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84. 최면 연기 신지예
서둘러 집으로 달려온 나는, 1시간 동안이나 동영상을 반복재생했다.
[누나. 집에서 하던 대로, 뿌리 쪽부터 잡고... 옳지. 꽉 쥐고 위로 뽑아내듯이... 으, 읏...!]
[아앗...! 쿠퍼액이 옷에 묻었어...]
[하아... 하아... 누나, 그거 해줘요. 귀두 간질간질.]
[간질간질... 간질간질... 우, 우와아...! 쿠퍼액이 너무 많이...!]
[후우... 씹...!]
혼자 사는 좁은 집임에도, 누가 볼세라, 어두운 이불 안에 틀어박혀 액정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이, 이상하다...? 쿠퍼액이 왜 이렇게 많이 나오지? 오줌도 아니고, 원래는 안 이랬는데? 정액도, 갑자기 지나치게 많아지고...]
[하아... 누나, 저 쌀 것 같으니까 빨리... 입으로 받아줘요.]
[아, 안 돼...! 너 정액 너무 많아져서, 그거 입으로 다 못 받아!]
[허벅지로도 안 해줬잖아요. 이것도 안 해주면 나 삐질 거예요. 그리고 누나 가슴 사이에 싸버릴 거야. 빨리요!]
[지, 진짜 안 되는데에...!]
가랑이가너무 간지럽다.
아랫배가 찡하니 울려오고, 거기가...뭐, 뭐라 하지? 꿈찔꿈찔? 벌렁벌렁? 아, 아무튼 이상하다...
‘아, 읏...! 또...’
가끔씩, 가랑이에서 아랫배로 이어지는 안쪽이 꾸욱, 꾸욱 하면서뭉친다.
그러면 아랫배에서 츄쥭- 하고, 물이 뿜어지는 듯한 감각이 느껴진다.
안쪽에서 뿜어진 물은 느릿느릿하게 아래로 흘러나와, 가랑이를 미끌거리게 만든다.
이게 자꾸만 속옷을 더럽혀, 중간부터는 그냥 하의를 전부벗어버렸다.
‘이불... 흐읏... 까끌까끌해...’
[쭈오오옵, 쭈오오옵, 쭈봅뽀옵!]
[허억...! 허억! 이, 씨발...! 빨린다...!]
[쪼오오오옵!]
[아으아악...! 누나...! 싸요, 싸...!]
김준영이 고개를 뒤로 젖히고, 허리를 바르르 떤다.
젖소 언니의 입에서 튀어나와 있는 기둥이 막... 꿀렁인다.
젖소 언니가 잠시 움찔했다가, 목울대를 열심히 움직여 꿀꺽인다.
하지만 그 액체는 결국 입 밖으로 역류해, 언니의 가슴을 마구 더럽혔다.
‘저, 저게 정액...’
클로즈업했음에도, 초점 탓에 화질이 썩 좋지 못하다.
찍을 때 손을 떨고 있었던 모양이다.
‘우유...? 아니, 슬라임...? 젤리?’
중학교 때 배웠던 성교육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남성의 1회 사정량은 5mL라고 얼핏 들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5mL가 아닌데...?’
아무래도, 500mL를 잘못 기억한모양이다.
필수 출석일수만 채우고, 그나마 참석한 수업도 모두 엎드려 잤으니.
기억에 남은 성교육이라고는 한두 번이 전부다. 틀리게 기억한 만도 하지.
[쭈보오옵...! 꿀꺽. 아우... 이게 뭐야...가슴에 다 흘렸잖아...]
[하아... 하아...]
[준영아. 역시, 어제 산부인과에서 여쭤볼 걸 그랬어... 너, 쿠퍼액이랑 정액이 갑자기 너무 많아졌어. 어디 이상해진 거 아니야? 괜찮아? 아기씨 주머니 안 아파?]
[아프진 않은데, 아... 불알 쓰다듬는 거 좋아요...]
[으읏! 누나 얼굴에 쿠퍼액 뿌리면 안 돼요!]
이후, 둘이 옷을 추스르기 시작하고, 화면이 급격히 흔들린다.
정신을 차린 내가 서둘러 자리를 벗어난 것이다.
‘미쳤어... 어쩌자고 이걸 찍은 거야...!’
도, 도촬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어... 증거를남기긴 해야 하는데... 둘이 갑자기 저러니까...
‘아...! 또...’
안쪽이 꾸웅- 뭉치고, 아랫배에서 츄쥿 한다.
끈적한 것이 위에서 아래로 조금씩 새어나오는 것을 느끼며, 가랑이 사이에 끼워둔 이불을 꼬옥 조였다.
‘끄응...’
하, 한 번만 더 볼까...?
민지한테 알려주려면, 내가 상황을 잘 알아야하니까...
‘...한번만 더 보자.’
재생버튼을 다시 누르기위해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런데, 때마침 메시지가 도착해 잘못 누르고 말았다.
‘아 뭐야, 씨!’
한창 좋았는데, 흐름 깨지게!
성질을 내며 뒤로가기를 누르려 했지만, 메시지 내용을 보니 손이 뚝 멈췄다.
카드값 통지서다.
“...”
가랑이에서 올라오던 열기가 확 식었다.
‘카드값을 내고 나면...’
동영상을 끄고, 통장을 확인했다.
당장 이번 달 식비조차 불투명하다.
‘속옷도 사야 되고... 츄리닝도 계속 둘 수는 없고...’
다음 달이 되면 또 월세를 내야 한다.
물론 알바 급여가 제때 들어온다면, 빠듯하긴 해도 문제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씨발.’
2달째밀린 급여.
‘점장... 아니, 좆같은 틀딱 돼지새끼.’
그 개새끼한테 재촉해봤자, 지랄맞은 소리만 돌아올 게 뻔한데.
‘씨발... 허벅지 만진 걸로 지랄한 게 엊그젠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째려보지 말고 그냥 넘어갈 걸 그랬나?
아니지, 시발 족발새끼가 허벅지를 주물럭거리는데, 째려보는 거 하나 못해?
그동안 당한 게 얼만데?
나도 계속 참았다고, 씨발!
‘일단 오늘은 자고, 내일 출근해서 물어보자...’
당장은 도저히 그 새끼한테 연락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기분이 너무 좆같다... 지금 깨어 있으면 너무 괴로울 것 같다.
그냥 일찍 자자...
불을 끄고 이불에 누우려던 찰나, 다시 동영상이 떠올랐다.
‘...민지한테 말해줘야 하나?’
인간관계가 넓지 않아, 이런 드라마같은 일은 처음이다.
혹시 내가 오지랖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핸드폰을 앞에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그냥 넘어가는 게 맞을까?’
내 생활 하나 유지하기도벅찬데, 이렇게까지 신경쓰는게 옳은 선택일까?
머릿속으로,이런저런 막장드라마 줄거리들이 스쳐지나간다.
복잡한 사랑싸움에 끼어, 이리저리 치이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씨이... 여, 역시 오지랖 부리지 말고 넘어가는 게...’
그런데 그때.
조금은 다른 장르의, 다른 드라마의 줄거리가 떠올랐다.
‘...!’
달콤한유혹이 머릿속을 잠식한다.
‘...이걸로 김준영을...’
안 좋은 쪽으로 빠졌다고는 하나.
중학교 때 보여줬던, 민지를 향한 녀석의 마음은 진짜였다.
김준영 그놈도 민지와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다.
그걸 이용해서 돈을 받아낸다면...?
‘어, 어차피... 돈이 썩어나는 놈이잖아.’
걔가 오늘 걸친 옷가지 중 하나만 해도, 내 한 달 월급에 가까울 텐데.
‘마, 많이는 말고... 밀린 급여 못 받아도 버틸 수 있을 정도로만...’
다음 달 월세랑 식비까지만 어떻게 해결할 수 있으면...
‘...’
...
됐다, 씨발.
‘병신같은 년... 뭐하는 짓거리냐...’
기분이 저 멀리, 어두운 곳으로 틀어박힌다.
이건 평소에 느끼던 자격지심같은 것 따위가 아니다.
죄책감. 창피함.
‘지랄났네... 한심한 새끼야.’
초라하게 살아도 좋다. 쪽팔리게 살지 말자.
데뷔에 실패하고, 인생이 나락에 처박혀도.
몇 번이나 되내였던 문장이다.
근데 뭐?
도촬 협박?
에라, 점장만도 못한 새끼야.
‘...벌이다. 내일은... 점장새끼한테 넢죽 엎드려서라도 돈받아오자.’
소름 돋는 족발로 허벅지를 주물럭거려도, 가만있자.
넌 그래도 싼 년이다, 병신아.
‘자자.’
내일을 걱정하는 무거운 마음으로, 이불을 덮었다.
다리를 접고, 팔꿈치를 손으로 감싸안았다.
겨울이 끝나갈 시기지만, 보일러 없이는 아직 많이 추운 밤이었다.
+++
띡띡띡띡. 띠리링-
조민지네 집 문을 열었다.
현관에 들어와, 아래쪽으로 고개를 내렸다.
“...이러고 있지 말라니까.”
“헤헤. 왔어?”
조민지가 현관 앞에 쭈그려 앉아,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런 조민지에게 일부러 인상을 쓰고, 목소리를 깐 채 물었다.
“계속 여기 있었어?”
“계, 계속은 아니고... 퇴사해서 할 일도 없으니까...”
무릎을 굽혀 몸을 숙이자, 녀석이 자연스레 안겨들었다.
“말했잖아. 너 이제 몸 차게 하고있으면 안 된다고.”
“미안해... 근데... 보고 싶은데 어떡해...”
“...”
조민지가 불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귀엽다...
얘가 홑몸이 아닌데도 자꾸 이래서 분위기 좀 무겁게 잡아보려 했는데, 금세 찌푸린 인상이 사르르 녹아버렸다.
“씻고 올게. 이불 속에 들어가 있어.”
“안 씻어도 돼! 지금 들어가자!”
화색이 된 조민지가 손을 꼬물거리며, 내 옷의단추를 풀어준다.
이러한 관계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우리의 일상은 여타의 초기 커플들과는 달랐다.
그저 서로 알몸인 채 이불 속에 들어가, 서로의 온기를 느낀다.
그러다 불이 붙으면 섹스하고, 졸리면 잔다.
배고프면 먹고 싶은 걸 시켜서 먹는다.
함께 몸을 씻고, 다시 알몸인 채로 이불 속에서 부둥켜 잠든다.
한량이나 다름없는 삶이다.
“따뜻하다아...”
녀석이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며, 내게 살결을 부벼온다.
“다음부터는 현관에서 기다리지 마. 너 몸이랑 아기를 생각해야지.”
“응... 잘못했어.”
조민지의 작은 등을 쓸어내렸다.
녀석이 그르렁대는 고양이마냥,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문댄다.
조민지와 사귀기 전이나 지금이나, 외출이 불편하기는 매한가지다.
녀석이 이전처럼심하게집착해오는 건 아니다.
아마, 내 사랑에 대한 확신을 얻은 덕에 불안감이많이 옅어졌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제는 다른 이유 때문에 외출이 꺼려진다.
내가 집 밖으로 나갈 때면, 녀석은 내게 손을 흔들어주면서도 잔뜩 풀 죽은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게다가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 차디찬 현관 앞에 쭈그린 채로 나를 기다린다.
꼭, 나가지 말라고 낑낑대는 강아지를 두고 외출하는 듯한 기분이다.
안쓰러워서 혼자 둘 수가 없다.
“...민지야.”
“응?”
녀석이 이불 안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어, 나를 올려다본다.
“집 하나 사서, 나랑 살자.”
###작가의 말을 꼭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