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63. 소꿉친구 조민지
신지예가 두 걸음 물러났다.
인상이 딱 조민지가 무서워할 상이긴 해도, 악의가 없음이 여실히 느껴진다.
조민지도 그걸 느꼈는지, 작게 떨리던 손이 진정됐다.
신지예를 쫓아낼까 하다가, 너무 과민반응인 것 같아 그만뒀다.
‘쟤는... 조민지를 괴롭힌 쪽이 아니었지.’
조민지가 내 옷을 잡아당긴다.
“가, 가자... 응?”
나를 올려다보는 눈이 조금 흔들린다.
중학교 때의 같은 반 여자를 만나는 것이 힘든 모양이다.
신지예는 그런 조민지를 바라보며, 씁쓸함을 느꼈다.
자신이 조민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엄밀히 말해 방관자였으니까.
‘뭐... 나도 이러고 있는 게좀 꺼림직하긴 하지.’
신지예는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봤다.
깔깔이같은 패딩에, 흰 줄 세 개가 그어진 츄리닝.
딱히 문제 있을 차림은 아니지만, 괜한 자격지심 때문에 초라한 백수 꼴로 보인다.
‘...시발. 좆같네.’
갑작스레 울컥하고, 자괴감이 몰려온다.
이럴 때마다 아이돌한다고 깝쳤던 자신이 원망스러워진다.
쟤들은 내가 실패한 지 모를 텐데... 이래서 중학교동창을 만날 때마다 기분이 좆같아진다.
자신도 모르게,김준영의 옷차림에 눈길이 갔다.
‘...어?’
안 그래도 듬직하고 근사한 김준영의 몸은, 세련된 명품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스웨터... 신발, 바지... 저, 저게 다 얼마야? 쟤 뭐야?’
대놓고 로고를 드러내는 명품은 아니다.
오히려, 명품티를 숨긴, 하지만 그 옷 태와 디자인, 직물감 등에서 진짜 고급스러운 멋이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진짜 명품들이다.
‘그, 금수저였나? 그런 소문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때, 벤츠 매장에서 직원 한 명이 뛰쳐나왔다.
“손님! 핸드폰 놓고 가셨습니다!”
“아.”
김준영이 머리를 긁적이며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저 폰도... 최신기종이다.
액정이 다 나간, 2년 전 출시된 자신의 핸드폰 따위와는 다르게.
아니,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신지예는 어렵사리 입을 떼 물었다.
“너... 베, 벤츠 매장에서 나왔어...? 왜?”
“응? 자동차 매장에 차 사려왔지. 왜 왔긴.”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모습에서 당당함이 느껴진다.
목소리를 떨며, 시기감에 입을 놀리는 자신과는 다른, 멋진 모습.
“...그, 그래? 그래서... 샀어? 어떤 모델...?”
“메르세데스.”
“어?”
“병신아.”
옆에 서 있던, 친구로 추정되는 남자가 한숨을 푹 쉬고는, 욕설과 함께 입을 열었다.
“메르세데스라고 하면 누가 알아먹어. 메르세데스 AMG.”
“아, 그래. 그거.”
“A, AMG...?”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옵션 없는 깡통이 2억부터 시작하는 초고가형 모델.
그걸... 샀다고? 나랑 동갑인, 26살인 남자애가?
까득.
이빨이 갈렸다.
자괴감에 심장이 아파온다.
애써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 난 이만 갈게! 나중에 또 만나자!”
“어? 야, 연락처라도...”
붙잡으려 했다가, 조민지가 내 옷을 꾸욱 잡아당겨 말이 끊겼다.
다시 시선을 올렸을 때엔, 신지예가 이미 전력으로 저 멀리 뛰어간 후였다.
“...급한 일이라도 있나?”
“후, 후우...”
조민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녀석을품에 안아줬다.
“누구야?”
박영민이 물었다.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앤데, 아이돌 연습생이었어.”
“어? 와, 진짜? 연예인이랑 동창이야?”
“음... 근데 TV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응? 뭐야. 연습생 그만뒀나?”
“그런가 보지.”
쩝. 입맛이 다셔진다.
아이돌 지망생이었던 만큼, 참 맛깔나게 생긴 몸이었는데.
조민지와 함께, 전교에서 손꼽히는 미인이었다.
아쉽지만 연락처가 없으니, 아마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다.
‘...응? 아니지.’
생각으로 어플을 조작했다.
[수정 모드를 시작하시겠습니까?]
[대상: 신지예]
‘오. 된다.’
확인만 해두고 어플을 종료했다.
이걸로, 공략하고 싶으면 아무 때나 특정 장소로 불러내면 될 일이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지금은... 조민지한테 집중해야지.’
품에서 떨림을 가라앉히는, 안쓰러운 작은 동물을 바라봤다.
“그렇게 힘들어?”
“...아니, 그냥...”
조민지는 중·고등학교 때 학우관계가 좋지 못했다.
연예인보다도 월등한 외모를 지닌 조민지. 녀석은 감수성 넘치는 사춘기 여자애들의 시기의 대상이 되곤 했다.
‘게다가... 녀석이 좀 많이 내성적이지.’
내 앞에서는 거리낌 없이 행동하지만, 조민지는 낯선 사람과 말을 잘 나누지 못하며, 친해지기도 힘들어한다.
녀석이 회사에서 나 다음으로 친한 사람이 박영민인데, 아직도 서로 쭈뼛거리는 걸 보면 말 다 했지.
폭력이나 욕설 등의 심한 괴롭힘은 없었다. 하지만 조민지는 명백하게 왕따였다.
겉으로 드러나는 폭력 따위가 아니라, 고립시키고, 피를 말리는 방식으로 괴롭힘당해왔다.
속된 말로, 보적보라고 하는 현상.
‘나한테는 그게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나는 조민지가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당시, 나는 조민지의 옆에서 버팀목과 가림막이 되어주며, 그녀의 정신적 지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해왔다.
‘...나도 잘못이 없진 않지.’
나는 그녀에게 다가오는 남자들을 쳐냈었다.
조민지 스스로도 남자를 꺼림직하게 여기긴 했다.
내가 걸러내지 못한 남자들 전부가 조민지 선에서 커트당했으니까.
내가 만든 새장의 문이 열려도, 조민지는 새장 안이 좋다며 날아가지 않았다.
대신 그만큼 내가 더욱 많이 케어해주기는 했지만.
어쨌든 나도 내 흑심을 위해 조민지의 따돌림에 일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괜찮아, 내가 있잖냐.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응.”
스읍... 내가 말했지만, 조금 오글거린다.
하지만 효과는 괜찮았는지, 조민지의 떨림이 멈췄다.
귀엽게도, 내 품을 파고들며 얼굴을 비벼온다.
‘뭐... 내가 나쁜 놈이라도 상관없어.’
결국, 조민지는 내 것이 되었으니까.
그거면 됐다.
‘내 거야.’
이 사랑스러운 아이는 내 것이다.
본인의 동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평생토록.
나를 보며 살고, 내 돈으로 생활하고, 나로 인해 행복하고, 내 아이를 낳을 것이다.
죽는 날까지 내 옆에 있을 것이다.
“킥킥. 밥 먹으러 가자.”
“...응.”
택시를 잡아, 근처의 호텔로 향했다.
호텔 코스요리에 연신 감탄하는 조민지를 보며, 맛있는 만찬을 즐겼다.
+++
일주일이 지나, 다시 주말이 됐다.
딩동-
끼익-
“들어오시죠.”
성유아가 문을 열어줬다.
신발을 벗고, 그녀의 집으로 들어갔다.
“오...”
역시나, 깔끔하다.
각잡힌 채로 놓인 쿠션과 담요. 가지런히 정돈된 운동기구들. 향긋한 방향제 냄새.
성유아답다고 할 수 있는 집이다.
“저나 가족 말고, 다른 남자가 이 방에 들어온 적이 있나요?”
“없습니다. 왜 그러시죠?”
“좋군요. 제가 팀장님의 여러 처음을 가져가네요.”
오기 전에 들었던 대로, 성유아는 운동을 하고 있던 모양이다.
그녀가 입고 있는 회색 레깅스와 탱크탑이 땀에 젖어 색채가 짙어져 있다.
몸에 착 들러붙은 운동복들이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를 여실히 드러낸다.
“일주일 만에 보니, 몸매가 더 화끈해지신 것 같네요.”
“김준영 씨도 여전히 프로젝트에 열심히시군요. 보자마자 성희롱이라니.”
질책이 아니라, 칭찬이다.
그녀에게 있어 성희롱은 프로젝트를 위해, 김준영을 꼴리게 하는 수단이다.
성유아를 만지기 위해 다가갔다.
“다가오지 마십시오.”
그녀가 뒷걸음질치며 물러섰다.
“땀냄새가 강합니다. 전화로 말씀하셨던 대로 운동복 차림을 보였으니, 씻고 정장으로 갈아입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요, 오늘은 그대로 하죠.”
“안 됩니다. 저열한 위생상태는 김준영 씨의 흥분에 악영향을 미칠 겁니다.”
“글쎄요. 아닐걸요?”
성유아에게 달라들어, 확 껴안았다.
그녀의 목덜미를 쪼옵 빨고, 엉덩이를 터질 듯 꽉 쥐어짰다.
“흐읏!? 기, 김준영 씨!”
“쭈웁... 스읍- 하아... 땀냄새도, 땀 맛도... 존나 꼴리네요.”
그녀의 엉덩이를 짝! 때렸다.
그리고 다시 터질 듯 쪼물딱거렸다.
여성을 배려하지 않는, 온전히 성노리개로 취급하는 저열한 행동.
그 성유아를 이렇게 다루고 있음에, 배덕감이 몰려온다.
“오우...레깅스 촉감 죽이네요. 오늘의 섹스가 기대됩니다.”
“그, 그만! 하지 마십시오! 김준영 씨!”
성유아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발버둥 친다.
나는 꼿꼿이 발기한 자지를 꺼내, 그녀의 배에 비볐다.
“이거 보세요. 훌륭하게 발기했습니다. 팀장님의 땀은 흥분에 전혀 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 그래도 기다려 주십시오. 최소한, 땀이라도 닦고...”
성유아의 레깅스 앞쪽으로 손을 넣어, 보지구멍을 쑤셨다.
찌꺽-
“흐, 읏...!”
그녀가 양손으로 내 손목을잡아 누른다.
“팀장님은 어울리지 않게 부끄러움이 많으시죠. 그 점이 정말 꼴립니다.”
찌걱, 찟꺽...
“가, 감사... 후, 흐웃...! 손가락 좀, 잠시만...”
“스읍- 하아... 땀냄새, 정말이지...”
목덜미에 코를 묻고 숨을 들이키자, 성유아의 보지가 수치심에 쪼옵쪼옵 조여온다.
마치 얼음인형같이, 감정을 드러내지않고 사는 성유아.
하지만 그녀는 지금까지의 여자들 중, 부끄러움을 가장 많이 타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팀장님이 부끄러워하시는 지금 이대로 해야 합니다. 제 꼴림이 곧 업무 효율입니다. 아시죠?”
“...알겠습니다.”
성유아가 마지못해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럽다 해도, 그녀에게 있어 업무 수행이란 목숨과도 같은 것.
손가락을 깊숙이 넣었다.
오밀조밀한 질벽을 헤집으니, 안쪽에 고여 있던 애액이 주르륵 흘러나온다.
“일단 적셔야 하니, 제 손가락으로 자위하시죠. 스스로 허리를 흔들어서요.”
“알겠습니다.”
성유아가 내 손목을 잡은 채,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윽, 흣... 흡, 긋... 하, 하앗...♡ 흡!”
이 악물고 신음을 참다가, 실수로 귀여운 소리가 새어나오면 즉시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그럴 때면 성유아의 보지가 갑자기 쪼압- 조여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다시 손을 내려 내 손목을 잡고, 허리를 흔든다.
그녀의 허리에 맞춰, 손가락을 움직여줬다.
찌걱, 쯧걱, 쩟벅...
“흣, 하, 후웃...♡ 으읍... 기, 김준영 씨. 손가락은 세운 채로 가만히... 후우... 가만히 있어 주십시오. 제가 잘 젖는, 흣... 자, 잘 곳을 알고 있으니, 그쪽을 쑤시겠습니다.”
“네, 그러죠.”
손가락을 최대한 깊게 삽입한 후, 꼿꼿이 세웠다.
“흐, 후, 하앗...!”
“너무깊나요?”
“아, 아니요, 딱... 좋습니다. 네.”
성유아가 다리를 조금 벌리고 서, 무릎을 살짝 굽혔다.
그리고는 상체를 앞으로 살짝 기울이고, 엉덩이를 뒤로 쭈욱 뺐다.
엉덩이가 깔짝대며 앞뒤로 움직인다. 마치 트월킹을 느리게 추는 듯한 동작이다.
‘오우, 씨...’
창녀처럼 천박한 움직임.
성유아 같은 사람이 저런 천박한 자세로 자위하는 꼴이, 진짜 개꼴린다.
쯔벅, 쯔벅, 쯧, 뻐억...
질척한 소리가 점점 깊어진다.
성유아가 눈을 살짝 감고, 손가락의 감각에 집중한다.
정말 보지를 적시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쯔벅, 쯔벅, 쯔벅...
“읏, 후, 하앗...! 후, 후읏... 흑, 곳...♡ 흐븝...!”
입술을 꼭 깨물고 허리를 흔드는 꼴에서, 정말 자위에 몰두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뭐가 저리도 기분 좋은 걸까. 한 번 들어보자.
“브리핑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