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2화 〉52. 소꿉친구 조민지 (52/139)



〈 52화 〉52. 소꿉친구 조민지


서둘러 집으로 와, 박서윤에게 전화했다.
다행히 아직 비행기 탑승 전이란다.

-[짧으면 한 달, 길면  달이래. 부모님이 마음 단단히 먹으셨어.]

“어... 음... 네. 잘 다녀와요.”

지금이라도 가지 말라 하고 싶었지만, 역시 그건 경우가 아니다.

‘서윤이 누나는 계약서를 제대로 읽지도 않았으니...  조항은 까먹었을 거야.’

혹시라도 기억하고 있을까 슬쩍 떠보려 전화를 걸었는데,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박서윤의 목소리는 여행의 설렘으로 완전히 들떠있었다. 계약서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을 정도로.

-[너무 기대된다! 맛있는 거 많이 사올게! 기념품도! 아! 예쁜 곳 가면 영상통화도 걸게!]

박서윤이 그 조항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표명하지만 않는다면, 별일 없을 것이다.

설령 기억하고 있다 해도, 나중에 천천히 타이르면 될 일이다.
임신은 그녀도 깊게 생각할 문제니까.

-[너 오늘 퇴사했다며? 아아... 빨리하지 그랬어... 나 너 데리고 가자고 엄마 졸랐었는데, 회사 다닌다고 안 된다고 하셨단 말이야...]

“하하.  생각은 말고,신나게 놀다 와요. 저도 그쪽 시간에 맞춰 종종 연락할게요. 끊어요.”

-[엉~ 끊어~]

뚝.
전화를 끊었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쉬며, 긴장 풀린 몸을 소파에 묻었다.

몸담았던 회사에서의 마지막 퇴근이었는데, 여운을 느낄 틈도 없이 이렇게 헐레벌떡 집에 올 줄이야.

“누구야?”

“아는 누나요. 유럽여행 간다네요.”

한숨을 돌리고 있으니, 양아라가 얼음과 황도복숭아를 동동 띄운 수제 아이스티를 건네줬다.

“자, 우리 준영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티.”

나는 양아라의 집에 얹혀살게 됐다. 매일같이 모유를 짜줘야 하니까.
민채슬은 양아라의 병간호를 명분으로 수정해뒀다.

‘그 아저씨는... 진짜 나가버렸네.’

양아라의 남편은 딱히   건들지도 않았는데, 제 발로 나가버렸다.

[김준영이 양아라의 치료를 위해 나서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김준영에게 양아라의 치료를 온전히 위임한다]

‘자네가 아라를 보살펴준다고...? 자, 잘 됐군. 하, 하하! 그럼...  어, 음... 오, 옮거나 할 수도 있으니, 아라가 나을 때까지는 별거를... 크흠!]

나름 애처가라던 사람마저 제 발로 나가게 할 줄이야.
[남자는 스킵] 스킬 효과, 참 제대로다.

“호록. 캬아...”

역시 양아라.
살면서 먹어본 아이스티 중 가장 맛있다.

“유럽 여행이라... 부럽다아... 부유하신 집안인가 봐?”

“그쪽 누나가 그동안 아팠거든요. 근데 이제 좀 나아져서, 부모님이  호강시켜주려고 마음 단단히 먹으셨데요.”

“아아...! 그랬구나...”

양아라를 껴안았다.
아니, 내가 그녀의 가슴을 파고들어, 품에 안겼다.

물컹-

“누나도 가고 싶어요?”

따스한 손길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너무 가고 싶지. 하지만 돈도, 남편 시간도, 내 몸도...”

쪽.
양아라의 입술에입을 맞췄다.

“누나 나으면 저랑 같이 가요. 제가 보내드릴게요.”

“준영아...”

양아라가 감동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것은 마치, 어린 아들이 ‘돈 많이 벌어서 엄마 호강시켜줄게!’라며 자신만만하게 외치는 모습을 바라보는, 어머니 같은 눈이었다.

그녀의 가슴폭에 얼굴을 부비며, 유두를 간지럽혔다.

피쥿!

“아앗...♡”

유두의 자극에 반응해, 모유가 흘러나온다.

“맘마통 꽉 찬  같은데, 빨아줄까요?”

“얘는! 맘마통이 뭐니! ......응,빨아줄래...?”

그녀의 탐스러운 젖가슴을 크게 베어물었다.

“쪼오옵...”

“앗♡ 아앗...♡”

내 머리를 쓰다듬는 따스한 손길을 즐기며, 우유를 빨아마셨다.





+++



양아라의 모유를 한 번 빼주고 나니 7시가 됐다.

띠리링-
전화벨 소리.
조민지다.

“왜.”

-[나 마라탕 먹고 싶어!]

“어야, 간다.”

나와 조민지는 양이 많은 배달음식이 먹고 싶을 때, 서로의 입을 빌리곤 했다.
최근에는 민채슬과 양아라에게 얹혀살아, 내가 부르는 일은 없었지만.

-[술도! 써머스비 애플!]

“안 돼. 그거 너한테 도수 높아.  이슬톡톡 마셔.”

조민지는 술을 더럽게  한다.
써버스비 같은 일반 맥주를 마시면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만취해버린다.

‘네가 취하면... 내가 많이 곤란하다고.’

녀석은 주사가 아주 독하다.
취하면 내게 안겨들어 애교를 부리는데, 그때마다 강간 충동이 들어 무서울 지경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나하고만 술을 마신다는 것.
그리고 설령 다른 사람과 마시더라도, 나와 단둘이 있을 때만 그런 주사가 나온다.

‘게다가 요즘  상태도 이상해. 조민지는 당분간 절대 취하면 안 된다.’

아직 녀석에게 전혀 작업을 해두지 않았는데, 다짜고짜 임신이라도 하는 날에는... 곤란한 거로는  끝난다.

-[뒤질래? 누나는 그런 애들 음료 안 마신다. 좋은 말로 할 때 써머스비  오도록.]

“어림도 없지. 써머스비는 내가 마실 거고, 넌 이슬톡톡이다, 토쟁이년아.”

-[고추 물어버린다.]

오... 꼴린다.

“끊는다.”

-[써버스···!]

뚝.

적당히 외투를 걸쳤다.
민채슬 차를 빌리기는 좀 그렇고, 택시 타자.

“누나, 저 오늘 저녁은 밖에서 먹고 올게요.”

“응~ 맛있는 거 먹고 와~”


+++




띡띡띡띡. 띠리링~

비밀번호를 누르고들어갔다.

“왔냐.”

“오셨다.”

흰 반팔티에 돌핀팬츠를 입은 조민지가 매트에 누워 있다.
안으로 분홍색 브라가 살짝 비쳐보인다.

방금 퇴근하고 씻었는지 머리와 피부가 약간의 물기를 머금고 있다.
베이비 파우더 냄새도 선명하다.

“지금 퇴근했나봐? 불쌍한 노예네.”

“더러운 부르주아 놈.”

“부르주아가 살 테니까, 고기 추가 많이 해라.”

외투를 접어 벽에 걸어뒀다.

“오예! 떡 사리 추가는?”

“해. 아, 청경채 많이 넣어.”

“으엑.”

“저번처럼 빼지 마라. 뒤진다.”

“넴...”

녀석이 매트에 엎드린 채로, 주문하며 다리를 살랑인다.

“고기 많이 추가~ 떡 추가~”

허리 참 얇다. 근데 그 아래의 엉덩이는 큼직하다.
허벅지는 얇지만 몸의 다른 곳들이 가늘어, 비율상 허벅지가 튼실해 보인다.

전체적으로 몸 선이 얇은 슬렌더지만, 나올 곳은 다 나와 있다.
인형을 살아 움직이게 만든 듯한 몸. 진짜 사기다.

녀석의 엉덩이를 베고 누웠다.
이러면 베이비파우더 냄새가 정말 짙어진다.

“...킁킁.”

 소리가 아니다.
녀석이코를 킁킁댔다.

“킁킁...”

“감기냐? 아까부터 왜 자꾸 킁킁대?”

“......아니야.”

녀석이 뭔가, 미묘한 표정으로 말을 아꼈다.

배달이 왔다.

칙!

써머스비 캔을 따, 내 잔에 따랐다.
녀석의 잔에는 이슬톡톡을 따라줬다.

“자, 먹자~”

“...”

마라탕은 오랜만인 것 같다.
젓가락을 들기 전, 녀석과 잔을 부딪치려 들었는데...

“응?”

조민지는 잔을 새로 채우고 있었다.

“뭐야, 벌써 원샷한 거야? 너무무리하지... 야! 너 그거!”

녀석이 새로 따르고 있는 술은 이슬톡톡이 아니라 써머스비였다.
그리고는 다시 혼자 원샷.

“꿀꺽, 꿀꺽... 파아!”

“...”

난감하다.
혹시 모르니 [무정자증]이라도 켜둬야 하나?

“후우... 뭐. 꼽냐?”

녀석은 그렇게 말하고는 청경채를 다 집어 한입에 삼켜버렸다.

“뭐, 뭐해? 너 청경채 싫어하잖아.”

“씨... 꼽냐고!”

“아니, 꼬운 건 아닌데... 얘가 오늘 왜이래?”

다시 스스로의 잔에 써머스비를 채워 원샷한다.
얘가 진짜 미쳤나? 오늘은 정말 마음단단히 먹고 버텨야겠다.

‘화장실에서 한 발 빼고 올까?’

젓가락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화장실 좀.”

“앉아.”

“어?”

조민지가 잔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앉아라고...”

틀렸다. 벌써 혀가 꼬였다.
일단... 녀석이 더 달리기 전에, 맥주 캔부터 빼앗아 다 마셔버려야겠다.

“줘. 그거.”

“좆까.”

이제는 캔 째로 마셔버린다.
진짜 미친 건가?

‘오늘... 생리도 아닌데?’

저 녀석 생리는 2주일 전이었는... 가만.

‘...오늘 배란일이네.’

배란일이랑 감정기복에 상관관계라도 있나?

“킁킁... 킁, 킁킁... 하아...”

조민지가 코를 대놓고 킁킁대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술기운으로 벌겋게 달아오른 볼과 비견되는, 차게가라앉은 눈빛이 나를 주시한다.

“야.”

“...왜.”

문득, 등골이 오싹해졌다.

“......”

“...왜, 부, 불렀으면 말을 해.”

“...”

“...”

이유 없이 입술이 마른다.

녀석이어딘가... 잘못되어 보이는 눈빛으로 내 눈을 꿰뚫으며 입을 열었다.

“너, 그 가슴 큰 여자랑 무슨 관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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