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 96. 4차원 장난꾸러기 윤설
“후우, 후우... 아, 진짜... 손은 반칙이라니까?”
고기를 쪼봅쪼봅 빨아대던 입이 뚝 멈췄다.
거북한 느낌이 목젖을 탁 때리고 지나갔다.
돌연, 고기의 꾸리꾸리한 냄새와 맛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역겹게 느껴졌다.
“...”
정말로... 속이 안 좋아져, 입을 벌리고 고기를 천천히... 베에, 빼냈다. 올라오려는 헛구역질을 억지로 참았다.
주륵-
침치고는 지나치게 걸쭉한 액체가 입술을 타고 흐른다.
토악질 전에 입에 고이는 단맛의 침이 분비돼, 육즙과 섞인다. 그 걸쭉한 혼합액이 입에 고인다.
방금까지 꼴깍꼴깍 꿀처럼 삼켜대던 것인데... 목이 잠기기라도 한 듯, 입안의 액체를 삼킬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말로... 삼키고 싶지 않다.
“...”
천천히. 아까까지 물고 있던 고기 끄트머리를 손으로 잡았다.
뜨겁고, 맨들맨들한 대가리부위를 쓰다듬으며 내려가니, 표면이 갑자기 푹 파이고, 기둥 부분이 나타났다.
기둥은 대가리와는 달리 매끈하지 않았다.
무언가, 심 같은 것이 길게 박혀 돋아난 것처럼 울긋불긋하고, 꼭...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자꾸만 맥박을 뛰었다. 이따금씩, 크게 꿈틀거리기도 했다.
“아...”
얼굴에 육즙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토옥, 튀었다. 특유의 꾸리꾸리한 냄새가 코를 확 찔러들어왔다.
“욱...!”
순간적으로 헛구역질이 올라와, 고개를 뒤로 빼냈다.
점차 내려가던 손은 다시 꾸불꾸불한 털 숲에 닿았다. 그리고 만져지는 것은... 준영이의 골반이었다.
손을 더 넓게 움직였다.
두꺼운 허벅지. 쩍쩍 갈라진 복근. 탄탄한 엉덩이.
술기운이 확 내려가고, 이제야 알아챘다.
준영이는... 바지를 벗고 있었다.
‘...왜?’
...
준영이의 양손이 내 머리에 닿았다. 나는 시야가 가려져 있던 탓에 움찔 놀랐다.
안대가 벗겨졌다.
갑작스러운 빛에 찡그려지는 눈을 억지로 뜨며, 조명을 등진 채 서 있는 준영이를 올려다봤다.
“손을 썼으니까, 반칙패야.”
준영이는.
다리 사이에서 돋아난, 크고... 울긋불긋하고... 흉악하고... 냄새나는. 그 끔찍한 고기를, 내 얼굴 위에서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고기 끄트머리는 내 침으로 번들번들하게 광이 났다.
뷰륵! 뷱!
고기가 끔찍하게 꿈틀거리며, 끈적한 육즙을 내 얼굴에 뿌려댔다. 입술 안으로도 들어왔다. ...짭쪼름한 맛이 났다.
“오욱-!!”
헛구역질이 확 올라와, 급하게 입을 막으며 고개를 숙였다.
입안에 고여 있던 끈적한 혼합물이 후두둑- 바닥에 떨어졌다. 그것은 입에서 나갈 때까지도, 짭짤 비릿한 감칠맛을 남기고 갔다.
끔찍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준영이가 내 고개를 잡아, 천천히 위를 향하게 했다. 그리고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얼굴에, 뜨거운 고기가 턱- 올려졌다.
그것은 아직도 징그럽게 꿈틀대고 있었고, 내 이마에 뷰욱 뷱 하고, 육즙을 뱉어냈다.
“아... 아아...”
역겨운 냄새와 알코올 기운이 머리를 마구 뒤흔들었다.
“무슨...”
무의식적으로, 아직 입안에 남은 액체가 혀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며 말했다.
“무슨 짓을... 한 거야...”
그 말에, 준영이가 씨익 웃었다.
“뭐긴. 장난이잖아.”
[김준영과 하는 야한 짓은 모두 장난에 불과하다.]
[김준영은 아주 착한 아이다. 김준영의 어떤 장난에도 나쁜 의도는 없다.]
[김준영의 장난에 정색해서는 안 된다.]
아.
맞아. 장난이구나.
“표정이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준영이가 나쁜 의도를 품고 내게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른 게 아니다. 그저, 준영이는 내게... 좀 많이 짓궂은 장난을 친 것뿐이다.
“화난 거 아니지?”
거기에 대고 정색해서는 안 된다.
장난이니까.
“화... 안... 났어...”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리니, 입술과 얼굴근육이 덜덜 떨려왔다. 입에서 걸쭉한 액체가 주륵 흐른다.
눈이 뜨거워지고, 시야가 일렁거려 준영이의 표정을 가린다. 뜨거운 물방울이 눈가를 타고 또르르 흘러내렸다.
“그래? 다행이다. 나 아직 못 쌌는데.”
“...어?”
싸...? 뭐를...?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물어봤다간... 내가 생각하는, 끔찍한 답변이 나올 것만 같아서.
“화 안 났으면... 마저 할게?”
“어...?”
나는 그저, 벙진 채 입을 벌리고 있었다. 준영이가 내 머리를 잡아 움직였다.
다시 입안으로 뜨거운 고기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눈앞의 털과 골반이, 그 고기의 모습이, 그것을 삼키는 내 입술의 모습이... 다 보였다.
끔찍했다.
하지만 나는 그저 가만히, 입을 오므렸다.
뱉으면 안 되니까.
입을 막으면 안 되니까.
이 짓궂은 장난에, 정색하면 안 되니까.
하지만, 고기의 꿈틀거림이 입술에 전해져오고, 끈적하고 진한 육즙이 목젖을 토독 때리는 순간.
“오억-!!”
고개를 뒤로 확 빼며, 준영이를 밀어냈다.
“우욱! 우우억-! 어욱, 컥, 커흑... 헥... 헤엑... 흑...”
참을 수 없는 거부감과 역겨움으로 인해, 식도가 마구 꿀렁거렸다.
‘안 되겠어... 안 돼... 못해...’
그저 장난일 뿐이라는 것을 안다. 정색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남자의 더러운 음경이 입속으로 들어온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온도, 맛, 냄새... 그 모든 것이 너무 끔찍했다.
‘못해... 진짜로 못해... 장난이라도... 정도가 있는 거잖아...!’
또다시 식도가 마구 꿀렁였다.
“우욱-! 꺽, 꺼흑... 으흑...”
눈에서 뜨거운 물이 뚝뚝 쏟아졌다.
“흑... 으흑... 허어엉...”
“스읍... 역시, 오늘은 너무 무리했네.”
준영이가 흉측한 자지를 주물거리며 말했다.
“아니, 나도 이렇게 잘 빨 줄은 몰랐지. 엉덩이도 상상 이상으로 쫄깃하고. 너무 꼴려서 선을 넘어버렸네, 미안하다.”
준영이가 휴대폰을 들어올렸다.
“한 번 더 강화하고 가자. 그럼 편할 거야.”
“응...?”
[대상의 내면을 수정합니다.]
시야가 암전됐다.
+++
고준혁은 어둑어둑한 방 안에서 잠을 깼다.
“아으, 씨발... 머리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김준영이랑 술을 미친 듯이 달리다가... 정신 차리니 택시 안이었고... 또... 엄마를 본 것 같기도 한데...
‘...엄마가 마중 나왔구나.’
어렴풋이, 대낮부터 무슨 지랄이냐고 호통을 치는 아빠의 모습이 기억났다.
커튼 사이로 희미한 햇빛이 새어들어온다. 밖은 아직 대낮인 모양이다.
내가 어두운 방에 누워 있는 것도, 엄마가 커튼을 치고 나를 눕혀준 덕분이겠지.
‘씨발...’
좆같네 진짜... 아빠한테 한소리 제대로 듣겠다.
징징 울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다시 침대에 누우려던 찰나.
우웅-
머리맡의 핸드폰이 울렸다. 설이가 사진을 보냈다.
‘설이...’
잘 땐 자더라도, 설이한테 답장은 해주고 자야지... 걱정할 텐데.
메신저 어플로 들어가, 설이가 보낸 메시지를 봤다.
‘...응?’
......
잘못... 봤나...? 하, 하하... 바, 방금 일어나서 눈이 침침해...
한차례 눈 주위를 부비고, 다시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
...
어?
“이게... 뭐...”
사고가 정지했다.
생각이 이어지지 않는다.
설이가 보내준 사진은.
안대를 쓴 채, 누군가의 거대한 자지를 아주 맛있게 빨고 있는 설이의 모습이었다.
+++
“베에에...”
윤설이 초승달같은 눈웃음을 띄운 채로, 입을 벌려 제 입속의 정액을 자랑한다. 내게 장난치는 것이다.
“알았으니까, 빨리 삼켜.”
“꿀꺼억, 꿀꺼억...”
목울대가 느리게 움직여 정액을 넘긴다. 목에 자꾸만 들러붙는지, 목넘김이 힘들어 보인다.
“베에... 다 먹었다! 흐히.”
“킥킥.”
남친 있는 녀석이 다른 친구 정액을 먹어놓고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베시시 웃는다.
“맛있냐?”
“맛없어! 으엑.”
“빨 때는 그렇게 맛있게 빨더니.”
“아, 그땐 너가 고기라고 속였잖아아!”
“난 그런 적 없는데? 아니 그리고, 상식적으로 눈을 가린다고 자지랑 고기를 헷갈리는 게 말이 되냐?”
“그, 그럴 수도 있지!”
“자지를 고기처럼 맛있게 느낀 건 너의 음란한 본성 탓 아닐까? 사실은 너가 자지 빠는 걸 존나게 좋아하는 탕녀였던 거지.”
“이익! 자지 때려버린다!”
윤설이 내게 왁! 달라들었다. 나는 윤설과 침대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키득댔다.
그런데 그때.
딩동-
객실 초인종이 울렸다.
“아, 왔네.”
“응? 룸서비스 또 시켰어? 언제?”
알몸이었던 나는 적당히 팬티만 챙겨 입었다. 그리고 와인을 병째 마셔 입을 축였다.
아직 발기가 풀리지 않은 자지를 허벅지 쪽으로 정리하고, 한 손에 와인병을 든 채 현관으로 나갔다.
객실 문을 여니.
“후욱... 후욱...! 후욱...!”
“어. 왔냐?”
눈이 벌겋게 충혈된 고준혁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