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1화 〉31. 임신 천재 민채슬 (31/139)



〈 31화 〉31. 임신 천재 민채슬

[아이템 ‘정력제’를 획득했습니다!]
[아이템 ‘유산 방지’를 획득했습니다!]

[정력제(하급)]
(일회용 아이템)
섭취 후 6시간 동안 발기가풀리지 않습니다.
사정 횟수에 제한이 사라집니다.

[유산 방지]
(일회용 아이템)
임신한 대상에게 사용하여 일상에서 발생하는 유산을 방지합니다.


‘오.’

2개만 깐 것 치고는, 상당히 괜찮은 결과물이다.

“여보, 뭐해요?  휴대폰을 꺼놓고 툭툭 두드리고 있어요?”

“아, 습관이야. 신경 쓰지 마.”

민채슬의 탄력 있는 허벅지를 주물럭거리고, 다시 핸드폰을 바라봤다.

‘정력제.’

[남자한테 참 좋은 건데] 스킬이 있는 내가쓸 일이 얼마나 될까싶긴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유산 방지]는... 쓸 일이 있으려나?’

임신.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학교 때, 내 아이를 품어 배가 불룩 나온 조민지의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다.
아랫배를 양손으로 받친 채, 나를 바라보며 장난기 서린, 동시에 애정으로 가득한 눈빛을 보내는 조민지.

‘그날 처음으로 상상딸에 성공했지.’

상상만으로 사정할 정도로, 엄청난 흥분과 배덕감을 주는 광경이었다.

‘하지만,상상은 상상일 뿐이야.’

누군가를 임신시킨다는 것은, 한낱 욕구풀이용으로 실행할 만한 일이 아니다.

내 인생과 여자의 인생, 거기에 새로 태어날 생명의 인생까지 달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

‘언젠가 이걸  때가 온다면...’

조민지와 결혼하여 살게 된다면.
아이는 꼭 한 명만 낳을 것이다.

한 명만 낳아서, 조민지와 그 아이에게 모든 에너지와 사랑을 온전히 쏟으리라.

‘...아주 큰 당첨인 것 같네.’

흐뭇한 심정에 어플에 띄워진 아이템 정보를 바라본다.

그때.

[수정 모드를 시작합니다.]
[대상: 김준영]

핸드폰 액정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대상 ‘김준영’의 내면을 수정합니다.

다시 검게 물든다.
액정뿐 아니라.
온 세상이.

.
.
...
..........
.....
...
...
..
.
.
........
...
..
..
.
.

“···보···”

시야가 되돌아온다.

“···보! 여보!”

“...응?”

눈을 뜨니, 민채슬이 어깨를 잡고 흔들고 있었다.

“왜 아침부터 졸고 그래요? 응? 피곤해요?”

“...졸았나?”

“어머, 눈 충혈된 것  봐...”

민채슬이 보드라운 손으로 뺨을 어루만진다.

“미안해요... 여보도 일하느라 피곤할 텐데, 매일 밤마다...”

“아니, 난 괜찮은데.”

“보약이라도 한  지어야 하나...?이번 주말 저녁은 우리 집에서 먹어요. 몸에 좋은 거 잔뜩 해줄게.”

“...그럴까?”

“응, 응. 사람이 가끔, 보양도 하고 그래야죠. 아! 이번 주 금요일이 크리스마스죠? 금요일에 우리 집에 와요! 같이 장도 보고, 맛있는 거 해 먹어요.  얼마 전에, 아는 동생한테 칠면조 요리 배웠어요. 알았죠? 응?”

민채슬이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댄다.
팔뚝에 큼직한 젖가슴의 감촉이 느껴진다.

민채슬의 얇은 배에 저절로 눈길이 갔다.

‘...크리스마스에 임신시킬까?’

딱 적당한 아이템도 나왔겠다, 슬슬 임신시킬 때가 된 것 같다.

“가요, 여보. 곧 근무시간이에요.”

“응. 가지.”

“아직도 피곤해요? 손잡아요. 손 이리 줘요. 응?”

“아냐, 괜찮아. 안 피곤해. ...손은 잡아줘.”

“...흐흥~♡ 귀여워라.”

인적 드문 복도까지만 민채슬의 손을 잡은 채 걷고, 곧 다시떨어져 사무실로 들어갔다.




+++






12월 25일. 금요일.
모두가 들뜬, 크리스마스 오후다.

‘크리스마스인데, 좀 꾸며야 하나.’

민채슬에게 가기에 앞서, 옷을 두고 고민했다.

‘...어떻게 입어야 잘 입은 거지?’

겨울옷은 꾸며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항상 패딩만 입고 다녔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방한] 스킬이 있어 패딩이 필요없어졌다.

겨울에도 꾸밀여지가 생긴 것이다.

‘조민지가 입으라는 대로... 몸 선이 드러나게?’

다른 계절의 패션 센스도 그리 좋지는 못하지만, 항상조민지가 입으라는 대로 입었다.

덕분에 주변에서 센스  괜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에도 평소 조민지가 말해줬던 대로 입으면 되겠지.

몸에 달라붙는 회색 스웨터를 입고, 거울 앞에 섰다.
근육이 아주잘 붙은 몸에 두꺼운 스웨터를 걸치니, 듬직하기 그지없다.

지갑 등 이것저것을 챙겨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딩동-

“응?”

현관벨이 울렸다.

철컹-

“놀아주러 왔다, 짜시가!”

문을 열어주자, 조민지가 내 명치에 고개를 퍽 박았다.

“아, 씨.얘는 배가 이렇게 딱딱해?”

녀석이 투덜거리며  복근을 매만진다.

“웬일?”

“웬일은. 크리스마스 때마다 솔로끼리 노는 거, 국룰 아니었냐?”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왔지만, 우리끼리는 그런것 따위 실례 축에도 들지 않는다.

‘서로 집 비밀번호까지 아는 마당인데, 뭐.’

그리고 조민지의 말대로, 크리스마스 때마다 솔로 모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녀석과 데이트를 즐겼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안 되는데. 저녁 약속있어.”

민채슬에게서 저녁 초대를 받았다.
물리지 못할 약속은 아니다. 아직 음식이 만들어진 게 아니라, 함께 장부터 보기로 했으니까.
하지만 어쨌든 민채슬과 먼저 약속했다.

“응? 누구랑? 어머님 아버님 올라오셨어? 나도 같이 가!”

민채슬이라고는 말 못 한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아니, 이건 그냥 불륜이니까.
적당히 고민해 꾸며냈다.

“음... 공지윤.”

“...뭐?”

순간, 조민지의 목소리가 살짝 싸늘해졌다.

‘기분 탓인가?’

“...니가 걔랑 저녁을 먹어. 크리스마스에.”

“뭐... 먹을 수도 있지.”

의심하는 건가? 음... 너무 성의 없이 지어냈나?
하긴, 갑자기 공지윤과 내가 데이트 한다는 게 뜬금없긴 하다.

“...그래서 둘이 붙어 다니냐?”

“응?”

“요즘 존나 붙어 다니더라, 너네 둘이.”

기분 탓이 아니다.
분명, 목소리가 아주 싸늘하다.

‘...삐졌나?’

요즘 이 여자  여자 공략하고 다니느라 조금 신경을 덜 써주긴 했다.
근데 삐질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음... 뭐... 사수랑 부사수 관계니까.”

“그냥 사수 부사수끼리, 크리스마스에, 저녁을 먹는다?”

“그럴 수도 있지...않나?”

“...”

조민지가 말없이, 나를 무섭게 노려본다.

“...야.”

“응?”

“그거 아냐?”

“뭐가.”

“그년, 너 보는 눈빛 존나 이상한 거.”

순간, 아니라고 펄쩍  뻔했다.

조민지가 뭘 말하고 있는지 안다.
공지윤은 종종, 내가 해주는 씹질, 섹스 등에 대한 기대감과 만족에 나를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곤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풋풋한 성욕이 담긴 눈이지, 연애 감정이 아니다.

아니, 그리고 ‘그년’은 또 뭐래?

“착각이야.”

하지만조민지에게 그걸 있는 그대로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 근데 공지윤이 나를 좋아한다고 쳐도. 그게 자기랑 무슨 상관이지?’

조민지에게 들러붙는 놈이 생긴다면 나는 펄쩍 뛸 것이다.
녀석은 내 첫사랑이었고, 지금도 흑심을 품고 있으니까.

하지만 조민지는 아니다.
녀석은 나를 남자로 보지 않는다.
내게 여자가 생겨도, 녀석이 화낼 이유는 없다.

“하. 아니라고? 크리스마스 저녁에 같이 밥도 먹는 판에, 아니라고?”

“아니, 그게... 암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진짜 아닌데.”

조민지가 정말로, 나를 뚫어버릴듯한 기세로 노려본다.
표독스러운 눈망울이 그렁그렁하니 젖어간다.

‘우, 울어?’

시발 지금 무슨 상황이지?
대체 왜 화가 났고, 왜 눈물까지 보이는 거지?
눈물 많은 녀석이긴 해도,  때문에 운 적은 없었는데.

“...시발, 눈치 존나 없는 새끼. 병신새끼.”

“야, 야아... 말투가 왜 그래? 응?”

조민지에게 친구라고는 내가 유일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녀석이 울 때는 일종의 기회였다.

옆에서 그루밍해주듯 달래주고, 상대방을 같이 흉봐주며, 녀석에게 있어 내 위치를 공고히 하곤 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다.
아니, 얘가 대체  삐진 거야?

조민지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떨어진다.

“가라, 시발, 병신아. 가... 그년한테 가라고... 난... 난, 시발... 집에 갈 거니까...”

그리고는  돌아 걸어 나간다.

“야, 야! 어디가!”

조민지는 원래 낯을 많이 가리고, 성격도 상당히 지랄맞다. 타인과 어울리기 힘든 타입이다.

하지만 얼굴이 어지간한 연예인보다도 예쁘다.
덕분에 남자애들은 조민지 성격이 어떻든, 헤벌래했다.

그리고 그게 오히려 독이 되어, 중학교 때부터, 조민지는 여자애들의 공공의 적이되곤 했다.

여자애들에게는 따돌려지고, 남자애들은 조민지 주변에 없었다.
녀석의 주변에 남자가 오지 못하도록, 내가 의도적으로 붙어 다니며 경계했으니까.

그 덕에, 녀석의 유일한 남사친 위치에서 내게만 의존하게끔 만들어왔다.
 앙칼진 고양이를, 내게만 종속되도록 길들였다.

그 결과, 녀석은 내게만 코를 비비는 집냥이가 되었다.

‘지금까지는 잘 돼왔는데.’

이상하게도, 지금. 녀석의 길들여지기 전 성깔이 나오는 것 같다.
내게는 한 번도 이런적이 없었는데.

‘안 되겠다.’

계속 저러면 곤란하다.

지금까지는 나도 조민지를 길들이느라, 녀석 외의 여자를 주변에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어플로 공략하는 여자가 한 트럭이다.
왜인지는 몰라도, 녀석이 계속 이렇게 내 주변 여자를 배척한다면, 앞으로 많이 힘들어질 것이다.

‘쟤한테는 공략 외의 편의적인 수정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허둥지둥 핸드폰을들었다.

[수정 모드를 시작하시겠습니까?]
[대상: 조민지]

‘예.’

[대상 조민지의 내면을 수정합니다.]

풍경이 까매진다.




+++


나와 마인드맵뿐인 칠흑의 공간.

처음으로 들어오는 조민지의 내면이다.

“키워드 검... 저깄네.”

검색할 필요도 없이,  멀리에 [김준영] 구체가 눈에 들어온다.

[김준영]

“와...”

지금까지 본 구체 중 가장 거대한 크기.
박서윤의 정신병 구체보다도  것 같다.

‘300m? 400m?’

너무 거대하니, 크기를 어림하기도 힘들다.

적당히 잠재 관념을 생성하려던 찰나.

“...응?”

무겁다.
손에 거대한 납덩이가 얹어진 것 마냥, 거대한 중압감이 느껴진다.

‘...이렇게 무겁다고?’

손에 느껴지는 묵직함은  대상의 뇌에 가해질 부담을 뜻한다.
대상이 해당 수정에 거부감을 느낄수록, 부담은 커진다.

[김준영이 다른 여자와 엮이고, 섹스를 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생성하려던 관념이다.
조민지는 지금, 이 관념에 엄청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공지윤 때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어플을 처음 얻고, 공지윤에게  수정을 할 때.
나는 곧장, 일체의 밑 작업도 없이 [김준영과 섹스하고 싶다] 관념을 때려 박으려 했다가 실패했다.
그때 느꼈던 중압감보다도 무겁다.

‘...이건 절대 안 되겠는데.’

강행했다간, 조민지가 폐인이 돼버릴 것이다.

‘그럼...이거라도.’

다시 관념을 생성한다.

[김준영이 다른 여자와 엮여도 신경 쓰지 않는다]

‘윽... 안 되네.’

더 표현을 완화해서.

[김준영이 다른 여자와 친구가 돼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이것도?’

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조민지에게 약간의 후유증이 남을 것이다.

‘여기서 더 낮추면 정말 하나 마나  수준일 텐데.’

그렇게  번의 시도 끝에.

[김준영이 다른 여자와 사적인 얘기를 나누는 것쯤은 터치하지 않을  있다]

‘...이게 뭐야.’

심지어 잠재도 아니고, 표면 관념이다.

당장 온갖 여자들과 섹스를 해야 하는데.
이건 정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수준이다.

‘얘가... 나한테 이렇게 집착했었나?’

잠깐 조민지의 내면을 훑어볼까 싶었지만.

‘...뭘 훔쳐볼 것까지야.’

그만뒀다.
조민지와 알고 지낸 게 몇 년이고, 길들여온 게 몇 년인데.
녀석에 대해 내가 모르는 것은 없다.

‘나를 많이 각별히 여기는구나.’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수정 모드를 종료하고, 밖으로 나갔다.

[수정 모드를 종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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