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화 〉12. 히키코모리 박서윤 (12/139)



〈 12화 〉12. 히키코모리 박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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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끝났다.”

차장에게 자료를 보내고 노트북을 덮었다.

나는 곧장 침대에아픈 몸을 던졌다.

“어우우...”

입에서 아저씨 같은 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온다.

어제 성유아에게 10번을 싼 것 때문에 온몸이 안 쑤시는 곳이 없다.

“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걸 어떻게 요리한다...’

마침 성유아의 공략이 끝난 상태.

조민지를 건드려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아주 먹음직스러운 것이 나타났다.

박서윤.

‘조민지는... 좀 나중에.’

조민지를 수년 동안 벼랑 위의 꽃처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함부로 건드리고 싶지 않다.

어플 사용법에 대한 내공, 아이템, 스킬 등이 많이 쌓였을 제대로 요리하고 싶다.

‘일단은 박서윤부터.’

언제나 가장 고민되는 시간이자, 동시에 가장 즐거운 시간.

대상을 어떤 컨셉으로 수정할지 결정하는 시간이다.

여기에는 몇 시간, 며칠을 소모해도 아깝지 않다.

“으음...”

[사용자 정보]
이름: 김준영
.
.
.
잔여 포인트: 700point

이렇게 고민될 때.

뽑기를 돌리고, 쓸만하고, 영감도 줄 수 있는 그런 것이 나와 주면 참 좋을 텐데.

‘뽑기 돌릴 포인트도 몇 없네.’

레벨업 할 좋은 스킬이너무 많아, 요즘 포인트가 쌓이지를 않는다.

아쉬운 대로, 스킬 뽑기  번이라도 하러 상점에 들어갔다.

그런데.

“...응?”

상점이 바뀌었다.

[랜덤 스킬 박스] - 500point
[랜덤 아이템 박스] - 100point
[고급 타월] - 50point
[페이크 콘돔] - 2,000point
[제모 크림] - 1,000point
.
.
.

상점의 품목이 늘어났다.

모두 아이템 박스에서 나왔던 것들이다.

‘한 번 랜덤박스에서 뽑으면 상점에 등록되는구나.’

사실 아이템 뽑기는 스킬 뽑기에 비해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잡템이 많이 나오고, 특수한 아이템이 나와도 그다지 막 쓸모 있지는 않다.

일종의 계륵.

‘근데 이렇게 되면 말이 달라지지.’

아주 좋은 아이템 하나만 나와주면.

그것을 상점에서 무한정으로 구매할  있다.

‘앞으로는 의무적으로라도 아이템뽑기를 조금씩 해야겠어.’

상점 품목을  둘러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각성]은 어딨지?’

[각성]
(일회용 아이템)
6시간 동안, 지정한 스킬 하나를 마스터 레벨까지 올립니다.

공지윤의 첫 경험을 가져갈 [섹스 마스터]에 사용했던 아이템.

그 좋은 아이템이상점에 보이지 않는다.

‘상자에서 뽑았다고 전부 등록되는 건 아닌가?’

일부 품목은 상점에 등록되지 않는 모양이다.

하긴, 너무사기 아이템이긴 했다.

[랜덤 스킬 박스 1개를 구매하시겠습니까?]
[랜덤 아이템 박스 2개를 구매하시겠습니까?]

‘예.’

계획에 없던 아이템 박스까지 구매했다.

[잔여 포인트: 0point]

통장 잔고를 보면 눈물이나오지만.

어쩌겠는가.
뽑기가 너무 달콤한 것을.

스킬 박스를 열었다.

[스킬 ‘언변’을 획득했습니다!]

[언변]
Lv.1
(상시적용 스킬)
의사소통에 미세한 수준의 추가 보정이 적용됩니다.

“쓰읍...”

꽝.

겨우 하나 까며 대박을 노린  도둑놈 심보긴 하지만.

속이 쓰린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운이 좋아지는 스킬은  나오나... 응? 아니지.’

잠깐만.

‘박서윤 누나가... 정신병이 있다고 했지.’

대인 기피증.

지금까지 몇 명의 의사와 상담사를 거쳐 갔다고 했다.

‘...좋아.’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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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들과 점심으로 메밀소바를 먹었다.

“식후빵 가야지.”

“콜.”

나와 박영민은 항상 식후 담배를 즐긴다.

하지만 조민지는 담배 연기를 싫어한다.

“난 잔업이나 처리할래.”

조민지는 언제나 나와붙어 다니지만, 담배를 피울 때면 자리를 피하곤 한다.

익숙하다는 듯이 사무실 쪽으로 걸어가는 조민지.

아담하고 새침한 엉덩이가 씰룩인다.

계속해서 엉덩이를 감상하고 싶지만, 옆에 박영민이 있으니 잠깐 눈길만 주고 말았다.

옥상에 올라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제 10월인지라 옥상에 있다 보면 조금 쌀쌀하다.

“야. 너 상담  배웠다고 했지?”

박영민이 대뜸 말을 꺼냈다.

‘왔다.’

요 며칠간 수정으로 작업해뒀던 것에 입질이 왔다.

표면 관념 - [김준영은 대학교  취미로 심리 치료를 조금 공부했다.]
잠재 관념 - [김준영은 유능한 상담사다.]
잠재 관념 - [김준영은 함께 있으면 편해지는 사람이다.]
표면 관념 - [누나도 김준영이라면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박영민에게 주입한 관념의 일부다.

“어. 왜?”

박영민의 내면에 들어가 봤더니,누나에 대한 녀석의 걱정이 생각보다 컸다.

덕분에 그것을 이용한 수정이 박영민의 내면에 아주 잘 녹아들 수 있었다.

거기다 [언변]스킬로 인해 달라진 입담도.
나를 유능한 상담사로 믿게 하는 데에 크게 한몫했다.

“아니, 뭐... 그냥. 요즘 너 말하는 거 보니까 확실히 다르긴 하구나 싶어서.”

수정된 내용 덕분에 요 근래, 박영민은 자신의 고민인 누나에 대해 자주 얘기했고.

“음... 있잖아. 스읍...”

나는 거기에 맞장구치며 지금의 반응이 나오도록 유도했다.

“우리누나랑... 상담 한 번 해줄  있을까?”

그 결과가 지금.

“네가 부탁하는데안 될 건 없지.근데 나야? 유능한 정신과 의사들 놔두고.  면허도 없어.”

“의사들이나 전문 상담사들이야 이미   찾아가 봤지. 별로 시원치 않더라고. 효과도 없고. 근데... 음... 그냥 그 사람들보다 네가 더 나을 것 같다.”

타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박영민의 내면을 보니, 녀석은 정신과 의사, 전문 상담사들에게 적지 않은 불신과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것들을 살짝 강화해줬다.

그 후로, 박영민은 매일같이 그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정신과 의사들이랑 상담사들, 전부 믿음이 안 가. 종종 상담 내용을 들어보면 영양가 없는 소리만 한다니까?’

‘누나가 그런 것들 전부 효과 없었대. 달라지는  못 느낀다나 봐.’

‘애초에 구조 자체가 잘못됐어. 비용을 시간당으로 측정하면 당연히 치료에 집중 안 하고 시간만 끌려고 하겠지. 망할 돌팔이들.’

거기에 양념으로, 관념 추가.

잠재 관념 - [김준영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표면 관념 - [김준영이라면 성심성의껏 누나를 고쳐줄 것이다.]

“그래. 될지는 모르겠다만, 노력은 해 볼게. 한번 만나서 대화나 해 보자.”

“진짜 고맙다!”

박영민의 표정이 급격히 밝아졌다.

녀석이 양손으로 내 손을잡고 위아래로 흔든다.

“한참을 막막했는데, 이제야  길이 트이는구나!”

생각보다 아주 격하다.

‘그래, 남자한테 이렇게 공들이는 건 처음인데,  정도 반응은 보여줘야 내가 안 섭섭하지.’

“어우, 꺼져. 징그러워.”

“키킥. 짜식이, 빼기는!돈은 걱정 말아라. 부모님들이랑 얘기해서 제대로 챙겨 줄게. 무면허 돌팔이 의사님이라고  떼어먹는다.”

“됐어. 상담은  받고 하는  아니다. 오늘 저녁에 국밥이나 사라.”

“새끼, 말 한번 믿음직하게 하네. 국밥도 사고... 돈도 줄 거야, 새끼야! 아무튼, ...고맙다.”

“맘대로 해라. 이번  토요일이면 되냐?”

“어, 누나한테 말해놓을게. 굳이  안 해도 백수여서 스케줄 없겠지만.”

값은너희 누나가 지불하실 거다.

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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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초인종을 눌렀다.

인터폰으로 물어보는 절차도 없이, 곧장 문이 열렸다.

“왔냐?”

“오셨다.”

박영민이 나를 반겨줬다.

녀석의 눈에 기대감과 신뢰가 듬뿍 묻어 있다.

“들어와라. 안에 엄마·아빠 기다리고 계셔.”

 안으로 들어갔다.

식탁의 한쪽에 박영민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박영민의 누나인 박서윤이 앉아있다.

오늘 박서윤의 옷차림은 정상적이다. 추리니 바지에 후드 티.

둘 다 박영민의 옷인지, 사이즈가 크다.

‘아쉽네.’

저번처럼 입고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가족들과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분,  계셨죠?”

“왔니? 오랜만이네.”

“오랜만이구나. 앉거라.”

조민지 가족만큼은 아니지만, 박영민의 부모님들과도 두세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아주머니, 아저씨도 내가 박영민과 친한 사이임을 알고 계신다.

“안녕하세요.”

박서윤에게 인사를 건넸다.

“......네.”

내 눈을 피하며 작은 목소리로 답해왔다.

‘안 씹힌 것만 해도 다행이지.’

박영민과 나는 세 명의 맞은편에 착석했다.

“그래, 자네가 상담을 배웠다고?”





+++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박영민처럼, 그들에 대한 수정은 이미 다 마쳤다.

그들은 나를신뢰할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내가 그들의 딸, 누나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채로.

“그럼 잘 부탁할게.”

“잘 부탁하마.”

“네. 맡겨만 주시죠.”

토요일마다 내가 이쪽으로 와 박서윤과 대화한다.

필요할 경우, 내 판단하에 주중에 추가적인 상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뒀다.

돈은 내가 한사코 거절했다.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이런 내 태도 하나하나가 다른 상담사들과 비교될 것이다.

그리고 나를 더 믿게 되겠지.

그냥 일주일에 한 번씩, 박영민이 내게 밥이나 한 끼 사기로 했다.

“들어가실까요?”

“...”

세뇌가 끝난 그들과는 다르게.

박서윤은 대인기피증 환자에, 날것 그대로의 상태다.

박서윤은 이야기 내내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식탁 아래로 손가락만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종종 있었던 대화도 내가 질문을 하면 박서윤이 최소한의 대답만 하는식이었다.

‘나랑 한 방에 들어가는 걸 굉장히 꺼리고 있어.’

내 앞으로 걷는 박서윤의 어깨가 미약하게 떨리고 있다.

하지만 가족 모두와 이야기가 끝난 상황. 거기다 박서윤은 소심하기까지 하다.

때문에 내게 싫은 기색을 드러내지 못했다.

‘근데... 땀이 굉장히 많네.’

박서윤의머리카락이 볼과 목에 들러붙어 있다.

회색 후드티의 목 부분은 이미 축축하게 젖어 검게 변했다.

‘설마 저게 다 식은땀은 아니겠지?’

긴장해서  식은땀치고는 너무 많은데.

‘...더운가?’

끼익-

박서윤의 방에 들어왔다.

단둘이.

‘많이 어둡네.’

컴퓨터의 불빛만으로 방을 밝히며 사는 모양이다.

모니터에는 엄청난 수의 인터넷 탭과창이 켜져 있다.

컴퓨터 앞에 컵라면 용기 2개가 겹쳐 쌓아져 있다.

우유가 반쯤 담긴 머그컵도 보인다.

침대 위의 이불은 엉망이 되어 널브러져 있다.

‘그래도... 막 심란할 정도는 아니네.’

아마 부모님이 종종정리해주는  아닐까 싶다.

바닥에는  권의 책이 널브러져 있다.

종류를 살펴보니 하나같이 자기계발 서적이다.

‘본인도조바심을 가지고 있다 했지.’

그 점이수정하는 데에 상당히 유용하게 이용되리라.

“그럼 얘기를 시작해 볼까요?”

“...네”

박서윤을컴퓨터 의자에 앉히고, 난 침대에 걸쳐 앉았다.

이불 안이 아직 따뜻하다. 내가도착하기 직전까지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제가 동생 친구기도 하고, 저보다 나이도 살 많으시니까  놓으세요. 저도 편하게 말할게요.”

“네...”

전혀 편하지 않나 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9년이 지나셨네요.”

“...네.”

“마지막 수익 활동은 언제였나요?”

“2년 전 편의점 알바…. 요.”

밖에 들릴 것을 의식해 한동안 쓸데없는 얘기들을 나눴다.

그러는 동안 박서윤은 줄곧 최소한의 말로만 대답했다.

10분 정도가 지나고, 이쯤이면 됐겠지 싶을 때.

어플을 켰다.

[수정 모드를 시작하시겠습니까?]
[대상: 박서윤]

‘예.’

[대상 박서윤의 내면을 수정합니다.]

풍경이 뒤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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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을 위해 키워드를 입력하세요.]
[ ]

“가족”

첫 번째 수정이다.

거부감 느낄만한 수정은 최대한 삼가고, 밑 작업에 집중한다.

‘기존에 존재했던 구체들부터 건드린다.’

[가족이 계속 부양해주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가족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크기가 굉장히 크다.

15m급은 족히 되는  같다.

‘강화.’

구체의 크기가 더욱 커져, 20m급에 도달했다.

“키워드 검색. 음... 대인기피증?”

이렇게검색해도 나오려나?

다행히 제대로 작동했는지, 마인드맵이 회전한다.

 몸이 구체 앞에 당도했다.

아니, 착각했다.

목표 구체는 아직 멀리 있다. 근데 너무 커서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미친.”

 눈앞에 나타난 구체는.

“이게 뭐야?”

지금까지 본  어떤 구체보다 거대하고 새까맸다.

[사람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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