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36- 상태창 그 자체를 지배한 각성자, 이지혁 (完)
인류에게 처음 나타났던 5개의 대형 게이트.
모두 폐문된 다른 4개의 게이트와는 다르게, 접근성도, 주변의 기반 시설도 없이 방치된 체 마경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주변. 해발 4000m즈음에, 유적 하나가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채 있었다.
...각성자 이지혁이, 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까진.
끄으윽, 하는 소리와 함께 육중한 보호 시설이 찢겨진다.
[번개의 주인] 특성이 물리적인 실체를 가진 번개를 쏘아내, 압도적인 파괴력으로 내부로의 진입을 막고 있던 철문을 부순 것이다.
중앙에서 공명하듯 빛나는 구체가 보인다. 구체 주변에, 복잡한 문자들이 부유하면서 떠다닌다.
지름이 50m는 되어 보이는, 압도적인 크기의 구체
'저게...상태창, 그 자체'
이지혁은 꿀꺽 침을 삼키며, 상태창 조작의 권능을 구체에 적용하려 할 때였다.
...뒤에서,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왔군요, 이지혁 각성자"
높낮이가 뚜렷하지 않은, 감정이 없는 듯 한 목소리였다.
"반갑습니다. 저는 당신을 자주 보았지만, 당신은 저를 처음 보겠군요"
"...넌 누구지?, 아니, 알 필요 없어, 잘 가라"
나는 상태창 조작으로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내 충실한 노예로 삼으려 했다.
특성이, 막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뭐?"
"후후, 특성 봉인입니다. 잠시만 쓸 수 있고, 두번은 쓰지 못하지만...."
"곧 죽을 당신에겐, 알 필요 없는 정보겠죠?" 그녀가 압도적인 신체 능력으로 나를 제압하면서 말했다.
[번개의 주인] 과 같은 전투적인 특성도 모두 봉인 된 듯, 내 상태창은 F급 각성자이던 그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마력만 많을 뿐인, 쓸모없는 존재.
나를 내려다보면서 바라보는, 인간 여자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말했다.
"...너는 누구지?" 내 물음에 그녀는, 완벽한 미를 표현한 듯한 얼굴을 까딱거리며
"저는, 시스템의 화신입니다."
"비록 상태창 자체는, 어떤 일로도 조작할 수 없지만요" 그녀가 손에 작은 에너지 구체를 만들었다.
"왜 날 죽이려 하지?" 나는 순수한 의문을 담아 말했다.
"당신의 존재 자체가, 저에 대한 모욕입니다" 그녀가 분노를 담아 말했다.
처음 화를 내는 듯 어색한 표정이었지만, 감정만은 제대로 전해졌다.
당신같은 예외를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나를 경멸하듯 내려다보면서 그녀가 말했다.
타인의 상태창을 마음대로 희롱하는 당신을 보면서, 제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당신은 모를 겁니다.
손에 든 에너지 구체를 키워나가며, 그녀가 말했다.
"당신을 직접 잡으러 갈 수는 없었지만, 후후 여기에 혼자서 와주다니. 제 쪽에서 유도할 생각도 있었는데요, 뭐 어쨌든 잘 가세요, 천박하고 쓰래기 같은 인간"
"...누가 혼자래?" 나는 이죽거렸다.
"...?" 의문스러운 얼굴로 잠시 멈칫한 그 타이밍에, 윤설아와 이지현의 스킬이 작용한다. 절대영도에 가까운 냉기에, 그녀의 팔이 얼어붙고, 이어진 쾌검에 구체를 들고 있던 팔이 떨어진다.
"당신들은....크흣...!" 나를 빨리 죽여야겠다는 듯, 그녀의 다른 한쪽 팔에서 튀어나온 마법을, 윤성은 교관이 굳건하게 막아낸다.
"이지혁 생도! 몸을 뒤로 피하게!"
"알겠습니다" 믿음직한 그녀의 뒷모습을 뒤로 하고, 나는 후방으로 빠졌다.
후방에선 오퍼레이터 박혜린이 [상태창녀]라고 적을 지칭하면서, 누나와 엄마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이 보였다.
누나와 엄마가 부상을 입거나 체력이 다할 때마다 클라우디아와 이채은 생도가 둘을 후방으로 빼내어 성녀에게 회복받게 했다.
완전히 회복시켜 줬으며, 예언자는 다음 공격 방향을 오퍼레이터에게 알려왔다.
유아라는 뭐...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천박한 가슴을 흔들면서 응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뒷쪽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더 있었다.
"주성민 생도, 주예솜 생도...!"
"선생님, 준비됐습니다" 그의 능력에 의해 증폭된 주예솜의 [상태 복원]이, 순식간에 내 봉인된 특성들을 봉인 이전의 상태로 되돌린다.
"거의 다 됐어요 선생님...♥" 그녀가 베시시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도우러 와 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내 진심어린 감사에 그들은
"어우, 선생님이 저희에게 해준 게 얼마나 많은걸요" 하면서 손사래를 쳤다.
'정말 착한 오누이들이군' 라고 생각하며, 나는 다시 전장에 집중했다.
한 개에 몇십억이나 되는 반-마력 수류탄이, 비 오듯 상태창녀에게 쏟아진다.
"저건 대체...?"
"후후, 남궁의 선물이에요" 라면서, 남궁혜가 걸어나왔다.
"이런, 둘째를 낳은 지 얼마 안 되지 않았습니까, 남궁혜 생도!" 나는 출산 직후인 몸을 이끌고 와준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뭐, 제가 이런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건, 모두 선생님 덕이니까요"
상태창 자체의 화신이라는 것은 허언이 아니었는지, S급 헌터 2명의 노력에도, 전투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
"선생님, 다 됐어요!" 기다리던 주예솜의 말에, 나는 무한한 마력을 집중해 상태창녀의 상태를 조작했다.
신체 능력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몸으로 막아내던 그녀는 이내 이상함을 느꼈는지, 수비적인 검술을 구사한다.
검술을 잊게 한다.
팡- 하고 어설프게 잡은 검이 튕겨나가자, 그녀는 마법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
마법을 잊는다.
손에서 불안정하게 유지되던 에너지 구체가 폭발하며 그녀에게 큰 피해를 준다.
"쿨럭...이럴...수가...!" 그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내게 말했다.
내 주변을 채운, 내 사람들을 바라보며
절망스러운 눈으로, 상태창녀는 그들을 처다보았다.
"당신들의 운명은...이것이 아니었는데....!" 그녀가 절규하듯 나를 노려보며 쏘아붙인다.
"아니, 이제 운명은"
나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신뢰와 믿음이 담긴, 저 순수하게 호의로 가득 찬 시선들
"내가 정할거야"
나는 그녀의 상태창을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헤끅...♥ 헤읏....♥ 이럴 바에는...♥ 죽는 게...♥"
자살하려던 그녀의 손이, 스스로의 통제를 따르지 않게 된 육체에 의해 멈춰진다
[주인님의 물건을 상하게 하려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 아..! 안돼...!
"돼" 나는 마력을 집중시켜서 그녀의 상태창을 조작했다.
"히끄윽...♥ 나는...♥ 이런게...♥" 그녀가 손에서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자아를 붙잡듯이 말했다.
"넌 원래 이런 거야" 나는 그녀를 흔들듯, 귓가에 속삭였다.
"아...! 아....! 아.....? 아....♥" 그녀의 머릿속이, 점차 내가 원하는 형상으로 덮어씌여졌다.
그녀의 흐려진 동공이 점차 또렷해지자, 나는 물었다.
"다시 한번 묻지, 넌...누구지?"
그녀는, 아름다운 얼굴을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나에게 기대며 말했다.
"저는...주인님의 창녀에요....♥"
상태창 녀(女)는, 이제 상태:창녀가 되었다.
손을 뻗어, 상태창 전체를 매게하는 구체를 조작하려 하기 직전에, 품 안에 꼭 넣고 있던 [음탕한 혼돈]의 책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책을 열자, 나는 또다시 그의 심상세계로 초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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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군! 최고야! 여태껏 내 사도중에 이렇게까지 다른 초월자들에게 엿을 먹인 자들은 없었어!"
그는 내 등을 촉수로 팡 팡 두들기면서 신난 듯 말하다가, 갑자기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자네...저걸 탈취할 셈인가?"
"뒷감당 할 수 없을 걸세, 저걸 탈취당한다면, 저들은 본체로 강림해서라도 저걸 회수하려 할거야."
"저따위 병신같은 장난에, 자기들의 신성을 쏟아부웠거든"
그의 걱정스러운 말에 나는 이를 콰득 씹으며 말했다.
"...멈춰야 합니까?" 분한 듯 한 나의 말에, 그는 유쾌하게 말했다.
"멈춰? 이제와서? 어림없지!" 그가 촉수를 부르르 떨어가면서 말했다.
"자네는 내가 누군지 아나?"
"온갖 기만과 사기꾼의 아버지요, 모든 거짓과 부정의 근원이지. 모든 타락의 시작이자 마지막이 바로 나다! 이런 기회에서 멈추자고!"
"어 림 없 는 소 리 ! !"
심상세계가, 그의 말로 쩌렁쩌렁 울렸다.
"나의 아이야, 네게 선물을 주마"
"저걸 조작할 때, 내 권능을 접목시켜라"
"저들은, 이것이 탈취당했는지도 모를거야"
"영원히 말이지"
그가 내게 선물해준 지식과 함께, 나는 그의 심상세계에서 나오게 되었고, 이내 그가 의도한 바를 알 수 있게 되었다.
"후후, 이 방법이라면....!"
나는 그가 알려준 대로, 상태창을 매게하는 구체를 지배하기 시작했고, 구체가, 거뭇튀튀한 내 마력의 색으로 물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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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자]의 영역에서, 불길하게 자신들을 쿡 쿡 웃으며 바라보고 있는 [음탕한 혼돈]을 다른 초월자들이 비웃었다.
[이번엔 자네가 졌다네, 음탕한 혼돈이여]
[그래, 판돈도 걸지 않고 판을 홀랑 먹으려 하다니, 그러니까 공을 그리 쏟은 사도를 잃게 된 것이라네]
[...음탕한 혼돈, 자네는 너무 나갔어. 규칙을 지키지 그랬나. 그랬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을]
초월자들이 관측하게 된 세계에서는, 상태창의 화신이 모두의 세뇌를 한순간에 풀어버려 이지혁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세계는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갔으며, 더이상 상태창에 간섭할 수 있는 존재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어, 음, 그래. 그렇게 생각하게나] 음탕한 혼돈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사라졌다.
[...그렇게 생각?, 후 현실 도피라도 하는가 자네의 화신은 흔적도 없이 죽었어, 그게 현실일세]
[음, 뭐.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음탕한 혼돈은 씨익 촉수를 흔들면서 자신의 영지로 사라졌다.
[...어울리지도 않는 현실 도피를 하는군] 라고 투덜거리면서, 초월자들은 자신이 관측하는 각성자의 삶에 집중했다.
[...내가 준 권능에는, 이미 완전히 틀어져버린 평행세계를 보여주는 기능이 있지]
자신의 사도는, 그 특성을 활용해 초월자에게 자신의 죽음을 속였다.
더불어, 그들이 관측하는 세계 전체도.
[평생 허상이나 좇으며 살게나] 촉수를 흔들거리면서, [음탕한 혼돈]은 다른 초월자들에게 뼈아픈 조소를 날렸다.
그런 뒤, 그는 자신의 사도의 삶을 엿보았다.
조작되지 않은, 진짜 세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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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인류는, 이제 평등하다.
단 한 사람과, 그의 부인들을 제외한다면.
그들은 살아있는 신이요, 영원이 살아가는 자이다.
애시당초, 누가 [영생], [전지], [전능] 이라는 특성을 가진 자들과 대적하겠는가?
그들의 등장 이후로, 전 인류에서 전쟁은 [사라졌다] 더불어 군대 또한.
기아, 치매, 가난, 고통은, 모두 이전 세대에 이야기였다.
살아있는 신의 강림 이후로, 성녀는 신앙의 대상을 바꾸었고, 그녀의 새로운 신의 옆에서 예언자와 평생을 약속받았다.
그들이 신성을 얻기 이전에 누구였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애시당초, 그의 강림 이전의 기억들은 모두 흐릿하니까.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전의 기록과 비교했을 때, 인류는 모두 훨씬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사촌누나에 보지에 성욕을 쏟아내며, 대학생인 이정호는 보고서를 마무리지었다.
살아있는 신이 지금은 무엇을 할 지, 조금은 궁금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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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설아가 포도를 입으로 자근자근 깨물고는, 입을 맞춰온다. 특성으로 순식간에 얼어버린 포도가 입 안에 단 향기를 가득 채운다.
차갑게 바스라지는 포도와 뜨거운 설육이 섞이면서, 이지혁을 만족시켰다.
"후후, 어떤가...?"
오직, 수컷에게 아양을 떨기 위해 특성을 쓰고 있다. 그것도 다름아닌, 친아들을 위해서
그런 음란한 자신의 모습도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지, 엄마는 내 칭찬만을 갈구하는 눈빛이었다.
"최고에요, 엄마"
엄마의 솜씨를 칭찬하며, 내 자지를 쪼옵 쪼옵 빨고 있는 누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둘만은,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나만의 것이다.
일그러진 독점욕이 성취되었다는 기쁨에,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또다시 욕정했다.
"....♥ 하읍...♥" 누나는 또 다시 발기된 내 양물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물어 왔고, 나는 누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이 평화를 만끽했다.
'...오늘은 오랫만에 유아라랑 할까', 아니 오랫만에 전부....!
나는 내 의지대로 생겨난 분신을 느끼며, 누나와 엄마를 동시에 범하기 시작했다.
달콤하게 녹아내리는 듯 한 그녀들의 행복한 교성을 들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 행복을, 영원히 누리고 싶다고.
그래고 내가 있는 한, 모두 행복하게 될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영원히.
-FIN-