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화 〉13. 히키코모리 박서윤 (13/139)



〈 13화 〉13. 히키코모리 박서윤

[사람이 무섭다]

너무 거대하니 지름을 가늠키도 힘들다.

100m는 족히 넘을 것 같다.

‘정신병은 이런 형태로 구현되는구나.’

자신의 의지로 조정되는 영역이 아니지만, 정신과 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칠흑처럼 새까맣고, 태산처럼 거대하다.

‘수정 어플로 치료하는  가능할까?’

손을 대봤다.

대충 가늠이 온다.

긴 시간을 들이면 치료가 가능하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다른 부분들을 수정할 여력은 나지 않겠지.

‘그냥놔두자.’

애초에 내 목적은 박서윤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따먹는 거니까.

대신, 정신병 구체에서 잠재 관념 하나를 파생시켰다.

[김준영은 다른 사람들보다는 덜 무섭다]

정신병 구체의 영향력에 짓눌려 지금은 보잘것없는 크기지만.

앞으로 점차 늘려 가면 될 일이다.

“키워드 검색. 김준영.”

마인드맵이 회전하고.

1m도 채 되지 않는 김준영 구체에 도착했다.

[김준영]

파생된 구체도 거의 없다.

[동생 친구다]
[낯선 사람이다]
[무섭다]
[상담사다]
[이 사람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
[빨리 가줬으면 좋겠다]

정말 ‘친구 동생 A’ 취급이다.

‘일단 [무섭다], [빨리 가라] 등은 삭제.’

박서윤과는 최대한 가까워져야 한다.

‘잠재 관념 생성.’

[김준영은 유능한 상담사다]

[김준영은 신뢰할  있는 사람이다]

[김준영이 상담으로서 하는 말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다음으로, [자기계발] 구체를 검색했다.

[더 나은 상황을 위해,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

박서윤이 원래가지고 있던 구체다.

‘강화.’

5m급이었던 것이 10m급이 됐다.

‘잠재관념 생성.’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내 인생은 더 나빠질 것이다]

[자기계발을 하지 않고 있으면 초조함과 불안감에 휩싸인다]

1m급의 짙은 회색의 구체가 만들어졌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수정 모드를 종료합니다.]




+++





멈춰있던 시간이 흐르고.

풍경이 되돌아왔다.

“수익은 부모님한테서 용돈으로 받는 게 전부인가요?”

“...응.”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상담을 이어간다.

“요즘도자기계발을 하고 계신가요?”

“어, 음... 조금?”

“하루의 대부분은 컴퓨터나 핸드폰을 하면서 보내시고요?”

“응...”

본인 스스로도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인다.

“자기계발 시간을 늘려보는 건 어떨까요?”

“응... 역시 그래야겠지...?”

어느새 박서윤은 자연스럽게 내게 반말을 하고 있었다.

수정으로 인해 내게 느끼는 거부감이 많이 적어진 것이다.

“네. 그렇다고 너무 무리는 하지 마시고요. 아, 자기계발서 하나 추천해줄까요?”

“응? 어, 어! 그, 그래 주면 고마울 것 같은데...”

박서윤은 수정으로 인해  조언을 강하게 신뢰한다.

아직 수정 직후라 강력하지는 않다. 하지만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는 선 내에서는 충분히 유의미한 위력을 발휘한다.

“네. 그럼  가지고 내일 다시 올게요.”

이후 30분 동안 시간만 때우고 상담을 마쳤다.

 밖으로 나와, 아주머니 아저씨와 얘기를 나눈다.

“끝났니?”

“네. 오늘은 첫날이니 가벼운 얘기만 나누고, 책이나 한  추천해드렸습니다.”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며 시간을 끌었다.

상담에 대한 얘기를 나눌수록, 저들의 수정도 강력해질 것이다.

“혹시 박서윤 누나한테 대인기피증 말고 다른 정신질환은 없나요?”

“진단받은 건 그게 다란다.”

“다행이네요.”

적당히 가식적인 말도 섞어준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다음주에 보자꾸나.”

현관을 나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


[사용자 정보]
이름: 김준영
성별: 남
나이: 25
키: 176cm
무게: 67kg
음경 길이: 22.2(10.9)cm
잔여 포인트: 3,700point

포인트는 얼마 쌓이지않았지만.

박서윤 공략에 앞서, 전체적인 점검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일단, [언변]은 2레벨로.’

[언변]은 박서윤을 공략에 큰 도움이  것이다.

[스킬 ‘언변’을 강화하시겠습니까?]

‘예.’

[언변]
Lv.2
(상시적용 스킬)
의사소통에 적은 수준의 추가 보정이 적용됩니다.

1,000point를 소모했다.

‘[장인의 손길]도 2레벨로.’

박서윤의 공략 과정에서는.

공지윤, 성유아 때보다 손을 쓸 일이 많을예정이다.

다음 수정에서부터, 손기술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스킬 ‘장인의 손길’을 강화하시겠습니까?]

[장인의 손길]
Lv.2
(상시적용 스킬)
손재주가 필요한 모든 행동에 적은 수준의 추가 보정이 적용됩니다.

남은 포인트는 스킬 뽑기와 아이템 뽑기에 쏟는다.

[랜덤 스킬 박스 3개를 개봉하시겠습니까?]
[랜덤 아이템 박스 2개를 개봉하시겠습니까?]

우주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다.

‘예.’

제발.

[스킬 ‘체력 강화’를 획득했습니다!]
[스킬 ‘관장’을 획득했습니다!]
[스킬 ‘매크로’를 획득했습니다!]

[체력 강화]
Lv.1
(상시적용 스킬)
체력이 미약한수준만큼 강화됩니다.

[관장]
대상의 장 내 이물질을 모두 소멸시킵니다.

[매크로]
Lv.1
등록된 스킬을 설정된 시간 간격으로 자동 사용합니다.
등록 가능 스킬 수: 1개

“오!”

훌륭한 결과물이다.

공지윤, 성유아.

두 명의 정액 착즙기를 상대하며 정력과 체력의 부족을 크게 체감했다.

정력은 요전에 스킬을 뽑아 해결했다.

하지만 체력은 그대로였다.

그 결과, 자지는 빳빳하게  있지만 몸은 탈진하여 더 움직이지 못하는 웃픈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체력 강화]는 마침 내게 딱 필요했던 스킬이다.

‘[관장]도 괜찮지.’

내 수비 범위에는 애널도 포함된다.

[관장] 스킬은 애널 섹스에 수반되는 귀찮은 준비과정을 생략해  것이다.

‘[매크로]는... 아직 모르겠네.’

다음은 아이템.

[아이템 ‘성감대 개발’을 획득했습니다!]
[아이템‘애널 비즈’를 획득했습니다!]

[성감대 개발]
(일회용)
대상의 신체 부위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대상은 해당 부위를 통해 성적자극을 느낄  있게 됩니다.

[애널 비즈(초급)]
초급자용 애널 비즈입니다. 항문 자위에 사용됩니다.

“음...”

아이템은 뭐라 말하기 애매하다.

그런데, 전체적인 구성을 놓고 보니 이게  기가 막힌다.

‘[관장], [매크로], [성감대 개발], [애널 비즈]라...’

박서윤의 살인적인 엉덩이가 아른거리고.

기가 막히는 기획이 떠오른다.

‘계획된 수정 내용을... 조금 바꿔야겠어.’

흥분과기대에불알이 떨려온다.





+++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토요일이 됐다.

“안녕하세요.”

“왔니?”

“왔냐.”

아주머니와 박영민이 나를 반겨준다.

일주일 동안 박서윤과  4번의 상담을 나눴다.

주말 상담 이외에, 주중에 2번의 상담을 추가로 진행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수정을 박서윤의 머리에 적응시키기 위해서다.

그를 위해서는 박서윤과 최대한 많은 대화를 나눠야 했다.

‘[언변]스킬이  역할을 톡톡히 했지.’

덕분에 박서윤은 이제 날 전혀 어려워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이제는 나를 전적으로 믿고 의지한다.

그만큼 그녀의 머리가 수정 사항에 적응하여 구체들이 크기를 키운 것이다.

박서윤의 방에 들어와 상담을 시작했다.

“누나. 요즘 자기계발에만 빠져있죠?”

“어? 어떻게 알았어?”

“그냥, 보여요.”

수정 때문에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초조하고 불안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와... 확실히  다르구나.”

박서윤이 목에 흥건한 땀을 닦으며 감탄했다.

“이 정도 가지고 뭘요.”

이렇게, 틈틈이 박서윤의 인식 속 나를 치켜세워줘야 한다.

내가 유능한 상담사로 비칠수록, 박서윤은 날 더 신뢰할 것이다.

“하루에 자기계발 하는 시간이 얼마나 돼요?”

“어... 잘 모르겠는데, 거의 항상 해.”

“거의 항상? 너무 두루뭉술한데요. 구체적인 시간으로는요?”

“자는 시간이랑 밥 먹는 시간을 빼면... 음... 글쎄... 16시간?”

컥.
16시간?

“1, 16시간이요?”

“응. 그쯤 될 거야.”

생각보다 수정이 훨씬 강하게 들어간 것 같다.

‘아니... 그냥 강하다 하고 넘어갈 수준이 아닌데?’

사실상 먹는 시간, 씻는 시간 등을 제외하면 자기계발에만 매달린다는 뜻이다.

박서윤의 말대로 ‘거의 항상’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수정이 이토록 빠르게 강해진 적은 없었다.

‘아직 머리가 완전히 적응할 때가 아니야.’

이건 마치.

일주일 전에 만들었던 관념들이 벌써 내면을 장악한 것 같지 않은가.

“잠시만요.”

양해를 구하고, 핸드폰을 들어 수정 모드를 실행시켰다.

시간이 정지하고.

풍경이 변했다.

박서윤의 내면을 살펴봤다.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인생은 더 나빠질 것이다.]

[자기계발을 하지않고 있으면 초조함과 불안감에 휩싸인다.]

일주일 전에 생성했던 잠재관념들.

‘아니... 이게 뭐야?’

분명 1m급의 작은 크기였던 구체들이.

벌써 15m까지 커졌다.

‘무, 무슨 속도가...’

대체 왜 이렇게 커지는 속도가 빠른 거지?

원인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이 구체들에 연결된 선 중, 굉장히 두꺼운 선을 발견했다.

‘이건가?’

그 선을따라갔다.

이윽고, 목적지에 도달한 나는.

탄식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아...”

이거였구나.

이게 ‘불안’, ‘초조’ 키워드가 포함된 구체들에 영향력을 끼친 것이다.

이전의 의사들이 분명 다른 정신병은 없다고 했는데.

‘...돌팔이새끼들이 맞았구나.’

그럼 이 검은 태양 같은 구체는 대체 뭐란 말인가.

‘이건... 200m도 넘겠네.’

[힘들다]

박서윤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


[수정모드를 종료합니다.]

박서윤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았다.

박서윤의 눈을 마주 보자, 박서윤도헤실거리며 내 손을 마주 잡는다.

“음... 누나. 혹시...”

이렇게해맑아 보이는데, 우울증이라고?

“저랑 상담하기 전에도... 음... 불안하고, 힘들고 그랬어요?”

“응! 맞아! 놀면서도, 자면서도, 공부하면서도 마음은 항상 불안했어. 어떻게 알았어?”

“그, 그냥요. 그것보다, 그런 증상이 심했어요?”

“음... 조금... 힘들긴 했지. 근데 뭐... 요즘 안 힘든 사람이 어딨겠어? 다른 사람들도 다 나만큼 힘들거나, 나보다 힘들겠지. 난 집에서 빈둥거리는데.”

“...”

본인 스스로는 우울증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정신병이 내면에끼치는 영향력... 정말어마어마하구나.’

수정할 때, 대상이 원래 가지고 있던 관념들을 이용하면 훨씬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다만, 정신병이라는 거대한 구체가 지니는 힘.

그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것이다.

다시 어플을 켰다.

‘그 거대한 걸 내가 치료해줄 수는 없지만...’

만에 하나의,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 정도는 취해줄수 있다.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수정 모드를 시작합니다.]



+++



‘잠재 관념 생성.’

가능한, 최대한 까맣게.

[힘들어도 절대 자살하지 않는다]

[힘들어도 절대 자해하지 않는다]

워낙 까매서 1m로 만드는 것조차도 힘들지만.

‘이 정도면 쓸만하겠지.’

다시 내가 작업해놨던 곳으로 돌아갔다.

‘...진짜 야무지게 여물었네.’

아주 알들이 꽉꽉 찬 것이, 구체가 풍년이다.

“키워드 검색. 자기계발.”

[자기계발] 구체와 연결된 표면 관념을 생성했다.

[자위는 좋은 자기계발 수단이다]

[자기계발의내용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나는 자기계발에 많이 서투르다. 고로 김준영에게 자기계발을 지도받을 필요가 있다]

‘잠재관념 생성.’

[자위할 때의 쾌감만큼, 인생이 더 나아지고 있다는 충족감을 느낀다]

‘우울증 대책 구체 만든  때문에 여력이 부족하네.’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게 좋겠다.

이전 단계의 수정사항들이 놀랍도록  물들었으니, 이 정도로도 충분할 것이다.

[수정 모드를 종료합니다.]




+++






“누나.”

“응?”

“책 읽는  말고, 다른 것으로 자기계발 해보는 건 어때요?”

“어떤 거?”

박서윤이 상체를 당기고 눈을 빛내며 물어본다.
자기계발에 대한 열정이 있으며, 내 조언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자위를 해봐요.”

“자위?”

“네.”

박서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한다.

“어, 어... 음... 자, 자위는...... 좀...”

박서윤이 부끄러워하며 머뭇거린다.
아직 수정이 완벽하게 녹아들지 않아 약간의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누나는 이미 자기계발서를 충분히 읽었어요. 이제 자기계발서로는 큰 효과를 보기 힘들 거예요.”

“어... 그건... 그렇지만...”

“자위가 참 효과가 좋아요. 저도 취업하기 전에는 매일같이 자위했어요.”

박서윤의 얼굴이 화악 빨개진다.

“어, 무, 뭐? 어어? 바,방금 뭐라고...”

“저도 매일같이 자위했다고요.  덕분에 취업도 성공했고요.”

“어, 아, 으아아...”

역시, 구체의 크기를 제대로 키우지 못해 삽입된 관념의 힘이 약하다.
아무래도 오늘 박서윤의 보지를 보기는 그른 것 같다.

오늘은 [언변] 스킬로 되는 데까지 진도를 빼는 데에 집중해야겠다.

“누나는 자위  해요?”

“하, 하긴 하는, 아, 니이... 이게 아니라...”

“얼마나 자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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