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75. 히키코모리 박서윤
[대한민국은 김준영에 한하여, 일부다처제를 허용한다.]
[개연성 심사 중···]
‘...’
[적합한 내용입니다.]
[스킬 ‘상식 역전 세계’를 사용하시겠습니까?]
‘됐다!’
전 세계 사람들의 상식을 바꿔버리는, 엄청난 사기 스킬.
어쩌면, 이런 용도보다 훨씬 유용하게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스킬 사용에 주저하지 않았다.
‘내 여자들. 행복하게 해줘야지.’
곧장 ‘예’ 버튼을 눌러,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상식 역전 세계’를 사용합니다.]
[전 세계 사람들의 내면을수정합니다.]
박서윤을 바라봤다.
이렇다 할 변화 없이, 그저 맛있게 자고 있다.
거창한 이름, 효과와는 달리, 엄청난 이펙트가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침대에서 일어나, 아직 빳빳한 자지를 세운 채 문을 열고 나갔다.
“어머, 일어났니? 후후.”
거실에서 박서윤의 어머니가 나를 반겨줬다.
원래도 이 가족은 나를 이뻐하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분위기가 살갑다.
“...예, 덕분에 잘 잤습니다.”
“아유~ 우리 김서방은 자고 일어나도 아주 훤칠하네~ 씻고 나오렴!이 장모님이 아침 차려줄게!”
“...”
박서윤이 말한 대로, 그녀의 부모님들은 이미 이야기를 끝냈었다.
게다가 방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로, 어제 거사가 치러졌음을 알았겠지.
“예...”
욕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로 몸을 씻었다.
따뜻한 온수도 박서윤의 몸보다는 차가웠다.
온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씻고 나오니, 욕실 앞에 목욕가운이 정갈하게 개어져 있었다.
‘...참 지극정성이시네.’
가운을 몸에 걸치고, 부엌으로 향했다.
구수한 냄새가 침샘을 자극한다.
“어서 와서 먹으렴!”
생선구이와 된장국을 필두로 한 평범한 가정식. 하지만 밑반찬의 가짓수가 굉장히 많았다.
아침치고는 아주 호화로운 상이다.
아저씨와 박영민도 식탁에 앉았다.
“서윤이 누나 깨워올까요?”
“아니, 놔두렴. 서윤이는 아침 먹으라고 깨우는 거 싫어해. 잠이 많아서, 11시 즈음에나 일어나거든.”
식탁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입맛에 맞니?”
“네, 아주 맛있습니다.”
“후후, 다행이구나.”
밥을 먹고 있자니, 아저씨 아주머니가 내 눈치를 보고 있음이 느껴졌다.
내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숟가락을 내려두고. 두 분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서윤이 누나랑 결혼하려 합니다.”
“어머머머, 세상에, 세상에!”
“음! 음! 김준영이 자네라면, 안심하고 맡길 수 있지.”
아주머니가옆에 앉은 아저씨의 어깨를 퍽퍽 치면서 기뻐한다.
아저씨도,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어떻게 키운 딸인데! 안 돼!’라고 역정 낼 것 같은 인상이셔서, 걱정했는데.
“으음... 친구랑 누나가 결혼한다니 묘하기는 한데, 네가 데려가준다니... 다행이네.”
박영민도 어제 부모님들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는지, 놀라지 않았다.
“식은, 식은 언제 올릴 거니?”
“어허! 이 사람아, 평생에 다신 없을 연애 시기인데, 조금 즐기게 놔둬야지!”
“어머, 무슨 소리예요? 이미 배에 애가 들어섰을 텐데.”
“아, 그랬지 참.”
이야기를 나누는 두 분의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하다.
두 분이서 이야기를 즐기시게 조금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아저씨, 아주머니.”
“얘는, 딱딱하게 아저씨 아주머니가 뭐니? 장인, 장모님 해야지.”
“자, 장인어른... 장모님.”
“응, 말하렴! 후후!”
스킬이 제대로 적용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부다처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
“...그래, 그랬지 참.”
두 분의 표정이 상당히 진중해졌다.
장모님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래, 사실... 네가 우리 서윤이만 바라봐줬으면 하는 욕심이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욕심이지.”
장모님의 말을 장인어른이 이어갔다.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허용된 마당에... 자네처럼 능력 있는 사내가 한 여자로 성에 찰 리 없으니.”
“...”
나는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저런 식으로 적용되는구나.’
법적으로 일부다처제가 허용된다고 해도, ‘그건 자네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 당연히 평생 우리 딸만 책임져야지!’ 라고 나오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김준영은 일부다처제를 선택할 수있다.’ 는 맥락이 아니라, ‘김준영이 일부다처제로 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라는 쪽으로 수정된 모양이다.
“그래도 우리 서윤이, 너무 소홀히 하지만은 말아주게. 저 아이한테는 정말로... 우리 가족과, 자네뿐이야.”
“네, 물론입니다. 누나 눈에서 평생 눈물 한 방울 나오는 일 없게 하겠습니다.”
“음! 그래! 든든하군!”
장인어른이 식탁 위로 손을 뻗어왔다.
나는 얼른 일어나, 두 손으로 그 손을 맞잡았다.
“소중한 우리 딸, 잘 부탁하네. 김서방.”
“예, 장인어른. 그리고 장모님.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결혼을 허락받는 자리다.
묘한 기분과 함께, 새삼, 내가 그녀의 인생을 책임지게 됐다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비록 정당한 방법으로 맺어지지는 않았지만...꼭 행복하게해드리겠습니다.’
마음속으로, 장인 장모님은 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
밥을 먹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박서윤은 아직도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다.
‘결혼이라...’
엎드려 자고 있는 박서윤의 커다란 엉덩이를 매만졌다.
박서윤의 몸은 지금도 땀으로 끈적했지만, 여름 특유의 그 기분 나쁜 끈적함은 아니었다.
그 감촉은, 자지를 절로 껄떡이게 만드는 음란한 끈적함이었다.
머릿속으로 어플을 조종했다.
[수정모드를 시작하시겠습니까?]
[대상: 박서윤]
‘예.’
[대상 박서윤의 내면을 수정합니다.]
+++
칠흑의 공간.
오랜만에 들어오는 박서윤의 내면이다.
“키워드 검색. 김준영.”
내 몸이 목적지로 흘러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구체가 눈에 띄었다.
[김준영]
첫 만남 때는 정말 보잘것없는 크기였던 [김준영] 구체.
지금은 바로 근처의 [가족] 구체와 비슷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다.
‘위치도 여기가아니었지.’
구체의 위치는 관념 간의 유사성을 나타낸다.
[김준영] 구체의 위치는 [가족] 구체 바로 옆.
지금에 이르러서는, 내가 박서윤에게 있어 가족만큼이나 소중한 사람이 된 것이다.
잠시, 주위를 둘러봤다.
내가 만들어놓은 구체 말고도 몇 가지가 생성되어 있었다.
[내 인생은 김준영 덕분에 바뀌었다]
[나는 김준영 덕분에 행복하다.]
상담을 빙자한 세뇌에 불과했지만.
그결과는 박서윤에게 더없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김준영과 일하는 것은 정말 기분 좋다.]
[매일같이 김준영과 일하고 싶다.]
저건 [김준영과의 애널 섹스는 돈을 버는 경제활동이다.] 구체와 연동된 관념이다.
‘매일같이 하는 건... 내가 좀 곤란하고.’
그녀의 착즙구멍으로 인해, 정액이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대신, 이제 [남자한테 참 좋은 건데]스킬이 5레벨이니, 조금 더 자주 챙겨줘야겠다.
[자위할 때 가장 좋은 반찬은 김준영과 일하는 상상이다.]
[김준영을 생각하면, 마구 동기부여된다.]
“킥.”
재미있는 문장에, 실없는 웃음이 터졌다.
박서윤에게 있어 자위는 자기계발이다.
동기부여란, 자위하고픈 욕구를 의미한다.
내 생각만 하면 자위가 하고 싶다는 뜻이다.
[김준영을상상하며 자기계발하면 행복해진다.]
한창 우울증으로 고생했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내용들뿐이다.
이 모든 것이, 박서윤이 생각하는 ‘김준영’이다.
[김준영의 아기를 가진다면, 김준영과 평생 함께할 수 있다.]
[김준영과 평생 함께하고 싶다.]
[김준영의 아기를 임신하고 싶다.]
“...”
주변의 구체들 중에서도 유난히 크고 검은 구체들이다.
박서윤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강하게.
평생 나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나로 인해 이렇게 바뀌었고, 이토록 나를 갈망한다.
“...[상식 역전 세계]. 그렇게 쓰길 잘했어.”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엄청난 사기스킬.
하지만 나는 내 결정에 만족한다.
박서윤의 내면을 보고나니,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허공에 손을 뻗었다.
‘관념 생성.’
[김준영과의 결혼은 평생토록 김준영에게 상담받고, 김준영과 일하겠다는 약속이다.]
[김준영과 결혼하면 평생 김준영과 함께할 수 있다.]
공략 때와는 달리, 많은 수정이 필요하지도 않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뒤로 돌아섰다.
수정 모드를 종료하려던 찰나.
“응?”
방금 생성한 두 구체에서 새로운 구체가 실시간으로 파생됐다.
[김준영과 결혼하고 싶다.]
“...”
아주 까만 구체였다.
잠시 멈춰서, 그 구체를 바라봤다.
‘...나가자.’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수정 모드를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