨리는 손을 억지로 움직여... 다음 영상들을 살폈다.

파일명 ‘2’. 영상 길이 4시간.

파일명 ‘3’. 영상 길이 7시간.

파일명 ‘4’. 영상 길이 5시간.

파일명 ‘5’. 영상 길이 6시간.

6, 7, 8, 9, 10... 마지막으로 13까지.

가장 짧은 영상의 길이가 3시간이었다.

“...”

영상 길이를 확인했을 뿐인데,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저 영상 속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지 너무도 자명하기에, 하지만 믿고 싶지 않아서, 확인하고 싶지 않아서.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하지만 봐야한다.

2번 영상을 실행했다.

[-----]

영상이 시작되며 잡음이 들려왔다. 핸드폰 녹화라, 품질이 좋지 못하다.

촉촉하게 젖은 렌즈는 초점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했다. 덕분에, 동영상 화면은 살짝 뿌연 감이 있었다.

이번에도 같은 배경. 설이의 자취방, 매트 위다. 설이는 매트에 힘없이 엎어진 채, 숨만 헐떡대고 있었다.

“...”

보고 싶지 않았던 광경이다.

엉덩이 구멍에서 진하고 희멀건 정액이 자꾸만 뷰륵뷰륵 쏘아져나왔다.

1번 영상이 끝나고...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다.

이미, 설이의 뱃속에 놈의 정액이 가득 찬 뒤다.

김준영은 앵글 앞에 아직 꼿꼿한 흉물을 자랑하듯이 서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놈의 귀두는... 정액과 설이의 애액으로 번들번들 빛났다.

[아... 이것 참. 재밌는 생각이 이제야 떠올라버렸네. 이미 몇 번 싸버렸는데.]

김준영이 렌즈에 대고 무어라 지껄였다.

놈은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입가에 기분나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야. 이 영상 스킵하지 말고, 끝까지 다 봐라?]

설이는 의식이 없는듯하다.

나는 눈알에 핏줄까지 세우며, 모니터를 노려봤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반사적으로 모니터를 콱 붙잡고 흔들어댔다.

[왜냐면... 내가 실수로 네 여친 앞구멍에 넣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잖냐.]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너무도 강한 고성에, 목에 감각이 없어졌다.

놈의 멱살이라도 잡은 듯, 모니터를 앞뒤로 마구 흔들어댔다. 화면이 지지직거린다.

[네 여친 처녀막 따이는지 감시해야지. 걱정 마. 나도 처녀막까지 딸 생각은 없어. 근데... 혹시 모르잖아? 나도 모르게 실수해버릴지.]

방 밖에서 쿵쿵 발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방문을 쾅쾅 두드린다.

“준혁아! 준혁아 왜그래! 방금 그거 무슨 소리야! 준혁아!”

“시끄러어어어어!!”

방문을 두드리는 엄마에게 사자처럼 울부짖었다. 마치, 김준영 놈에게 울부짖듯이.

[똥구멍에 싸지른 다음, 그러니까, 내 자지에 정액이 묻어 있을 때. 그 때 실수로 보지에 넣으면... 어떻게 되겠냐?]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콰앙!

더 이상 참지 못했다. 모니터를 집어, 방바닥에 내리 꽂아버렸다.

하지만 좆같은 스피커는 계속해서 좆같은 목소리를 송출했다.

[네 여친 앞구멍 간수는 네가 잘 해야지. 그러니까, 영상 끝까지 다 봐라?]

“씨바아아아아아악!!”

스피커도 들어, 바닥에 집어던졌다.

“허억... 허억...!”

뒷목이 화악 땡긴다. 눈앞이 새까맣다.

정신을 차리니, 나는 방바닥에 볼을 맞대고 있었다. 아직도 엄마가 방문을 쾅쾅대는 걸 보니, 기절한 시간은 찰나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찰나동안...

철썩, 철썩, 철썩, 철썩

[헤엑♡ 헤엑♡ 헤엑♡ 헤엑♡]

[하아... 엉덩이 떡감, 씨발 진짜... 존나 탱글탱글해...]

[뱃속이... 출렁거려요오...♡ 정액이... 파도처럼... 출렁, 출렁...♡]

[그래, 그래. 계속 그렇게 느낌 말해.]

[귀두가... 안쪽을, 버억... 버억... 뜨륵, 뜨륵... 긁어서... 주름이, 펴져요오...♡ 똥구멍, 매끈매끈해져요오...♡]

모서리가 깨어졌음에도 지직거리며 재생되는 모니터 안에서, 설이는 개처럼 교배당하고 있었다.

개처럼 엎드린 영상 안의 설이는 상체에 키스마크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 위의 김준영은... 개처럼 허리를 흔들며, 설이의 푸짐한 엉덩이를 철썩철썩 치대고 있었다.

천박할 정도로 꼿꼿하게 발기한 유두에는 땀방울이 맺혀, 보기만해도 탱글한 가슴과 함께 출렁이며 매트에 흩뿌려졌다.

[헥♡ 헥♡ 헥♡ 똥꾸멍이, 내장이... 뽑혀져 나가는... 뱃속이 통째로, 끄집어지고 있어요오...♡]

[그래서, 좋아?]

[조아요오...♡ 주인님, 늠름한 자지... 조아요오오...♡]

옆모습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설이의 얼굴은... 정말이지, 천박했다.

개처럼 헥헥대느라 벌어진 입. 쭈욱 내빼진 혀끝에 주욱 늘어진 침. 가운데로 살짝 몰린 동공. 그리고... 볼에 새겨진 몇 개의 키스마크.

“씨... 바, 알...”

나보고 지켜보라면서... 설이 처녀 무사한지, 직접 보라면서...

‘근데 씨발새끼야... 그 각도에서는, 어디를 쑤시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난... 구멍 위치 모른다고, 씨발...

[아... 싼다. 아까 그거 해봐. 뱃속으로 귀두 오물오물.]

[흑, 꼬오옷...♡]

[오우, 씨발...! 싼다...!]

김준영이 허리를 밀어붙여, 설이의 엉덩이를 찰떡처럼 짓누른다. 그리고는... 정말 기분 좋다는 듯이 허리를 움찔거린다.

뷰류우우우욱-

정액이 분사되는 마찰음이 스피커 너머인 여기까지 들려온다.

놈은 참지 않았다. 정액을 싸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 설이의 가장 깊숙한곳에 박아넣은 다음 장벽을 토독토독 때리는 것이, 화장실 소변기에 오줌 싸는 것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정말로 조금도 참지 않고... 그저 싸냈다.

[호오오오옥...♡ 정액이... 배 안쪽, 때리고 있어어...♡]

설이는 고개를 푹 꺼뜨리고, 놈이 당연하다는 듯이 싸내는 정액을 얌전히 받아주었다.

김준영이 기분 좋에 움찔거리는 타이밍에 맞춰, 엉덩이를 꿈찔거린다. 뱃가죽을 바들바들 떤다.

분명, 보지도... 벌름대고 있을 것이다.

[아... 시원하다...]

김준영이 설이의 위에 몸을 뉘었다. 너무도 당연하다는 태도로, 설이를 껴안는다. 밑으로 쳐진 설이의 허연 가슴을 쭈물댄다.

설이는... 얌전하게, 김준영의 체중을 받아냈다.

놈이 당연하게 설이의 볼에 뽀뽀하자, 설이가 얌전히 고개를 돌려 입술을 내어줬다.

당연하게 혀를 빨고, 얌전히 빨려준다.

김준영은 이미 설이의 수컷이었고, 설이는 이미 놈의 암컷이었다.

“으, 으으...”

이를 악물고 몸에 힘을 줘, 바들바들 떨며 일어섰다. 하지만 머리가 핑 돌며 다시 휘청였다.

[사랑한다고 해봐.]

[아, 안 돼요오...]

[왜, 장난으로 하는 말인데. 카메라도 꺼져 있잖아.]

[아, 헤, 호오옷...♡]

김준영이 설이의 빳빳한 유두를 돌돌 돌린다. 그러자, 설이가 마치 스위치라도 켜진 듯 입을 오므리고 이상한 소리를 낸다. 그리고는 푸짐한 엉덩이를 씰룩여, 김준영의 치골에 부벼댄다.

[어서.]

[아, 아아... 아앗...♡]

[빨리.]

설이는 엉덩이를 흔들어대면서도, 망설이는 듯한 기색이 강했다.

하지만 김준영이 젖꼭지를 잡아 치즈처럼 주욱 당기자, 눈빛에 서렸던 망설임이 사라져버렸다.

설이의 눈동자에는, 꿀로 그려진 듯 끈적한 하트모양 하나가 떠올라 있었다.

[사, 랑...]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는 스피커 소리를 묻기 위해, 목에서 피가 나오도록 소리쳤다.

그것은 하나의 처절한 발악, 발작에 가까웠다.

휘청거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모니터와 스피커를 집어 창문 밖으로 던져버렸다.

쨍그랑!

날카로운 유리파편이 방바닥에 흩날렸다.

“학...! 학...! 하아악...!”

눈물이 주륵주륵 흘렀다.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열기가 기도를 태워, 숨이 턱턱 막혔다.

“씨발... 씨발... 씨발...”

악에 받친 어린아이처럼, 추한 눈물이 자꾸만 쏟아져나왔다.

김준영이 저 지랄을 해도, 설이는 그저 장난으로 받아들인다.

방법이 없다.

여자친구가 속 시커먼 새끼한테 항문을 따여도... 젖꼭지를 당겨져도... 사랑한다는 말을 종용당해도...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씨바알...”

억울함에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아도, 몸을 움직여야했다.

유리조각을 피해 책상으로 가, 지갑을 집었다.

‘모니터... 스피커...’

너무 좆같지만, 모니터와 스피커를 다시 사와야한다.

동영상을 끝까지 봐야한다. 설이를... 지켜야한다.

이미 일어난 일어나버린 일이다. 놈이 화면 속에서 설이의 앞구멍을 땄다고 해도, 내가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켜봐야한다.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는 없다.

설이를... 지켜야 한다.

쾅!

“준혁아! 아, 아아...! 세상에!”

“이게 다 뭐야!”

엄마와 아빠가 방문을 따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난장판치 된 방 풍경에 기함을 터트렸다.

나는 무거운 발을 겨우 떼어내, 방 밖으로 걸어나갔다.

“준혁아! 괜찮니? 무슨 일이야! 어디 아픈 거니? 응?”

“비켜!”

“아악!”

무겁게 들러붙는 엄마를 밀쳐냈다.

빨리, 전자용품점에 가야한다. 스피커와 모니터를 사야한다.

“여, 여보...! 괜찮아요? 고준혁! 거기 가만 안 있어!? 고준혁!”

들려오는 고함을 무시하고,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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