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6화 〉36. 젖소녀 양아라 (36/139)



〈 36화 〉36. 젖소녀 양아라

[현금 120,000,000원] - 3,000point

[‘현금 120,000,000원’을 구매하시겠습니까?]

‘예.’

상자에서 뽑았던 것까지 합쳐, 현금 아이템 두 개를 사용했다.

[입금] 120,000,000원
****-***-******계좌 01/02
19:42:02

[입금] 120,000,000원
****-***-******계좌 01/02
19:42:04

통장에 바로 2억4천만 원이 꽂혔다.

‘와...’

엄청난 액수에, 현실 감각이 없어질 것만 같다.

돈이 급한 것은 아니다. 상자에서 뽑았던 1억 2천도 있겠다, 당장은 3,000point를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이득이다.

하지만 얼마 전, 민채슬이 통장 정리를 하며 한숨 쉬는 것을 보았다.

‘힘들겠지.’

첫째만 해도 기저귓값, 아기용품값 등, 상당한 액수가 들어갔을것이고, 앞으로 들어갈 돈은 훨씬 많다.

게다가, 여러 차례의 걸친 이성운의 잔여 정자 추출 시술 때문에 돈이 많이 깨졌다고 들었다.

둘째를 원하기는 하나, 경제적인 걱정이 적지 않겠지.
그런 민채슬에게 당장 안심을 주고 싶었다.

“우리 여보! 뭐해요?”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민채슬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옆으로  앉았다.

“그냥.”

조용히 모바일 뱅킹에 들어가, 민채슬의 계좌에2억을 입금했다.

우웅-

“우리, 소화시킬 겸 산책이나 갈까요?”

민채슬은 진동 소리에 대수롭지 않게 핸드폰을 켜며말했다.

“...응?”

“...”

액정을 바라보는 민채슬의 얼굴이 슬슬 굳어간다.

침묵이 조금 무겁다.

“...”

“...”

한참이나 핸드폰을 바라보던 민채슬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나는 괜스레, 그녀의 눈을 피했다.

“이게... 뭐에요?”

“우리 아기 키울 돈.”

“아...”

혹여라도 내게 돈을 돌려줄까 봐, 못을 박았다.

그저 너한테, 애인에게 주는 용돈이 아니다.
우리 아기에게  돈이다.
가장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니, 돌려줄 생각은 추호도 말아라.

대충 그런 의미.

“...”

“...”

눈을 피해 다른 쪽을 보고 있지만.
뜨거운 시선이 느껴진다.

“힘들어 보이길래.”

“...”

침묵 속에.
그녀의 숨소리가 느껴진다.

뚝. 뚝.

어찌나 조용한지, 그 작은 눈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들린다.

음... 금액이 크다지만, 울 줄은 몰랐는데.

‘많이 힘들었구나.’

민채슬은  살도 되지 않는 아이를 가진, 부모가 되는 과도기에  있다.

산후 우울증, 오피스 맘으로서의 부담, 경제적 현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제삼자의 눈에는 그저 행복해 보이지만, 수많은 고민거리로 속이 썩어갔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남편으로서, 버팀목이 되어줄 의무가 있다.

여전히 고개를반대쪽으로 향한 채, 조용히 민채슬의 손위에 손을 포개었다.
손바닥에 축축함이 느껴진다.
손등으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고마, 워요...”

목이 메이는지, 갈라진 소리가 들려왔다.

손등이 뜨겁게 다 젖을때까지,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이제 2억은 내게 그리 큰돈이 아니다.
3,000point쯤이야, 이 주일 정도면 민채슬의 보지에서 뚝딱 만들어진다.

게다가, 남은  4,000만 원까지 있다.
이 정도면 생활비는 물론, 원 없이 사치도 부릴  있는 돈이다.

“...산책 갈까?”

한참이 지난 후에야, 이 침묵이 어색해 입을 열었다.

“...네.”

민채슬이 손등으로 눈을 닦고, 붉어진 눈시울로 나를 향해 싱긋 웃어준다.

굳이, 복잡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니다.
서로 간에 감정이 오갔다. 그거면 된 거다.
부부끼리는 그런 때가 종종 있는 법이다.

‘내가 결혼해본 적이 있는 건 아니지만.’

민채슬이 두꺼운 겉옷을 걸친다.
추운 계절이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유난히 따뜻하다고 했으니. 걸을 만은  거다.

“근데 여보... 우리, 밖에서는... 아는 체 하면 안 되겠죠...?”

“응? 무슨 말이야?”

“이 아파트 단지에는, 성운 씨를 아는 사람이 많아요. 또, 여보한테는... 성유아 씨도 있잖아요...”

“아.”

그걸 생각  하고 있었네.

민채슬은 나와 성유아 사이를그렇게 알고 있다.
산부인과에서 그리 둘러댔었으니까.

‘어플 없이 일부다처는... 힘들겠지.’

말로 해결할  있으면  좋겠지만.
여기선 어플의 힘이 필요할 것 같다.

[대상 ‘민채슬’의 내면을 수정합니다]

[김준영이 여러 명의 여자를 두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임신 전문가가 남편 역할을 대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수정을 종료합니다]

후자의 것은, 민채슬이 밖에서 남들 눈을 의식하지 않고 나를 남편으로 대하게 만들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불륜으로 보이겠지만.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광역 최면]이 있으면 가능하다.

[광역 최면]
Lv.4
완벽한 효과를 지니는 광범위 최면 영역을 생성합니다. 영역을 이탈하면 최면이 사라집니다.
움직이는 대상에게 필드를 고정시킬 수 있습니다. 고정 대상이 움직임에 따라 필드가 이동합니다.
범위: 50m X 50m X 50m 정육면체(동일 부피 내 일정 수준 모양 변화 가능)
유지 중인 필드: 1개
생성 가능 필드: 4개
재설정 대기시간: 1일

돔 형태의 최면 영역을 만들어, 민채슬에게 고정시켰다.

[김준영은 임신 전문가다]
[임신 전문가가 남편 역할을 대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로써, 민채슬의 주변에 다가오는 사람들은 우리의 애정행각을 정당하게 여길 것이다.
범위가 그리 넓지는 않지만, 트인 곳에서 과도한 스킨십만 하지 않으면 문제  일 없을 것이다.

“성유아 씨가 왜?”

“네? 어...”

민채슬이 방금 자신이 했던 말과 주입된 관념 사이에서 부조화를 느낀다.

“자, 나가자.”

“아, 네.”

민채슬의 손을 잡아, 그녀의 생각을 끊어냈다.


+++





아파트에서 10분 거리의 공원으로 나와, 민채슬과 손을잡고 걸었다.

“여보, 정말로 안 추워요?”

“응. 몸에 열이 많아서.”

한창 추울 시기이기는 하나, 오늘은 유난히 따뜻한 날이다.
스웨터 한 장만을 걸치고, 스킬로 커버 가능한 수준이다.

뽀독. 뽀독.

뽀도독, 뽀독

시원한 공기, 안개처럼 얇게 깔린 하얀 눈, 마주 잡은 손의 온기를 음미하며 걷는다.

뽀독, 뽀독.

뽀독, 뽀독.

언제부터인가, 눈 밟는 소리가 겹쳐 들린다.
귀엽게도, 민채슬이 내 발걸음에 맞춰 걷고 있었다.

민채슬이 내 팔을 끌어안아 꼬옥 팔짱을 꼈다.
누가봐도금슬 좋은 부부의 모습이다.

내 팔에 머리를 기대던 민채슬이, 누군가를 발견해 손을 흔들었다.

“언니, 나오셨어요?”

“응, 채슬이도 나왔네?”

민채슬보다 다섯 살 정도 많아 보이는, 적당한 미인의 여성이다.

“그동안 계속 춥다가 오랜만에 걸을만해 졌는데, 나와야죠.”

“그치. 그래도 애 낳은  얼마 안  몸인데, 무리하지는 말고.”

여자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근데 옆에는...”

“아! 저희 여보. 임신 전문가예요.”

“아...! 그 임신 전문가분이시구나! 그럼, 지금은 남편 대행?”

그리고는 내 몸을 주욱 훑는다.
이상하게, 시선에서 굶주린 유부녀의 정욕이 느껴진다.

“화, 확실히, 임신 전문가 다운...”

낌새를 느낀 민채슬이 도끼눈을 뜬다.

“호호... 채슬아, 언니 혼자 적적한데, 같이 걸을...”

“언니, 나중에 봬요!”

“어, 어...? 야! 야 이년아!”

민채슬이 팔짱   팔을 잡아당겨 빠르게 걸었다.

“눈 봤어요? 치, 나이도 있는 언니가 주책은.”

“그 정도로 많아 보이지는 않던데...?”

민채슬이 나를 흘겨본다.
나도 모르게 순간 움찔했다.

“뭐라고 했어요?”

“아, 아니에요.”

이상하게 압도당하는 기분이다.

“나이가 안 많긴! 저 언니, 올해로 서른이에요, 서른! 우리 고추  청년 분은, 옆에 있는 가슴 크고 골반 넓은 20대한테 집중하시죠!”

내 가슴을 콕콕 찌르며 말한다.
그리고는 내 팔을 당겨 제 가슴 사이에 끼웠다.

“...네.”

‘자기도 29살이면서.’

아기 씨앗을 받으며 사랑을 속삭인 얼마나 됐다고, 벌써 바가지를 긁는다.

물론, 정말 정색한  아니라 장난으로 화낸 척한 거지만.
이상하게, 몸이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다.

이런 상황, 친한 형들에게 자주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유부남의 고충? 벌써?’

시답잖은 생각을 하고 있자니, 저 멀리서 또 누군가가 다가온다.

“언니이!”

이번에는 저쪽에서 민채슬을 알아보고 손을 흔들...아니, 저게 대체 뭐지?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건가?’

내 팔을 껴안고 있는 민채슬의 몸이 순간 움찔했다.

“......하아...”

뭔가, 여러 감정이 느껴지는 한숨이다.

“언니이!”

민채슬을 알아본 그녀가 뛰어온다.
아니, 사람 하나와 과일 두 개가 뛰어온다.

‘...수박?’

아니다. 저 거대한 크기는 수박 따위에 비할 바가 아니다.
무언가, 더 거대한 것. 저 엄청난 물건을 표현할만한마땅한 것이 없을까?

‘와... 씨... 무슨 젖통이...’

절로 마음이 경견해지는 크기... 아니, 발기를 참느라 경견해질 수가 없다.

“......남자들이란.”

민채슬이 어딘가에 시선이 고정된 나를 흘겨본다.

“내가 이래서... 안 만나게 하려 했는데...”

그녀가 시무룩하여 무어라 중얼거리지만, 들려오지 않는다.
나는 이미, 저것의 움직임에 온전히 몰두했다.

어느새, 그녀가 우리 앞에 도착했다.

“언니, 오랜만이에요!  본  일주일이 넘었나?”

양 갈래로 묶었음에도, 엉덩이를 가릴 듯한 긴 머리카락.

고백받으면 굉장히 미안해하면서 거절할 듯한, 귀여운 누나 상의 얼굴.

베고 누우면 참 폭신할 것 같은 통통한 허벅지.

잘록한 허리와 가녀린 어깨. 그리고 그와 심각할 정도로 대조되는...

‘미친젖통이다.’

살면서  한 번도, 저런 가슴을 목격한 적이 없었다.
과장이 아니라, 수박보다도 훨씬 크다.
굳이 견주려면, 일반 수박보다 서너 배는 크다는 무등산 수박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대체  얇은 어깨가 어떻게 저토록 흉악한 물건을 달고 있을 수 있는 걸까?
아래에서 손으로 받치면, 얼마나 무거울까?
한 손으로 받치면, 손이 파묻혀 사라지겠지?

‘가히, 파괴적이다.’

제발, 한 번만이라도 양손으로 잡고 빨아보고 싶다.
저기서 우유가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많은양이 나올까?
저 사이에 자지를 넣으면, 22cm의 거근이라도 완전히 모습을 감추겠지.

온갖 추잡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내가 나쁜  아니다. 저 가슴이 너무도 음란한 탓이다.
변명이 아니라, 진짜로.

“왜 이렇게 얼굴 보기가 힘들어요~ 요즘 바빴어요?”

“아니, 그건 아닌데... 하...”

민채슬이 완전히 정신 팔린 내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쉰다.

‘아니... 젖통이... 와...시발...’

이 여자는 사실 판타지 세계에서 전송된 젖소 수인이 아닐까?

“어... 왜 그래요? 표정이 안 좋아요.”

“...아니야.”

민채슬이 멍 때리는  옆구리를 팔꿈치로  찔렀다.

“어? 근데 형부는 어디 가시고다른 분이... 거기다...”

젖소녀가 팔짱 낀 우리의 팔을 의아하게 쳐다본다.

“어... 오빠분이신가...?”

“...우리 남편. 임신 전문가.”

“아! 이분이 바로... 그래서 형부님 대신!”

젖소녀가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채슬이 언니 친한 동생, 양아라라고 해요.”

젖통이 중력에 몸을 맡겨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내뿜는다.

‘진짜 시발 미치겠네.’

발기를 참느라 대답할 여유조차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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